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주도

그대로인 것 같지만 그대로가 아닌 제주 관덕정

좀좀이 2013. 8. 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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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아직까지도 마찬가지이지만 제주도에는 국보가 없었어요. 문화재 등급이 국보-보물-사적 순으로 좋은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제주도에는 보물 1개, 사적 1개가 전부였어요. 제주도가 전국 1위를 차지하는 것은 한라산의 높이와 연중 강수량.


지금은 제주도에 보물이 관덕정 말고 보물 1187호 불탑사 오층 석탑도 있어요.


정확히 몇 학년때 배우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아마 초등학교 4학년 아니면 5학년일텐데, 4학년이 맞을 거에요. 사회 시간에 자기 고장에 대해 배우는 단원이 있었어요. 저는 제주도에 있었기 때문에 제주도에 대해 배웠어요.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각 지역에 해당하는 내용은 전과와 문제집이 따로 나왔는데, 제주도 인구가 워낙 적다보니 빨리 가서 사지 않으면 시험 즈음 되어서야 해당 단원 내용을 구할 수 있었어요.


당시 어려운 것을 배운 것은 아니었어요. 제주도의 유인도 갯수와 이름, 기후, 영주십경 같은 것을 배웠어요. 외지인이 왔을 때 가볍게 안내할 수 있는 수준의 지식이었죠.


이때 전과에서 신기하게 보았던 사진이 하나 있었어요. 그것은 바로 관덕정 벽화. 관덕정은 종종 갔지만 벽화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관덕정에 종종 갔던 이유는 어머니와 함께 공무원 매장에 종종 가곤 했는데, 공무원 매장이 관덕정 근처에 있었어요. 어렴풋한 기억에 의하면, 공무원 매장은 소련식 가게처럼 판매대 앞에 가서 무슨 물건을 살 지 점원에게 이야기하면 점원이 무슨 가격표 같은 것을 줘요. 그 가격표를 계산대에 들고 가서 지불을 하고 다시 판매대 앞에 가서 점원에게 계산대에 지불하고 받은 것을 제시하면 물건을 건네주는 식이었어요. 문 앞에서는 의료보험증을 검사하는 사람이 있었구요. 일반 의료보험증은 하늘색이었는데, 공무원 의료보험증은 상아색 비슷한 색이었어요. 의료보험증을 검사하고, 공무원 가족이 아닌 사람은 못 들어가게 했어요.


이 공무원 매장이 집에서 가까운 것도 아니고 집에서 먼 곳인 관덕정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갔던 이유는 어렸을 때 제가 몸이 많이 약해서 병원에 종종 갔기 때문이에요. 몸이 많이 아프다 싶으면 어머니께 끌려가 버스를 타고 중앙로에 있는 '나사로 병원'에 갔어요. 여기 갈 때마다 정말 지옥에 끌려가는 기분이었어요. 아직도 그 귤색 물약은 잊을 수가 없어요. 그거 먹고 너무 역해서 토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거든요. 하여간 중앙로에 있는 나사로 병원을 들린 후, 이왕 나온 김에 동문 시장 가서 장을 봐 오거나 관덕정까지 내려가서 공무원 매장을 가곤 했어요. 관덕정에 있는 공무원 매장을 들린 후에는 서사로를 거쳐 저희 집 앞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곤 했지요. 그때만 해도 '미림주택'행 버스와 '그랜드호텔'행 버스가 다니던 시절.


관덕정 주변에 공무원 매장도 있었고, 제주 중앙 우체국도 있었어요. 하지만 공무원 매장은 없어졌고, 제주 중앙 우체국은 제주 일고 근처에 제주 중앙 우편집중국이 생기며 일반 우체국이 되어 버렸지요.


관덕정 옆에 제주목 관아가 복원되었다 하지만 관덕정 자체는 변한 것이 없어요.



제주_관덕정


제가 어렸을 때와 지금 달라진 점이라면 관덕정 주변에 풀을 심어놓고, 관덕정 바닥을 만져볼 수 있다는 것 정도에요. 돌하르방도 예전 제가 어렸을 때에 있던 것 그대로에요. 예전에는 저렇게 풀이 깔려 있지 않았고, 돌하르방 뒤로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울타리가 둘러져 있었어요. 사진에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저렇게 관덕정에 앉는 것은 울타리를 넘지 않는 한 아예 불가능했어요.



관덕정_벽화


어렸을 때 보았던 관덕정과 가장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바로 이 벽화에요. 어렸을 때에는 벽화가 거의 다 훼손되어서 벽화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저 벽화에서 성 부분이 조금 남아 있었고, 나머지는 거의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 벽화를 복구해 놓았더라구요.


예전 제가 제주도에서 자랄 때 보았던 관덕정과 얼핏 보면 그대로 똑같아 보이지만, 이 벽화가 복원되었다는 점에서 그때의 관덕정과는 다른 모습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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