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시간을 뒤섞어 (2014)

시간을 뒤섞어 - 11 대만 자오시 礁溪

좀좀이 2014. 9. 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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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시.


한자로는 礁溪. 우리말로 읽으면 초계, 영어로는 Jiaoxi.


타이완에서의 마지막 밤은 자오시에서 보내기로 되어 있었어요. 여행사 설명을 보니 여기는 온천이 유명한 곳이며, 만약 숙소에 있는 온천을 즐기고 싶다면 수영복을 준비해와야 한다고 되어 있었어요.


자오시란 대체 어디인가?


자오시는 아직 여행 가이드북에도 실려있지 않은 곳이었어요. 여행 일정에서 가는 곳을 대충 찾아본 적은 있었는데, 자오시는 대체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었어요. 혹시 여행 경비 줄이기 위해 이상한 외진 도시에다 집어넣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해 보았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로 여행온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숙소가 의정부로 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밤 늦게 의정부역을 지나가다 보면 중국인 단체 관광버스가 종종 눈에 띄여요. 그 이유는 서울은 숙박비가 비싸니 서울보다 숙박비가 저렴한 의정부에 숙소를 잡은 것이지요. 가이드북에 나와 있지 않았으니 당연히 배낭여행으로 간 사람들이 들리는 곳 또한 아니었어요. 여기는 정말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서 단체 관광객들만 가는 곳이었어요.


타이완 와서도 자오시는 대체 어떤 곳인지 궁금했어요. 혹시 자오시에 짐을 풀고 밤에 타이페이를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 보았어요. 그러나 그 생각은 화리엔을 다녀오는 날 깨졌어요. 타이페이에서 화리엔으로 가는 도중에 자오시를 지나쳤거든요. 시간과 거리를 따져보았을 때 자오시에 짐을 풀고 밤에 타이페이를 다녀오는 것은 무리였어요.


"여러분, 이제 우리가 갈 곳은 자오시에요."


가이드 아주머니께서 드디어 자오시에 대해 설명해주시기 시작하셨어요.


"자오시는 13km 길이의 수에산 터널이 뚫리면서 개발된 온천 도시에요."


수에산 터널 雪山隧道 은 길이 12.941km 인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긴 터널이자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긴 터널로, 2006년 6월 16일 개통되었다고 해요. 이 터널이 개통된 후에야 자오시가 타이페이와의 접근성이 좋아졌고, 그제서야 본격적으로 관광 도시로 개발되기 시작했어요. 설산터널이 개통된 후에야 관광 도시로 개발되기 시작했으니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였어요. 게다가 일본인들은 온천 관광을 매우 좋아한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온천 관광이 그렇게 크게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구요. 가이드 아주머니께 여쭈어보아서 알게된 사실은 타이페이에서 단체 관광객 숙소를 잡기 힘들어져서 패키지 관광에서 숙소를 자오시로 많이 잡는다는 것이었어요. 자오시가 나름 온천 도시이자 타이페이에서 접근성도 괜찮은 편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대만의 온천도 즐기게 하고 숙소 문제도 보다 쉽게 해결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선택이라는 것이지요.


버스에서 잠들지 않은 사람은 저와 아버지, 가이드 아주머니 뿐이었어요. 셋은 수에산 터널이 얼마나 긴 터널인지 매우 잘 감상했어요. 13km이니까 걸어서 통과한다면 세 시간 걸릴 거리. 그리고 이 터널이 없었을 때에는 산을 뱅뱅 돌아서 와야 했을 거에요. 터널을 통과한 후 잠시 후.


"자오시다!"


갑자기 번화한 거리가 나타났어요. 이때부터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변을 잘 관찰했어요. 왠지 충분히 돌아다닐만한 가치가 충분히 많은 도시 같았어요. 이제부터 해야할 일은 이 번화가에서부터 숙소까지의 거리와 가는 길을 눈여겨보는 것. 일단 번화가를 숙소에서 어떻게 갈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두어야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다시 나올 수 있었어요. 자오시 밤거리를 구경하는 것은 일정에 전혀 없었기 때문에 여기는 가이드 대동 없이 혼자 돌아다녀야 했거든요.


호텔은 자오시 중심가에서 멀지 않았고, 호텔에서 자오시 중심가까지 가는 길도 복잡하지 않았어요.


버스가 호텔에 도착했어요.


