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의 카자흐어는 관심은 있는데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카자흐어, 키르기즈어는 튀르크 어족에서도 계열이 다르거든요.
대충 튀르크 어족에서 계열을 나누어보면 크게 몇 개로 나누어지는데, 이 중에서 중요한 것은 세 개에요.
1. 오우즈 튀르크어 - 터키어, 아제르바이잔어, 투르크멘어
2. 카를룩 튀르크어 - 우즈베크어(서부), 위구르어(동부)
3. 큽착 튀르크어 - 카자흐어, 키르기즈어
튀르크 언어들이 비슷하다고 해서 하나만 알면 나머지는 다 알아듣는다는 말이 돌아다니는데 이건 거짓말이구요. 물론 이 말이 왜 돌아다니는지는 저도 대충 이해는 해요. 일단 이쪽 사람들이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서로 튀르크 언어들이기 때문에 알아듣는다고 해요. 그런데 말해보면 못 알아들어요. 단지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도 서로 잘 못 알아듣더라는 이야기를 종종 하구요. 이들 언어들이 다른 언어들로 갈라진 것은 세르비아어-크로아티아어-보스니아어처럼 정치적인 이유로만 갈린 것이 아니라 언어학적으로도 갈라놓을 근거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갈라놓은 것이죠.
이들 언어 중 어휘적으로는 터키어가 가장 많이 달라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아타튀르크가 언어개혁을 하면서 아랍어원의 단어들을 순수 터키어로 대체하는 작업을 했는데, 이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거든요. 그래서 어휘적인 면을 놓고 보면 가장 달라요.
문법적으로 보면 저 세 구분 간에는 차이가 존재해요. 그래서 한 그룹 안에 속하는 언어들끼리는 알아듣기 쉬운데, 구분이 달라지면 알아듣기 매우 어려워져요.
카를룩 튀르크어와 큽착 튀르크어는 그래도 문법 같은 것이 비슷한 게 많은데 이 둘은 오우즈 튀르크어와는 문법적으로 차이가 좀 많이 커요.
일단 언어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대충 마무리짓고...
카자흐어와 키르기즈어를 예전에는 그냥 취미삼아서 공부했어요. 이 블로그를 통해 교류하게 된 시간제공자님과 해동공자님께서 도와주셔서 학교의 국어교과서들을 손에 넣었어요. 이때 교과서를 구한 목적은 참고 자료로 쓰기 위해서였어요. 큽착 튀르크어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섣불리 어설프게 '안다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어서 이것저것 살펴보고 연구에 배경지식으로 참고할 생각으로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으니...
얘네들의 급이 갑자기 상승해버렸어요. 참고자료에서 본격적인 연구자료로 급이 확 상승해 버린 것. 이 말의 의미는 예전에는 그냥 참고자료 삼아서, 그리고 재미 삼아서 조금씩 보던 것이었는데, 이제는 각잡고 제대로 보고 지문도 꼼꼼하게 다 읽어야한다는 것이었어요.
나 큽착 언어들은 잘 모르는데...
큽착 언어들 교재나 문법서들은 이상하리만큼 인터넷에서 잘 안 돌아다녀요.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에서 카자흐인과 키르기즈인이 70%를 못 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듣도 보도 못한 외국어 교재나 문법서도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하면 분명 '이상하리만큼' 인터넷에서 잘 안 돌아다닌다고 해도 되요.
재작년인가에 키르기즈어는 한국어로 된 문법서적이 출판되었어요. 그 이전에 큽착 계열이라고는 카자흐어 교재 하나가 전부였는데, 이것은 부실하기 그지없었어요. 제목부터 '초급'이라고 붙어 있는데 원래 계획은 중급도 출판할 계획이어서 초급에서 대충 쉬운 것들 조금 넣고 나머지는 중급에 넣었는데 중급 단계 출판이 엎어지면서 이렇게 된 거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고 있어요.
어쨌든 큽착 계열에 속하는 키르기즈어와 카자흐어는 우즈베키스탄 가서 우즈베크어에 대한 감을 어느 정도 잡기 전까지는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도 공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이것들을 그나마 공부할 수 있게 된 것은 우즈베크어 문법에 대한 감을 잡고, 한국에서 키르기즈어 문법 책을 받아서 보기 시작하면서였어요. 카자흐어는 말 그대로 키르기즈어 문법책을 보며 우즈베크어 문법 및 키르기즈어 문법책을 가지고 유추하며 조금씩 보는 정도. 하지만 이제는 필히 카자흐어와 키르기즈어를 제대로 공부해야하는 상황이 닥쳐 버렸어요.
문법서는 어떻게 구하기는 했어요. 이거까지는 근성으로 해결하기는 했는데...문제는 듣기. 말하기는 일단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니고 하니 일단 아주 뒤로 미루어놓고, 당장 시급한 것은 독해이고, 그 다음에는 청해와 작문. 독해야 그냥 근성으로 보면서 씨름하면 어떻게 되기야 하겠지만 청해는 들을 거리가 있어야 하고, 작문은 채점을 해 줄 사람이 필요해요. 작문은 인터넷에서 서로 외국어 학습 도와주는 사이트를 이용하면 될 테고, 진짜 문제는 청해. 청해 자료를 구해야 했어요.
나의 카자흐어 수준은 100일 지난 아기보다 조금 잘 하는 수준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청해 자료로 쓸 만한 것을 구하는 것은 무리. 머리가 안 되면 근성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바로 21세기 정보통신 사회에서도 통하는 만고불변의 진리.
