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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외국어 수능 아랍어의 역사 03. 황제의 말씀을 전파하라 - 2007학년도 아랍어 문제, 정답, 설명

좀좀이 2016. 11. 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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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아랍어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만큼 쉬워졌어요. 그 시험에서 1, 2, 3, 6, 28, 29, 30번 문제만 주워먹어도 원점수가 11점이었어요. 이때 제2외국어 영역 만점은 50점이었고, 30문제였어요. 일단 저 7문제를 맞추고, 나머지를 1번으로 기둥세웠을 경우 12점이 더해져서 원점수가 23점이었어요. 문제는 이것이 상당히 높은 점수라는 것이었어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저 점수면 1등급 나오지 않았을까 해요.

문제는 생각을 해볼 생각조차 안한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었어요. 내용이고 나발이고 한 번 볼 생각조차 안 하고 글자만 보고는 '아랍어 글자 이상해요'라고만 하는 것은 응시생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이 없었어요. 더욱이 제2외국어가 입시에서 존재감이 과연 있나 싶은 영역이었으니까요.

'아랍어 글자'라는 장벽은 뭔 짓을 해도 한없이 높기만 했어요. 거저주려는 점수조차 글자만 보고 알레르기 반응 일으켜 나가떨어지는 사람이 태반이었으니까요.

여기에 아랍어를 공부해서 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응시생도 별로 없었고, 아랍어를 공부한다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었어요. 수능 아랍어를 공부하려면 고등학교 아랍어 회화 1 교과서를 구해야 하는데, 이것을 어디에서 파는지조차 알기 어려웠거든요.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아랍어 교재들은 독학하려는 사람이 보기에는 너무나 어려웠어요. 그 책들 상당수가 대학교 강의용 교재겸으로 나온 책들이었거든요. 아랍어 교재 중 '종합아랍어'라는 책과 kitab al-asasi 라는 책이 있는데, 이 두 책에서 쉬운 부분만 추려낸 것이 입문용 교재 및 아랍어 회화 1 교과서였어요. 그리고 '종합아랍어'와 kitab al-asasi는 아랍어 전공 과목 교재로 이용되는 책이구요. 쉬운 부분만 추려내서 입문용 교재를 만들었다고 하나 용어 자체가 일단 어려웠어요. 당장 글자부터 '어두형, 어중형, 어말형, 독립형'이라고 설명하는데, 이 말 뜻을 이해하기 전에 이미 알레르기 반응 일으켜서 퇴마 의식 당하는 귀신들린 사람처럼 부르르 떨어대었어요. 알레르기 반응을 참아가며 홀로 독학해보려 해도 저런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은 새로운 장벽이었어요.

난이도만 따진다면 시험이 존재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던 2001학년도 수능 제2외국어 영역급으로 출제되었지만 글자의 장벽은 어찌 할 도리가 없었어요. 당연히 응시생들 점수는 하위권에 쏠려있었어요.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출제진은 난이도를 올릴래야 올릴 수가 없었어요. 난이도를 형편없을 정도로 낮추었음에도 이상적인 정규분포가 나타나지 않았거든요. 그렇지만 응시생들이 늘어나면서 다른 제2외국어들로부터 너무 쉽게 내는 것은 안 된다는 견제가 들어왔어요. 아랍어 출제진 역시 그래도 책 한 장 본 사람이 시험 더 잘 보게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년도보다는 난이도를 아주 살짝 올렸어요. 아직까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아랍어는 초창기인데다 죄다 찍어대니 문제를 쉽게 낼 수 밖에 없다고 하면서 낮은 난이도를 유지하도록 했어요.

한편, 인터넷에서는 수능 아랍어와 관련된 괴담들이 떠돌기 시작했어요. 전부 찍었는데 1등급이 나왔다느니, 아랍인이라서 터번 쓴 사람을 골랐더니 정답이었다느니 등등 이야기가 돌았고, 글자만 외워도 2등급, 등급컷 원점수 폭발이라는 말도 돌고 있었어요. 이런 소문들과 맞물려 인터넷에서 수능 아랍어 응시했다고 인증샷을 올리고 자랑하는 행동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기 시작했어요.

단, 수능에서 아랍인이라서 터번 쓴 사람을 골랐더니 정답이었다는 말은 거짓이에요. 수능 모의평가, 모의고사까지 뒤져본다면 또 모르겠지만, 최소한 수능 시험에서 그런 문제는 없었어요.

이 당시 응시자 수 및 비율은 다음과 같아요. 비율은 소수점 두 번째 자리에서 반올림했어요.

과목 - 응시자 - 비율
일본어 38009 41.8%
한문 17236 19%
중국어 15940 17.5%
독일어 6564 7.2%
프랑스어 5648 6.2%
아랍어 5072 5.6%
스페인어 1548 1.7%
러시아어 826 0.9%

전년도와 비교해보면 매우 흥미로운 변화를 알 수 있어요. 제2외국어 영역 전체 응시생이 6119명 감소했는데 스페인어, 중국어, 러시아어는 오히려 응시자가 늘어났어요. 독어와 불어는 각각 전년 대비 2142명, 1801명 감소했고, 아랍어는 무려 2888명 증가했어요. 이렇다고 해서 바로 '불어, 독어 응시자가 다 아랍어로 넘어갔구나' 라고 분석하면 큰 오산이에요. 아랍어는 이 당시 가르치는 학교도, 교사도, 학교에서 배우는 학생도 없었거든요. 공교육 현장에서는 제2외국어가 일본어와 중국어로 정리되어 가는 추세였어요. 즉, 공교육 현장에서는 독어와 불어 선택 학생을 일본어, 중국어, 한문이 잡아먹고, 수능에서는 일본어, 중국어, 한문 선택자를 아랍어가 잡아먹었다고 봐야 해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어요.

학교 현장 : 불어, 독어 -> 일어, 중어, 한문
수능 선택 : 일어, 중어, 한문 -> 아랍어

실제로 출제 과정에서 아랍어를 제일 많이 견제한 제2외국어는 일본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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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제2외국어 문제와 해설이에요. '더보기' 버튼을 누르면 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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