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억을 되짚어 (2014)

기억을 되짚어 06 - 통영시 동피랑

좀좀이 2014. 10. 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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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뭐야!"


시장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펄떡펄떡 뛰어다니고 파닥거리는 생선들. 거대한 생선이 요동치며 물을 크게 튀었고, 그것이 다리에 튀었어요. 확실히 살아있는 시장이었어요. 생선도 해산물도 전부 싱싱해서 물을 찍찍 뿜고 팍팍 튀겨대고 있었어요. 친구가 시장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해서 제가 꿀빵을 들었어요. 저는 이렇게 물이 많이 튀기는 곳에서는 카메라를 꺼내고 싶지 않았거든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가뜩이나 지금도 렌즈가 더러워서 사진이 뿌옇게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에 물까지 튀기면 아예 답이 없는 상황이 벌어져서 렌즈 청소 받으러 가야할 것 같았거든요.


"젓갈 맛 보고 가세요!"


한 청년이 젓갈을 맛보라고 했어요. 친구는 그 말에 젓갈을 시식해보러 갔어요.


"이게 멍게젓이에요."


이야...이거 좋네!


멍게젓은 작고 넙적한 젓갈용 병으로 1개가 만원이었어요. 지금 바로 서울 돌아가는 길이었거나 숙소 들어가는 길이었다면 바로 구입했을 것이었어요. 멍게젓 밥에 올려서 쓱쓱 비비면 그게 바로 멍게 비빔밥. 그리고 숙소 들어가는 길에 샀다면 사는 길에 이쑤시개 몇 개 얻어간 후, 바닷가에서 친구와 같이 멍게젓을 안주 삼아서 먹으면 딱이었어요. 저나 친구나 어릴 때부터의 세뇌교육으로 인해 여름에는 날로 된 해산물을 잘 안 먹으려고 하는데 젓갈이라면 마음놓고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아쉬운 것은 둘 다 일단 현금이 바닥을 보이고 있는 상태였고, 서울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것이었어요.


"이거 젓갈 먹고 다섯 번 안에 맞추면 제가 젓갈 5개 드릴께요. 대신 못 맞추면 하나 사기. 어때요?"


청년이 우리들에게 내기를 하자고 했어요. 친구가 한다고 하자 젓갈 하나를 맛보라고 주었어요.


"어! 이거 알 거 같은데! 혹시 힌트 없어요?"

"힌트 없죠. 한 번 맞춰봐요."


친구는 맛있고 알 거 같다고 하는데 그것이 무슨 젓갈인지 감도 못 잡고 있었어요. 친구가 두 번 연속 정답과 신석기시대만큼 떨어진 대답만 하자 청년이 힌트를 주었어요.


"다섯글자. 다섯글자에요."

"젓까지 포함해서요?"

"아뇨. 뭐뭐뭐뭐뭐 젓!"

"아, 힌트 하나만 더 줘요. 첫 글자!"

"에이, 그러면 안 되죠!"


친구는 못 맞추었어요. 저나 친구나 처음 듣는 해산물이었어요. 친구가 내기에서 실패하고 답을 들은 후, 그 젓갈을 먹어보았어요. 오독오독 씹히고, 씹을 수록 단맛이 흘러나왔어요.


"이야...이것들 죄다 밥도둑이네!"


진심으로 젓갈을 사서 돌아가고 싶었지만 구입할 수 없었어요. 일단 당장 동피랑부터 가야 했거든요. 혹시 이따 상황 봐서 구입할 수 있으면 구입하자고 친구와 이야기한 후 시장 안을 돌아다녔어요.


"식혜 먹고 싶어."


친구가 식혜를 먹고 싶다고 했어요. 하지만 식혜 파는 곳이 보이지 않았어요.


"식혜 혹시 어디서 파는지 아시나요?"

"식혜?"

"단물요. 단물. 단물 어디서 파나요?"


친구는 시장 상인들께 물어물어 결국 식혜를 파는 가게를 찾아내었어요. 식혜 파는 가게에서 식혜를 구입한 후, 동피랑을 향해 걸어갔어요.


"야, 꿀빵 먹고 가자."

"응."


한적한 거리 담벼락에 서서 꿀빵 상자를 뜯었어요.



너무 달라!


이건 빵이야!


