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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공부하다보면 시제, 상, 서법이라는 말을 듣게 되요. 제 경험상 가장 먼저 듣게 되는 건 시제. 그 다음 조금 더 공부하면 듣게 되는 것이 상. 가장 마지막으로 듣게 되는 말은 서법이었어요.


시제와 상을 묶어서 '시상'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개념은 저도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이해를 아예 못했어요. 솔직히 이것을 잘 모른다 해서 언어 공부할 때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거든요. 문법적으로 마구 파고 들어간다면 중요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도 문제가 되지는 않았어요. 영어과 쪽에서는 이쪽으로도 꽤 깊게 다루는 것 같았는데, 저희는 이런 건 그냥 가볍게 넘어갔구요.


그래도 설명에 가끔 나오다보니 궁금해서 언어학과 사람에게 물어보니...


"동작과 관련있는 건 상이고 시제는 시간의 개념이에요."


이건 또 뭔 소리야?


당연히 동작이 끝났다면 과거이고, 동작이 진행중이면 현재고, 동작이 아직 안 일어났다면 미래일텐데 대체 이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까먹는 소리지? 언어학과 나온 사람이 열심히 설명해 주었지만 당최 감도 잡을 수 없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제껴놓았어요. 모른다고 불편한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이 시제와 상에 대한 개념을 그나마 약간 감을 잡은 것은 불어 수업을 들으면서였어요. 하루는 교수님께서 수직선을 좌악 긋더니 불어에서 동사 시제 변화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어요. 그때 약간 감을 잡기는 했지만 역시나 시제와 상의 구분은 카오스 그 자체.


불어 공부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를 몇 번 듣기는 했어요. 그 이유는 불어에서 소설은 '단순 과거 시제'를 쓰거든요. 회화에서는 단순 과거 시제를 쓰는 일이 없다고 하는데 소설에서는 줄기차게 단순 과거 시제를 써요. 문제는 불어에서 단순 과거 시제가 쉽지 않다는 것. 아랍어, 불어 둘 다 배워 보았지만, 동사 변화만 놓고 보면 불어가 아랍어보다 더 복잡해요. 불어는 한 동사가 몇 개의 어간을 가지는 경우가 여럿 있거든요.


어쨌든 불어를 배울 때 '소설을 쓸 때는 소설이 현재와 관계 없기 때문에 단순 과거 시제를 쓴다. 복합 과거 (현재 완료) 시제로 쓰면 현재와 관계 있다고 생각해 버린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어요. 그리고 카뮈의 유명한 소설인 이방인은 복합 과거 시제로 적혀 있는데, 이게 그 당시 꽤 충격을 주었다는 말도 들었어요. 실제로 다른 카뮈의 소설인 페스트는 단순 과거 시제를 썼는데, 이방인은 복합 과거 시제를 썼어요. 물론 저야 이런 거 모르고 일단 이방인이 불어 원서 중 언어적으로 그나마 읽기 쉬운 편이라 좋아했지만요. 시제와 상의 개념을 제대로 몰랐던 그때 복합 과거로 말하면 현재랑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은 그냥 '아~문화적으로 그런가 보구나'할 뿐이지 이해할 건 아니라고 생각했었어요.


결국 이걸 이해하게 된 것은 튀르크 언어들을 공부하면서였어요. 터키어, 아제르바이잔어, 투르크멘어에서는 '복합과거시제'라는 게 있는데 이것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시제와 상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된 것이었죠.


시제와 상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아래 그림과 같아요.





일단 말하는 사람이 시간축의 어디에 서 있느냐 - 이것이 바로 시제에요.


그리고 이 시간축 위의 어느 지점에 서서 동작을 보았을 때 동작이 끝났는지, 진행중인지, 할 예정인지 - 이것이 바로 상이랍니다.


시제와 상에는 언어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위의 그림에서 다룬 과거, 현재, 미래 시제와 완료, 진행, 예정 상을 조합해 보면


과거에 서서 보았는데 동작이 끝났다 - 과거 완료

과거에 서서 보았는데 동작이 진행중 - 과거 진행

과거에 서서 보았는데 동작이 일어날 예정 - 과거 예정 (과거에서의 미래)


이런 식으로 조합을 할 수 있죠.


이게 이렇게 써 놓으면 쉬운데 각 언어별로 적용하려 들면 다시 복잡해져요. 그거 때문에 저 역시 튀르크 언어들을 공부하면서 이 개념을 깨친 것이었죠. 튀르크 언어에서는 이게 간단명료하게 나타나거든요. 그리고 이걸 알고서야 왜 불어에서 복합 과거로 이야기하면 현재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고, 단순 과거로 이야기하면 현재랑 연관이 없다고 하는지를 이해하게 되었어요. 굳이 두 개의 느낌을 나타내보자면 '먹었다'와 '먹었었다'의 느낌이랄까요? 사실 저도 이건 머리로 이해가 될 뿐이지 느낌으로 확 오지는 않아요. 그도 그럴만한 것이 우리말에서는 공룡시대든 어제 일이든 다 똑같이 표현하니까요.


그리고 서법.


일단 서법은 말하는 사람(화자)의 말하는 목적과 관련이 있는 동사 변화라고 보면 되요. 예를 들어 그냥 말하는 거라면 '평서법', 물어보려고 말한 거라면 '의문법', 감탄해서 말하는 거라면 '감탄법', 시키려고 말하는 거라면 '명령법', 권유하려고 말하는 거라면 '청유법'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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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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