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7박 35일 (2009)

7박 35일 - 48 프랑스 파리

좀좀이 2012. 1. 1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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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피라미드다!"



유리 피라미드는 책에서 꽤 많이 보았어요. 앞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어요.



정말 엄청난 인파. 처음에 무슨 식물원 온실인줄 알았어요.



"여기 뭐 하는 곳이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


궁금해서 유리 피라미드로 갔어요.


여기가 루브르구나!


유리 피라미드가 루브르 박물관 입구라는 사실은 몰랐어요. 루브르 박물관 유명한 거야 두 번 말하면 잔소리죠. 유리 피라미드도 꽤 많이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유리 피라미드 = 루브르 박물관' 이라는 생각은 지금껏 한 번도 해 보지 못했어요. 정작 유리 피라미드 앞에 가서야 여기가 루브르 박물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루브르 박물관을 들어가기엔 늦은 시간이라서 요금이나 보고 가기로 했어요.


금요일 오후 6시 이후에는 할인된 요금이라는 문구를 발견했어요. 만 26세 미만은 공짜이고 성인은 할인이라고 했어요.


"공짜라는데 일단 들어가 볼까요?"


후배는 공짜고 저도 할인받는 것을 생각해보니 그냥 들어갔다 와도 나쁘지 않겠다는 계산이 섰어요. 어차피 이제 시간이 늦어서 슬슬 하루 일정을 마무리짓고 저녁 먹고 돌아가야할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공연 하나 보는 셈치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세계사 교과서에서 질리도록 본 함무라비 법전 원본.


수메르 관을 다 보고 천천히 보려는데 문 닫을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루브르 박물관 안에서 밖을 보니 정말 아름다웠어요. 유물 보는 것 외에도 이런 쏠쏠한 재미가 있는 루브르였지만 문제는 시간이 너무 없다는 것. 박물관이 워낙 커서 할인 가격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시간에 들어가서는 도저히 다 볼 수 없었어요.


이렇게 된 거, 중요한 것만 본다!


전부 다 보는 것은 당연히 무리였고, 보고 싶은 것만 골라 보는 것도 무리였어요. 남은 방법은 오직 하나. 가장 중요하고 꼭 보아야하는 것만 보는 것이었어요. 루브르 박물관 팜플랫에 나와 있는 지도를 펼쳤어요. 여기에서 반드시 보아야 하는 것은 딱 세 개. 니케, 밀로의 비너스, 모나리자였어요.


딱 이거 세 개를 본 후, 시간이 남으면 그때 원하는 것을 보기로 하고 뛰듯이 걷기 시작했어요.



니케. 이건 진짜 볼 만 했어요. 실제 보니 꽤 크고 멋있었어요.



밀로의 비너스. 이것도 뭐 볼 만 했어요. 이제 남은 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힘을 내자!



음...최악이었어요...


위 세 개 가운데 가장 유명한 거라면 아마 모나리자일 거에요. 그래서 좀 볼 수 있을까 하고 힘을 내어 갔는데 정말 실망 그 자체였어요. 모나리자 원본이 그 어떤 아우라도 가지지 못해서 실망했다는 것은 아니에요. 그림과 가이드라인이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밀로의 비너스, 니케 앞에 몰려 있는 사람 다 더한 만큼 이 그림 앞에 모여 있었어요. 그림을 제대로 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어요. 이건 '보러' 온 것이지 '감상하러' 온 것이 아니었어요. 도저히 감상할 수가 없었어요. 그림이 큰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크기였는데 사람들은 완전 여기 다 몰려있다시피 하고 가이드라인과 그림과의 거리도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인증샷만 찍고 뒤돌아 나왔어요. 인증샷 찍으러 조금이라도 다가가는 것도 어려웠고, 인증샷 찍고 나오는 것도 어려웠어요.


모나리자를 보고 밖으로 나왔어요.



이것도 개선문이에요. 멀리 보이는 건 에펠탑.



루브르의 야경.


루브르 박물관에서 나와 길을 걷다보니 콩코드 광장까지 왔어요.



오벨리스크와 에펠탑. 이 오벨리스크 진짜에요. 메이드 인 마쓰르에요. (이집트 방언으로 이집트는 '마쓰르'에요.)



오벨리스크의 위엄.



"오~샹젤리제~! 오~샹젤리제~!"


콩코드 광장은 샹젤리제 거리의 시작지점이에요.


"우이 샹젤리제 거리 봤죠?"

"예?"


무슨 말인지 의도를 몰라서 후배가 저를 쳐다보았어요.


"아, 우리 여기서 개선문도 보고 에펠탑도 보았잖아요. 귀찮게 저거 뭐드러 걸어요? 여기서 샹젤리제 거리 충분히 감상했으니 돌아가요. 카메라로 볼래요? 제꺼 줌으로 찍으면 잘 볼 수 있는데."


후배가 막 웃기 시작했어요.



호텔까지 걸어가기로 했어요. 가는 길에 본 센 강.



바스티유역을 한 장 찍고 호텔로 돌아와 잠을 잤어요.


다음날. 호텔에 짐을 맡기고 나왔어요. 오늘 목표는 바로 Fnac!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가며 프낙을 찾아갔어요. 프낙은 바스티유 광장 근처에 있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제3 세계 영화 DVD가 많이 있었어요. 제가 그렇게 찾던 모로코 영화 Mille mois와 차드 영화  Abouna 도 있었어요. 일단 이 두 DVD를 구입했어요.