"이제 짐 풀고 온천을 즐기도록 하세요. 그리고 여기에는 닥터피쉬도 있으니 온천을 즐길 준비를 하지 않으신 분들은 닥터피쉬를 체험해보세요. 닥터피쉬를 즐기실 분들은 발을 비누칠하지 마시고 물로 잘 씻고 즐기도록 하세요."


제 관심은 모조리 다 자오시 번화가에 가 있었어요.


"자오시 시내로 나가보실래요?"

"얼마나 걸릴 거 같은데?"

"한 30분 정도요?"

"그건 너무 멀어."


저는 정말 넉넉잡아서 30분을 말한 것이었어요. 사실 호텔에서 시내까지 걸어서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였지만, 처음 걷는 길인데다 노천온천이 있는 곳까지 구경하며 가려면 그 정도는 걸릴 듯 싶어서 30분 걸린다고 말한 것인데, 이 말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었어요. 가족들은 모두 적당히 닥터피쉬를 즐기고 쉬겠다고 했고, 결국 저 혼자 방에 짐을 던져두고 밖으로 나왔어요.



"뭐, 혼자 가도 별 일 없겠지."



호텔에서 번화가로 걸어가는데 너무나 적막했어요. 가끔 차가 다니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귀신이 나오기만 해봐라. 무조건 한국어만 할 테니까."


혼자 되도 않는 농담을 지껄이며 아까 버스에서 보아두었던 길을 따라나갔어요.



"우와!"


적응이 안 될 정도로 번화한 거리. 바로 1분 전에 걷고 있던 고요한 거리와는 너무나 대조되는 붐비는 거리가 등장했어요.




거리에서는 식당들도 있었고, 이렇게 길거리 음식도 팔고 있었어요.


편의점이 보여서 편의점에 들어갔어요. 편의점에 들어가서 맥주 진열대를 보니 포도, 복숭아, 망고, 파인애플 맥주와 바나나 맥주가 있었어요. 포도, 복숭아, 망고, 파인애플 맥주는 같은 회사에서 나온 일종의 시리즈 같은 제품이었고, 바나나 맥주는 다른 회사에서 나온 맥주 같았어요. 다섯 개 맛 가운데 어떤 것을 구입할까 고민하다 일단 복숭아 맥주와 망고 맥주를 골랐어요. 편의점에서 나와 먼저 복숭아 맥주를 마셨어요.


"이거 너무 친숙한 맛인데?"


음료수 '2% 부족할 때' 복숭아맛과 맥주가 뒤섞인 맛이었어요. 고등학생때 친구들과 시청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길에 2% 부족할 때 1.5리터를 하나 사서 나누어마시며 걸어가던 것이 떠올랐어요. 처음에는 매우 좋아했는데 나중에는 하도 많이 마셔서 이제는 잘 마시지 않는 음료수에요. 복숭아 맥주를 홀짝이며 거리를 천천히 구경했어요.



사람들은 노천 온천에 발을 담그고 있었어요.



노천 온천 주변으로는 길거리 음식들을 팔고 있었어요.







일단 복숭아 맥주캔은 다 비웠어요. 이제 남은 망고 맥주를 뜯어야할 차례.


"맥주만 마시기에는 너무 아쉬운데?"


이렇게 노점상이 주루룩 서 있는데 아무 것도 사먹지 않고 처량하게 혼자 맥주만 홀짝이는 것은 뭔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어떤 가게에 가서 무엇을 사먹을까 천천히 왔다갔다하며 살펴보았어요.


"저거다!"


드디어 결정했어요. 간판에서 아는 한자들을 가지고 유추해보고 파는 것을 보아하니 쇠고기 꼬치 구이를 파는 가게였어요. 1개에 40위안, 3개에 100위안이었어요.


"니하오."

"니하오."

"게이 워 이거."


일단 그냥 1개 달라고 말했어요. 아저씨께서는 쇠고기 꼬치를 굽기 시작하시면서 저를 바라보며 제게 뭐라고 말씀하시기 시작하셨어요. 하지만 당연히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어요.


"워 쓰 한궈."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저는 한국인입니다'. 타지키스탄에서 중국인이 제게 말을 걸었을 때에는 '워 한궈'라고 했어요. 그리고 여기에 와서는 '워 쓰 한궈'라고 했어요. 我是韓國. 나는 한국이다.


"워 라이러 한궈. 밍톈 워 츄 한궈."


그냥 제가 아는 중국어는 일단 다 말했어요. 솔직히 맞는지 틀리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한국에서 왔어요'인데 대충 '워 라이러 한궈'하면 알아들으실 거 같았고, '저는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요'는 그냥 '밍톈 워 츄 한궈'라고 하면 될 것 같았어요. 이렇게 말하자 아저씨께서는 신이 나셔서 폭풍질문공세를 퍼부으셨어요.


