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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애슐리 W 디너 메뉴 (토요일 점심 혼밥)

좀좀이 2016. 11. 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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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지난주에 이어 이번에도 오후가 되자 집에서 슬슬 나왔어요. 토요일 오후 3시는 혼밥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니까요.


요즘 외식을 자주 했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어요.


라면이 정말 먹기 싫다.


평소에 라면을 밥처럼 엄청 끓여먹는데 가끔씩 정말 라면이 먹기 싫어질 때가 있어요. 그냥 싫은 정도가 아니라 라면을 보는 것 자체가 싫어질 정도.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밖에서 밥을 사먹어요. 어설프게 먹어봐야 계속 라면 먹기 싫으니까 아예 며칠간 나가서 배가 부르고 다른 음식 생각 안 날 정도까지 먹어요. 그러면 라면 먹기 싫어지는 것이 사라지더라구요.


마침 토요일 오후라서 어디를 가든 디너 메뉴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각. 그래서 이번에는 혼자서 애슐리를 가기로 했어요.


의정부 애슐리는 애슐리W로, 평일 런치는 12900원, 평일 디너는 19900원이에요. 주말은 하루 종일 디너 메뉴가 나오고 19900원이구요.


그런데 애슐리W는 런치 메뉴와 디너 메뉴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아요. 사실 조금 손해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혼밥의 골든 타임 토요일 오후 3시를 그냥 보내기 아까워서 그냥 갔어요.


의정부 애슐리


아주 한산한 매장. 가자마자 바로 자리를 안내받았어요.


애슐리 혼밥


확실한 혼밥의 증거 사진.


"오늘은 골고루 먹어봐야지!"


외식을 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 식비를 아끼기 위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많다 보니 고기와 야채, 과일을 제대로 못 먹어요. 라면이 꼴도 보기 싫어지는 때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이유는 이것 때문이에요. 그냥 미치도록 고기와 야채, 과일이 땡기면서 라면이 먹기 싫어지는 것이거든요.


아직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자연별곡 런치도 혼자 다녀왔는데, 그때는 처음부터 무계획적으로 막 퍼다먹다가 망했어요. 야채, 과일을 별로 못 먹었어요. 많이 먹지도 못했구요. 그래서 여전히 라면이 먹기 싫었고, 그래서 오늘은 반드시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기 위해 계획적으로 잘 떠다먹기로 했어요.


애슐리 파스타


일단 시작은 가볍게 훈제 연어와 파스타. 11시에 있는 것은 매웠어요. 1시에 있는 파스타는 꽃게 로제파스타였는데 치즈 과자맛이 나서 맛있었어요. 흰색은 알프레도 파스타인데 고소하고 맛이 괜찮았지만 강한 인상을 주지는 못했어요. 6시에 있는 것은 나비 파스타 샐러드인데, 거기에서 긴 파스타만 떠온 것이에요. 이것은 짭짤했어요.


마음 같아서는 연어 실컷 떠다먹고 피자와 육류로 바로 넘어가고 싶었지만 오늘 제게 중요한 것은 야채. 그래서 샐러드를 뜨러 갔어요.


애슐리 샐러드


그래도 연어를 매우 좋아해서 연어를 또 떠왔어요.


'이거 그만 떠와야지.'


연어가 맛있기는 했지만 느끼했기 때문에 이것만 먹다가는 콜라 들이키다가 금방 배차서 이 라면 먹기 싫은 증상에서 못 벗어날 거 같았어요. 그래서 연어는 자제하기로 했어요.


12시는 고르곤졸릭 갈릭 피자. 이것은 위에 꿀이 발라져 있었어요. 고르곤졸라 피자를 원래 좋아하기 때문에 무난히 먹었어요. 그 옆 페퍼로니 피자는 딱 페퍼로니 1조각 크기로 잘려 있었어요. 이 역시 무난한 맛.


3시는 시저 샐러드. 이것은 고소해서 맛있었어요. 숨죽은 야채의 식감을 안 좋아한다면 별로겠지만, 저는 이렇게 소스 범벅된 숨 죽은 야채를 좋아해서 만족스럽게 먹었어요.


5시는 코운슬로 샐러드. 이런 것은 먹다보면 계속 먹게 되는데 배를 쉽게 부르게 만드는 메뉴. 아쉬웠던 점은 애슐리에서 마땅히 저 코운슬로 샐러드를 곁들여 먹을 메뉴가 안 보였다는 것이었어요. 코운슬로 샐러드만 퍼먹기에는 그것만 계속 먹을 만한 맛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뭐에 곁들여 먹을까 하기에는 곁들여 먹어서 어울릴만한 것이 연어 정도였어요. 코운슬로 샐러드를 곁들여먹는 메뉴라면 피자, 치킨 등인데, 애슐리 피자, 치킨은 맛이 강하지가 않거든요.


