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 표정 사람들이 만드는 축 쳐진 분위기 속 혼자 환호하는 크리스마스 트리. 그 어색한 시청 광장을 뒤로 하고 계속 걸어갔어요. 시청 근처에 있는 카페를 갈지, 조금 더 가서 최소 종각이 있는 카페를 갈지 시청건물 옆에 서서 고민했어요. '여기에서 명동 쪽으로 빠질까?' 시청에서 남대문시장 - 명동으로 빠지는 길이 있어요. 만약 명동 쪽으로 가려면 무턱대고 광화문 광장으로 걸어갈 게 아니라 몇 걸음 뒤로 가서 방향을 틀어야 했어요. 광화문 광장 앞 사거리까지 가서 명동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많이 걸어야 하거든요. 못 걸어갈 정도는 아니지만 쓸 데 없이 먼 길로 돌아가는 것이었어요. 제가 걷는 목적에는 분명히 배를 꺼뜨릴 목적도 있었어요. 그러나 오직 배를 꺼뜨리기 위해 멀리 돌아서 명동에 가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