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미분류2016. 11. 3. 19:26

전년도에서 아랍어는 다시 한 번 기적을 제공했어요. 일본어 제국 강점기에 신음하던 민초 응시자들은 이 기적에 두 눈이 휘둥그레해졌어요. 새로운 황제 폐하의 제국이 열리고 있는 격동의 시기라는 것을 이제 많은 사람이 눈치채게 되었어요. 모두가 새로운 시대를 간절히 염원했어요. 아이우에오에 고통받지 않는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기를 바랬어요. 그곳은 너도 나도 모르는 신세계. 공부를 잘 하는 모범생도, 공부의 기역자도 모르는 진정한 꼴통도 모두 동일한 대우를 받는 그곳. 한순간의 직감만으로 정정당당하게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 수 있는 정의로운 세상. 바로 수능 아랍어였어요.

일본어 제국이 민나 스키데수를 외쳤지만 아이우에오에 고통받던 민초들의 귀에 스키데수고 스키야키고 그게 그거였어요. 새로운 평등한 세상을 향해 민초들이 대규모로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수능 제2외국어 영역은 아랍어가 지분을 잠식해나갔지만, 공교육 현장에서는 일본어가 송사리들 사이의 베스마냥 마음놓고 제2외국어 영역을 잡아먹고 있었어요. 여기에 블루길 같은 중국어까지 끼어들어서 이미 공교육 현장은 초토화되었어요. 베스와 블루길만 돌아다니는 연못처럼 일본어와 중국어만 남았을 뿐이었어요. 나머지는 명목상 존재할 뿐이었어요.

예전에는 일본 애니매이션을 보더라도 한국어 더빙이 되어서 TV에서 방영되는 것을 보았는데,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자막 깔린 생생한 일본어로 된 애니매이션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이제는 일본어에 관심 없고 애니만 주구장창 봐대는 사람들조차 일본어 좀 할 줄 안다고 나대는 상황까지 가버렸어요. 애니만 주구장창 보면서 스키데수 이야다 고멘네 정도나 읊어대는 얼치기들까지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일본어 및 일본 애니매이션에 관심 없는 민초들은 더더욱 제2외국어 영역에서 더더욱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었어요. 아무리 얼치기라고 해도 글자만 알면 학교 수업만 열심히 듣는 학생들보다는 일본어를 잘 하니까요.

아랍어가 인기를 끈 것은 중동 지역에 대한 관심이 폭증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었어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저런 이유를 들 필요도 없어요. 가르쳐주는 학교도 없고, 정규과정에서 배울 수도 없는데요. 무슨 아랍어 독학 열풍이 불어닥친 것도 아니구요. 물론 이 시기 기업들이 아랍어 특채를 많이 뽑기는 했지만 그게 고등학생들에게 아랍어를 선택과목으로 선택하게 만들 이유는 되지 못했어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아랍어 몇 마디 안다고 바로 삼성, 현대 등 대기업 정규직으로 특채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어쨌든 아랍어 황제 폐하의 새로운 제국 건설 주장에 호응하는 민초가 늘어나며 드디어 봉기가 시작되었어요.

이 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제2외국어 출제시 출제진들이 수험생이 폭증하는 아랍어를 상당히 많이 부러워했다고 해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측에서도 이렇게 인기가 좋을 줄 몰라 놀랐다고 하구요. 당연히 쉽게 출제하는 것에 견제가 많이 들어왔대요. 특히 일본어 출제진이 견제를 많이 했다고 해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일본어 응시자를 계속 끌어가고 있는 것이었으니까요. 아랍어 출제진도 수험생이 늘어났으니 홍보용 서비스(?)를 줄이고 그래도 책 한 장이라도 더 본 학생이 유리하도록 난이도를 상승시켰어요. 그리고 이것이 미래를 뒤바꾸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해요. 한편 평가원 측에서는 아랍어의 표준변환점수가 너무 높게 나오자 다른 교과과목과의 형평성 문제로 난이도를 조금 높일 것을 요구했어요.

이 당시 응시자 수 및 비율은 다음과 같아요. 비율은 소수점 두 번째 자리에서 반올림했어요.

과목 - 응시자 - 비율
일본어 31349 35.1%
한문 17625 19.8%
중국어 14024 15.7%
아랍어 13588 15.2%
독일어 4559 5.1%
프랑스어 4849 5.4%
스페인어 1920 2.2%
러시아어 1283 1.4%

아랍어 응시자가 비약적으로 많이 증가했어요. 그에 비해 일본어 응시자는 전년 대비 7000여명 감소했지요. 재미있는 것은 러시아어 응시자도 400여명 증가했다는 사실이에요. 전체 응시자는 전년도에 비해 오히려 감소했는데, 아랍어와 러시아어, 스페인어 응시자는 오히려 증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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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제2외국어 문제와 해설이에요. '더보기' 버튼을 누르면 보실 수 있어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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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 아랍어 하니 우리 동서가 생각나요. 동서가 쿠웨이트에서 자라서 미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하더군요. 아랍어도 꽤 하던데요. 유익한 포스팅 잘 보았네요

    2016.11.03 20: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deborah님 동서분께서는 쿠웨이트에서 자라서 아랍어를 할 줄 아는군요! 아랍 국가에서 살았다고 아랍어 할 줄 아는 분 많지 않은데요 ㅎㅎ

      2016.11.05 02:22 신고 [ ADDR : EDIT/ DEL ]
  2. 아랍어는 모르지만
    아랍어가 제2외국어 비율에서 상당히 높군요.

    2016.11.03 20: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랍어가 수능 제2외국어 선택과목으로는 엄청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ㅎㅎ

      2016.11.05 02:23 신고 [ ADDR : EDIT/ DEL ]
  3. 제가 바로 이 08 수능을 봤는데 이때만 해도 이미 아랍어 응시자가 상당했네요. 저는 학교 수업만 철썩같이 믿고 일본어를 했었지요. 선생님이 정말 잘 가르쳐 주셨고 아주 재밌게 배우긴 했지만 수능에선 정말 손해였어요. 애니나 일드나 일본 연예인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그냥 일본어 자체에 대한 재미만으로 교과서만 열심히 보는 사람한테는 한계가 있었어요 ㅋㅋ 그래도 그때 배운 간단한 문법이나 단어들, 입에 붙도록 외워버린 문장들을 아직까지 기억하는 게 그나마 얻은 거네요 :) 이제 시험 압박도 없으니 다시 시작해 보고 싶은데, 일본 자체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적은 편이라 확 끌리는 계기가 적어서 발전이 느려요~

    2016.11.23 14: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전설의 08 수능을 치셨군요! 제가 수능 치던 때였다면 아마 저렇게 빠르게 응시자가 늘어나지는 못했을 거에요. 저렇게 폭발적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6월 모의고사 때문이라고 봐요. 제가 수능칠 때만 해도 일본어는 쉬운 편이었는데 나날이 어려워지더라구요. ㅎㅎ;;
      저도 일본어 많이 잊어버려서 다시 보고 싶은데 뭔가 확 끌리는 것이 없어요. 뭔가 끌리는 것이 있어야 그거 잡고 공부해나가는데요...일본어로 된 실크로드 자료 찾아서 조금씩 읽어보시는 것은 어떠세요? 일본어로 된 자료도 이것저것 있을 거 같은데요^^

      2016.11.24 05:05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