아침에 시식할 때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한입 베어물자 그 차이가 정확히 느껴졌어요. 진주꿀빵하고는 다르다구! 진주꿀빵은 과자, 통영꿀빵은 빵. 둘은 같은 꿀빵인데 왜 이렇게 맛에서 큰 차이가 나지?


예전 최불암 아저씨께서 진행하신 '한국인의 밥상 - 꽃보다 아름다운 진주의 풍류밥상'이 떠올랐어요. 한국인의 밥상 중 진주편을 보면 진주 음식 요리 방법은 정말 화려해요. 식재료를 가만히 두지 않고, 한 번에 조리가 끝나는 경우가 없어요. 보면서 '저러면 영양소가 남아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화려하고 손이 많이 가며, 엄청나게 손이 많이 가고 음식 하나 만드는데 엄청나게 지지고 볶고 찌고 삶아요. '맛과 아름다움의 기준'은 전통 문화 - 특히 상류층의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을 고려하면 진주의 화려하고 손이 많이 가는 진주 상류층의 전통 조리방식이 꿀빵 제작 방법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 보았어요. 물론 이 추측은 꿀빵의 원조가 통영꿀빵이라는 가설 위에서 세워진 것이지만요. 만약 꿀빵이 부대찌개처럼 동시다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것이라면 이 가정은 틀린 것이 되지요.


"팥 하나 내가 먹는다."

"응."


고구마 꿀빵 3개와 팥 꿀빵 3개를 샀기 때문에 일단 둘 다 고구마 꿀빵 1개와 팥 꿀빵 1개를 먹었어요. 그리고 남은 것 중 팥 꿀빵은 제가 먹겠다고 친구에게 말했고, 친구는 그러라고 했어요.


친구는 두 개 먹고 그만 먹겠다고 했어요.


"이거 다 먹고 가자."

"나머지는 동피랑 올라가서 먹게."

"동피랑에서는 나도 사진 찍어야지. 너 안 먹을 거야?"

"음...그러면 팥 먹을께."

"팥 내가 먹었는데?"

"너가?"


친구는 제가 팥 꿀빵 2개를 먹었다고 하자 매우 섭섭해했어요.


"야, 내가 아까 너한테 팥 하나 더 먹는다고 하니까 알았다고 했잖아."

"응."


친구는 그만 먹겠다고 했고, 남은 것 하나 역시 제가 먹었어요.


식혜를 먹고 동피랑 마을로 올라갔어요.



오르막을 따라 천천히 올라갔어요.




통영이 우리나라에서 매우 뛰어나게 아름다운 항구라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구나!



'동양의 나폴리'라는 별명이 과장이 아니었어!



꼭대기에 있는 정자에서 휴식을 조금 취하고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거북선으로부터 꿀빵을 빼앗은 조선 장수.


내려가는데 너무 목이 말랐어요. 단순히 목이 마른 게 아니라 단 것을 너무 많이 먹어서 목이 말랐어요. 식혜에 꿀빵 4개를 먹고 계속 햇볕 맞아가며 걸으니 목이 타서 견딜 수 없었어요. 뭔가 깔끔한 것을 마시고 싶었어요. 침을 삼킬 때마다 단맛이 느껴질 정도였어요.


"우리 뭣 좀 마시고 가자."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친구에게 커피든 물이든 음료수든 뭐든 마시고 내려가자고 했어요.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은 할머니께서 운영하시는 카페. 할머니께서 커피를 직접 내리시는 가게라고 했어요. 가게 들어가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어요.


왜 어머니께서 아무 것도 안 들은 커피를 좋아하시는지 알겠다.


아무 것도 안 들어있는 씁쓸한 커피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어요. 이 카페의 커피 원래 맛은 전혀 알 수가 없었어요. 너무 입이 설탕에 절여져 있는데다 목까지 말랐거든요. 향을 맡고 감상하고 할 수 있는 신체적 조건 상태가 아니었어요. 그저 입으로 들어온 씁쓸한 아메리카노가 너무나 깔끔하다는 것 뿐이었어요. 한 가지 좋은 것은 전망 하나만큼은 끝내준다는 것이었어요.


커피를 다 마시고 강구안에서 내려왔어요.


"이제 해저터널 가자."



동피랑을 뒤로 하고 다시 친구를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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