쏼라쏼라쏼라쏼라쏼라쏼라쏼라쏼라


당연히 단 한 마디도 못 알아들었어요. 오히려 알아듣는 게 이상한 것이지. 중국어 하나도 모르다가 여기 와서 벼락치기로 몇 단어 외운 것 뿐인데 그것 가지고 청해가 완벽하고 해석까지 된다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지요.


"워 쭝궈 샤오."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저는 중국어 조금밖에 몰라요.'. 하지만 솔직히 '중국어'가 중국어로 무엇인지도 몰랐고, '조금밖에 모르다'라는 말은 그냥 제 능력에서 30만 광년은 떨어져 있는 어려운 표현이었어요.


"뚸 샤오 첸?"


솔직히 말할 필요도 없었어요. 가격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요. 노점상에 가격이 적혀 있었거든요. 1개 40위안, 3개에 100위안, 그리고 저는 하나를 샀으니 내야하는 돈은 40위안. 그리고 대답을 듣고 이해할 능력도 없었어요. 하지만 말해보고 싶었어요. 중국어로 얼마에요는 뚸 샤오 첸 多少錢, 우리말로는 다소전.



"이거 정말 맛있어!"


소금을 많이 뿌려서 짜기는 했지만 맛은 감동이었어요. 씹자마자 고소한 육즙이 혀를 녹였어요. 이것은 반드시 가족들에게 맛보게 해야 해! 이런 것을 나 혼자 먹을 수는 없어! 어지간하면 그냥 혼자 먹고 땡치겠지만 이것은 너무 맛있었어요. 정말 혼자 즐기기에는 너무 아쉬웠어요.


의자에 앉아 홀로 소고기 꼬치에 맥주를 홀짝이다 소고기 꼬치도 다 먹고 맥주도 다 마시자 슬슬 사진을 찍으며 다시 구경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이렇게 온천에 발을 담그고 족욕을 즐기고 있었어요. 여기는 돈을 내고 발을 담그는 곳이었어요.



여기는 돈을 받지 않는 곳이었어요.


"온천 도시에 왔는데 발이나 담그어볼까?"


온천 도시에 와서 온천을 즐기지 않고 돌아가는 것은 뭔가 허전한 일이었어요. 호텔에 온천이 있었지만, 수영복을 준비해오지 않아서 온천에 직접 몸을 담글 수는 없었어요. 이따 방에 돌아가면 방에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온천 기분을 낼 수는 있었지만 그것으로 온천 도시에서 즐거운 온천을 즐겼다고 하기에는 무리. 이렇게 도심에서 발을 담그고 온천 기분을 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분명 흔히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어요. 게다가 사람들을 보니 관광객보다는 현지 주민들 같아 보였어요.


아직 물에 젖지 않은 앉을 자리가 있었어요. 신발을 벗고 양말은 벗어서 신발에 집어넣은 후 자리에 앉아 발을 온천 물에 담그었어요.


"아...따뜻해!"


봄 같은 겨울의 타이완. 따스한 물에 발을 담그니 기분이 좋았어요.



대규모로 노천 온천이 되어 있어서 족욕을 즐기게 되어 있는 이곳은 온천공원이었어요. 湯圍溝溫泉公園, 탕위구 온천공원. 중국어는 탕웨이고우 온천공원. 옆에 앉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중국어를 몰라서 말을 걸 수 없었어요. 한 할머니께서 제게 뭐라고 말씀을 거셨는데 그냥 '워 라이러 한궈'라고 말한 후, 손가락으로 손바닥에 한 글자씩 我不知中語 라고 썼어요. 할머니께서는 웃으시며 뭐라고 말씀하셨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어요. 할머니께서는 먼저 일어나셨고, 어떤 사람들이 자리를 못 찾아서 그냥 가라고 하자 자신이 있는 쪽에 자리가 있다며 불러서 앉히셨어요.




노천 공공 온천 족욕탕에서 일어났어요.


"이제 슬슬 숙소로 돌아가볼까? 여기서 어떻게 길을 잘 따라가면 기차역까지 갈 수 있을 거 같은데..."



저기는 무엇이길래 저렇게 사람들이 바글대지?


