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7박 35일 (2009)

7박 35일 - 40 몬테네그로 울친 구시가지 Stari Grad Ulcinj

좀좀이 2012. 1. 1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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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신나서 외쳤어요.



와~신난다!


짐을 끌고 오르막길 오르니 몸이 건강해져요. 악력 운동 제대로 되요. 거기에 오르막길 경사도 급해요. 길도 지그재그에요. 건강해지는 소리가 들려요. 야~신난다!


짐을 끈다는 표현보다 잡아 댕긴다는 표현이 맞았어요. 진짜 너무 신나서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입에서 욕이 나오고 땀이 삐질삐질 나기 시작했어요. 마음 같아서는 후배의 짐도 끌어주고 싶었지만 제 짐 끄는 것도 충분히 벅찼어요. 소가 달구지 끄는 기분이 어떤지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어요.



그냥 곧은 길을 짐을 끌고 가면 그래도 나을 거 같은데 길은 계속 꼬불꼬불했어요. 잠깐 쉬려고 섰어요. 쉬는데 쉬는 게 아니었어요. 가방이 제 멋대로 뒤로 자빠지려고 했기 때문에 쉬는 동안에도 가방을 잡고 있어야 했어요.



몬테네그로 와서 모스크를 보니 기분이 묘했어요. 둥근 돔은 보이지 않았고 첨탑 (미나렛)만 보였어요. 짐만 없다면 참 걷고 싶은 거리인데 짐이 있다는 것이 문제. 앞에는 내리막길이었어요. 지금 정상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이런 내리막길 나오면 하나도 안 반가워요. 내려가는 만큼 2배로 나중에 올라가야 하니까요.


잠시 쉬고 사진을 찍다가 또 열심히 걸었어요. 조금 걷자 성이 나왔어요.



성 옆은 공동묘지.



멀리서도 절대 낮아보이지 않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더더욱 절대 낮아보이지 않는 울친 성.



옛날 군인들은 이런 성벽을 어떻게 기어올라갔는지 신기했어요. 마땅히 잡고 올라갈만한 부분이 보이지 않았어요. 역시 군대는 갈수록 편해진다는 말이 맞긴 맞나 봐요. 요즘은 이런 성을 맨손으로 기어올라갈 일은 없으니까요.



공동 묘지 옆으로 공원이 있고 성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어요.


"성에 들어가 볼까요?"

"글쎄요."


후배가 망설였어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성에 안 들어가고 무조건 언덕만 넘는 건 뭔가 아닌 것 같았어요.


"한 번 들어가보죠. 여기 절대 다시 올 거 같지는 않은데요."



성에서 바라본 바다. 그냥 평범한 바다였어요. 그래도 이 바다 역시 나름 아드리아해. 말로만 들은 두브로브니크의 앞바다와 같은 아드리아해에요.



이렇게 생긴 옆문으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이건 성에서 들어온 입구쪽을 바라본 거에요.



이건 성에서 내부를 바라본 모습이에요. 성 내부는 전부 유적일 줄 알았는데 내부에 또 마을이 있었어요.



성문을 통과해 왼쪽으로 가려고 했으나 왼쪽은 이렇게 길이 막혀 있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성문 입구와 똑바로 이어진 길로 갔어요.



설마 저런 감옥 같은 곳 앞에서 쉬면서 낭만을 즐기라는 건가? 생긴 것은 영락 없는 감방이었어요. 저 철창 안에 갇혀서 일박 하면 옛날 포로나 죄수의 기분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관광상품이 될 수도 있겠네요. 파도 소리를 음악 삼아 달을 바라보며 철창 안에서 굴러다니는 일박이라...



한쪽 구석에는 옛날에 썼던 포탄을 수북히 쌓아놓았어요. 거의 방치 상태였어요.


성벽 위로 기어 올라갔어요.



보존 상태가 좋다고 할 수는 없었어요.



관광지나 유적으로 많이 신경써서 보존하고 복원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물에 젖어 미끄러운 성벽 위를 걸어다니다 내려와서 성에서 바다를 내려다 보았어요.



아름답다면 아름답고 아름답지 않다면 아름답지 않은 평범한 바다가 펼쳐져 있었어요.



성을 마지막으로 둘러보다 발견한 오스만 튀르크 제국의 흔적이에요.


울친 성은 왠지 방치된 성 같았어요. 의외로 보존 상태가 좋아서 복원에 큰 관심이 없을 수도 있어요. 한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면 몬테네그로가 세르비아와 오랫동안 같은 나라로 있으면서 세르비아 때문에 같이 경제재제를 당했다는 거에요. 이게 결정적인 원인이 되어서 몬테네그로가 세르비아로부터 독립했어요. 몬테네그로는 슬로베니아나 크로아티아처럼 산업이 크게 발달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성을 복원하고 관광지로 크게 키울 능력이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어요.


성을 나와 계속 걸었어요.



멀리서 보았을 때 매우 예뻤던 성당.



계속 오르막길을 올라갔어요. 정상을 향한 힘찬 발걸음!



바다는 아직도 파도가 세게 치고 있었어요.



아직도 조용한 울친. 얼핏 보면 그냥 평화로운 해변 마을이었어요.



"다 올라왔다!"


드디어 오르막길 정상에 올라왔어요.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어요.



시계탑까지 갈 수도 있었지만 이건 안 가기로 했어요. 여기도 역시나 시계탑 시간이 맞지 않았어요.


시계탑까지 보고 내려와 버스 터미널로 돌아갔어요. 원래 계획된 방문은 아니었지만 운이 좋아서 덤으로 구경하게 된 도시. 확실히 포드고리차보다 십만배는 더 아름다웠어요.


울친에서 다시 한 번 느낀 것은 발칸 유럽 국가들은 수도보다 수도가 아닌 도시들이 더 아름답다는 것이었어요. 물론 베오그라드, 소피아, 사라예보처럼 원래 오래되었고 중요한 도시들은 볼 것도 많고 방문 의의도 있고 아름다웠어요. 그러나 그렇지 않은 수도들도 많았어요. 가장 대표적인 곳이 포드고리차. 왜 몬테네그로 사람들이 '우리나라는 포드고리차 빼고 다 예뻐'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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