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겨울 강행군 (2010)

겨울 강행군 - 22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

좀좀이 2012. 2. 5.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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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에서의 마지막 날. 다음날 일찍 빈으로 가야했기 때문에 사실상 체코에서의 마지막 일정이었어요.



우리가 타고 온 버스. 체스키 크룸로프에 도착했어요.



버스터미널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곳에서 조금 걸어가자 건물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여기 진짜 예쁘다!"

감탄사가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이것은 눈이 긍정적으로 쌓인 사례라고 해야 할까요? 너무 많이 쌓이지 않아서 무언가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어요.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동화 같아졌어요.




관광객도, 주민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어요. 겨울 여행이라서 그런 것인지 프라하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곳이라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여간 거리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어요. 정말 텅 빈 것 같은 거리를 셋이서 걸었어요.




왠지 동화책 속 세상으로 들어온 것 같았어요. 어렸을 때 본 동화책에 나오는 서양 집들이 딱 저렇게 생겼어요. 우리나라 전래동화에서 나오는 집이 둥글둥글하다면, 서양 전래동화에서 나오는 집은 무언가 칼로 잘라놓은 것처럼 직선이었는데 그 그림 속 집과 정말 똑같이 생긴 집이었어요.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었어요. 민박집에서 알려준 맛집으로 가려고 했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자리가 없었어요. 그래서 다른 식당에 갔어요. 이날도 저의 점심은 꼴레노였어요. 맥주도 한 잔 시켰어요. 체코는 관광으로 매우 유명한 나라. 그래서 한 가지 편한 점도 있어요. 여행중 우리나라 사람들을 가장 짜증나게 하는 문화가 바로 팁문화에요. 유럽의 팁문화는 미국처럼 엄격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주는 게 예의라고 해요. 하지만 이것은 국가마다 또 차이가 있어요. 미국에서는 팁 안 주면 난리난다고 하는데 유럽에서는 그런 경우는 보지 못했어요. 하여간 팁문화는 상당히 피곤하게 하는 문화이기는 한데 체코에서는 의외로 팁문화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종업원들이 알아서 팁을 떼 갔거든요. 식당에서 거스름돈을 받는데 항상 얼마 부족했어요. 그게 큰 액수면 따지겠는데 큰 액수는 아니고 동전들이 안 나오는 정도. 그래도 50코룬을 떼먹는 경우는 없어요. 경험상 20~30코룬 정도 적게 거슬러줘요. 즉 종업원이 알아서 팁을 떼간 것. 체스키 크룸로프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팁은 알아서 떼갔어요. 참 편한 동네.





체스키 크룸로프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곡류 때문이에요. 도시를 S자 모양의 곡류가 관통해서 매우 아름다운 모양이 만들어져요.




왠지 이것이 '서양의 겨울 풍경' 같았어요. 맞아요. 체코는 서양 국가. 그런데 제 눈에 이 풍경이 서양 겨울의 교과서적인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없이 체스키 크룸로프의 경치를 감상하고 싶었지만 너무 추웠어요. 밖에서 쉬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안 추운 날은 아니었어요.


"우리 카페 가서 커피나 한 잔씩 할까? 몸도 좀 녹이고."


형께서 카페에 가자고 제안하셨어요. 우리도 충분히 많이 춥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카페에 들어갔어요. 커피를 시키고 잡담을 했어요.


'왜 이렇게 졸리지...'


따스한 열기가 온몸을 감싸고 있었어요. 계속 이야기를 하며 잠을 깨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커피를 마시고 잡담을 해도 잠이 깨지 않았어요.


'잠깐 눈만 감고 있을까...'

벽에 머리를 대고 눈을 감았어요. 조금만 눈을 감고 있을 생각이었어요.


"얘 많이 피곤한가 보다."

얼핏 형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안 피곤하다고 말하고 일어나려고 했는데 귀찮았어요. 그래서 계속 눈을 감고 있었어요. 향긋한 커피 냄새. 따뜻한 온기. 가만히 벽에 기대어 분위기에 녹아들어갔어요.


"일어나! 이제 가자!"

한 시간 동안 잤다고 했어요.



체스키 크룸로프의 야경.



이틀 동안 보라고 한다면...모르겠어요. 하지만 정말 프라하에서 당일치기로 꼭 가 볼 만한 곳이었어요.


이제 남은 코룬을 처리하는 일이 남았어요. 친구와 마트에 갔어요. 다시 광란의 쇼핑...을 하고 싶었지만 코룬이 생각보다 적게 남아 있었어요. 체코가 물가가 많이 뛰기는 했지만 아직 유로존에 비하면 물가가 많이 저렴했어요. 특히 맥주, 과자...이건 뭐 거저였어요. 비록 맛이 매우 없지만 오스트리아보다는 체코가 물가가 싸기 때문에 물도 샀어요. 물과 과자를 잔뜩 사고 민박집으로 돌아왔어요.


"오늘 여자애 하나 카를교에서 소매치기 당했어요."

"응?"


같이 방을 쓰던 동생 말에 의하면 오늘 카를교에 여자애하고 같이 갔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소매치기가 여자애 지갑을 털어갔다고 헀어요. 손 쓸 새도 없이 소매치기는 도망가 버렸고, 지갑을 잃어버린 여자애는 돈이 한 푼도 없어서 자기가 가진 체코 돈을 전부 주었다고 했어요. 자기는 어차피 내일 아침 일찍 체코를 떠날 거라 괜찮다고 했어요.


"너 물 있어?"

"아니요."

"헐...기차에서 목 마르면 어쩌려구 그래. 그래도 물은 있어야지. 여기 물은 반드시 사 마셔야 하는데."


유럽에서 물은 반드시 사 마셔야 해요. 우리나라처럼 화장실 수돗물도 먹어도 되는 동네가 아니에요. 그리고 아침 일찍 출발하기 때문에 분명 가다가 배고플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소매치기 당한 여자애 때문에 자기가 가지고 있던 모든 체코 현지화를 준 동생이 기특해서 물 한 통과 과자 하나를 주었어요. 동생은 우리에게 매우 고맙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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