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주도

제주도에 태풍이 올 때 하늘

좀좀이 2015. 8. 2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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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진학으로 인해 서울에서 살게 된 첫 해. 태풍이 올라왔는데 매우 시원찮았어요. 그냥 바람 선선하게 불고 비가 내리는 정도. 그때는 그게 약한 태풍이라 그런 줄 알았어요.


그 다음해. 장마인데 맑은 하늘에 해가 쨍하게 뜨고, 시원찮은 태풍을 보면서 이게 서울의 기후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서울 및 의정부에서 겪는 태풍은 그냥 제주도에서 평범한 비오는 날 수준. 너무 시시했어요. 언젠가 태풍 올라온다고 사람들이 유리창에 신문지 붙이고 난리를 피운 적이 있었어요. 그때도 막상 태풍이 올라온 것 보고 '이딴 약해빠진 태풍에 사람들이 신문지 붙이고 난리를 피웠던 거아?'라고 생각했었어요. 물론 수도권 지역이 풍해 대비가 정말 잘 안 되어 있다는 알고 있지만, 솔직히 유리창이 바람에 터져버리는 경우는 진짜 드물어요. 창문을 잘 닫아놓으면 어지간해서는 유리창이 안 터지거든요. 바람에 유리창이 터지는 경우는 유리창 자체가 풍력을 못 이기는 경우보다는 바람이 부는데 유리창을 열어버리는 경우에요. 이때는 진짜로 유리창 터질 수 있어요. 바람이 심한 날은 유리창을 꼭 닫아놓아야 하지요.


창문에 빗방울이 부딪혀 돌멩이가 부딪히는 것 같은 소리를 들으면 꽤 무서운 태풍. 가끔 바람에 제대로 유리창을 때려서 '펑' 소리가 들릴 때도 있었어요. 가끔 나무가 뿌리채 뽑혀서 쓰러진 것도 보았구요. 더욱 놀라운 것은 이렇게 태풍이 몰아쳐도 항상 정상등교였다는 사실. 제주도에서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총 12년 학교를 다니며 태풍 때문에 휴교는 고사하고 늦은 등교나 이른 하교를 한 적조차 없었어요.


태풍이 막 제주도로 올라오던 2006년 여름 어느 날. 태풍 이름은 아직도 기억해요. '에위니아'. 그때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가고 있었어요. 제가 탄 비행기는 대한항공 비행기였어요.



12년간 태풍이 몰아닥쳐도 꿋꿋이 등교를 했기 때문에 바람에는 많이 적응이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비행기를 타고 강한 바람을 겪으니 이건 상당한 공포였어요.


위험해보이는 놀이기구를 타며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은 그 놀이기구가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지요. 비행기가 바람에 요동치고 착륙 시도가 쉽지 않아 공중에서 뱅뱅 돌고 있는데 순간적으로 훅 떨어질 때마다 온몸의 털이 바짝 서는 기분이었어요.


한참을 제주도 상공에서 그런 공포를 겪다 가까스로 비행기가 착륙했을 때 정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위의 사진은 그 와중에 찍은 사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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