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Tip

인류학자처럼 여행하기 (여행에 도움되는 책)

좀좀이 2015. 9. 3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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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여행하는 것이 여행을 잘 하는 것인가?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시작되는 질문이에요. 여행 준비란 것은 사실 '어떻게 여행하는 것이 여행을 잘 하는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작성하는 거라 볼 수 있어요. 돈도 효율적으로 소비해야 하고, 시간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하고, 동선도 과연 가능한 동선인지, 위험한 것은 없는지 고려하고 미리 준비하는 행동 모든 것이 바로 여행을 잘 하기 위한 행동이지요. 이와 같은 여행을 잘 하기 위한 준비들이 바로 '어떻게 여행하는 것이 여행을 잘 하는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구요.


누구든 첫 여행에서는 당장 안전과 생존의 확보와 관련된 것을 준비하는 것조차도 제대로 못하고 허둥대기 마련이에요. 단지 차이라면 허둥대다가 전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다 제껴버리든가 마지막까리 머리 쥐어뜯으며 고민하느냐의 차이이지요.


그렇게 첫 여행이 끝난 후, 그 다음부터 여행을 가게 되면 여행 준비에 대한 부담은 회를 거듭해갈 수록 크게 줄어들어요. 나중에 가면 여행갈 때 기계적으로 짐을 싸게 되지요. 각자 자기에 맞는 최적화된 짐싸기가 정립되면 그때부터 짐싸고 떠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요. 단지 자취생이라면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해놓고 가야 해서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구요.


여행을 할 수록 중요해지는 것은 '어떻게 여행하는 것이 여행을 잘 하는 것인가'에요. 여행 준비가 '어떻게 여행하는 것이 여행을 잘 하는 것인가'와 관련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여행 준비가 어떻게 여행하는 것이 여행을 잘 하는 것인지에 대한 대답 그 자체는 아니거든요.


여행의 목적은 사람마다 달라요. 100% 휴식을 취하러 가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회와 문화를 보기 위해 가는 사람도 있고,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겨보기 위해 가는 사람도 있지요. 그 외의 나쁜 이유로 가는 사람들도 있고, 좋은 이유로 가는 사람들도 있구요. 목적은 사람이 다양한 만큼 다양해요.


여행을 떠나면 어떻게든 자신과 다른 환경 속의 사람들과 접하게 되요. 이렇게 마주치게 되는 전혀 다른 인문 환경 및 그 인문 환경 속의 사람들을 어떻게 관찰하고, 그들에게 어떻게 접근할 지가 바로 여행을 잘 하는 것에 대한 답이라 할 수 있어요.


완벽히 쉬러 가기 때문에 다른 사회의 문화나 풍습 따위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제로는 또 그렇지도 않아요. 어쨌든 다른 환경 속의 사람들과 만나게 되니까요. 그 사람들이 외부인들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면 맞추어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또는 그들이 접했던 외국인들 상당수가 우리와 문화적으로 많이 다른 외국인들이었다면 문제와 호기심이 발생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지거든요.


어떻게 여행하는 것이 여행을 잘 하는 것인지를 어떻게 사람과 사회를 관찰하는 것이 여행을 잘 하는 것인지로 바꾸어 볼 수 있다는 말이에요. 친해지든, 나를 보호하든, 흥정을 하든 결국 그 사회를 알아야 잘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인류학자처럼 여행하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꽤 도움이 되는 책이에요. 이 책은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볼 수 있어요. 전반부에서 다루는 것은 관광산업 및 현지인들의 생각, 여행자들의 착각 등을 다루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 여행자들의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준달까요. 개인적으로 이 사람이 관광지 주민들의 관점과 생각을 어떻게 이렇게까지 잘 알아냈는지 신기할 정도였어요. 한편으로는 저 역시 왜 그러는지 모르고 그러던 것들에 대해 납득이 가는 설명을 읽고 배울 수 있었어요. 분명히 생각해보아야할 부분이 많았어요.


제게 있어서 이 책의 백미는 1부 5장 '여행안내 책자를 해석하는 법'이었어요. 특히 수많은 여행 사진들이 왜곡된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을 읽으며 쇠망치로 머리를 강타당한 느낌이 들었어요. 왜 우리는 여행을 갔을 때 우리와 다른 모습만 바득바득 사진으로 찍어서 남기고 보여주려고 하는가?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간에 우리의 왜곡된 생각과 환상, 상상을 사진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했어요. 이 부분만큼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었어요. 하지만, 과연 여행 가서 어떻게 사진을 찍는 것이 이런 왜곡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사진찍기인지에 대해 구체적 대답까지는 없었어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라고 하는데, 말이 쉬워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진이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진 찍는 게 사진 찍어보면 제일 어려워요. 일단 이런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는 피사체들을 보면 구도니 뭐니 하는 건 둘째치고 사진기를 꺼내야겠다는 생각조차 안 들거든요. 진짜 마구 난사를 하지 않는 이상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는 모습들은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2부는 여행 기술 및 요령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어요. 여행을 별로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매우 유용할 것이고, 여행을 몇 번 해본 사람에게는 그냥 무난한 내용들일 거에요. 이 부분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것은 '여행 중 쓸 데 없이 귀에 뭐 꼽고 다니지 말고, 항상 안전에 신경써라'에요. 지은이는 2부 곳곳에서 계속 안전에 대해 강조해요.


이 책은 확실히 여행의 깊이를 더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책이에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처음 여행을 하는 사람보다는 한 번 이상 여행을 한 사람, 또는 처음 여행이지만 초장기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에요. 처음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 이것도 생각하고 저것도 고려하라고 하고 하는 건 무리이지요. 자기 스스로 계획을 해보고 실패도 해보고 성공도 해보는 것이 첫 여행의 성과물이니까요. '상대적 거리 개념'이라든가 '언어의 장벽' 같은 것은 직접 겪어보며 감을 잡아야하지요. 처음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많은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 그냥 모든 경험이 전부 학습이지요.


그에 비해 초장기간 여행을 하는 중이라 여행에 적응을 하고 감이 생겼다든가, 한 번 이상 여행을 해서 예전 경험으로 해결할 부분들이 있는 사람들은 생각할 시간이 있어요. 이럴 때에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을 곰곰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어떻게하면 더욱 현지인들과 잘 어울리고 잘 관찰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생각의 결과를 행동에 옮겨보면 여행의 깊이와 수준이 올라가게 되요.


이 책은 절대 생존법 백과사전이 아니에요. 사막에서 물을 어떻게 얻고, 먹을 게 없을 때 어떻게 허기를 채울 것이고 등등 생존비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에요.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여행을 어떻게 해야 더욱 깊이 있게 할 수 있는가에요. 거지처럼 빌붙어 다닌다고 해서 현지인들을 더욱 잘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을 마구 뿌려댄다고 해서 현지인들을 더욱 잘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어느 곳이든 간에 인간 집단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요.


최근 읽은 책 가운데 상당히 재미있고 좋은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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