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주도

제주도 제주시 제주 올레길 18코스 여행지 남수각 하늘길 벽화거리

좀좀이 2024. 4. 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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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4일 일정으로 제주도로 여행을 갔을 때였어요. 왜 1박 4일이냐 하면 숙소에서 잠을 잔 적은 딱 하룻밤 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밤새 돌아다니며 여행했기 때문이에요.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밤새 돌아다니고 24시간 카페 가서 할 거 하면서 밤을 보낸 후 바로 다음날 일정을 개시했기 때문에 과장이 아니라 진짜 1박 4일 여행이었어요.

 

제주도로 1박 4일 여행을 갔을 때, 셋째날 일정은 서귀포에서 버스를 타고 제주도 동부 해안을 따라 올라와서 제주시 동지역으로 들어오는 일정이었어요. 서귀포에서 출발해서 광치기 해변과 성산일출봉을 갔다가 세화 오일장 장날이었기 때문에 세화 장날 구경을 하고 식사를 한 후, 월정리, 서우봉 해변 등을 구경하고 밤에 제주시 동지역으로 들어오려고 했어요.

 

내가 탄 버스가 광치기 해변 안 간답니다.

 

하지만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어요. 아침에 서귀포 터미널에서 탄 버스는 하필 성산일출봉과 광치기 해변을 들리지 않는 노선으로 달리는 버스였어요. 제주 버스 201번은 제주도 동부 해안을 따라 달리지만, 완벽히 해안을 따라 달리지는 않아요. 약간씩 해안가에서 안쪽으로 들어가서 달리는 구간이 군데 군데 있어요. 그리고 201번 버스 중에는 광치기 해변과 성산일출봉을 안 가는 노선이 있어요. 제가 이 광치기 해변과 성산일출봉을 가지 않는 버스에 딱 걸렸어요.

 

환승하면 되기는 하는데 환승하기 너무 싫었어요.

 

제주도에서 귀한 너무나 깨끗한 유리창을 가진 버스입니다.

 

전날 202번 버스를 타고 제주도 서부 해안 풍경을 쭉 촬영했어요. 202번 버스 유리창은 허옇게 군데군데 소금기가 껴 있었어요. 그래서 영상이 깨끗하지 않고 지저분했어요. 그런데 이때 제가 타고 있던 201번 버스는 유리창이 엄청나게 깨끗했어요. 신기할 정도로 너무 깨끗했어요. 버스를 환승하기 위해 내린다면 성산일출봉과 광치기 해안은 갈 수 있겠지만, 깨끗한 유리창은 아예 포기해야 했어요. 깨끗한 유리창을 포기한다는 것은 버스를 타고 촬영하는 제주도 동부 지역 영상이 지저분하게 찍히는 것을 의미했어요.

 

그래서 깨끗한 버스 유리창을 선택하기로 했어요. 버스에서 안 내렸어요. 성산일출봉과 광치기 해변 따위는 안 가도 되요. 그거 진짜 과장 안 보태고 10번도 넘게 갔어요. 고등학교까지 제주도에서 살았으니까요. 성산일출봉과 광치기 해변을 안 가봐서 가보려고 한 것이 아니라 육지 사람들이 선호하는 관광지를 가보고 싶어서 한 번 가보려고 했던 거라 안 가도 아쉬울 거 하나도 없었어요.

 

그렇게 버스에서 안 내리고 세화 오일장까지 갔어요. 세화 오일장에서는 내려야 했어요. 점심도 먹고 세화 장날도 구경해야 했어요. 이건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버스에서 내려서 세화 장날을 구경하고 세화 오일장에서 시장 간식으로 점심을 먹었어요.

 

세화 장날을 구경하고 세화 해변과 세화 포구를 구경한 후에 버스를 타고 서우봉 해변으로 갔어요. 서우봉 해변은 예전에 함덕해수욕장이었어요. 함덕해수욕장은 파도가 높은 편이라 파도 칠 때 바다 속에서 파도에 맞춰서 껑충 뛰는 파도 타는 재미가 좋은 해수욕장으로 인기가 좋았어요. 그리고 제주시 동지역 학교들이 선호하는 소풍 장소였구요.

