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이요."
인터넷을 보니 알바니아는 비자는 필요없는데 입국세 10 유로가 필요하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와 히티틀러님의 입국세 20유로를 왼손에 꼭 쥐고 입국심사를 받았어요. 알바니아 입국심사는 그리스 입국심사보다 조금 걱정이 되었어요. 그리스 입국심사야 걱정할 필요 없었어요. 그리스는 한국과 무비자. 우리 차례가 되자 여권을 보더니 뭔가 막 뒤적거리기 시작했어요.
"10유로 필요없어요."
"예?"
"이제 우리 한국인한테 안 받아요.
알바니아인은 한국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어요. 알바니아는 지금까지 한국인들에 대해 입국세 10유로만 받고 다 통과시켜 주었어요. 제 생각에는 이 입국세 10유로가 입국비자 발급비가 아닌가 해요. 어차피 이쪽은 한국인들이 거의 안 가는 지역이라 잘 몰라요. 정보도 없고 입국세인지 입국비자인지 구분할 수 있는 사람 자체가 많지 않아요. 하지만 입국세 10유로 면제라는 것은 뭔가 좀 이상해요. 아무래도 이것은 입국비자 면제인 것 같아요. 어쨌든 돈을 절약했어요. 후배의 입국세도 내줄 생각이었는데 지출을 줄일 수 있었어요. 국경에서 무슨 장부에 손으로 우리 이름과 국적을 기입하는 것으로 알바니아 입국 심사가 끝났어요.
사실 선후배 관계인데 이렇게 제 뒤를 졸졸 잘 따라다니는 여자 후배는 제 인생 최초였어요. 그래서 너무 귀여웠고, 왠지 선배가 귀여운 후배에게 잘 대해주는 것처럼 잘 대해주고 싶었어요. 어쨌든 제 뒤를 졸졸 잘 따라다녔고, 큰 문제 같은 것은 만들지 않았어요. 그리고 처음 여행이라면서 꽤 노련하게 여행을 하는 것 같았어요.
알바니아 들어가자마자 저를 반긴 것은...
벙커!!!!!
알바니아에 벙커가 많다는 말은 들었어요. 이야기의 시작은 공산 알바니아 시절 독재자 엔베르 호자때로 거슬러 올라가요. 미국은 물론이고, 소련, 중국 등 강대국이라고 할 만한 모든 나라와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던 공산 알바니아는 소련이나 미국이 (특히 소련) 무력으로 엔베르 호자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공포가 상존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엔베르 호자는 알바니아 전역에 콘크리트 벙커를 설치해요. 그 벙커들이 잔뜩 있었고, 저를 반기고 있었어요.
창밖에는 정말 환상적인 장면이 저를 향해 계속 손짓하고 있었어요.
문제는 자꾸 창에 김이 서리고 차가 너무 빨리 달리는데다 날이 흐려서 사진을 거의 못 찍었다는 거였어요. 더욱이 좁아서 사진 한 장 좀 찍어보려면 불편해서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어쨌든 정말 환상적이고 신비롭고 몽환적인 알바니아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알바니아의 집은 정말 투박해 보여요. 그래서 더욱 정이 가요. 투박해 보이는 것은 벽의 회칠이 다 떨어져서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더욱 정이 가고 주변의 아름다움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버린 아름다움이 있었어요. 왠지 저 집에서 진짜 영원히 살고 싶어요.
그렇게 흘러흘러 어느 마을에 도착했어요. 여기에서 한 명인가 내렸어요. 그리고 아래는 그 마을에서 잠시 담배 한 대 태우기 위해 내렸다가 찍은 사진이에요. 아마 학교가 끝난 듯.
그리고 1시가 조금 넘어서 드디어 코르차에 도착했어요. 코르차를 경유해 티라나로 간다고 했기 때문에 코르차까지 왔다면 이제 대충 다 온 셈이었어요. 중요한 것은 코르차에서 그나마 영어를 조금 하시던 아주머니께서 내리셨다는 것.
코르차 시내. 학생들이 많았어요.
이것도 코르차 시내 모습이에요.
코르차는 대체적으로 매우 낡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쨌든 코르차는 중간 경유지로 실컷 구경했어요.
이것도 코르차에요.
알바니아 남부에 대한 인상은 그저 허름하다는 인상 뿐이었어요.
부서진 것인지 짓다 만 것인지 도저히 구분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