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첫 걸음 (2007)

첫 걸음 - 04 튀니지 튀니스

좀좀이 2011. 12. 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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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아랍어는 글쎄? 불어는 대환영


01.24


아침을 깨우는 시끄러운 전화소리. 받자마자 들리는 목소리. '알로'. 알로...알로...알로하오에? 몰라요. 몰라요.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사바할 키르'보다는 '봉쥬르'가 훨씬 편하다는 것. '키프 할렉'보다는 '싸 바'가 훨씬 간단하다는 것. 전날 카운터 직원과 일행의 대화를 들었기 때문에 둘 중 편한 것을 택일하면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봉쥬르와 싸바를 말했더니 전화기에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불어 폭격의 연쇄폭발. 졸려서 알딸딸한데 전화기에서는 뭐라고 불어로 신나게 떠들어대요.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요. 저의 상쾌한 대답. 'J'ai compri.'


모닝콜부터 불어로 받았습니다. 뭔가 이상했습니다. 튀니지, 모로코에서 불어가 잘 통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잘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호텔 직원이니 불어를 잘 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침을 먹으러 호텔 식당에 가니 오이가 있었습니다. 만세! 오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전세계 모든 음식을 다 합쳐놓아도 생으로 먹는 오이가 가장 좋아요. 저에게 생오이만큼 맛있는 것도 없습니다. 풍성한 수분, 상쾌한 맛과 향기. 정말 좋아합니다. 한국에서는 지금 비싸고 질도 좋지 않은 오이가 여기 호텔 식당에서는 풍성 그 자체였습니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아요. 하루 세끼 전부 생오이로만 먹어서 죽지 않고 잘 산다면 정말 그렇게 먹을 거에요. 식사는 햄과 바게트, 크로와상, 꿀, 잼, 오이, 토마토, 상추, 우유, 레몬주스, 오렌지 주스 가운데 마음껏 골라먹는 부페식 식사였습니다. 오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먹기에는 상당히 거북한 음식들. 오이와 토마토를 수북히 퍼서 먹고, 빵과 햄을 먹었습니다. 크로와상은 맛있었습니다. 바게트는 한국에서 먹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고, 햄은 먹기는 하겠지만 입맛에 맞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돼지고기 햄은 아니겠지요. 그러면 소고기 햄인가? 하여간 우리나라에서 먹던 햄과는 전혀 다른 맛이었습니다.


아침을 먹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숙소가 튀니스 한가운데, 우리나라의 서울로 따지자면 종로3가 정도의 위치이었습니다. 거리로 나오자마자 두 눈을 의심해야 했습니다.


이것은 내가 상상하던 아랍이 아니야!  모스크는 어디 있지?  아랍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은 또 어디에 있지?  책에서 보아왔던 아랍적인 것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을 수가 없잖아!


정말 그랬습니다. 책에서 보아왔던 아랍적인 것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분명 눈앞에 펼쳐진 것은 아랍어 교재에서 보았던 아랍적인 풍경이 아니라 프랑스어 교재에 나온 남프랑스의 거리 풍경이었습니다. 눈부신 하늘과 프랑스어 교재에 나온 남프랑스의 거리 풍경...나 지금 아랍 국가에 온 것 맞지? 잠을 자다가 나만 이상한 시공간 여행을 하게 되어서 남프랑스에 떨어진 것은 아니지? 내가 아직도 꿈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것은 아니지? 끝나지 않는 불신의 눈빛. 그러나 맞아요. 이건 튀니지에요. 아랍국가 튀니지. 제가 상상했던 남유럽의 정경을 튀니지에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일단 환전을 하러 갔습니다. 50유로를 환전했는데, 50유로는 84디나르였습니다. 계산을 편하게 하기 위해 1유로는 약 1.5디나르로 계산하고, 이를 토대로 1디나르는 우리나라 800원이라는 공식 성립. 이제 이 계산을 토대로 튀니지에서 돈을 씁니다. 물가 계산도 모두 이 '1디나르=800원'이라는 공식으로 합니다.


큰길을 따라 쭉 걸어가는데 무언가 '땡땡' 소리를 내며 달려왔습니다. 거리에는 철로가 깔려있었습니다.


"트램이다!"