 

서우봉 해변은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제 취향은 협재 해변이에요. 협재 해변은 바다 위에 비양도가 둥실둥실 떠 있어서 제주도 바다 중에서도 상당히 특이하고 신비로운 풍경이라 좋아해요. 서우봉 해변은 그냥 소풍으로 가던 추억의 장소쯤 되요. 하지만 굳이 일부러 가본 이유는 서우봉 해변이 하도 인기 좋고 유명해져서 대체 함덕해수욕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해서 가봤어요.

 

서우봉 해변 구경까지 마치자 진짜 할 게 없어졌어요. 버스를 타고 다시 동쪽 김녕이나 월정리로 가는 방법이 있기는 했지만,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고 하니 귀찮았어요. 저는 이날 제주시 동지역으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제주시 동지역에서 역방향으로 다시 멀어지는 것은 그다지 내키지 않았어요. 그런데 서우봉 해변 다음에 갈 곳이라고는 정말 제주시 동지역 뿐이었어요.

 

결국 버스를 타고 제주시 동지역으로 갔어요. 터미널까지 않고 버스에서 내렸어요. 버스에서 내린 후 발 가는 대로 걸었어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어요. 제주시 동지역이야 제가 한때 살았던 곳이고, 서울에서 살기 시작한 이후로도 종종 내려가서 가던 곳이었어요. 그러니 궁금할 게 하나도 없었어요. 아무리 2020년초 이후 처음 왔다고 해도 딱히 신기하거나 궁금할 거 없는 곳이었어요.

 

'돌아다니다 동문시장이나 가야지.'

 

정확히는 돌아다니다가 동문시장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도 아니었어요. 돌아다니다가 대충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서 동문시장을 찾을 생각이었어요. 카카오맵 보는 것도 귀찮았어요. 목적지 없이 정처없이 방황하며 걸어다녔어요. 이렇게 방황하는 건 정말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갈 만한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렇게 걸어다니는 중이었어요.

 

 

남수각 하늘길 벽화거리가 나왔어요.

 

"이런 것도 있었어?"

 

남수각 하늘길 벽화거리는 가본 적 없는 곳이었어요. 어떻게 생긴 곳인지 궁금했어요. 갈 곳 없어서 방황하던 차에 잘 되었어요. 남수각 하늘길 벽화거리를 걸은 후 시간 봐서 동문시장으로 가면 될 거였어요. 동문시장도 너무 늦게 가면 근처에 있는 식당들이 문을 닫아서 저녁 먹기 곤란해지거든요.

 

남수학 하늘길 벽화거리로 들어갔어요.

 

 

골목 안으로 들어가자 벽화가 이어졌어요.

 

 

남수각 하늘길 벽화거리는 제주도 제주시 일도일동에 있어요. 제주올레길 18코스가 남수각 하늘길 벽화거리 일부 구간을 지나가요.

 

 

남수각 하늘길 벽화거리는 동문시장에 비하면 높은 고지대에 위치해 있었어요. 동문시장 주차장이 보였어요.

 

 

'육지 사람들은 이거 보고 '한저읍서예'라고 읽을 건가?'

 

아래아를 사용해서 적힌 '어서오세요'의 제주도 방언이 벽화에 적혀 있었어요. 제주도 사람이라면 모두 '혼저옵서예'라고 읽어요. 제주도에서는 아래아 발음이 일관되게 '오' 모음으로 변했거든요. 아래아 발음이 열린 오 모음 발음으로, '어' 모음과 '오' 모음의 중간쯤 되는 발음이에요. 현대 제주도 방언에서는 이 아래아 발음이 전부 일관되게 오 모음으로 바뀌었어요. 저도 아래아 발음을 어렸을 적에 배워서 할 줄은 알지만, 아래아 발음과 오 모음을 구분하지는 못해요.

 

반면 타지역에서는 아래아 발음이 '아' 모음과 '으' 모음으로 분화되었어요. 타지역 사람들이 저 벽화에 적힌 말을 읽는다면 아마 '한저읍서예'라고 읽을 거에요. 하지만 저건 워낙 유명해서 '혼저옵서예'라고 읽는 육지 사람들도 꽤 있을 거에요.

