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으로 살살 들어오는 풀냄새 나는 어둠. 촛불이 바르르 흔들린다. 이제 5월 11일도 끝나간다. 바닥에 누워 두 눈을 감고 잠들면 이 하루도 끝나버리겠지. 그러나 그렇게 곱게 잠들 수 있을까? 아다비아는 지금 이 시각 끝없는 절망에 시달리고 있고, 켈라자야는 목적 없이 거리를 걷고 있다. 이게 모두 지금은 내가 신경써야할 것들. 둘 다 밤이면 얌전히 평화롭게 잠이나 잤으면 좋겠다. 그런 너무나 사소한 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기적이라니...이러니 내가 지금 잠을 똑바로 잘 수가 없지. 진짜 미쳐버리겠네. 설마 아다비아가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건 아니겠지? 켈라자야가 어둠 속에서 살해당하는 건 아니겠지? "이고, 자?" "어? 왜?" 진짜 방법이 그것 밖에 없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거 말고는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