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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외국어 수능 아랍어의 역사 02. 동방박사의 알현 - 2006학년도 아랍어 문제, 정답, 설명

좀좀이 2016. 11. 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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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아랍어는 무사히 제2외국어 영역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인가?

첫 시험에서 바로 러시아어 응시자수는 제쳐버렸어요. 러시아어는 아랍어 황제 폐하가 응애 하고 울자마자 무릎을 꿇었어요. 하지만 응시자수 비율로 보면 러시아어 0.3%, 아랍어 0.4%였고, 인원수는 러시아어가 423명, 아랍어가 531명이었어요. 세상에 등장하자마자 러시아어 따위는 바로 굴복시켰지만, 이것은 아랍어가 잘나서 러시아어를 굴복시킨 것이 아니라 러시아어가 여태까지도 제2외국어 영역에서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쭉정이 신세였기 때문이었어요.

즉, 2005년 당시 최대 문제는 아랍어를 제2외국어 영역에 제대로 잘 정착시키는 것이었어요. 일단 첫 시험에서 쭉정이 러시아어를 이겼지만 러시아어는 그래도 가르치는 학교라도 있었어요. 그에 비해 아랍어는 가르치는 학교도 없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아랍어과 출신 반수생들이나 응시하는 존재 자체에 의문인 과목으로 전락할 위기가 전혀 허황된 망상이 아니었어요. 실제로 정식으로 실시된 아랍어 최초의 모의고사인 2004년 6월에 실시된 2005학년도 6월 모의고사에서 출제위원은 8명이었지만 응시생은 1명이었거든요.

더욱이 2005년도 수능 아랍어 시험은 참담한 실패였어요. 왜냐하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과는 달리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제2외국어 아랍어는 쉽거나 어처구니 없는 시험이 아니었거든어요. 오히려 난이도를 보면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되었어요.

당시 상황에서는 2005학년도 수능 아랍어 시험은 대학교 아랍어과 1학년에게 1학년 2학기 시험으로 주어도 될 수준이었어요. 그 당시만 하더라도 1학년때 열심히 공부해서 학점 관리를 한다든가 하는 분위기도 그리 심하지 않았고, 중동 건설붐이 꺼진지 한참 후라서 점수 맞추어서 아랍어과 들어와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어요. 더욱이 아랍어를 미리 공부하고 들어온 학생이 있을 리 없었어요. 가르치는 학교도 없는데 미리 배워오는 학생이 있을 수가 없죠. 있다 하더라도 아랍어과 입학 확정 후에 지역에 있는 모스크에서 진행하는 아랍어 스터디에 참가해 조금 공부하는 수준이었어요. 즉, 아랍어과 입학 후 한 학기 열심히 공부하고 반수를 한 학생도 만점 받기 어려웠다는 거에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었어요. 점수가 전체적으로 엉망이었거든요. 수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등급제는 표준정규분포에 따라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응시자의 점수 분포가 고르게 나와야 해요. 그런데 첫 해 아랍어 시험의 결과는 참담하게도 죄다 아래쪽에 쏠려 있었어요. 그래도 첫 해라고 나름 조금 쉽게 출제하라고 배려해주었는데, 상황이 예상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막장 상황이었어요.

한편 출제진인 대학교 교수와 강사들은 수능 출제를 해본 적도 없고,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를 어떻게 배우는지 제대로 알 리가 없었어요. 게다가 첫 시험이라고 긴장을 잔뜩 했고, 경험도 없다보니 제대로 긴장 바짝 했어요. 출제진은 당연히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을 기준으로 판단하며 문제와 난이도 조절을 했지만, 결과물은 의욕만 지나치게 앞선 것이었어요.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은 그래도 자기 전공과목이니까 글자라도 외우지만, 수능 제2외국어를 치루는 학생들은 아예 거들떠볼 생각조차 안 하는 학생들이 태반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었죠.

이렇게 되자 양쪽에서 내린 결론은...

쉽게 출제하자.

아랍어에 대한 흥미도 높이고, 다른 제2외국어보다 쉽다고 홍보도 하고, 응시자들의 성적 분포를 고르게 만들기 위해 내린 결론이었어요. 그래서 아랍어의 진정한 전설은 첫 시험이 아니라 두 번째 시험인 2006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부터 시작되요.

난이도 하락의 가장 핵심은 출제 범위를 고등학교 아랍어 회화 1 교과서로 한정한 것이었어요.

물론 아랍어가 전년도에 비해 더 쉽게 출제되든 말든 응시자들이 선택과목을 고를 때에는 별 상관없는 일이었어요. 뭐 봐서 알아야 쉽든 말든 하죠.

그래도 나름 아랍어 과목이 수능에 존재한다는 것도 알려지고, 몇몇이 장난으로 응시해보기도 하면서 응시 인원은 꽤 늘어났어요. 이들이 바로 황제의 출현을 알아보고 참배하러 온 동방박사 같은 존재죠.

수능에서 제2외국어 영역 출제시 다른 제2외국어 영역 출제진의 감수도 받게 되는데, 이 당시에는 평가원, 출제진 모두 아랍어가 너무 쉽게 출제하더라도 좀 봐주자는 분위기였다고 해요. 일단 전년도 응시자 비율이 형편없이 적었고, 응시자들의 점수도 형편없었으며, 아랍어 글자를 보는 순간 '아, 저건 뭔지 모르겠다' 하면서 글자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장벽 때문에 쉽게 내는 것을 용납해주었다고 해요. 게다가 이 당시만 해도 제2외국어 세계는 일본어 제국 강점기라서 일본어 견제를 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있을 때였어요. 공교육을 송사리 무리 속 베스처럼 다 잡아먹은 일본어를 다른 외국어들이 곱게 보아줄 리가 없었어요. 전년도 응시자 0.4% 따위에게는 신경쓸 여유가 없었어요. 일본어 제국은 공교육에서 다른 제2외국어 선택 학생들을 잡아먹고 또 잡아먹고 있었거든요.

일본어 제국 강점기에 그나마 자기 구역을 확보하고 있던 것은 중국어. 그리고 일본어 제국에 적응하지 못해 '한문'으로 망명한 무리들이 나름의 세력권을 구축하고 있었어요. 공교육, 수능 할 것 없이 다 잡아먹는 일본어 제국의 끝없는 욕심에 모두 신음하던 시절이었어요.

이 당시 응시자 수 및 비율은 다음과 같아요. 비율은 소수점 두 번째 자리에서 반올림했어요.

과목 - 응시자 - 비율
일본어 42758 44.1%
한문 18568 19.1%
중국어 15362 15.8%
독일어 8706 9%
프랑스어 7449 7.7%
아랍어 2184 2.3%
스페인어 1369 1.4%
러시아어 566 0.6%

이제부터 아랍어의 전설이 시작되요. 그리고 이때 일본어 제국의 신분 차별에 신음하다 자포자기하며 아랍어를 응시했던 중생들은 기적을 목격하게 되요. 그곳은 만민평등의 땅이었어요.

난이도 자체가 엄청나게 낮아졌고, 몇 문제는 집중해서 보면 아랍어를 몰라도 맞출 수 있게 출제되었어요. 글자만 외워도 좋은 등급을 받게 출제되었어요. 물론 이 글자도 안 외우고 응시하는 학생이 태반이기는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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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제2외국어 문제와 해설이에요. 아랍어에 관심 없으신 분들은 여기서부터는 안 보셔도 되요. '더보기' 버튼을 누르시면 문제와 해설을 보실 수 있어요. 만약 왜 쉬운지 궁금하신 분은 1, 2, 3, 6, 28, 29, 30번 문제만 한 번 봐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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