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어둠. 집에 있기 답답해서 밖으로 나왔어요. 길거리에는 차가운 밤공기만 가득했어요. 길거리 가로등 불빛은 한없이 차가웠어요. 무엇을 위해 무엇을 비추는지 알 수 없었어요. 가로등 불빛은 아무 목적 없이 말없이 길바닥을 비추고 있었어요. 그래왔기 때문에 그러고 있었어요. 의미없이 빛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분위기를 차갑게 만들었어요. 이렇게 길바닥을 비추다보면 언젠가 의미가 생기는 날도 오겠다고 여기며 오늘 하루도 무의미한 불빛을 쏟아내고 있었어요. 가로등은 불빛을 쏟아내고 있는 건지 빛으로 된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어요. 그런 생각 따위는 하지 않겠죠. 무생물이 뭔 생각을 하겠어요. 아무도 없는 밤거리. 마스크를 내리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어요. 차가운 공기가 허파 깊이 들어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