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미분류

나의 첫 번째 디카 - Sony 사이버샷 DSC-W1

좀좀이 2013. 4. 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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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선임 한 명이 카메라를 매우 좋아했어요. 저는 카메라를 다루어보고 싶기는 했지만 제 카메라는 없었어요. 그러나 주워들은 풍월은 있어서 광각 렌즈, 망원 렌즈가 무슨 말인지는 알고 있었어요.


어느 날, 그 선임이 제게 카메라 좋아하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래서 좋아한다고 하자 그때부터 툭하면 무슨 렌즈 사고 싶다, 무슨 카메라 사고 싶다 제게 이야기하는데 제게는 그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 그러나 군대에서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개발된 기술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리듬 타기. 모르든 알든 그냥 적당히 추임새 넣고 끄덕거려주면 어떻게 상황을 잘 모면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 선임이 전역하자 카메라는 또 그냥 잊어버렸어요.


전역 후, 당연히 디카를 살 돈이 없었어요. 막연히 디카가 있으면 좋겠다고만 생각했을 뿐이었어요. 디카가 있으면 얼마나 재미있고, 어떻게 쓸 지에 대해서는 별 생각 없었어요.




이렇게 제 첫 디카는 소니의 w1이 되었어요.


이 디카를 가지고 정말 재미있게 놀았어요. 구입할 때 아르바이트비가 늦게 들어와서 일주일 돈이 없어 고생하기도 했지만요. 구입한 후 매일 이 디카를 들고 돌아다녔어요.



카메라 구입하고 찍은 첫 사진



w1의 장점이라면 그 당시 컴팩트 디카에서 조잡하게나마 M모드를 지원해주었다는 것. 조리개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는 없고 '조인다-연다'만 선택할 수 있었지만, 셔터스피드는 나름 선택범위가 넓었어요. 최장노출 30초까지는 지원해 주었어요.


그렇게 재미있게 가지고 놀고 매일 들고 다녔던 디카였어요. 나중에는 대충 빛만 보면 '이 정도로 맞추면 되겠구나'라고 감이 생길 정도였어요.


신나게 카메라를 가지고 노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나는 넓게 찍고 싶어!!!!!


사진을 찍으러 나갈 때마다 느끼고 오는 건 바로 '넓게 찍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그러려면 광각이어야 하는데, 당연히 컴팩트 디카는 렌즈를 갈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저렴한 컨버터 렌즈를 다는 것. 그래도 그것만으로는 광각을 향한 갈증이 해결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결심한 것이 자작 '초 가난 안구에 쓰나미 광각렌즈' 만들기.


이건 제작 과정을 전부 사진으로 찍어놓았는데 그 사진은 다 날려버렸네요...내용은 안경 렌즈알을 카메라 앞에 매다는 것이었어요. 주변부 화질 저하는 당연히 심했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있게 잘 가지고 노는 장난감 정도는 되었어요. 그리고 이걸 하면서 왜 카메라 렌즈 속에 많은 렌즈가 들어가야 좋은 것인지 꺠우치게 되었어요.


이 카메라를 가지고 놀면서 ISO니 셔터스피드니 조리개니 하는 것들을 공부하게 되었어요.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사진과 관련된 지식들은 다 이때 공부한 것들.


지금까지 제 손을 거쳐간 디카 중 가장 재미있게 가지고 놀았던 디카에요. 그리고 마구 찍어대다보니 우연히 얻어걸린 괜찮은 사진들도 가장 많았구요. 개인적으로 이때 사진을 가장 잘 찍지 않았나 하고 있어요. 그 이후부터는 계속 못 찍는 길로만 가고 있지요.


이렇게 계속 가지고 놀다가 한 가지 문제가 터졌으니...


멍점.


w1의 치명적 단점이라면 렌즈에 먼지가 잘 들어가고, 그것이 사진에 찍혀버리는 '멍점 현상'이 유독 잘 발생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것은 저에게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이것 때문에 한동안 머리가 아팠어요. 4만원 주고 청소를 받았는데 받고 나와서 집에 돌아와 확인해보니 다른 먼지가 들어가 있어서 그거 때문에 또 따지고 어쩌구 해서 결국은 무료로 제대로 청소를 받았어요. 이게 바로 저의 첫 외국여행이었던 '첫 걸음' 직전의 이야기. 여행 떠나기 바로 며칠 전에야 카메라 수리가 끝나서 택배로 돌려받았어요.


여행 중 계속 카메라에 또 멍점이 생기면 어쩌나 조마조마했지만 그 후로는 계속 멀쩡했어요.


하지만 이 멍점 때문에 엄청 짜증이 나 있었던데다, 처음 서비스 받고 새로운 멍점이 생겼다는 것 때문에 카메라만 보면 계속 멍점이 떠올랐어요.


그때 찍었던 사진들 몇 장.



Sony cybershot DSC-W1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진이라 엄청나게 우려먹은 사진. 누군가 어떤 사진 찍었냐고 물어볼 때마다 이 사진을 보여주곤 했었다.






이때 멍점에 매우 민감했던 결정적 이유는 바로 지금까지도 후보정은 절대 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멍점이 생겨도 그러려니 하지만요. 지금 디카도 멍점이 생겨서 렌즈 청소 받으러 가야 하는데 귀찮아서 계속 미루고 있지요. 하여간 후보정이라고 해봐야 알씨에서 수평맞춤하는 정도인데 사진에 거무튀튀한 게 자꾸 찍히니 그렇게 신경쓰일 수가 없었어요.


이 카메라의 특징은 사진에 푸른 빛이 돈다는 것. 그래서 한때 이 카메라보고 '시체 색감'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었어요. 사진에 푸른 빛이 돌아서 겨울에 찍으면 엄청 춥게 찍히고, 여름에 찍으면 시원하게 찍히곤 했었어요.


지금 이 카메라는 이후 카메라를 바꾸며 부모님께 쓰시라고 드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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