 

 

달동네를 떠올리게 하는 벽화가 있었어요.

 

제주도가 도둑, 대문, 거지 없다는 삼무의 섬은 옛말입니다.

그러나 제주도에는 달동네는 없습니다.

 

제주도 살다가 서울 와서 가장 신기하고 충격적이었던 것 중 하나가 달동네였어요. 달동네는 제주도에 없기 때문이었어요.

 

제주도에 달동네가 없는 이유는 간단해요. 달동네가 생길 만큼 제주시 및 서귀포시 동지역으로의 이촌향도 현상이 심하게 일어날 만큼 제주도 동지역과 서귀포시 동지역에서 산업이 크게 발달한 적이 없어요. 달동네는 기본적으로 도시에서 산업이 발달하면서 시골 사람들이 도시로 대거 이동하며 주택난이 발생해서 생기는 현상이에요. 그런데 제주도는 그렇게 이촌향도 현상이 심하게 발생해서 동지역에 주택난이 심각하게 발생할 일이 없었어요.

 

제주도에 달동네가 없는 이유는 제주도 중산간 지역이 4.3사건으로 초토화된 것과는 아무 상관없어요. 제주도에 달동네가 없는 것을 4.3사건과 연관지으려 한다면 달동네가 뭔지, 어떤 현상인지 제대로 알지 못 하고 하는 소리에요.

 

제주도는 해방 이후 농업과 관광업이 주요 산업이었어요. 농업이야 당연히 시골에서 농사짓는 거니 달동네와는 별 상관없어요. 관광업도 제주도는 제주시 동지역이 아니라 그 외 지역에서 크게 발달했어요. 서쪽의 한림, 남서쪽의 중문, 동쪽의 성산과 남쪽 서귀포 동지역 같은 곳에서 발달했어요. 요즘 관광객들이 제주도 와서 많이 찾아가는 제주도의 관광지는 대부분 개발된 지 얼마 안 되는 관광지에요.

 

제주도 관광은 대부분 해안선을 따라 이루어졌고, 해안가는 원래 사람 살던 곳이며, 제주도 여행에서 해안가 관광지만 즐길 거라면 굳이 자가용, 렌트카 없이 대중교통만 이용해도 관광 잘 할 수 있어요. 서부 해안은 202번 버스, 동부 해안은 201번 버스 타고 이동하면서 관광하면 되거든요. 201번 버스와 202번 버스는 배차 시간도 준수한 편이라 제주도 해안가만 여행할 거라면 201번 버스와 202번 버스 타고 돌아다녀도 충분해요.

 

이렇게 모든 것이 제주시 동지역, 서귀포 동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산업은 이외의 지역이 오히려 더 잘 발전했어요. 제주시 동지역은 구경한다기 보다는 관광객 머무르는 숙소들이 제주시 동지역에 몰려 있었구요. 그러니까 낮에는 제주시 동지역 바깥 지역에서 놀고 구경하다가 밤에 제주시 동지역 들어와서 숙소에서 잠을 자는 식으로 관광 개발이 이뤄졌어요. 서귀포도 별로 다르지 않구요. 그러니 달동네가 제주도에 생길 이유가 아예 없었어요.

 

남수각 하늘길 벽화거리는 어떻게 보면 달동네처럼 생기기는 했지만, 달동네는 아니었어요. 제주도는 땅의 굴곡이 심해서 이런 것도 달동네라고 해버린다면 달동네 아닌 곳 찾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어요. 그 이전에 그런 논리라면 서울 강남, 역삼도 비탈, 굴곡이 심한 편인데 이쪽도 달동네겠죠.

 

 

골목길을 계속 돌아다니며 구경했어요.

 

 

 

 

 

남수각 하늘길 벽화거리는 천천히 걸으면서 구경하기 좋은 곳이었어요. 제주도 여행 가서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천천히 걸어볼 만한 길이었어요. 제주시 동지역의 평범한 마을 모습을 구경하고 싶다면 한 번 가볼 만 한 곳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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