아까 탕위구 온천공원으로 오는 길에 보라색 간판 가게를 보기는 했어요. 보라색 간판에 하얀 붓글씨로 奕順軒 라고 적혀 있는 워낙 눈에 잘 띄는 간판이라 무엇인지 멀리서 보았는데 사람들이 많이 있기는 했어요. 그때는 그냥 단체 관광객들 풀려 있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9시가 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었어요. 이 시각까지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다니 무언가 유명한 집인 것 같았어요.


"저기까지만 가보고 호텔로 돌아가야겠다."



"여긴 대체 무슨 빵집이길래 이렇게 사람이 많아?"


가운데에는 선물용 펑리수 및 다른 선물용 과자 상자들이 쌓여 있었고, 계산대고 어디고 사람들이 미어터졌어요. 이미 선물용으로 펑리수를 구입했기 때문에 여기 펑리수는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이나 할 생각으로 다가갔어요.


"여기도 시식용이 있네?"


시식용 펑리수를 한 조각 입에 집어넣어보았어요.


헉...


딱딱하게 굳은 카스테라 느낌의 빵이 사르르 부서져 모래가 쏟아지듯 혀로 떨어졌고, 파인애플잼이 따스한 손길로 그 위를 어루어만진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 느낌을 느꼈던 것이 당연한 것이, 이미 과일 맥주캔 두 개를 마셨고, 족욕탕에서 발을 담그며 계속 습한 곳에 있었어요. 즉, 입안이 상당히 축축해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맛 좋은 펑리수를 입에 넣자 저렇게 빵은 스르르 부서지고 파인애플잼이 매우 부드럽게 느껴졌던 것이었죠. 목 마를 때 카스테라를 먹으면 입안 사방팔방에 가루가 끼고 목만 메이지만, 우유와 같이 먹으면 눈처럼 부드럽게 녹아버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 하지만 나중에 그냥 먹어보았을 때에도 충분히 맛은 있었어요.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펑리수를 진짜 맛있게 먹으려면 입을 충분히 축축하게 적신 후 먹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때는 전혀 의도치 않았지만 그런 상황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에요.


선물로 주기 위해 펑리수 한 상자를 더 살까 말까 고민중이었는데 이런 맛을 보니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요. 이런 느낌이라면 절대 선물 받은 사람이 먹고 나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리 없어! 바로 한 상자 구입했어요. 마침 펑리수는 행사중이어서 원래 가격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어요.




가게에서는 다른 빵도 팔고 있었어요.




펑리수 외에도 시식할 수 있는 빵이 있었어요. 생긴 것은 영락없는 롤케익이었어요.


장난 아니다!


한국에서는 절대 먹어볼 수 없는 맛. 지금까지 한국에서 먹었던 모든 빵들보다 훨씬 더 맛있었어요. 이것은 정말 문화 충격. 타이완 빵이 이렇게 맛있었다니! 지금까지 타이완 빵이 맛있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애초에 빵에 대해서는 그 어떤 기대도 하고 있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빵집에서 빵을 먹어보니 우리나라 빵과는 그 맛을 비교할 수 없었어요.


"여기는 반드시 어머니를 모시고 와야 해!"


이 빵집에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기차역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아까 버스로 오며 보았던 길과 화리엔 갈 때 보았던 자오시 기차역과 그 주변 풍경을 떠올려보면 자오시 시내 구경은 기차역으로 끝난다는 계산이 나왔거든요. 하지만 이제 기차역까지 걸어가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저 가족들을 데리고 나와 이곳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어요. 혼자서 먹고 즐기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곳이었어요. 지금 가족들은 여기가 아무 것도 없고 호텔에서 온천 즐기며 쉬는 것만 있는 곳으로 알고 있었어요.


계산을 한 후 호텔로 달려갔어요. 방에 들어가서 구입한 펑리수를 방에 두고 가족들을 데리고 나올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방문을 열어보니 아무도 없었어요. 가족들을 데리고 나가려면 현지화가 필요했어요. 하지만 아까 혼자 돌아다니며 남아 있던 현지화를 모조리 다 써 버렸기 때문에 환전을 또 해야 했어요. 그래서 호텔 카운터에 가서 환전할 수 있냐고 물어보았어요. 하지만 이 호텔은 타이페이에서 머물렀던 호텔과 달리 환전을 할 수 없다고 했고, 카운터 직원은 저희를 인솔해온 가이드 아주머니께 부탁해보라고 조언했어요.


마침 가이드 아주머니께서 보였어요.


"아주머니, 여기서 환전 어디서 하나요?"

"여기도 호텔 카운터에서 하면 되요."

