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시간을 뒤섞어 (2014)

시간을 뒤섞어 - 09 대만 예류 野柳

좀좀이 2014. 8. 1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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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오전 일정은 예류에 가서 구경하는 것이었어요.


"제가 원래는 한문을 한국식으로 읽어서 말씀해 드리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을까 해요."


가이드 아주머니께서 마이크를 잡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예전에는 타이완 지명은 한문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오면 우리나라에서 한문 읽는 방법으로 말씀하셨다고 하셨어요. 예를 들면 화리엔은 화련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하니까 관광을 다녀온 사람의 추천을 받고 타이완으로 놀러온 관광객들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종종 있어서 이제부터는 조금씩 중국식 발음으로 말하도록 하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예류. 우리나라에서 읽는 식으로 읽으면 '야류' 인데, 이렇게 읽으면 그 어떤 대만 사람들도 알아들을 수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지금 우리가 가는 이곳을 갔다 와서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주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작 이 사람들이 타이완 와서 '야류'라고 하면 아무도 못 알아듣기 때문에 '예류'라고 발음할 것이라고 하셨어요. 이렇게 '예류'라고 발음하면 타이완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버스를 타고 가는데 공동묘지가 나왔어요.




버스는 도시를 지나 계속 달렸어요. 잠시후 창밖으로 바다가 나왔어요.





"예류는 돌이 바다에 깎여서 만들어졌는데,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요. 제주도에도 그런 곳 있죠?"


가이드 아주머니께서 예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시기 시작했어요.


"예류에는 '여왕 바위'라는 유명한 바위가 있어요. 이집트의 여왕을 닮았다고 여왕 바위라고 하는데, 계속 바람에 깎여나가고 있어서 머지않아 목이 떨어져서 예전 모습을 잃을 거라고 해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한국 관광객분들은 신경을 참 많이 써주세요. 목에 깁스를 해주라고 하기도 하고, 보호시설을 설치하라고 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대만 사람들은 이것도 하나의 자연적인 변화이기 때문에 그냥 놔두어요. 이렇게 대만 사람들의 생각과 한국분들의 생각은 조금 차이가 있어요."


가이드 아주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저도 아주머니 말씀 속 한국인들처럼 그렇게 유명하고 굉장한 바위라면 목에 깁스를 해주든가 보호시설을 설치해서 보호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대만 사람들은 그런 풍화 작용도 그냥 놔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하니 '그렇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들이 자연적인 흐름의 변화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그러려니 해야죠.


예류에 도착하니 정오였어요. 안내센터에 들어가서 예류를 설명해주는 영상을 무료로 감상한 후, 예류를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가이드 아주머니께서는 예류 공원에서 알아서 돌아다니다 정해진 시간까지 입구로 돌아오라고 하셨어요.



예류 전체 지도에요.




이것들이 예류 지질공원에서 볼 것들이에요.


공원으로 들어가서 조금 걸어가자 드디어 예류의 비경이 나타났어요.


"으엑! 땅에 곰팡이 핀 것 같아!"


암석이 풍화작용으로 저런 모양이 되었다고 했는데, 제 눈에는 아무리 보아도 땅에서 곰팡이가 자라난 모습이었어요. 가뜩이나 대가리가 오돌토돌 뻥뻥 구멍들투성이라 아무리 좋게 보아주어서 버섯이 자라난 것으로 보아주려고 해도 무리였어요. 아무리 그 바위들의 대가리를 버섯의 갓으로 보려고 해도 곰팡이 포자로만 보였어요. 게다가 사진을 찍어서 어떻게 찍혔는지 확인해보니까 이건 완전 현미경으로 바라본 검은 곰팡이 모습이었어요.



우둘투둘 곰팡이처럼 보이는 것들이 없어도 경치 자체가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공주바위는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어요.





마지막 사진 속 빨간 페인트로 그어놓은 선은 저 선을 넘어가면 위험하므로 넘어가지 말라는 표시에요.


예류 풍경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다가 재미있는 바위를 발견했어요.



월척이다!


이것은 위의 표지판에 나와 있지 않은 것이었어요. 딱 봐도 물고기 모습이었어요.



이것은 촛대바위. 그런데 이곳 첫 인상이 '땅에 피어난 검은 곰팡이들'이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것은 여드름과 피지처럼 보였어요. 저 가운데에 있는 암석들은 자연적으로 저런 모양이 된 것이라 했는데, 누가 일부러 저기다가 세워놓은 것 같았어요. 저런 모양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매우 신기한 구경거리였어요.



물고기 바위는 촛대바위 옆에 있어요.




이런 풍경은 본 적이 없었어요. 사막 같기도 하고 SF 영화에 나오는 외계 행성 풍경 같기도 했어요.





촛대바위가 만들어지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었어요.




이 바위가 계속 깎여나가다보면 언젠가는 촛대바위가 되겠지요.