6시는 어디를 가나 인기 좋은 매운 면발에 메추리알. 면발보다는 메추리알이 약 10배 맛있었어요.


9시는 제가 좋아하는 머스타드 치킨 샐러드. 겨자의 매운맛이 코를 톡톡 쏘는 것이 일품이죠. 닭 냉채와 맛이 비슷한 음식. 닭 냉채보다 조금 더 느끼해요.


11시는 하와이안 버블 샐러드. 저건 샐러드라기 보다는 사실 디저트에 가까운 음식. 매번 먹을 때마다 '이건 그냥 디저트로 빼버리지 왜 여기 두었을까' 의문을 갖게 만드는 음식이에요.



12시는 애슐리 W 디너 메뉴의 심장인 폭립. 이번 시즌은 그릴드 갈릭 폭립이라고 되어 있었어요. 예전에 먹었던 애슐리 폭립에 비해 매워진 것이 특징.


1시는 갈릭 치킨스테이크. 이것은 직화구이로 구운 닭. 맛있었어요. 다른 것 안 먹고 이 닭만 먹는다면 치킨 한 마리 정도는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4시는 단호박 피자. 단호박이 피자와 꽉 붙어 있지 않아서 먹기 조금 어려웠어요. 다행히 크지 않아서 한 입에 넣어버렸어요. 단호박 피자 위에 치즈 가루를 뿌려왔는데, 치즈가루를 뿌린 것이 매우 뛰어난 선택이었어요. 확실히 뿌린 것이 안 뿌린 것보다 맛있더라구요. 단호박 피자는 고구마 피자 비슷한데 고구마피자보다 덜 달고 대신 구수한 맛이 나요. 하지만 단호박을 올릴 때 저렇게 올리면 치즈에서 떨어지기 쉬워요. 호박 껍질은 조리한다고 이만 대어도 쉽게 베어질 정도로 물컹해지지 않으니까요. 단호박 피자를 좋아는 하지만 먹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 저 껍질을 어떻게 하든가 아예 혁신적으로 갈아서 뿌리는 방법을 생각해보든가, 호박을 썰은 다음 다시 가로로 슬라이스 쳐서 페퍼로니 피자의 페퍼로니 크기로 만든 후 뿌리든가 방법을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에요.


5시는 애슐리에서 자랑하는 치킨.


6시는 얌얌 게살 볶음밥. 이것은 밍밍했어요. 처음부터 이것을 먹었다면 또 모르겠는데, 다른 것들을 먹고 이것을 먹으니 진짜 밍밍했어요.


9시는 크리올 잠발리아 라이스. 이것은 화끈한 맛이 날 줄 알고 기대했는데 이 역시 밍밍했어요. 차라리 화끈한 매운맛으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많이 아쉬운 음식이었어요.


11시는 피쉬 앤 칩스. 이거 맛있었어요. 특히 감자가 맛있었어요. 생선향 살짝 나면서 치즈맛 나는 것이 이 맛을 과자로 만들어서 팔면 꽤 인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한가운데는 허니 갈릭 포테이토인가 하는 메뉴. 믿고 먹는 허니 포테이토죠.


애플 소보로 아이스크림 팬


인기 좋은 애플 소보로 아이스크림 팬. 이것은 아마 애플 필링을 다른 과일 필링으로 교체하는 식으로 앞으로 계속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왜냐하면 저 특수 용기를 이번 시즌만 쓰고 폐기할 리는 없을테니까요.


일단 거의 모든 음식을 한 번씩 다 먹었어요. 이제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차례.


평소 같았다면 감자튀김 두 종류, 피자, 닭구이, 시저샐러드, 연어만 잔뜩 퍼먹다가 콜라 엄청 마시고 끝났겠지만, 이번에는 골고루 다 맛보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매우 좋아졌어요. 과연 평소의 입맛과 취향으로 돌아갈 것이냐, 이 페이스를 유지할 것이냐? 갈림길에 서 있었어요.



일단 저 노란 밥은 갈릭 어니언 라이스. 밥 중에서는 저게 제일 맛있었어요.