"카운터에 물어보았더니 여기는 환전 안 된다고 하면서 아주머니께 부탁하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요...? 얼마나 환전하려고 하는데요?"

"20달러요."


가이드 아주머니께서는 큰 액수를 환전하는 것이 아니어서 자신이 환전해 주셨어요.


"타이완 빵 정말 맛있던데요? 타이완은 빵이 왜 맛있어요?"

"아...한국분들 타이완 빵 드시고 맛있다는 말씀 많이 하세요. 여기는 아무래도 역사적으로 오래 전에 서양의 지배를 받은 경험이 있어서 빵 문화가 발달했어요. 그런데 빵은 어디에서 드셔봤어요?"

"아...시내 나갔다 왔어요."

"그래요?"

"예. 혹시 저희 가족들 보셨나요? 방에 없어서요."

"그분들 그러면 지금도 닥터피쉬 하고 계실 거에요. 따라오세요."


원래는 일반 외출복에 운동화를 신고 온천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데 가이드 아주머니께서 입구에서 뭐라고 말씀하시자 들어갈 수 있었어요. 가이드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신대로 가족들 모두 느긋하게 닥터피쉬를 즐기고 있었어요. 가족들이 닥터피쉬를 즐기고 있는 곳으로 가며 가이드 아주머니로부터 소금 조금 쳐달라는 말은 간단히 '옌 샤오'라고 하면 된다고 배웠어요.


"이분 벌써 혼자 시내 다 돌고 오셨대요."

"시내에 뭐 볼 거 있나요?"

"예. 시내 정말 재미있어요. 시내 둘러볼 만 해요."


다른 관광객들이 제게 시내에 볼 게 있냐고 물어보자 시내도 볼만하고 재미있다고 알려드렸어요. 그리고 가족들에게 시내가 여기에서 멀지도 않고 금방 갈 수 있으니까 시내 구경도 하자고 했어요. 제가 하도 시내가 재미있고 정말 맛있는 빵집도 있다고 열심히 이야기하자 가족들은 20분 정도 닥터피쉬를 더 즐긴 후, 같이 나가보자고 했어요. 가족들은 닥터피쉬를 충분히 다 즐기고 일어나서 방에 들어가 신발을 갈아신고 나왔어요.


자오시 시내 안내라면 대충 할 수 있어! 가족들을 이끌고 시내로 나왔어요. 편의점에서 과일 맥주도 구입하고, 노천 족욕탕도 보여드렸어요. 그리고 쇠고기 꼬치 가게에서 쇠고기 꼬치를 3개 구입했어요. 이번에는 '게이 워 싼거'도 말했고, 가이드 아주머니께 배운대로 '옌 샤오'도 말했어요. 아저씨께서는 제가 '옌 샤오'라고 말하자 미소를 지으며 소금을 정말 조금만 뿌리셨어요. 잘 구워진 소고기 꼬치를 들고 가족들과 공원에 있는 벤치에 앉았어요.


"으이그, 진작에 중국어과 가라고 했잖아."


어머니께서 제게 왜 대학교 갈 때 중국어과를 가지 않았냐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씀하셨어요. 만약 대학교 원서 쓰기 전에 타이완을 와 보았다면 중국어과를 썼을 거에요. 하지만 타이완에 대한 첫 경험은 저 역시 이 여행. 중국에는 관심이 없었고, 중국인들은 어디를 가나 좋은 평보다 나쁜 평이 훨씬 더 많았어요. 그것은 이미 제가 중학생 때 고향에서부터 많이 들어왔고, 지금도 많이 듣고 있어요. 중국어는 그저 성조 때문에 공부하기 어려운 시끄러운 언어. 하지만 타이완은 달랐어요. 만약 대학교 원서를 쓰기 전 타이완에 대해 제대로 잘 알고 있었다면 중국어과로 진학했을 거에요. 물론 타이완을 목표로 공부하구요.


가족들 모두 쇠고기 꼬치가 매우 맛있다고 좋아했어요. 쇠고기 꼬치와 과일 맥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이제 갈 곳은 바로 제가 우리 가족을 이끌고 시내로 나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 그 빵집이었어요. 奕順軒.


참고로 이 빵집은 홈페이지도 있답니다. http://www.pon.com.tw 에요. 대만을 좋아하는 친한 동생 말로는 자오시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곳이라고 했어요.


빵집에 들어갔는데...


빵이 다 어디 갔지? 빵 사서 가족들이랑 나누어먹어야 하는데!


