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삼대악산 (2010)

삼대악산 - 16 치악산

좀좀이 2011. 11. 2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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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은 계곡길이 아니라 입석사-황골 쪽으로 내려가기로 했어요. 원래 계획은 계곡길로 내려가는 것이었는데 갔던 길 또 가기 싫다고 친구가 입석사-황골 쪽으로 가자고 해서 그쪽으로 가기로 했어요.



비가 왔었어요. 벌레 대신 물이 잡힌 거미줄. 거미가 물 먹었네요.



내려가는 길은 큰 특색 없었어요. 별로 힘들지도 않았어요. 사다리병창에서 고생했던 것에 비하면 당연히 아무 것도 아니었고, 다른 일반적인 산에 비해서도 험하다고 할 만한 길은 아니었어요. 그냥 정말 무난한 길. 길이 물에 젖어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특별히 어렵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단지 신발만 많이 더러워졌을 뿐이었어요.



그냥 감흥 없는 평범한 길.



드디어 입석사에 도착했어요. 1640.



입석사 본당에서 조금 내려와 세수를 하고 조금 쉬었어요.


, 빨리 가자.”

왜 이리 급해? 시간 많아.”

시간 많기는 뭐가 많아? 버스 오후 8시면 끊겨!”

무슨 말이야?”


친구는 제 말을 믿지 않았어요. 제가 잘못 아는 거라고 했어요. 그러나 분명히 오후 8시 원주발 충주행 버스 막차라는 것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어요. 인터넷에서도 확인했고, 원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도 확인했어요. 친구는 무슨 버스가 오후 8시에 막차냐고 했고, 저는 오후 8시에 막차 맞다고 했어요.


친구한테 물어보자. 걔한테 인터넷으로 찾아보라고 하면 되겠네.”

. 빨리 전화해!”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전화했어요. 통화를 하면서 점점 표정이 어두워지는 친구.


너 말이 맞네...오후 8시 막차란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았어요. 입석사는 착한 절이라 입장료를 안 받는다는 사실. 황골 코스로 올라가면 입장료를 안 내요.


환장의 길에 들어선 것을 환영한다.


사다리병창은 그래도 정상에 가야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그냥 올라갔어요. 입석사에서 내려가는 길. 물론 산은 잘 올라가는 것보다 잘 내려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도 있어요. 그러나 정상에 도전한다!’라는 마음과 무사히 집에 가자!’는 마음이 같은 의욕을 불러일으킬 리는 없어요. 일단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에 들어가게 되면 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문제는 입석사에서 버스 타는 곳까지 꽤 걸어 내려가야 하는데 이 길이 매우 길다는 거에요. 그냥 길면 괜찮아요. 경사가 꽤 되는데다 구불구불해요. 매우 안 좋은 길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 해요. 솔직히 사다리병창 기어 올라갈 때보다 이 길을 내려오는 것이 더 힘들었어요. 앞으로 걷다가 뒷걸음으로 걷다가 하면서 내려갔어요. 급한 내리막길이라 자꾸 쓸모없이 속도가 붙었고, 이것 때문에 다리에 무리가 많이 가서 더 힘들었어요.



벌써 옥수수가 익어가는구나.



황골 입구까지 가는 길은 예쁘게 잘 꾸며놓았어요. 눈은 즐거웠어요. 단지 매우 많이 걸어야 한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매우 아름다운 길이었어요.



드디어 황골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어요.



너무 휑한 내부에 몇 개 안 되는 버스 운행 시각.



치악산 쪽은 하늘이 무섭게 생겼어요. 당장 폭우가 내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하늘.



버스가 와서 버스에 올라탔어요. 버스에서 앉아서 쉬고 있는데 친구가 갑자기 저를 툭툭 쳤어요.


저거 봐.”

?”



친구가 가리키는 쪽을 보니 무슨 탑이 있었어요.


, 잘 봐봐. 저거 완전 개념순이다.”

개념순?”



. 맨 아래는 완전 개념 있는 애. 종이학 접어서 올려놨잖아. 그 위는 그래도 개념은 있는 애. 그러니까 그냥 대충 꽃 사다 올려놓았고. 맨 위는 완전 개념 없어. 먹다 남긴 음료수를 올려놓았네.”

그렇네?”


버스에서 신나게 웃었어요.



오후 7. 드디어 원주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어요. 8시 막차 표를 구입한 후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 적당히 터미널 의자에 앉아서 쉬다가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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