일단 카자흐스탄 방송국 사이트에 들어갔어요. 여기는 원래 알고 있었던 곳. 직접 방송을 볼 수도 있는데 인터넷을 우즈베키스탄에서 쓰던 식으로 핸드폰 테더링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볼 수가 없었어요. 방송 보려고 하면 자꾸 끊겨서 볼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인터넷 잘 되는 곳에서 보아도 제가 찾는 것과 거리가 먼 프로그램들이 종종 해서 이 사이트의 실시간 방송보기는 그다지 필요가 없었어요. 중요한 것은 방송편성표.
방송편성표를 어렵지 않게 찾았어요. 이제 해야할 일은 Youtube에서 일일이 방송 목록을 집어넣어 검색해보며 어떤 방송인지 파악하는 것.
우즈베키스탄의 Assalom, O'zbekiston 이라는 우리나라 '아침마당' 급 프로그램이 있나 찾아보았는데 카자흐스탄도 있었어요. 카자흐스탄은 Таңшолпан 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 것과의 차이라면 카자흐스탄 것은 훨씬 방송 시간이 길다는 것.
일단 돌려보는데 당연히 들릴 리가 없었어요. 아마 한 달 정도 잘 때 무한 반복으로 틀어놓지나 않으면 안 될 듯 싶었어요.
여담이지만 키르기즈스탄도 있는데 카자흐스탄만 집중적으로 검색한 이유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먼저 첫 번째로 키르기즈스탄은 카자흐스탄보다 러시아어가 더 많이 통용되고 있다는 것을 인터넷 검색 조금 해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었어요. 두 번째로 우즈베크어만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카자흐어는 발음이 더 복잡하고, 키르기즈어는 발음이 더 단순했어요. 일단 모음은 카자흐어가 훨씬 다양했어요. 아직까지도 대체 무슨 발음인지 감도 못 잡는 모음들이 있어서 이게 카자흐어 공부할 때마다 계속 발목을 잡고 있어요. 반면 키르기즈어는 발음이 좀 더 단순해요. shahar 가 shaar 가 되는 식. 그래서 일단 하나를 선택해 듣는 능력을 키워야한다면 카자흐어를 늘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키르기즈어는 발음 구별이 안 가서 단어 외우는 데에 큰 지장이 발생하는 그런 일은 없었지만 카자흐어는 지금까지도 매우 큰 장애를 주고 있거든요.
몇 개는 대충 알아들을 수 있고, 거의 대부분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일단 신기해서 보기는 하는데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없었어요. 결국은 보다 잠들었어요.
제가 본 부분까지 카자흐스탄 가요가 3개 나왔어요.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바로 이 노래였어요. 그리고 이 노래가 제게 의미있는 이유는 바로 카자흐스탄의 카자흐어 가요를 검색해볼 때 쓸 수 있는 첫 번째 키가 생겼다는 것. 지금까지 카자흐스탄의 카자흐어로 된 가요들을 찾아보려고 시도는 몇 번 했어요. 문제는 카자흐어를 몰라서 당최 찾을 수가 없었다는 것. 이게 노래 하나만 제대로 찾아내면 그 다음부터는 찾기 꽤 수월해져요. 그런데 그 첫 번째 노래를 못 찾고 있었거든요.
이 노래를 보면 노래 도중에 우즈베키스탄에서 '창 코고즈'라고 하는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도 나오더군요. 다른 노래들도 들어보았는데, 들어볼 수록 얘네들이 어떤 그룹인지 진심으로 궁금해졌어요. 아직은 이쪽 말을 잘 모르므로 이 그룹에 대해 글을 쓰거나 하지는 못하지만, 언젠가는 쓸 수 있게 되겠죠.
Түнгі қала әлемі,
Түн ұйқымды ұрлаған.
Шырақ жанған көшенің,
Сұлулығымен арбаған.
Ғашық болып қалған,
Жүрегімді саған,
Мәңгілікке сыйлайын.
Жалғыздықтан жалған,
Сол күндер де арман,
Өзің болдың, болдың аңсаған!
Жүрегім менің, оу оу оу,
Сағынады сені ғана.
Көңілім менің, оу оу оу,
Асығады саған ғана ааа.
Let's go оу оу оу ооо,
Сағынамын сені ғана,
оу оу ооо
Асығамын саған ғана ааа
Қалшы жанымда.
Сені күткен сұлу со о о ол,
Түн ұйқымды ұрлаған.
Сүйіп мені ашқан со о ол,
Бақытқа жеткен маған жол ооу.
Ғашық болып қалған,
Жүрегімді саған,
Сағынамын сені ғана,
Жалғыздықтан жалған,
Сол күндер де арман,
Асығамын саған ғана ааа.
оу оу ооо
Сағынамын сені ғана,
оу оу ооо
Асығамын саған ғана ааа.
I i i just wanna be with you
I i oh i, I i i
I'll bad girl any anywhere
Ғашық болып қалған,
Жүрегімді саған.
Мәңгілікке сыйлайын,
Жалғыздықтан жалған.
Сол күндер де арман,
Асығамын саған ғана ааа.
Let's go оу оу оу ооо
Сағынамын сені ғана ,
оу оу ооо
Асығамын саған ғана ааа,
Қалшы жанымда оу оу ооо,
Асығамын саған ғана аа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