아까 제가 둘러볼 때에만 해도 빵집에는 빵이 있었어요. 하지만 가족들과 왔을 때 진열되어 있던 빵은 전부 팔려서 없었어요. 다행히 시식은 계속 하고 있었어요. 가족들 모두 시식용 롤케이크를 맛보았어요.


"여기 빵 정말 맛있다!"


어머니께서 매우 만족해 하셨어요. 그리고 펑리수도 시식해 보았어요.


"이거 선물로 사가야겠어!"


누나가 펑리수를 맛보더니 이것은 선물로 사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문제는...현지화가 당장 없다는 것. 선물용 펑리수를 사기에는 현지화가 턱없이 부족했어요. 누나도 여기서 펑리수를 살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하고 가족들과 시내 구경하고 먹는 데에 돈을 거의 다 써 버렸거든요. 하필이면 이 가게는 신용카드 결제가 되지 않았어요.


"여기 내일 몇 시에 열지?"


만약 우리가 출발할 시각 전에 여기가 문을 연다면 가이드 아주머니께 돈을 조금 환전한 후, 여기 와서 구입하고 호텔로 돌아가 버스를 타면 되었어요. 그러나 가게 어디에도 몇 시에 문을 여는지 적혀 있지 않았어요. 펑리수를 담당하고 있는 점원에게 몇 시에 문을 여냐고 영어로 물어보았지만 점원은 영어를 몰랐어요.


"어서 몇 시에 문 여냐고 물어봐!"


아버지께서도 옆에서 재촉하셨어요.


아...이걸 어떻게 물어보아야 하지?


가족들은 계속 제게 몇 시에 여기에서 문을 여냐고 물어보라고 재촉했어요. 아까 쇠고기 꼬치를 구입할 때 제가 중국어를 하는 것을 보았거든요. 문제는 제 중국어는 딱 거기까지. '내일 몇 시에 문을 여나요?'를 말할 능력은 없었어요. 일단 중국어로 내일은 明天이고, 시각은 点을 쓴다는 것은 알았어요. '몇'은 뭐라고 해야 하는지 몰랐지만, 대충 일본어에서 그리하듯 何를 쓰면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손바닥에 明天何知 까지 썼는데...


당황하니까 '열다 개'가 생각이 안 나!


開자를 써야 하는데 이게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문 문 門을 쓰고 그 속에 뭔가 써야 하는데 생각나는 것이라고는 계속 '닫을 폐' 閉 뿐이었어요.


"내일이 중국어로 뭐냐?"

"밍톈이요."


옆에서 계속 재촉하다 답답해지신 아버지께서 제게 중국어로 내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중국어로 내일은 '밍톈'이라고 알려드렸어요.


"밍톈 오픈 타임!"


헉...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아버지께서 점원에게 '밍톈 오픈 타임'이라고 물어보셨어요. 그러자 점원은 손가락으로 十点 이라고 썼어요.


"10시래요!"

"그러면 안 되겠구나."


누나가 아쉬워했어요. 우리가 내일 버스를 타야 하는 시각은 10시. 그런데 가게 문이 열리는 시각이 10시였어요.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저는 남아 있는 타이완 돈을 모두 쓰기 위해 호텔 근처 편의점에 들리기로 했어요. 가족들은 제게 밤이니 조심히 들어오라고 하고 호텔로 먼저 들어갔어요.




이렇게 두 개를 사자 더 이상 아무 것도 살 수 없었어요.


'바나나 맥주 내가 마실까?'


저도 바나나 맥주는 타이완 와서 한 번도 마셔보지 못했어요. 사람들이 타이완 바나나 맥주가 맛있다고 칭찬을 많이 했지만 부모님 앞에서 혼자 당당히 맥주캔을 뜯기는 조금 그래서 계속 미루고 있었어요. 타이완의 과일맥주 4종류 및 타이완 맥주는 구입해서 마셔보았지만, 이 바나나 맥주는 마셔보지 못했어요. 이것만 마시면 타이완의 유명한 과일맥주 5종을 다 마셔보는 것. 방으로 돌아오며 계속 고민했어요.


'그래도 그냥 선물로 주자.'



호텔 로비에 걸려 있는 지도를 보니 조금만 더 걸어갔다면 기차역까지 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괜찮았어요. 혼자 기차역 찍고 돌아오는 것보다 가족들과 즐겁게 놀다 온 것이 더 소중한 기억이니까요.


방에 돌아와서 욕조에 따스한 물을 받아놓고 몸을 담그었어요.


"어...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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