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수동 해수욕장을 지나 계속 올레길을 따라갔어요.
이 꿀벌통 비슷하게 생긴 것은 곡식 같은 것을 저장하는 데에 사용하는 것이라고 해요.
"저 뒷 건물이 우도중인가? 아무리 보아도 우도중 같이 생기지는 않았는데..."
우도를 돌아다니며 올레길이 우도초등학교, 우도중학교도 지나갈 거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저는 지도를 들고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대충 짐작으로 '그렇게 길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만 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이 건물은 아무리 보아도 학교라고 볼 수 없었어요.
우도 풍경을 보며 계속 걸어갔어요.
"문주란이다!"
제주도에서 유명한 난 중 하나인 문주란이 돌담에서 자라고 있었어요. 제주도에서 문주란은 '토끼섬'이라는 작은 섬에 자생지가 있어요. 제주도 토끼섬 문주란 자생지는 천연기념물 19호로, 원래는 토끼섬에만 문주란이 있었다고 해요. 토끼섬 이름 자체가 이 섬에 있는 문주란 꽃이 만발하면 하얀 토끼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래요. 문주란 역시 제주도 선인장과 마찬가지로 바다에서 떠내려온 것이 자생하게 된 것이지요. 아주 어렸을 적에 우도에서 일종의 기념품으로 문주란 씨았을 팔았다고 해요. 저도 우도를 놀러갔다 온 동네 아주머니께서 구입해서 오신 문주란 씨앗을 직접 본 적이 있어요. 지금 기억으로는 엄지손톱보다 조금 컸던 것으로 기억해요. 동네에도 누가 심어놓아서 문주란이 한 포기 있었는데, 이제는 없어졌어요. 이렇게 우도를 돌아다니다 돌담 옆에 문주란이 자라 있는 것을 보니 신기했어요.
"저 길 좀 여쭈어볼 수 있을까요?"
"예."
"여기서 올레길 걸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한 아저씨께서 올레길이 어디냐고 물어보셨어요. 그 아저씨께서는 하우목동항에서 내리자마자 섬을 가로질러서 이쪽으로 오셨다고 하셨어요. 올레길 타고 하우목동항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해안선을 타고 돌아와야 했다고 알려드리자 어찌해야 할 지 심각하게 고민하시는 것 같았어요.
우도봉을 향해 걸어갔어요. 가는 길에 바로 우도봉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었지만, 동안경굴과 검멀레 해수욕장을 보고 우도봉에 올라갈 생각이었어요.
우도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이건 제가 보아도 이국적 풍경이었어요. 007 영화 해상추격전 찍어도 될 듯한 비경이었어요. 송악산 아래 검은 모래 사장보다 훨씬 더 장관. 실제 보면 그냥 입이 쩌억 벌어지게 만드는 장관이었어요. 이건 정말 실제 봐야 얼마나 멋진지 알 수 있는 풍경. 사진으로 그 멋있음을 도저히 다 담을 수 없었어요.
이쪽 주변에는 땅콩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도 여럿 있었고, 편의점도 있었어요. 일단 여기에서 점심으로 싸온 빵과 물을 마시고 검멀레 해수욕장으로 내려가기로 했어요. 하도 더워서 일단 물을 마시고 빵을 마시려고 하는 순간...
이거 재작년에 많이 듣던 언어다?
순간 뒤를 돌아보았어요. 러시아인 가족이었어요.
제주도에 러시아인까지 오다니!
친구로부터 투르크메니스탄 사람들도 제주도에 관광온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실제 우도에서 러시아인 가족을 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점심을 먹고 잠시 정자에서 쉬다가 검멀레 해수욕장으로 내려갔어요.
여기 검은 모래도 송악산 아래 해변 검은 모래처럼 입자가 굵고 거칠었어요. 바닷가 백사장 모래를 밟는 느낌보다는 놀이터 모래를 밟는 기분이었어요.
내려가서 해안선을 따라 걸어가자 우도봉 끝에 있는 절벽도 잘 보였어요.
그리고 동굴도 있었어요.
"이게 동안경굴인가?"
동안경굴 사진을 보면 바닷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동굴이었어요. 그런데 여기는 그냥 걸어서 갈 수 있는 동굴이었어요. 그래서 계속 이 동굴이 동안경굴이 맞나 아닌가 긴가민가 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이 동굴은 동안경굴이 맞았어요. 제가 검멀레 해수욕장에 갔을 때가 썰물 때라서 동안경굴로 걸어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었어요. 옛날에는 왜구들이 이 동굴에 숨어있기도 했다고 해요. 배도 이 동굴 안에 집어넣구요. 그러면 왜구가 숨어있는지 알아내기 매우 힘들었다고 해요.
돌 틈에는 게가 있었고
바위 속에는 또 다른 바다가 있었어요.
검멀레 해수욕장과 동안경굴을 구경한 후 우도봉을 올라갔어요. 예전 올라가던 길은 이제 올라갈 수 없게 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이 지금은 올라갈 수 없는 예전 올라가던 길이 원래 우도 올레길이라고 해요. 하지만 우도봉 자체를 못 올라가는 것은 아니고, 새로 정돈된 길을 따라 올라갈 수 있었어요.
올라가서 등대공원쪽이 아니라 그 반대쪽부터 먼저 가 보았어요.
분화구 내부에는 커다란 저수지가 있었어요. 그리고 뒤에 보이는 것은 성산일출봉.
날이 매우 좋았다면 한라산도 보였을텐데 중산간 지역은 역시나 구름이 드러누워 있었어요.
우도봉 북쪽에서 풍경을 감상한 후 등대공원쪽으로 걸어갔어요.
아까 그 우도봉 올라오는 길로 돌아가서 남쪽으로 계속 올라갔어요.
분화구 안에는 알봉도 있었어요. 바로 아래 사진에서 왼쪽 뾰족한 봉우리가 바로 알봉이에요.
"다 올라왔다!"
올레길은 분화구를 따라 돌아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등대공원을 감상하며 내려가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등대공원을 구경하면서 내려왔어요.
우도봉을 내려와서 분화구 안을 바라보니 분화구 안에서는 소가 풀을 뜯어먹고 있었어요.
내려와서 이제 집에 돌아가는 길을 걸어가야한다는 생각에 아쉬워서 뒤를 돌아보았어요.
응?
분화구를 한 바퀴 돌아서 내려올 수 있잖아?
"아...그냥 분화구나 한 바퀴 돌면서 내려올걸!"
솔직히 올레길에 꾸며진 우도 등대공원은 크게 볼 것이 없었어요. 우도봉이 하도 훼손이 많이 되어서 못 올라가게 한 적도 있다고 해서 분화구를 도는 길이 없고 등대공원길로만 내려올 수 있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뒤를 돌아보니 분화구를 돌아서 내려올 수도 있었어요. 만약 분화구를 돌아서 내려왔다면 좋은 경치를 많이 감상할 수 있었을 것이었어요.
너무나 아쉬웠지만 이미 내려온 길을 다시 기어올라가서 분화구 남은 부분을 돌기는 힘들어서 우도 올레길을 따라 계속 걸어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