사람이 정말 거의 없는 토요일 오후 3시 중반. 쭈꾸미만 건져오고, 올리브만 건져오고, 버섯만 건져와 봤어요. 사람이 많은 시각이라면 다른 사람도 생각해서 이렇게 뜨는 것을 지양해야겠지만, 지금도 사람이 거의 없고 이후로도 한동안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었어요. 버섯 크림 볶음, 주꾸미 볶음 다 맛있었어요. 사실 위에서 어떤 맛인지 확인하고 노리고 조금씩 얌체짓으로 가져온 것이니 맛이 없을 리가 없죠. 오후 3시의 장점을 이렇게 한 번 제대로 사용해보기.


애슐리 폭립


제가 가진 음식 관련 능력이라면, 음식을 정말 맛없어보이게 떠오고, 그렇게 떠온 음식을 더 맛없게 보이게 사진 찍는 능력이에요. 스스로 잘 알고 있어요.


애슐리 W 디너의 심장이자 핵심은 바로 저 폭립. 런치와 5000원 차이 나는데, 그 5천원 차이의 대부분이 바로 저 폭립 때문이에요. 본전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본전 뽑을 생각으로 왔다면 연어와 폭립만 집중 공략했겠죠.


그래도 디너 메뉴를 먹는 것이니 폭립 몇 조각은 더 먹자는 생각에 4조각 더 들고 왔어요. 나머지는 제가 맛있게 먹은 시저 샐러드와 꽃게 로제 파스타. 연어는 앞에서 두 번 먹었기 때문에 더 들고오지 않았어요.



이제 디저트. 애슐리에서 디너에만 제공되는 디저트는 치즈 케이크와 초코 브라우니 케이크에요. 11시에 있는 투명한 젤리는 배를 부르게 만들 때 아주 유용하죠. 저는 저것을 집어올 때 저 레몬 조각과 민트를 꼭 같이 떠와요. 레몬 조각 씹을 때 레몬 껍질에서 나는 휘발성 느낌이 있는 그 향기가 참 좋더라구요.


잠깐만. 구운 자몽이 이렇게 맛있다고?


구운 자몽은 시즌 메뉴가 아니에요. 이것은 애슐리에서 자랑하는 고전적 메뉴 중 하나에요. 오래전부터 애슐리에서 자랑하던 것이 치킨, 케이크, 그리고 구운 자몽이었어요.


구운 자몽이 아니라 자몽 그 자체를 외국에서 여러 번 먹어보았기 때문에 자몽은 기피해요. 오죽했으면 저는 항상 자몽을 '그레이브 푸르트' - 심각한 과일이라고 불렀어요. 자몽이 워낙 커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자몽을 먹을 떄마다 모든 자몽이 엄청 달고 맛있는 조각이 딱 1개 있고, 나머지는 약처럼 써서 썩 달가워하지 않았어요. 


애슐리 구운 자몽은 상당히 오래 전에 먹어보았어요. 혼자 간 것이 이번이 처음이지, 그 전에도 애슐리는 친구들과 간간이 갔어요. 그리고 그때마다 구운 자몽은 시고 써서 엄청 싫어했어요.


그런데 의정부점 구운 자몽은 진짜로 달고 맛있었어요. 먹고 경악에 가까울 정도로 놀랐어요. 달콤, 새콤, 씁쓸함의 비율이 잘 맞아떨어졌어요.



마지막 그릇. 요구르트 두 그릇에 쿠키 두 조각. 그리고 구운 자몽.


이렇게 먹고 나중에 요구르트는 한 번 더 갖다 먹었어요.


여기까지 마신 음료수는 딱 콜라 한 잔. 식사를 마치고 현미녹차 두 잔을 천천히 마시며 앉아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1시간 반 먹었어요.


성공했다!


이런 곳에 혼자 먹으러 가면 문제가 페이스 조절이 전혀 안 된다는 것. 도심으로 뛰쳐나온 멧돼지마냥 처음에 마구 쓸어담고, 이것을 또 엄청 먹어대니 1시간 넘기기도 힘들었어요. 이것은 군대 다녀온 남자들 대부분이 갖고 있는 특징일 거에요. 군대에서는 느긋하게 먹게 놔두지를 않으니까요. 다른 사람들과 먹으면 대화도 하고 보조도 맞추어가며 먹어서 그래도 먹는 속도가 느린데, 혼자 먹으면 군대때 베어버린 '빨리 먹어 해치우기'가 튀어나와요.


골고루 먹기도, 느긋하게 먹기도 다 성공했어요. 아주 기분이 좋았어요.


그리고 먹으며 흥미로웠던 것은 같은 체인점인데도 의정부 지점들 맛이 서울에 있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었어요. 부대찌개랑 경쟁해야 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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