조금 더 가자 동상이 나왔어요.



계속 신기한 풍경이 펼쳐졌어요.





"와, 여기도 정말 비경이구나!"


가족들 모두 여기 풍경에 매우 만족했어요. 타이루거 협곡도 멋있었지만, 여기는 타이루거 협곡과는 또 다른 멋진 풍경이었어요. 자연이 어떻게 땅을 이렇게 깎아내었나 볼 수록 신기했어요.


아이들이 땅에 잡아먹히고 있는 장면도 있었어요.



저건 사람이 조각했다고 믿어도 될 정도였어요. 돌이 어떻게 풍화가 되면 저런 모습이 나오는 거지? 그저 신기하다는 말 외에는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자연에는 땅을 깎아서 다른 모양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야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깎을 수 있다는 것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거든요.



평탄한 해안가를 따라가는 관람로는 언덕으로 올라가도록 연결되어 있었어요. 일단 길이 나 있었기 때문에 언덕으로 올라갔어요.



"두부바위다!"


돌이 누가 일부러 자를 가지고 죽죽 잘라놓은 것처럼 반듯한 사각형으로 잘려 있었어요. 보자마자 왜 '두부 바위'라고 이름이 붙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어렴풋 어렸을 적 종종 어머니 손을 잡고 갔던 두부 공장이 생각났어요. 수조 안에 담겨 있는 두부 모습이 저 바위 모습과 매우 비슷했거든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한 번 가볼까?'


관광객들은 두부 바위까지 보고 돌아가고 있었지만, 이 공원의 끝까지 한 번 갔다와보고 싶었어요. 시간이 촉박하기는 했지만 냅다 달리면 끝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공원 끝으로 가는 길에는 사람도 거의 없었어요. 달리려고 하면 충분히 잘 달릴 수 있었어요.


"후딱 다녀오자!"


그래서 공원 끝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어요.


'이거 생각보다 먼데?'


달리면 금방 도착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멀었어요. 하도 달리기를 안 했더니 조금 뛰었는데도 숨이 찼어요. 길이 하천 옆에 만들어진 산책로처럼 달리라고 포장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빨리 앞으로 쭉쭉 나가지도 않고 있었어요.



"이제 돌아가야지."


저 정자가 바로 예류 지질공원의 끝. 그러나 시간이 이제 충분하지 않았어요. 사진으로 보면 얼마 되어 보이지 않는 거리이지만 실제로 가 보면 저 거리도 은근히 시간이 걸리는 거리. 이왕 달리는 것 끝까지 달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면 모이라고 한 시간에 맞출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포기하기로 했어요. 어쨌든 멀찍이서 예류 지질공원의 끝을 보기는 했으니까요. 게다가 하늘은 점점 흐려져서 곧 비가 내릴 것 같았어요.


이쪽까지 오면서 볼 만한 것이라면 바로 이것들이었어요.




바다에 있는 얼굴들. 누가 저렇게 익살스러운 얼굴들을 만들어 놓았을까요.


되돌아가며 보지 못한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갔어요.



선녀의 신발 바위. 선녀가 저렇게 발이 크다는 것은 처음 알았어요. 저 신발을 보면서 선녀와 나뭇꾼 이야기를 떠올려보니 조금 충격적이었어요. 말이 좋아 선녀와 나뭇꾼이지 실상은 거인과 나뭇꾼.



이것이 예류에서 가장 유명한 여왕 바위. 진짜 고대 이집트의 여왕처럼 생겼어요. 목이 매우 가늘고 목선이 너무 고왔어요. 여기는 하도 인기가 좋아서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곳이었는데, 저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서 줄을 서서 옆에서 기념촬영을 하지는 못하고 뒤에서 여왕바위 사진만 찍었어요.



예류 바닥을 보면 이렇게 화석들도 종종 보였어요.




결국 모여야하는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고 말았어요. 시간을 지켜서 입구에서 기다리던 어머니께서 왜 시간을 못 지켰냐고 지적하셨지만 오래 말씀하실 수는 없었어요. 바로 식당으로 이동해 점심을 먹어야하는데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거든요. 점심은 예류에 있는 식당에서 먹었어요. 해물 요리들이었는데 회전식 탁자가 아니라 음식을 먹기에 조금 불편했어요. 게다가 날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해물의 질도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맛이 없었다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었고 맛은 있었어요. 제가 가장 맛있게 먹었던 것은 삶은 오징어에 마요네즈와 그 외 것들을 올린 요리였어요.


점심 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타기 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편의점으로 갔어요.


"있다!"


화장품 홍차가 있었어요. 하지만 가장 맛있는 밀크티는 없고 다른 맛만 있었어요. 어차피 편의점이면 가격이 거기에서 거기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선물로 주려고 몇 개 구입한 후 버스에 올라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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