"그런데 왜 여기는 DVD만 있지?"


DVD를 구입하고 직원에게 책은 어디 있냐고 물어보았어요. 학교에서 부전공으로 배워서 생긴 능력인 저의 저질 불어가 참 유용했어요. 직원은 여기는 CD 매장이고 책 매장은 다른 곳에 있다고 했어요.


다른 Fnac 가게에 가기 위해 나가는데 검색대가 있었어요. 별 생각 없이 지나가는데 갑자기 삑삑거리며 울렸어요.


"잠깐만요."


덩치가 산 만한 흑인 경비 아저씨가 저를 세웠어요.


"다시 통과하세요."

"예."


다시 통과하는데 또 삑삑 소리가 났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외투를 벗고 통과를 했어요. 당연히 소리가 안 났어요. 외투만 통과시키자 또 삑삑 소리가 났어요. 그래서 주머니에 있는 것을 전부 꺼내서 또 통과시켜 보았어요. 또 삑삑 소리가 났어요. 흑인 경비 아저씨는 소지품을 하나하나 직접 들고 통과해보기 시작했어요.


문제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구입한 세르비아어-영어 포켓 사전이었어요. 흑인 아저씨는 웃으며 잘 가라고 했어요. 저도 웃으며 잘 있으라고 하고 나왔어요.


일단 책을 파는 프낙을 가기 전에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어요. 점심은 그리스식 케밥인 기로스였어요.



식당 주인과 종업원들이 매우 친절하고 유쾌하고 쾌활했어요. 점심때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어요. 싸가는 사람도 많고 매장에서 먹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빵 속의 고기는 바로 돼지고기. 엄청나게 맛있었고, 가격도 파리의 물가를 생각하면 매우 착했어요. 주변에 다른 음식점들도 많고 한국 음식점도 있었는데 유독 이 가게만 장사가 엄청나게 잘 되고 있었어요.


프낙을 찾아가는 길. 분명 알려준대로 갔는데 프낙이 보이지 않았어요.


"어디 있는 거야!"


아무리 헤매도 프낙이 보이지 않았어요. 공원에 앉아서 쉬는데 공원에서 청년들과 할아버지들이 Pétanque 라는 놀이를 하고 있었어요. 우리나라의 구슬치기 비슷해 보였는데 쇠구슬 한 개가 주먹만하고, 굴리듯 던지는 것이 아니라 손등이 위로 가게 공을 잡아 던졌어요. 재미있는 것은 이 공을 집는 도구가 있다는 것이었어요. 중지에 끼우는 고리가 있고 고리 아래에 긴 쇠줄이 있고 아래에는 자석이 달려 있어서 허리를 굽혀 공을 줍는 것이 아니라 이 도구로 공을 붙여서 공을 주웠어요.


프낙을 가야 다른 것을 보는데 프낙이 나오지 않아 점점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어요.



분수에 참새 두 마리가 물에 발을 담그고 쉬고 있었어요. 저도 분수에 발을 담그고 싶었어요. 참새에 감정이입을 해서 쉬는 느낌을 참새와 함께 느껴보려고 했어요.



음...


한 마리가 분수에서 목욕하기 시작했어요. 분수에서 발가벗고 목욕? 이건 감정 이입이 어려웠어요. 이건 범죄행위에요. 옆에 놈에 감정이입을 해보려 했으나 옆에서는 목욕하고 있는데 물을 마시고 있었어요. 이것도 역시 감정 이입하기엔 너무나 어려웠어요.


퐁피두 센터도 보고 이것 저것 많이 보기는 했는데 문제는 프낙을 못 찾아 헤매다 본 거라 사진도 하나도 못 찍었어요. 짜증이 밀려오고 힘이 들어서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기억나는 거라면 퐁피두 센터 앞에서 무슨 공연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어요. 피에로도 나오고 여러 가지 쇼도 하고 있었다는 것은 기억나요.


혼자 물어보며 찾기는 힘들어서 후배에게도 좀 물어보라고 했어요.


"저 불어 모르는데요..."


후배가 물어보기 싫은 것을 불어 모른다는 핑계로 싫다고 했어요.


"여기 영어도 잘 통해요!"


파리는 영어도 잘 통해요. 꼭 불어를 할 필요는 없어요. 저야 부전공으로 불어를 배웠고 영어를 극악으로 못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불어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영어를 하며 돌아다녀도 불편할 것이 하나도 없는 도시였어요. 그래서 후배에게도 프낙 위치를 물어보라고 했어요.


서로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는데 후배가 길을 알아왔어요. 그래서 후배가 알아온 길로 갔어요. 진짜 프낙 서점이 있었어요.


정말 고생해서 프낙 서점을 찾았는데 둘러보고는 바로 실망했어요. 외국어 서적이 질베르트 죈보다 적었어요. 그래도 질베르트 죈에 없는 서적들도 보였어요. 가만히 보니 '오로모어'와 '로마니어' 서적도 있었어요. 오로모어는 에티오피아에서 사용하는 언어인데 이 나라에서 사용하는 다른 언어들과 달리 라틴 알파벳을 사용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로마니아어는 집시들이 사용하는 언어. 그래서 이 두 서적을 구입하고 프낙에서 나왔어요.


프낙에서 나오니 돌아다니기 위한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파리에서의 둘째날 일정은 이렇게 마무리짓고 리용역으로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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