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집에 돌아왔어요.


"오늘밤에 큰 불꽃놀이 있어요."

"무슨 불꽃놀이요?"

"여기 애들은 연말에 폭죽 엄청 터트리거든요. 구경하러 가시려면 옷 든든히 입고 가세요. 그리고 술 먹고 난동 피우는 애들도 거리에 많으니까 조심하시구요."


그래서 불꽃놀이를 보러 가기로 했어요.


프라하를 세 번째 온 저는 머리를 굴렸어요. 분위기야 카를교 위가 제일 좋겠지만 여기는 안 봐도 비디오. 보나마나 아수라장일 거에요. 더욱이 카를교는 소매치기가 득시글 서식하는 곳. 프라하에서 가장 조심해야하는 곳이 바로 카를교에요. 여기에서 불꽃놀이 관람하겠다는 것은 설 연휴 시작일에 우리나라의 설날을 직접 몸으로 느껴 보겠다고 일 없이 차 몰고 경부고속도로 들어가는 거나 다름없는 일.


카를교보다는 카를교 옆 다리가 훨씬 전망은 좋을 거고, 더욱이 빨리 나갈 필요도 없었어요. 그래서 체코군단교 (most legií)에서 보기로 했어요.


밤 9시. 민박집에서 출발했어요.



바츨라프 광장을 지나



9시 반. 체코군단교에 도착했어요.



하여간 시작도 안 했는데 먼저 폭죽 터치는 놈들 꼭 있어요. 이건 동서 막론하고 있는 듯.



다시 조용...할 리가 없지. 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미리 폭죽을 쏴대는 놈들이 꽤 많았어요. 체코군단교로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보기 좋은 자리는 하나도 없었어요. 우리는 그나마 일찍 와서 굳이 등급을 매기자면 A0급 자리를 차지했는데 이제는 D0 급도 안 남아 있었어요. 그냥 닥치고 빠글빠글.



11시 50분이 넘어가자 뭐 사방팔방에서 터쳐대기 시작했어요.


대망의 자정. 새해가 되었어요. 뱃고동 소리가 울려퍼졌어요.


음...



대체 얼마나 사방팔방에서 터쳐대는지 연기로 앞이 안 보일 지경이었어요. 아름답다기 보다는 조잡하고 정신만 없었어요. 우리나라 불꽃축제 같은 거랑 비교할 것이 아니었어요. 그냥 물량으로 밀어붙여 마구 쏴대기.


그냥 정신만 없었어요. 추위 속에서 오래 기다렸는데 정말 기대 이하였어요.


돌아오는 길.



난리도 아니었어요. 옆으로 쏘는 놈, 위로 쏘는 놈, 앞으로 쏴대는 놈...거리는 온통 화약 연기로 꽉 찼어요. 바츨라프 광장은 깨진 술병으로 도로가 포장되었어요.


민박집에 돌아와보니 민박집에서 특별히 맥주와 안주를 제공해 숙박객들과 파티를 하고 있었어요. 이 자리에서 처음 체코 맥주를 마셔 보았어요. 제가 잡은 것은 체코의 Kozel 흑맥주.


무언가 냄새부터 달콤했어요. 그 맛은?


"이거 진짜 맛있다! 대박!"


흑맥주인데 엄청 달았어요. 달콤한 캐러맬 향에 맛도 달콤했어요. 우리나라 맥주와는 감히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수치일 정도로 너무 맛있는 맥주였어요.


여담이지만 마트에서 코젤 흑맥주를 판다고 해서 가서 사온 적이 있었어요. 너무 기쁜 마음에 잔뜩 사서 돌아왔어요. 맛은...확실히 맛은 매우 뛰어났지만 체코에서 먹던 그 맛은 아니었어요. 수출용은 좀 다르게 만드나...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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