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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외국어 수능 아랍어의 역사 05. 일본어 제국으로 진격하라! - 2009학년도 아랍어 문제, 정답, 해설

좀좀이 2016. 11. 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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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제국은 비명을 질렀어요.

"나...나니? 코...코레와 레보루숀다!"

아랍어 열풍이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했던 일본어 제국은 당황했어요. 이것은 일본어 제국의 폭정에 신음하던 민초들이 일으킨 혁명이었어요. 혁명은 들불처럼 번져나갔어요. 이제 그 누구도 이 기세를 막을 수 없었어요. 일본어 제국 사무라이들은 아랍어 황제 폐하의 낙타발에 짓밟히며 고통스럽게 신음을 내뱉었어요. 러시아어는 제국의 심장으로 달려가는 낙타 옆에서 같이 나팔을 불며 광고 전단을 돌렸어요.

"여러분, 굴라그에 오시면 2등급은 그래도 쉽게 받을 수 있어요!"

아랍어 황제 폐하를 알현하러 온 사람들 중 몇몇은 옆에 서서 열심히 전단지를 돌리는 러시아어를 보고는 러시아어로 향하기도 했어요.

난이도 상향 조정은 일본어 제국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엄청난 패착이었어요. 이것은 들불에 네이팜탄을 쏟아부은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이들은 아랍어 선택 인기 원인에 대해 완벽히 오판했어요.

아랍어 선택 열풍은 아랍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아무 관심 없었어요. 아랍어 선택 열풍이 아랍 지역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면, 대학생들이 경영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하려고 하는 것은 전부 미래에 자영업자가 되기 위해 선택하는 건가요? 기업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을 우대해주니까 좋든 싫든 듣는 거죠.

세상에 공짜 싫다는 놈 없어요. 고등학생들은 자기 선택과목과 미래를 특별히 연관시키지 않아요. 인생의 큰 경로를 결정짓는 대학교와 학과도 점수 맞추어서 가는데, 퍽이나 선택과목을 자신의 미래와 결부시켜서 선택하겠어요. 물론 미래와 약간 연관시켜서 생각하기는 하지만, 재미와 점수가 선택 동기의 95%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재미 40점, 점수 55점, 미래 5점이라고 보면 될 거에요. 이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문과-이과 구분 정도가 아니라면 자기가 고등학교에서 무슨 과목을 선택했든 대학교 진학시 큰 영향을 주지 않거든요. 대학교 학과에 따라 진로와 직업이 결정되는 것과는 엄청나게 차이가 커요. 오히려 대학 진학시 점수가 중요하니까 점수 잘 나오는 것을 선택해 원하는 대학교 원하는 학과로 진학하는 것을 선택해요.

아랍어 선택 열풍의 진짜 원인은 아예 찍어버려도 어줍잖게 푼 다른 제2외국어 과목보다 표준점수와 등급이 잘 나온다는 점, 그리고 어차피 버리는 과목인데 이상한 것 선택하자는 컬트적 인기가 핵심이었어요. 게다가 어설프게 노력해도 얻을 수 있는 결과가 좋기 때문에 조금만 해보자는 학생들이 대거 넘어왔어요.

제2외국어 영역 자체가 대입에서는 그렇게 비중이 크지 않아요. 기껏해봐야 탐구영역 하나 대체 가능한 대학들이 몇 곳 있다는 것 정도에요. 즉, 탐구영역 자체에 자신이 있다면 제2외국어 영역에 목매달 이유가 없다는 것이에요. 그러다보니 단순히 좋은 시험장 배정받으려는 목적으로 제2외국어 신청하는 학생들도 상당히 많아요. 본고사가 폐지된 이후부터 쭉 제2외국어 영역은 학생들의 관심 밖 영역이었어요.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구요. 공교육 현장에서 일본어 선택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로 엄청나게 많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과연 일본과 일본 문화에 그렇게 관심이 많아서 일본어를 선택하는 것일까요? 일본의 식민통치로 인한 아픈 기억과 상처들로 반일감정 기본으로 얼마 깔고 들어가는 나라인데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난이도를 높여서 수험생들이 덜 선택하게 하는 것이 맞아요. 그런데 아랍어는 애초에 잘 하는 사람이 아예 거의 없다보니 난이도를 높이는 것이 오히려 독 - 그러니까 오히려 유입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상황이었어요. 조금이라도 손댄 사람들조차 우루루 다 떨어져나가면 결국 찍게 되는데, 찍어도 좋은 점수를 노려볼 수 있고, 어찌어찌 몇 문제 풀고 다 찍어버리면 상당히 높은 등급과 표준점수가 나와버리니까요. 현행 수능 등급과 표준점수 시스템에서는 난이도를 팍 낮추어서 좋은 등급은 만점 가까이에 위치하게 하고, 표준점수를 낮게 만들어야 응시생들이 떨어져나가요. 어설프게 손대거나 아예 찍어버리면 형편없는 점수가 나오도록요. 그 방증이 바로 제2외국어 일본어였어요.

'어줍잖게 해봐야 소용없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아랍어로 몰려오는 제2외국어 난민들을 고국으로 되돌려보낼텐데, 난이도를 상향하자 '어줍잖게 해도 된다'가 되어버렸고, 더 많이 몰려오게 되었어요.

가르치는 곳이 없는 아랍어로 몰려오는 기형적 광풍을 막으려면 난이도를 2006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처럼 확 낮추어서 표준점수를 낮추고 등급컷을 높여야 하는데 반대로 난이도를 올리자 상황은 이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이것을 조금 더 제도적으로 보자면, 현재 국가 단위로 6월 모의고사와 9월 모의고사를 실시해요. 이 두 번의 모의고사는 당해 수능 난이도 조정을 위한 데이터 확보, 그리고 수험생들에게 수능 훈련을 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되는 것이에요. 6월 모의고사에서 제2외국어를 자신이 공부하고 있던 외국어로 시험을 쳤더니 등급과 표준점수가 안 좋게 나오고, 반면 엉뚱한 아랍어를 응시한 학생은 오히려 등급과 표준점수가 잘 나오면서 많은 학생들이 수능 응시를 아랍어로 선택하게 하게 된 거에요. 이 모의고사의 존재로 인해 수능 응시생의 아랍어 선택 광풍 확산은 매우 빠르게 진행된 것이죠. 만약 이 모의고사 제도가 없었다면 아랍어 선택 확산은 보다 느린 속도로 일어났을 거에요.

이 당시 응시자 수 및 비율은 다음과 같아요. 비율은 소수점 두 번째 자리에서 반올림했어요.

과목 - 응시자 - 비율
아랍어 29278 29.4%
일본어 27465 27.5%
한문 16908 17%
중국어 13445 13.5%
프랑스어 4296 4.3%
독일어 3853 4%
스페인어 2530 2.5%
러시아어 1918 1.9%

이 해 드디어 아랍어가 수능 제2외국어에서 가장 많이 선택한 언어로 등극했어요. 일본어와는 약 1800명 차이. 그리고 흥미로운 것은 프랑스어 선택자 비중이 독일어 선택자 비중을 제쳤고, 스페인어, 러시아어 선택자 비중이 상당히 많이 늘어났다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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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제2외국어 문제와 해설이에요. '더보기' 버튼을 누르면 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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