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겨울 강행군 (2010)

겨울 강행군 - 26 이탈리아 베니스

좀좀이 2012. 2. 6.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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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오늘 뭐했어?"

친구는 박물관을 3곳 다녀왔다고 했어요.

"엄청 힘들었겠다."

"너는?"

"나? 그냥 돌아다녔어."

정말 다리가 아팠어요. 미친듯이 걸어다녔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걸었어요. 비엔나 여기 저기 많이 보기는 했지만 몸은 완전 꽁꽁 얼어있었고 다리는 얼얼했어요. 몸을 녹인 거라고는 잠깐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신 것...그 정도였어요. 교회에 들어가 잠시 앉아서 쉬던 것도 몸을 녹인 거라면 몸을 녹인 거겠죠. 하지만 교회도 추웠어요. 안 추운 것은 아니었어요. 단지 바깥보다 덜 추웠을 뿐이었어요.


기차에서 정신없이 잤어요. 국경 심사 따위는 없었어요. 친구도 저도 각자 매우 힘든 마지막 하루 일정을 소화했어요.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기절하듯 잠들었어요.


아침. 베니스에 도착했어요. 여기서 반드시 해야할 게 하나 있었어요. 바로 피씨방 가서 저가 항공사 티켓 출력하기. 일단 다시 산 마르코 광장으로 갔어요.



눈은 없었어요. 그래도 여기가 남쪽은 남쪽인가 봐요. 일단 지도를 보며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아갔어요.


"피씨방 어디에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어떻게 가라고 알려 주었어요. 지도에 위치도 표시해 주었어요. 그래서 그대로 따라갔어요.


"없잖아!"

그래요. 여기는 베니스. 지도를 믿을 게 못 되요. 사람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다행히 길을 잘 알려주었어요. 인터넷 카페 들어가서 비행기표 출력을 무사히 잘 했어요.


"이제 산 마르코 성당 보자."

산 마르코 성당으로 갔어요. 여기는 저도 못 들어가 봤던 곳. 그래서 기대를 했어요.

"가방은 뒤쪽 수하물 맡기는 곳에 맡기고 오세요."

다행히 이른 아침이라 줄이 거의 없어서 다행이었어요. 짐을 맡기고 다시 와서 들어갔어요.


'이거 뭔가 시시한데?'

큰 감상은 없었어요. 산 마르코 성당을 보고 다시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운하의 도시. 사진 찍은 곳에서 맞은편으로 가려면 사진 속 다리를 건너서 한참 돌아가야 해요. 그래요. 여기는 베니스. 절대 눈 앞에 있다고 갈 수 없는 곳.


베니스 구경은 별로 재미 없었어요. 짐을 들고 다니는 것도 힘들었고, 여행 처음에 너무 돌아다녀서 별 감흥이 없었어요. 더욱이 저는 여기 벌써 네 번째. 이제 질려요. 친구를 보았어요. 친구도 별로 재미있어 하는 눈치는 아니었어요.


"우리 추운데 공항이나 갈까?"

"그러자."


공항을 가기 위해 버스 터미널로 가다가 갑자기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졌어요. 베니스에서 잊을 수 없는 것은 산 마르코 광장도 운하도 아니었어요. 그것은 바로 멜론맛 아이스크림. 진짜 멜론 덩어리가 섞여 있는 아이스크림이었어요.



시계탑. 베니스에서 아주 중요한 이정표에요.여기 앞을 지나 베니스역쪽으로 걸어갔어요. 걸어가다보니 아주 큰 아이스크림 가게가 나타났어요. 생각해보니 이 가게에서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은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정말 맛있게 생긴 아이스크림. 우리나라 멜론은 연한 초록색이에요. 그래서 메로나도 연한 초록색. 그런데 이 동네 멜론 아이스크림은 살구색이었어요. 왜 그런지는 나중에...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이 동네 멜론은 속이 살구색. 그래서 아이스크림도 살구색. 베니스는 젤라또가 유명해요. 그래서 아이스크림 파는 가게가 많아요. 가격은 대략 1스쿱에 2유로. 아무리 추워도 베니스 와서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고 가는 것은 조금 그랬어요. 여기도 추웠지만 못 견딜만큼 추운 날씨는 아니었어요. 이제 저와 친구는 백전노장처럼 되었어요. 눈투성이 프라하, 브라티슬라바, 비엔나를 돌아다녔고, 여행 첫날 눈바람이 몰아치는 베니스를 돌아다녔어요. 눈바람이 몰아치던 베니스를 걸어다닐 때 제 신발은 물이 새고 있었지만 지금 제 신발은 물이 새지 않는 신발. 이 정도 추위 쯤은 견딜 만 했어요.


가게에 들어갔어요.

"너 뭐 먹을래? 내가 하나 살께."

"그래?"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하자 시큰둥했던 친구는 제가 사준다고 하자 아주 좋아했어요. 저도 그렇고 역시 공짜란 좋은 거에요. 서로 여행 중 힘들게 한 것이 많았어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친구가 이번에 저와 다니며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는 것. 그래서 제가 아이스크림을 사기로 했어요.

"뭐 먹을래?"

제가 먹을 것은 정해져 있었어요. 제가 먹을 것은 바로 멜론맛. 친구는 시트론맛을 골랐어요. 저는 살구색 아이스크림, 친구는 눈처럼 하얀 아이스크림.


"이거 맛있다!"

친구와 저, 둘이 거의 동시에 외쳤어요. 제가 찾던 그 맛과 거의 똑같았어요. 친구도 너무 맛있다고 했어요.


"우리 하나 더 먹을까?"

"그러자."

저는 당연히 멜론맛을 하나 더 먹었어요. 친구는 헤이즐럿맛을 먹었어요.

"헤이즐럿 이거 대박인데? 진한 맛이 그대로 느껴져!"



이 가게에요. 베니스에서 아이스크림 파는 가게가 많은데 솔직히 맛있을 거라고 믿음은 안 가요. 원래 진짜 맛있는 베니스 아이스크림은 직접 손으로 만들어 파는 아이스크림. 많은 가게들이 아이스크림을 대량으로 받아서 팔기 때문에 생각만큼 맛있지는 않아요. 그런데 이 가게 아이스크림은 정말 맛있었어요. 구석에 쌓인 것은 발라먹는 초콜렛인 누x라. 몰타에서 저거 세일한다고 사와서 매일 식빵에 발라서 처묵거리며 시간 때우다가 질려버렸어요.


아이스크림을 먹고 공항으로 갔어요.


"이제 여행 끝인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시키고 비행기 시간을 기다렸어요. 아쉬움이 밀려왔어요. 한국으로 귀국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어요.

"그래도 추위는 이제 끝이네."

이제 따뜻한 몰타로 돌아가요. 이 추위는 전부 끝이에요. 하지만 아쉬웠어요. 다시 비엔나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아직 못 본 것도 많았어요. 그러나 돌아가야하는 시간.


비행기 시간이 되었어요. 정말 아무 것도 안 주는 저가 항공사 비행기에 올라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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