진짜 트램이었습니다. 책에서나 보던 그 전차가 튀니스 시내에서 신나게 달리고 있었습니다. 정말 신기했습니다. 보자마자 트램을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램을 타고 도시를 한바퀴 뺑 돌면 정말 신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트램 타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튀니스 시내를 조금 걷자마자 두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하나는 아랍어보다 불어가 훨씬 잘 통한다는 사실. 불어가 정말 잘 통했습니다. 발음도 정말 알아듣기 쉬웠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마그리브 지역 사람들의 불어는 딱딱거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몇 번 튀니지 사람들과 이야기해보자마자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일단 연음(리에종)을 잘 안 합니다. 평소 접하던 그 스물스물 넘어가서 사람 머리 깨지게 만드는 연음이 거의 없어서 이해하기 매우 편해요. 불어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저에게 이 딱딱 끊어지는 발음은 정말 축복이었습니다. 그리고 연음을 하더라도 발음이 거의 다 살아있었습니다. 불어 듣기에서 최대의 난관이라면 바로 연음. 연음으로 앞뒤 발음이 섞이는 것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비음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거 아무 것도 없어요. 저의 발음과 완전 비슷해요! 불어를 할 때마다 '너 불어하는 것 맞냐?'라는 반응을 듣던 저에게는 정말 동지들을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저의 불어는 잘 통하는 반면, 아랍어는 정말 잘 통하지 않는 지역이 바로 튀니지였습니다. 일행들이 아랍어로 물어보았을 때, 돌아오는 대답이 불어일 확률은 거의 80%. 아랍어로 돌아온다고 해도 불어발음이 섞인 이상한 아랍어라고 했습니다. 표준아랍어에 대한 이해조차 상당히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저는 튀니지 호텔 카운터의 일을 목격하자마자 아랍어를 버려버린 상태. 비슷한 발음을 쓰는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가 잘 통하니 저는 천국이었습니다. 말이 통하니 여행에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여기에서 저만의 튀니지 모로코에서의 급조 여행 불어 노하우.


1. 평서문을 의문문으로 만들 때는 Est-ce que를 무조건 접두시킨다.
능숙하게 불어를 하시는 분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저처럼 불어로 대화해본 경험이 극도로 부족하신 분들 및 여행을 위해 여행용 불어 서적 하나에 의존하셔야하시는 분이라면 말을 물어볼 때 반드시 Est-ce que를 접두시키도록 합시다. 불어에서 의문문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주어와 동사를 도치시키는 것, 두번째는 Est-ce que를 문장 맨 앞에 붙이는 것, 세번째는 평서문의 끝을 위로 올리는 것입니다.

첫번째 : Avez-vous le temps?

두번째 : Est-ce que vous avez le temps?

세번째 : Vous avez le temps?

난이도를 따지면 세번째-두번째-첫번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불어가 능숙하지 않으신 분이라면 외국인과 대화하는 순간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입을 뗀다고 하더라도 억양이 뒤죽박죽이 되어서 문장 마지막을 올리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일단 중요한 것은 의사전달이기 때문에 Est-ce que를 접두시킵시다. 그러면 그 뒤부터는 억양 신경쓰지 않고 말해도 의미전달을 정확히 할 수가 있습니다. 무언가를 물어볼 때 '나는 지금 질문하는 것이다'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2. 명사의 성은 무시한다.

불어에서 명사의 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명사의 성을 모르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런 부분은 어물쩍 어물쩍 넘어갑시다. 가격을 물어보고 싶은데 'Il coute combien?'인지 'Elle coute combien?'인지 몰라서 우물쭈물 거려서야 되겠습니까? 빨리빨리 여기저기에서 이것저것 물어보아야 흥정을 하지요. 특히 모로코와 튀니지의 시장에서 물건값은 정말 제각각이기 때문에 다른 가게에서 부른 가격의 1/3의 수준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즉, 빨리빨리 승부를 걸어야한다는 점. 그런데 남성인지 여성인지에 얽매여서야 쓰겠습니까? 팔찌라는 것을 뻔히 아는데 'qu'est-ce que c'est?'라고 물어서 명사의 성을 알아내려고 하면 그 말과 동시에 물건값이 껑충 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Il coute combien이 편하다면 Il coute combien으로, elle coute combien이 편하다면 elle coute combien으로 뚝심있게 밀고 나가세요. 관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관사가 기억나지 않으면 관사를 넣을 부분을 어물쩍 어물쩍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면 됩니다. 잘 알아듣습니다. 그런다고 막 말하지는 맙시다. 이건 정말 찰나가 중요할 때에만 쓰는 방법입니다. 찰나가 중요할 때가 아니라면 제대로 된 좋은 불어를 사용합시다.


두번째는 인도는 있지만 차도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는 조금 힘들고, 두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도는 천국, 차도는 지옥.

차도는 없다. 오로지 횡단보도만 있을 뿐.


