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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국은 절대 안 간다."


자금성이고 만리장성이고 진시황릉이고 전혀 관심없었어요. 관심을 가질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왜 가야하는지 그 어떤 이유도 찾지 못했어요. 저의 여행 목표에 중국 땅은 단 한 곳도 들어가 있지 않았어요. 심지어는 홍콩, 마카오조차 전혀 가고 싶지 않았어요. 단순히 매우 많은 사람들이 가는 돈만 조금 있으면 갈 수 있는 나라라서가 아니었어요. 중국에 대한 인상은 아주 오래 전부터 매우 안 좋았어요.


1990년대 중후반으로 기억해요. 일본이 잃어버린 20년 시대에 들어가면서 제주도로 찾아오는 일본인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들었어요. 제가 어렸을 적, 일본어로 적힌 간판을 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관광지에 가면 일본어가 병기되어 있었고, 제원아파트쪽 큰 길에 있는 여러 상점 간판에 일본어가 적혀 있었어요. 일본인들이 돈을 펑펑 쓴다는 말은 조금 들어보았어요. 일본인 관광객을 도와주었더니 만원을 받았다느니 등등요. 술집에서 아가씨를 데리고 놀고 아가씨에게 돈을 주는 게 아니라 꼭 물건을 사주어서 아가씨들이 나중에 가게로 와서 다시 물건을 환불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어쨌든 일본의 버블경제 시기에 온 일본인 관광객들은 돈을 많이 썼어요. 하지만 잃어버린 20년 시대로 들어가면서 일본인 관광객은 싹 사라졌고, 그 자리를 채운 것이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었어요.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어요. 물건은 죄다 건드려놓는데 정작 구입은 안 한다구요. 그래서 중국인 관광객을 아예 받지 말까 고민하는 상인들도 여럿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어요.


대학교 복학 후. 옆 대학교에서 중국인 유학생을 대거 받아들였어요. 덕분에 학교 주변에 중국인들이 엄청나게 늘어났어요. 이 중국인 유학생들이 얌전히 학교를 다니면 좋은데, 문제는 엉뚱한 제가 다니는 학교에까지 와서 문제를 만든다는 것이었어요. 공용 컴퓨터는 온통 QQ에 이상한 중국 프로그램이 깔려 있고, 시끄럽게 떠들고 쓰레기 아무 데나 버리고 담배 아무 데서나 태우는 건 기본이었어요. '무개념한 중국인'의 모습을 보는 것은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중국인의 긍정적인 모습은 정말 거의 보지 못했어요.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2010년이 될 때까지 직접 본 긍정적인 중국인의 모습은 단 하나도 없었어요. 중국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하든, 중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돈을 많이 쓰든 다 상관없었어요. 당장 제가 직접 보는 중국인의 모습은 가히 최악이었으니까요. 어렸을 적 8억 중국인, 대학생때 10억 중국인, 그리고 지금 12억 중국인 가운데에 무개념 중국인도 많지만 개념찬 중국인도 많을 거에요. 그러나 어쨌든 제게 보이는 것은 온통 무개념 중국인들 뿐이었어요. 여기에 외국 여행 중 목격한 유라시아 대륙에서 일어나는 중국인에 대한 멸시는 이런 성향에 더욱 부채질했어요.


2010년 이후, 어쩌다 좋은 중국인들을 만나기도 했어요. 그런다고 생각이 바뀌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좋은 중국인 1명을 만난 후, 안 좋은 중국인 수십명을 보았으니까요.


