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햄버거를 처음 먹었던 때는 무지 어렸을 때였다. 빵집에 가면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 안에 무슨 야채과 고기덩어리 튀긴 것 비슷한 것이 들어 있는 빵이 있었는데, 그거 냄새가 참 좋았다. 항상 어머니께 사달라고 졸랐지만 어머니께서는 사주시지 않으셨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와 함께 시장에 있는 빵집에 갔는데 어머니께서 드디어 그 빵을 사주셨다. 집에 돌아와 그 빵을 먹는데 맛있었다. 문제는 어린 내가 혼자 다 먹기에는 너무 많았던 것. 어렸을 때 밥 한 공기 다 비우는 것도 버거워했는데 그 커다란 빵을 혼자 다 먹기는 무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빅맥 크기 정도 되지 않았나 싶다. 하여간 점심때부터 먹기 시작한 빵은 맛은 있었지만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고, 결국 그날 저녁 먹을 때가 되어서야 다 먹었다. 당연히 그날 저녁은 먹지 않았다. 저녁밥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 때문에 정말 신났던 기억도 아직까지 생생하다. 어렸을 때부터 '제발 한 끼 좀 굶었으면 좋겠다'고 바랬기 때문이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한동안 햄버거는 애증의 대상이 되었다. 맛은 좋아서 또 먹고 싶기는 한데, 그 양이 감당이 되지 않는 양이었다. 이게 실상 두 끼 분인데 그것을 혼자 한 끼에 다 해치우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그 빵집 햄버거를 다시 먹게 된 것은 시간이 어느 정도 더 흐른 후였다. 어느 날 부터인가 학교에 행사가 있으면 학급임원들의 학부모님들께서 빵집에서 햄버거를 사오셔서 아이들에게 돌리셨다. 그때 받은 햄버거는 그 빵집 햄버거보다 크기가 작았다. 오늘날로 치면 어린이세트의 햄버거 크기 정도였다. 그 정도는 그래도 무리없이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먹는 양이 늘어나면서 드디어 밥 한 공기를 무리 없이 먹을 수 있게 되었고, 그 빵집 햄버거를 혼자 한 끼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많아서 먹으면 배가 너무 부르기는 했지만 말이다.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햄버거를 사먹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들어서였다. 처음 롯데리아 간 것이 고2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이전에도 당연히 있었지만 가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굳이 갈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먹는 데에 쓸 돈이 있으면 모아서 읽고 싶은 책을 구입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어머니께서 종종 시장가신 김에 햄버거를 사오셨기 때문에 굳이 내 돈 들여서 먹어야할 이유도 없었다.


햄버거를 본격적으로 먹어대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들어가서부터였다. 내가 살던 곳 양 옆에 맥도날드와 롯데리아가 있었는데, 할인행사 하는 햄버거 두 개 사서 후딱 먹어치우면 그날은 굳이 다른 것을 먹을 필요도 없었다. 돈도 절약하고 먹는 데에 시간도 안 빼앗겨서 행사하는 햄버거만 골라서 열심히 사먹곤 했다.


그리고 이렇게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햄버거를 사먹기 시작하면서 빵집 햄버거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일단 행사용 햄버거보다 비쌌기 때문에 그걸 사서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게 빵집 햄버거를 안 먹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냥 어렸을 때에는 빵집에서 햄버거를 사먹곤 했었다는 기억만 어쩌다 가끔 떠오를 때가 있었다.




모처럼...몇 년 만에 빵집 햄버거를 사먹었다. 원래 햄버거를 먹고 싶어서 먹은 게 아니라, 점심을 먹으려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는데 중국집을 찾지 못했다. 짜장면 한 그릇 먹고 싶은데 중국집이 보이지 않아서 돌아다니다 겨우 하나 찾았는데, 하필 짬뽕 전문점이라고 짜장면이 없었다.


'꿩 대신 닭이다.'


더 돌아다니기도 싫고 해서 그냥 짬뽕 곱빼기를 시켰다. 큰 그릇에 짬뽕이 나왔는데 실제 양은 집에서 라면 두 개 끓여먹는 정도의 양 밖에 되지 않는 듯 했다. 분명 짬뽕 곱빼기면 혼자 먹기 조금 버거운 양이어야 정상인데 왜 이렇게 적지? 다 먹고 툴툴대며 돌아다니는데 마침 어느 한 빵집에서 햄버거를 팔고 있는 것이 보였다.


크기도 예전에 먹었던 것보다 작아서 딱 이거 하나 먹으면 배가 찰 거 같았다. 그래서 사먹었다.


예전처럼 속이 푸짐한 햄버거는 아니었지만, 피클과 양배추 마요네즈 무침, 패티 한 장이 들어간 햄버거였다. 어렸을 때 먹었던 그 빵집 햄버거가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맛은 이것도 가지고 있었다.