튀니지에 도착해서 큰 길-하비브 부르기바 거리로 나오자마자 보게 된 것은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신호등? 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차도 사람도 신호등은 절대 안 지켜요. 차량이 인도로 올라오는 일은 없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차가 인도로 다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풍경. 신호등은 도대체 왜 있고, 50미터 정도마다 서 있는 교통경찰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지? 50미터 정도마다 교통경찰이 서 있는데, 한 명이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보통 두세 명씩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 모두 하는 일이 없어요. 무단횡단을 하든, 차량이 질주를 하든 전혀 신경 안 쓰는 교통경찰들. 만사태평이었습니다. 이런 교통정리라면 저도 하겠어요. 퇴근시간까지 가만히 서 있기만 하면 되는 교통정리라면 이 세상 누가 못하겠습니까? 무단횡단은 기본이었습니다. 심지어는 로타리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가도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들어와도 차량은 그냥 마구 달려요. 횡단보도라고 그린 선과 신호등은 정말 멋으로 있을 뿐, 그 어떤 기능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차와 사람이 충돌하면 다치는 것은 사람이라는 점. 무조건 사람이 조심해야 합니다. 차도 전체가 횡단보도인 대신, 사람은 벌레급이고 차량은 신급이었습니다. 운전자에게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었습니다. 튀니지에 머무는 동안 택시를 여러 번 탔지만, 사람 때문에 브레이크를 밟는 경우는 딱 한 번 경험했습니다. 나머지는 무조건 질주. 그냥 마구 밟아요. 사람이 알아서 피해야 해요. 차량에게 눈꼽만큼의 동정심을 기대했다가는 보기좋게 차량과 충돌하게 생겼습니다. 차도의 넓이, 교통경찰과 신호등의 유무...아무 상관 없어요. 그냥 마구 질주. 사람도 질주, 차도 질주.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절대자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 절대자란 바로 '전차'였습니다. 전차는 절대 속도를 줄이지 않습니다. 차가 있든, 사람이 있든 무조건 제 속도 다 내어서 달립니다. 정말 알아서 잘 피해야 합니다. 전차와 차량이 충돌하면 승자는 무조건 전차. 운동에너지에서부터 차량은 전차의 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전차가 가는 길을 따라서 차량이 운전할 수 없게 되어있기 때문에 전차와 차량이 충돌한다면 무조건 전차가 차량의 옆면을 박게 되어있는 시스템. 이것은 제 아무리 중차량이라고 해도 절대 이길 수 없어요. 그래서 차도의 절대자는 전차.


더 우스운 것은 사람은 자전거보다도 못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굳이 서열을 매기자면 전차-자동차-자전거-사람의 순서. 모로코에서 들은 이야기이지만, 이네들은 뭔가 타기만 하면 무언가 알 수 없는 특권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고 합니다. 하여간 자전거도 진짜 난폭운전입니다. 사람이 지나가는데 두 손을 호주머니에 푹 찔러넣고 계속 페달을 밟아댑니다. 보행자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없는 나라, 튀니지.


튀니지에서 받은 또 하나의 충격은 거리에 식물이 많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푸른 물결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길을 갈 때마다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이것은 분명 제가 상상하던 아랍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초록빛 물결과 서양식 건물들의 행진은 제가 정말 아랍세계에 온 것이 맞는지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여기가 아랍세계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라고는 아랍인과 아랍어 간판 뿐이었습니다.


큰 길을 따라 걷다보니 튀니지의 재래시장이 나왔습니다.


재래시장의 입구


재래시장의 내부는 교과서에서 많이 보던 모습이었습니다.



제품들이 예쁘기는 했지만, 특별히 '튀니지'를 나타내는 것은 없었습니다. 여행 내내 느낀 것이었지만, '튀니지'를 나타내는 것은 마땅히 찾기 어려웠습니다. 튀니지의 전통음식이라는 '쿠스쿠스'는 원래 모로코의 음식입니다. 은 세공품도 특별히 '튀니지'라는 것을 나타낼만한 것은 없었습니다. 모두 지극히 평범하고 흔한 아랍풍의 것이었습니다. 무엇이 튀니지를 대표하는 것일까요? 튀니지를 대표할만한 것이라고는 튀니지의 지도 뿐이었습니다. 그 외 모든 것들이 튀니지의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아랍세계에 흔한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나올 모로코는 워낙 특이한 나라이고, 이집트는 피라미드와 나일 문명,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메카, 요르단에는 페트라 등등 그 국가를 대표할만한 무언가가 하나씩은 있기 마련인데 튀니지에는 '이것이 튀니지'라고 내세울만한 것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카르타고가 있기는 한데, 카르타고의 향기를 튀니지에서 찾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과연 무엇이 '튀니지'라고 내세울만한 것일까요? 어쩌면 독특한 냄새가 아예 없다는 것이 '튀니지다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찾을 수 없는 튀니지다움.


