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주도

제주도의 섬 속의 섬 우도 01 - 성산항에서 우도 가기

좀좀이 2014. 8. 2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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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에 대한 아무 대책 없이 가파도에 갔다가 호되게 당했어요. 예전 제주도에서 학교를 다닐 때를 생각한 것이 문제였지요. 제주도에서 지낼 때에는 매우 까맸는데, 까만 정도의 변화는 아래와 같아요.




이것을 가지고 저는 가끔 장난삼아서 '깜둥지수 변화'라고 이야기하곤 해요. 위 그래프에서 갈색 선은 어지간한 햇볕에는 데이지 않는 검은 피부를 의미해요. 3월이 되면 슬슬 피부가 검어지기 시작해요. 그러다 4월 봄소풍때 갑자기 확 타버리죠. 이때 갑자기 확 타기 때문에 피부가 벗겨지기도 하고, 모자를 쓰지 않으면 두피가 벗겨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4월의 태양은 그렇게 강하지 않기 때문에 소풍 다녀온 날 밤 조금 따갑거나 며칠 지나서 머리에서 비듬처럼 두피가 벗겨져 나오는 정도로 끝나요. 그리고 이렇게 한 번 타면 그때부터는 웬만한 햇볕에는 그저 검어지기만 하지 데이지 않는 검은 피부가 되요. 4월 소풍으로 갑자기 타는 것은 제주도 여름 땡볕에 대한 예방접종 쯤 되는 셈이에요. 그리고 8월쯤 되면 최고로 검어지고, 이후부터 조금씩 하얘지다가 10월 가을소풍때 마지막으로 다시 조금 더 까매져요. 그 후에는 날도 선선해지고 긴팔도 입고 해서 다시 피부가 하얗게 되지요.


그래서 제주도에서 육지에 있는 대학교로 진학해서 대학교 첫 여름방학을 맞아 제주도로 돌아오면 사람들이 꼭 '육지 가서 하얘졌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되요. 아무리 육지에서 썬크림 하나도 안 바르고 맨얼굴로 열심히 돌아다닌다 해도 바닷바람 맞아가며 검어지는 것보다는 덜 검어지거든요. 타지역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면 신기해하고, 바닷가 사람들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끄덕해요.


문제는 제가 제주도에서 봄부터 꾸준히 보내지 않았다는 것. 저 그래프로 말하자면 갈색 선을 채 넘지 못한 상태였는데, 뜨거운 7월 바닷가의 햇볕을 햇볕이 가장 뜨거운 점심때 그대로 다 쬐어버리는 바람에 제대로 화상을 입어버린 것이었어요. 햇볕에 데이는 일이야 여러 번 겪었지만 이번에는 진짜 지독하게 데었어요. 가파도 선착장 돌아와서부터 쓰라리기 시작했고, 목욕탕 가서 계속 냉찜질을 했는데도 통증이 가시지 않았어요.


'한숨 자고 나면 나아지겠지.'


나아지기는 개뿔...오히려 전날보다 더 쓰라렸어요. 양팔과 광대뼈가 너무 따가워서 바세린을 바르려고 찾아봤는데 집에 바세린이 없어서 꿩 대신 닭이라고 존슨즈 베이비 오일을 발랐어요.


'아...내일 우도 가야 되는데 큰일났네...'


임시조치로 존슨즈 베이비 오일을 바르기는 했는데 과연 햇볕에 데인 화상이 많이 가라앉을지 의문이었어요. 문제는 흐리면 우도를 안 갈 것인데, 그러면 이번 내려와서 우도를 갈 날이 없을 것 같았어요. 계속 비가 온다 온다 하면서 안 오다가 목요일 내지 금요일부터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에 나왔거든요.


일단 다음날 일은 다음날 생각하기로 하고 잠을 잤어요.


2014년 7월 23일 아침. 부모님께서 일찍 저를 깨우셨어요. 눈을 뜨자마자 바로 알아차렸어요.


'오늘 우도 간다.'


집은 환했어요. 마루로 싯누런 햇볕이 들어오고 있었어요. 얼마나 맑은지 확인해보러 옥상에 올라갔어요.



한라산이 보인다!


제가 제주도에 있었던 2014년 7월 셋째주. 오직 이날만 한라산이 보였어요. 거대한 구름이 한라산에 걸려서 위쪽으로 기웃거려봤다 아래쪽으로 기웃거려봤다 할 뿐 확 넘어오거나 확 내려가거나 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산 아래쪽은 바람 한 점 없고 엄청나게 맑은데 한라산쪽은 딱 봐도 무겁게 생긴 구름이 한라산을 깔아뭉개고 있는 모습이 제가 있는 기간 내내 펼쳐져 있었어요. 오직 이 7월 23일만 빼구요.


빨리 나갈 준비를 끝내고 성산항으로 갔어요. 가파도에서 햇볕에 호되게 당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썬크림도 바르고, 긴팔 셔츠도 입고, 밀짚모자도 푹 눌러썼어요. 정말로 불에 데인 것처럼 많이 아팠기 때문에 한 번만 더 데이면 병원가야한다는 것을 계속 느끼고 있었거든요.



아침 9시 40분. 성산항에 도착했어요. 참고로 여기 주차장은 무료에요.


성산항은 배를 타고 타지역으로 갈 수 있는 큰 항구에요. 여기에서는 배를 타고 전남 장흥으로도 갈 수 있어요.


성수기에 우도는 가려고 하는 사람이 많아서 30분~1시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이 있어서 재빨리 여객터미널 안으로 들어갔어요.




가파도, 마라도 배를 탈 수 있는 모슬포항과는 비교도 안 되게 사람이 많았어요.


우도 가는 배 역시 도항선 승선 신고서를 작성해야 했어요.



가파도 도항선 승선 신고서와는 달리 우도는 차를 끌고 들어갈 수 있어요.


우도 도항선 승선신고서 작성을 마치고 매표소로 가서 표를 구입했어요. 우도 배표 가격이 가파도 들어가는 배표 가격보다 저렴했어요. 우도는 성인 외지인의 경우 왕복 5500원이에요. 매표소에서는 마지막 배는 사람이 다 차면 떠나버리므로 마지막 배 이전 배를 탈 생각을 하고 돌아다니라고 알려주었어요. 우도는 정말 사람들이 하도 많이 가서 배삯도 저렴했어요.


표를 구입한 후 바로 배를 타러 갔어요.



"배 언제 언제 떠요?"

"지금은 차면 바로바로 떠요."



우도 도항선은 예전부터 재수없으면 오래 기다려야 하는 배로 알려져 있었어요. 그 이유는 바로 이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차를 끌고 들어갈 수 있는 섬이기 때문이지요.


배에 올라타서 먼저 객실로 갔어요.



"어? 가파도행 배는 의자였는데 여기는 바닥이네?"


혹시 의자로 되어 있는 객실도 있나 돌아다녀보았지만 의자로 되어 있는 객실은 없었어요. 전부 이렇게 바닥에 앉는 객실이었어요. 그리고 돌아다니다 조타실도 볼 수 있었어요.



배 앞에서 성산항을 바라보았어요.



배는 만차였어요.



드디어 배가 우도를 향해 출항했어요.



"우도가 보인다!"





옆으로는 지미봉이 보였어요.



우도는 점점 가까워졌고, 우도 해안가에 있는 홍조단괴 해수욕장도 보이기 시작했어요.




드디어 항구가 보이기 시작했고, 배 앞부분이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우도다!"



드디어 우도에 상륙했어요. 그렇게 유명하다는 우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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