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주도

제주도 한라산 국립공원 성판악 코스 사라오름

좀좀이 2013. 8. 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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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모두들 학교에서 배운 적이 있으실 거에요. 제주도에는 기생화산인 '오름'이 있다.


실제 제주도에는 오름이 무지무지 많아요. 별별 오름 다 있어요. 너무 완만하고 개발이 다 되어버려 이제는 오름인지 확인하는 게 어려운 오름도 있고, 오름인 줄도 모르고 있던 동네 공원이 오름이기도 하고(삼무공원) 딱 보아도 '아! 오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생긴 오름도 있지요.


이 오름들 가운데 분화구에 물이 차 있는 오름은 몇 개 없어요. 제가 알기로는 물영아리, 물찻오름, 그리고 물장오리 정도에요. 이 중 물장오리는 한라산 국립공원 안에 있어서 일반인은 갈 수 없답니다. 여담으로 설문대할망이 자살하려고 물영아리에 들어갔는데 발목까지 밖에 안 차서 물장오리에 들어갔더니 물장오리는 끝이 없어서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있지요. 물찻오름의 물과 관련된 전설은 못 들어보았구요.


문제는 사라오름. 사진으로 보면 분화구에 물이 찰랑찰랑 차 있어요. 물이 찰랑찰랑 차 있는 사라오름 사진은 제주의 비경 사진으로 종종 나온답니다. 그리고 이 사라오름은 한라산 국립공원 성판악 코스 중턱 즈음에 있답니다. 즉, 국립공원 내부에 있지요.


몇 년 전만 해도 사라오름은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아서 갈 수 없었답니다. (물론 몰래 다녀오시는 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죠) 사진으로 보는 사라오름의 분화구는 물이 차 있는 모습. 그래서 사라오름이 물이 차 있는 분화구를 가진 오름인지 아닌지 매우 궁금했었어요.


그러던 차에 집접 사라오름에 다녀왔답니다.



한라산_성판악코스_표지판


성판악 코스는 매우 완만하고 지루한 코스랍니다. 진짜 풍경을 즐길만한 구간은 진달래밭 대피소를 넘어서부터 나오죠.


산행에서 만나는 표지판에서 거리와 시간을 보면 난이도를 대충 가늠할 수 있지요. 이때 기준은 한 시간에 1km 입니다. 거리와 시간이 한 시간에 1km 가 안 나온다면 이건 각오해야 하는 힘든 코스입니다. 한 시간에 1km 면 '아...내가 산을 올라가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드는 정도이며, 한 시간에 1km 보다 많이 가면 그 거리가 길어질 수록 매우 쉬운 길이 되지요.


단, 그렇다고 해서 성판악 코스를 너무 만만하게 보아서도 안 됩니다. 코스가 짧지는 않거든요. 어쨌든 사라오름 입구까지 가는 거리만 해도 약 6km 길이랍니다. 성판악 코스 입구에서 백록담까지는 거리가 9.6km 이구요. 아무리 완만하고 쉬운 코스라고 해도 19km 산길이면 평소 운동을 안 하는 사람들에게는 힘든 코스이지요.


사라오름만 갈 것이라면 서두를 것도 없고, 적당히 느긋하게 걸어올라가도 됩니다. 백록담까지 다녀오실 분이라면 백록담을 먼저 다녀오신 후 내려가는 길에 사라오름을 들리시는 것을 추천하구요. 왜냐하면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하절기의 경우 1시부터는 백록담행 코스를 막습니다. 올라가는 길에 사라오름을 보고 백록담까지 올라가는 것이 좋기야 하지만, 산을 매우 빨리 타는 분이거나 꼭두새벽부터 산행을 시작할 것이 아니라면 내려오는 길에 보는 편이 좋습니다.



성판악_사라오름_입구


사라오름 입구입니다. 예전에는 없었는데 이번에 가니 뱀 주의 표지판이 이곳 저곳 설치되어 있더군요. 그리고 표지판에 보이는 저 분화구에 가득찬 파랗고 맑은 물!


정말 사람 들뜨게 하는 사진이죠.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백록담에는 물이 많지 않아요. 정말 어쩌다가 한라산에 초대형 폭우가 쏟아져야 백록담에 사람들이 상상하는 그런 물이 꽉 찬 모습이 나타나죠. 그리고 이렇게 백록담이 만수가 되면 지방 뉴스에도 나온답니다. 사람들은 애국가에 나오는 백두산 천지를 상상하며 한라산 백록담에 가나, 실제 그런 모습은 정말 어쩌다 볼까 말까한 장면이지요. 그래서 물이 가득 찬 오름의 분화구는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구요. 물이 없는 분화구와 물이 차 있는 분화구는 그냥 금가락지와 왕방울 다이아몬드가 박힌 금반지의 차이랄까요? 실제 보면 아예 느낌 자체가 다르거든요.




응?


이건 사진이랑 다른데?


이건 뭐지?


사라오름은 항상 물이 고여있는 오름이 아니더군요. 비가 오면 물이 고이는 분화구이지, 물찻오름, 물영아리, 물장오리처럼 수원이 있어서 항상 물이 고여 있는 분화구는 아니었어요.


입구의 사진을 보고 기대하고 올라간 저는 이 현실을 목격하고 웃어버렸답니다.




물_없는_사라오름_분화구


황량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분화구.


풀을 보니 이번에 제주도에 극심한 가문이 들어 물이 다 마른 게 아니라 원래 그냥 비오면 물이 잘 고이는 분화구였어요. 만약 물이 항상 고여 있는 분화구였다면 수초가 자라 있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실망할 것은 또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분화구 바닥이 너무나 평평했기 때문이었어요. 누가 일부러 평탄화 작업해 놓은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평평한 바닥. 이렇게 평평한 바닥을 보여주는 분화구를 가진 오름은 사라오름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보지를 못했어요. 진짜 무슨 대접을 산 꼭대기에 박아놓은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평평한 분화구 바닥.



사라오름_분화구


사라오름은 분화구의 절반을 나무로 만든 다리를 따라 돌아볼 수 있어요. 물이 차 있을 때에는 다리가 물 위에 있겠더군요. 하지만 제가 간 날에 사라오름 분화구에는 물이 한 방울도 없었답니다.



사라오름_한라산_전망대


하필이면 제가 갔을 때 구름이 뒤덮어 한라산 전망을 볼 수 없었어요. 맑은 날에는 아무 멋지게 잘 보인다고 하던데요.


사라오름은 물이 차 있다면 정말 장관이겠지만, 물이 차 있지 않아도 분화구 모습이 매우 예쁘게 생긴 오름이랍니다. 만약 한라산을 끝까지 다 올라갈 자신이 없으신 분들은 사라오름까지 다녀오세요.


참고로 한라산 국립공원에 있는 오름 중 올라갈 수 있는 오름은 딱 두 개 있답니다. 하나는 바로 사라오름이고, 다른 하나는 어승생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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