재래시장을 구경하다가 잠시 쉬기 위해 차를 마셨습니다. 설탕을 많이 탄 차를 주전자에 담아서 주는데, 주전자 안에는 박하잎이 하나 들어있었습니다. 박하향과 가벼운 쓴맛이 살짝 도는 설탕물에 가까웠지만, 개인적으로 매우 맛있게 먹었습니다. 차를 마시고 점심으로 '튀니지 쿠스쿠스'를 먹었습니다. 쿠스쿠스란 일종의 찜요리인데, 거친 밀가루를 그릇 가득히 담고 그 위에 야채나 고기를 올려서 찌는 요리입니다. 뒤에 먹은 모로코의 원조 쿠스쿠스와 튀니지의 쿠스쿠스의 차이점은 튀니지의 쿠스쿠스는 밀가루에 향신료가 들어가서 밀가루에서 향신료 향이 진동한다는 것이고, 모로코의 쿠스쿠스는 밀가루에 향신료를 넣지 않아서 밀가루 맛이 위에 올린 야채나 고기의 향이 섞이고 위에 건포도 몇 알을 올린다는 점입니다. 분홍 소세지와 양파만 넣고 끓인 카레도 단지 '카레'라는 이유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튀니지 쿠스쿠스를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각보다 향신료 냄새가 역하지는 않았습니다. 최악의 카레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만약 카레를 싫어하시는 분이시라면 향신료 냄새로 고생하실 것입니다.


점심을 먹고 시장 끝까지 가보니 출구가 나왔습니다.


이 시장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라는군요.


시장 출구 맞은편에는 에즈-지투나 (ez-zitouna) 사원이 있습니다. 표준 아랍어로 하면 Az-zaytuuna이지만, 튀니지 방언으로는 에즈-지투나 사원입니다.


사원의 첨탑은 말리키 학파 양식으로 흔히 보는 원통형 첨탑이 아니라 사각기둥 첨탑이었습니다. 매우 신기했습니다. 말리키 학파 양식의 첨탑은 처음 보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원통형 첨탑보다 사각기둥 첨탑이 훨씬 예뻤습니다. 깔끔하게 느껴지더군요. 에즈-지투나 사원을 밖에서만 구경하고 맞은편을 보니...


공사중이었습니다...어이쿠...그래도 사원을 공사하는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밀라노 대성당은 정면이 공사중이었지만, 에즈-지투나 사원은 맞은편 시장의 끝이 공사중이었습니다. 재래시장을 넘어서 계속 걸어가는데 총으로 무장한 무장경찰이 길을 막더군요. 처음에는 대형사고나 테러위협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몇 분 동안 경찰 앞에서 대기하는데 튀니지의 높은 인사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분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경찰이 비켜섰습니다. 길을 가로막고 있던 경찰 바로 뒤의 건물이 튀니지 총리 관저였습니다. 경찰 너머부터는 복잡한 재래시장길과 대비되는 시원시원한 길과 깔끔한 건물의 연속이었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여의도 정도 되는 곳이었습니다. 의회와 각종 행정부처가 모여있는 거리였습니다. 흰색의 건물, 초록의 식물, 푸른 하늘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거리가 예쁜 것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햇볕이 너무 강하다는 것...눈이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이 거리를 구경하다가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빨래비누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빨래비누를 들고 잠시 로비의 소파에 앉아 쉬면서 카운터를 가만히 구경했습니다.


외국인 손님들보다는 확실히 아랍인 손님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모두 불어로 말한다는 사실!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영어와 표준 아랍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영어나 표준 아랍어나 교육을 받지 못하면 못 알아들을 수도 있지요.  여기는 프랑스의 입김이 매우 강한 동네.  TV를 틀면 프랑스 방송이 너무나 당연하게 나와요.  튀니스 거리 사람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그네들의 말만큼 불어가 많이 들렸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호텔 카운터에서 아랍인들끼리 이야기할 때는 불어가 끼어들 자리가 크지 않다는 거에요.  아프리카의 흑인이 우리에게 다가와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만 말씀 좀 여쭈어볼 수 있을까요?'라고 능숙한 한국어로 말한다면 우리쪽에서도 매우 어색하고 이상할 거에요.  외국인은 한국어보다 영어로 말해야 우리의 상식에서 받아들이기 수월한 것은 사실.  이 상황을 그대로 대입시키면 우리가 튀니지 사람에게 유창한 아랍어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불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그네들 쪽에서도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울 것입니다.  외국인에게는 습관적으로 불어로 이야기하다보니 아랍어로 말해도 불어로 대답이 돌아온다고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러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은 두 아랍인의 대화.  그런데 둘 다 불어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분명 아랍인끼리의 대화라면 불어가 아니라 아랍어로 대화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호텔 로비에 앉아있는 아랍인들이나 카운터에서 직원과 대화하는 아랍인이나 모두 불어로 대화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아랍어는 천대받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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