항상 떠올리기만 했던 오래된 기억을 다시 먹어본 하루였다.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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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빵집 햄버거... 뭔가 색다를 것 같은데요? ^^

    2013.04.29 11: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어렸을 때에는 문방구에서 파는 햄버거도 자주 사먹었던 것 같아요. ^^;;

    2013.04.29 12: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문방구에서도 햄버거를 팔았었군요! 제가 어렸을 때에는 아폴로 같은 것만 있었거든요 ㅋㅋ;;

      2013.05.02 01:18 신고 [ ADDR : EDIT/ DEL ]
  3. 이상하게 가끔은 먹고 싶어지는 햄버거죠!!
    행운이 함께하는 한 주 되세요.^^

    2013.04.29 13: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혹시 다른 빵집에도 저런 햄버거가 있을지 궁금해지더라구요. 혹시 시장에 가면 아직도 있을까요? ㅎㅎ

      2013.05.02 01:19 신고 [ ADDR : EDIT/ DEL ]
  4. 빵집햄버거에 대한 추억이 있으시군요
    덕분에 저도 오래전 먹었던 빵집햄버거를 떠올리ㅕ 잠시 추억에 잠겼어요^^
    잼있게 읽었습니다~

    2013.04.29 14: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꿋꿋한올리브나무님께서도 예전에 빵집 햄버거를 드셔보셨군요 ㅎㅎ 저도 오랜만에 먹어보며 어렸을 때 생각이 기억나서 글을 적어 보았어요^^

      2013.05.02 01:22 신고 [ ADDR : EDIT/ DEL ]
  5. 저는 빵집에서 샌드위치밖에 못봤었는데 햄버거를 파는 빵집도 있군요. 그나저나 저 포장지 정말 오랜만이네요. 예전에 시장에서 움직이는 점포표 햄버거가 저런 포장지에 있었던 것같은데.. 아직도 이 포장지를 쓰나봐요.

    2013.04.29 16: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Jmi님께서는 빵집에서 파는 햄버거는 못 보셨군요 ㅎㅎ 시장에서 움직이는 점포표 햄버거 기억나요 ㅋㅋ 그건 보기만 했지 먹어보지는 못했어요. 아직도 저 포장지를 쓰더라구요. '햄버거는 현대인의 영양식' 추억의 멘트죠 ㅋㅋ

      2013.05.02 01:26 신고 [ ADDR : EDIT/ DEL ]
  6. 빵집햄버거 ㅎㅎ 이름만 들어도 정겹네요~
    저도 예전에 빵집에서 햄버거 사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2013.04.29 21: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눈깔사탕님께서도 빵집 햄버거를 드셔보셨군요. 혹시 동네 빵집에서 파는 곳이 있는지 한 번 찾아보세요^^

      2013.05.02 01:27 신고 [ ADDR : EDIT/ DEL ]
  7. 와 저 봉투 무지하게 오랜만입니다. 보기만해도 그맛이 막 생각나네요!

    2013.04.29 23: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현대인의 영양식 ㅋㅋㅋ 요즘은 햄버거 몸에 그렇게 안 좋다고 하는데 저랬던 때도 있었죠 ㅋㅋ 우리마을한의사님께서도 저 종이를 기억하시는군요^^

      2013.05.02 01:30 신고 [ ADDR : EDIT/ DEL ]
  8. 왜 단면샷이 없나요 ㅠㅠ 궁그뭬긍그뭬 ㅠㅗㅠ ㅋㅋ 아마 양배추+마요네즈+케찹+당근 이 정도 조합이겠죠? ㅋ 빵집의 전형적인 햄버거 조합

    2013.04.30 08: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 '현대인의 영양식'이라는 말 때문에 글을 쓴 것이랍니다. 글을 쓰려고 햄버거를 산 것도 아니구요.;;

      2013.05.02 01:44 신고 [ ADDR : EDIT/ DEL ]
  9. 특유의 맛이 기억납니다. 캐쳡과 마요네즈 범벅의..어린시절 빵집의 버거...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번(개그프로 말투 흉내내 봤습니다^^)

    2013.04.30 17: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빵집 햄버거의 소스는 케첩과 마요네즈죠 ㅋㅋ MindPrint님께서도 어린 시절 드셔보셨군요. 무언가 샌드위치 비슷한 것 같은데 확실히 다른 특유의 맛이죠^^

      2013.05.02 01:49 신고 [ ADDR : EDIT/ DEL ]
  10. 저도 빵집햄버거 기억나요! ㅎㅎ
    모두가 기억속의 음식이란게 있는거같아요~ 좀좀이님 덕에 저도 오랜만에 기억속의 음식을 떠올려봤네요 :)

    2013.05.01 12: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Capella님께서도 기억하시는군요. 요즘은 빵집도 거의 다 체인점이라서 그런가 찾아보기 어렵더라구요.
      댓글을 보니 Capella님의 기억속 음식은 무엇일지 궁금해지는데요?^^

      2013.05.02 01:57 신고 [ ADDR : EDIT/ DEL ]
  11. 저도 다음 방문땐 빵집 햄버거를 먹어봐야 겠어요.
    왠지 맛있을것 같다는. ㅎㅎ

    2013.05.02 17: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너무 많이 기대하지는 마세요 ㅎㅎ 그냥 투박한 추억의 맛이랄까요?^^

      2013.05.04 11:35 신고 [ ADDR : EDIT/ DEL ]
  12. 피자빵, 야채빵, 이런 햄버거류의 향...있죠 :)

    2013.05.23 10: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