우즈베키스탄에서 1년 거주하고 돌아온 후, 제가 다녀온 나라들을 보니 멀리 대서양과 접하고 있는 모로코부터 동쪽의 타지키스탄까지 쭉 연결되어 있었어요. 단순히 갔던 나라의 국경들이 접하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여러 여행의 경로들을 쭉 이어보니 모로코에서 타지키스탄까지 쭐쭐쭐 넘어온 것이었어요. 뭔가 계획하고 하나씩 다녀온 것은 아니었는데 결과물을 보니 그렇게 되어 있었어요. 본의 아닌 유라시아 횡단이었어요. 중국만 다녀오면 진정한 유라시아 횡단, 그리고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까지 이어지는 것이었어요. 그러나 중국은 정말 가기 싫었어요. 머리 속 중국은 지금껏 직접 보아왔던 무개념 중국인들이 바글대는 곳. 제 돈 써가며 거기에 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게다가 제가 정말 가고 싶어하던 곳들과는 계속 멀어지고 있었구요. 제가 진심으로 가보고 싶어하는 곳들은 모두 우리나라에서 서쪽으로 가야 하는데, 저는 오히려 동쪽으로 가고 있었어요. 이러다가는 태평양을 건너고 대서양을 건너서 마지막으로 제가 진짜 가보고 싶어하는 곳을 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만 진짜 그렇게 되어가고 있었어요.


중국의 서쪽 끝은 신장 위구르 자치지역. 신장 위구르 자치지역부터 시안까지 다녀오면 진짜로 실크로드 모두 다녀온 것이었어요. 그러나 신장 위구르 자치지역이 중국령이라는 것 때문에 전혀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 이후 여행을 가고 싶어진 곳은 바로 어렸을 적 보았던 KBS 다큐멘터리 '아시안하이웨이'를 따라가보는 것이었어요. 이렇게 하면 다시 서쪽으로 나아가는 것이었어요. 그러나 문제는 아프가니스탄. 사실 저 다큐멘터리를 제대로 초집중해서 보기 시작한 것은 정작 마지막 바로 전편이었던 아프가니스탄편이었어요. 아프가니스탄편을 본 후, 너무 재미있어서 그 다음편인 이란편을 보았는데, 당시 아르메니아와 전쟁중이던 아제르바이잔의 트럭기사들 인터뷰가 나온 후, 터키 국경에서 '여기부터는 유럽 하이웨이가 이어집니다' 라는 멘트가 나오며 끝나버렸어요. 만약 아프가니스탄 여행을 갈 수 있었다면, 아시안 하이웨이 및 실크로드의 완벽한 육로 연결을 위해 아프가니스탄 및 이란으로 떠났을 거에요.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은 여행금지국가라 갈 수가 없었고, 베트남부터 시작해 찔끔찔금 서쪽으로 다시 향하기 시작했어요.


이런 제게 큰 변화가 찾아온 것은 바로 게스트하우스 일하면서부터였어요. 세상에 무개념 중국인들만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작년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처음 직접 보게 되었어요. 물론 중국인들이 모두 개념찬 것은 아니었어요. 아무래도 절약정신이 많이 부족했어요. 긴머리를 가진 중국인 여자가 머물고 간 방 화장실 세면대는 반드시 막혀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껏 보아왔던 그 무개념 중국인들과 달리, 게스트하우스로 찾아온 중국인들은 상당히 착하고 예의가 바른 사람들이었어요. 나름대로 자기들 식으로 객실을 정리해놓으며 지내려 하는 모습을 보며 상당히 놀랐고, 사소한 배려 하나에 정말 고마워한다는 것을 알고 충격받았어요.


그렇지만 중국을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무턱대고 집에서 나가고 한국을 떠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궁금한 게 있고 알고 싶은 게 있어야 여행을 떠나는데 중국은 그런 게 전혀 없었어요. 너무나 많은 사진, 너무나 많은 이야기, 너무나 많은 뉴스를 접했거든요.


이런 심경의 변화 이전에 위구르 지역을 다녀올까 한 적이 딱 한 번 있었어요. 바로 베트남 여행 갈 때였어요. 그 당시 원래는 신장 위구르 지역의 우루무치에 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때가 겨울이었어요. 한국에서도 춥다고 따스한 곳으로 여행가야지 하던 판이었는데 우루무치 또한 당시 서울 못지 않게 매우 추웠어요. 그래서 간 여행이 바로 베트남 여행이었어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나 다녀올까?'


게스트하우스 일을 그만두고 쉬며 고민했어요. 미얀마,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이란. 이 네 나라 중 어느 곳으로 여행을 갈까, 그리고 간다면 언제 갈까 고민하고 있었어요.


이때 친구로부터 메시지가 날아왔어요.


- 우리 티벳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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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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