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주도

그 많던 제주도 무덤과 동자석은 누가 가져갔을까

좀좀이 2015. 6. 2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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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돌하루방이에요. 이것은 워낙 많이 알려져서 크게 이야기할 것도 없어요. 다른 사람들이 무수히 많이 말한 이야기를 다시 또 반복하는 것에 불과할 것이니까요. 돌하루방과 관련되어서 이야기할만한 것이라면 이것의 기원이 아직까지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 정도에요. 제주도 자생 문화라는 주장도 있고, 몽골의 영향이라는 주장도 있고, 태평양에서 들어온 남방기원설도 있지요. 하지만 뚜렷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어요. 돌하루방은 크게 세 종류가 있어요. 제주목 돌하루방, 대정현 돌하루방, 정의현 돌하루방인데, 가장 유명하고 잘 알려진 것은 제주목 돌하루방으로, 이 돌하루방 중 가장 유명한 것이 관덕정 돌하루방이지요. 대정현 돌하루방은 대정읍에, 정의현 돌하루방은 표선면에 있어요.


제주도를 돌아다니다보면 꼭 보게 되는 것이 바로 무덤이에요.




제주도에서 무덤은 여기저기 많이 있어요. 이렇게 밭 속에 있는 경우도 흔하지요. 제주도 무덤의 특징은 사각형으로 무덤 주위에 돌담을 쌓는 것인데, 이 돌담을 '산담'이라고 불러요.


저 역시 어렸을 때부터 무덤은 많이 봤어요. 지금은 제주시내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예전에는 제주시내 자체가 작았거든요. 구제주는 관덕정, 동문로터리, 중앙로, 광양, 시청 정도가 번화했어요. 그 외에 도남, 서사로, 인제 정도가 개발된 곳이었구요. 신제주는 신제주로터리부터 시작해서 제원아파트 정도였어요. 이후 구제주는 일도지구와 삼양, 화북지구가 개발되었고, 신제주는 한라의료원쪽이 개발된 후 연동3차가 개발되고, 서쪽으로 무섭게 뻗어나가기 시작했지요. 제가 대학교를 졸업했을 때만 해도 신제주에서 구제주로 넘어가고, 구제주에서 신제주로 넘어간다는 느낌이 확실했어요. 터미널에서 신제주로타리 들어가는 길은 개발이 잘 되어 있지 않았거든요. 지금은 이 구역도 개발이 되어서 예전같이 '넘어간다'는 느낌은 많지 않지요.


무덤을 많이 본 것도 있고, 산담으로 인해 무덤의 구역과 일반인의 구역이 확실히 나누어져 있는 것도 있어서 어려서부터 무덤이 크게 무섭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놀 때 산담 넘어서 무덤으로 들어가지 않는 정도였죠. 그냥 무덤이 있으면 '무덤이 있구나' 하는 정도였죠.


어렸을 때 아이들 사이에서 가끔 돌던 소문이 '00 동네는 원래 공동묘지였는데 그거 밀고 세운 동네래' 라는 것이었어요. 00동사무소에 개발되기 전 옛날 사진이 있는데 그것을 보면 공동묘지였다느니, 공동묘지를 밀고 지은 동네라 흉흉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느니 하는 헛소리였죠.


그런데 실제로 제주도의 무덤은 정말 '아무 데나' 있기 때문에 어느 지역을 밀고 개발하기 위해서는 무덤을 이장해야 해요. 이것이 제주도 개발에서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이지요. 주인 있는 무덤이야 보상해주고 이장하게 하면 되는데, 주인 없는 무덤들도 꽤 있거든요. 그래서 제주도에서 대대적으로 택지개발을 한다고 하면 무덤 이장 및 보상 문제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해요.


제주도에서는 무덤에 동자석을 세우기도 해요.



제주도 동자석은 간결하고 단순한 형태로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고 무덤을 지키라고 세워놓습니다. 동자석은 손에 들고 있는 것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데 부채는 권위, 술잔이나 술병은 망자의 시중꾼, 방울은 악귀를 쫓는 것이며, 창은 장수, 홀은 문신을 나타내지요.


제주도에서 식물과 석재 밀반출이 극심하던 때가 있었어요. 굴러다니는 돌멩이가 육지에서는 제주도 사람들이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만든 것은 수시로 나오는 석재 밀반출 적발 사건. 제주도 사람들이 보아도 진짜 좋은 돌이라고 생각되는 돌들도 있기는 해요. 진짜 누가 보아도 좋은 돌이라고 할만한 것은 용암이 흐르다 갑자기 굳어서 흐르는 모양이 남아 있는 돌. 이런 것만 들고가다 적발되었다고 하면 뭐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일이었어요. 그런데 그 정도가 아니라 진짜 왜 들고가는지 알 수 없는 돌까지 싹 다 밀반출하다 적발되는 사건이 꽤 있었어요. 큰 건들은 지방 뉴스에 보도가 되었구요.


"야...미쳤다. 무덤도 손 대?"


우리나라에는 주워온 물건에 귀신이 붙어 있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요. 이것은 제주도 마찬가지. 그런데 무덤까지 손대서 가져간다는 것이 고작 돌과 동자석이라니 더 황당한 것이었지요.


이 제주도 돌 밀반출이 극성을 이룰 때에는 멀쩡한 돌담 무너트리고 괜찮은 돌을 빼어가는 수준을 넘어가서 무덤 주변에 쌓아놓은 돌담인 산담을 몰래 허물고 괜찮은 돌 가져가고, 이 동자석은 단순하게 생긴 것이 아름답다고 뽑아간다는 것이었어요. 뽑아가서 무슨 박물관 같은 곳에 전시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한다는 것이 정원에 예쁘다고 박아놓는다고 했어요. 무덤에 박아놓는 것을 집 정원에 박아놓는다니 더욱 이해가 안 되는 이야기. 값비싼 부장품을 훔치기 위해 도굴을 하는 것도 아니고 허다한 돌멩이를 가져가기 위해 산담을 허물고, 무덤을 지키라고 세워놓은 동자석을 정원을 장식하기 위해 뽑아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어요.


이렇게 한때 몰래 산담을 허물어 돌을 가져가고 동자석을 뽑아가는 일이 극성을 부렸을 때도 있었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제주도의 돌과 동자석, 식물들을 밀반출하는 일이 하도 극성을 부려대자 이제는 제주도에서 나갈 때 이런 것을 몰래 들고가는지 검사를 제대로 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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