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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속초시 속초 시외버스터미널 새벽 식사 가능 가성비 백반 맛집 울타리돼지한마리

좀좀이 2023. 10. 2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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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군과 속초시 여행 일정을 마치고 찜질방에서 하룻밤 잤어요. 다음날 일정은 속초시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동해시로 넘어갈 예정이었어요. 동해시로 넘어간 후에는 동해시에서 예약한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당일치기로 삼척시로 놀러갔다가 돌아올 계획이었어요. 이렇게 다니기 위해서는 속초시에서 동해시로 최대한 일찍 출발해야 했어요.

 

"새벽에 나가야겠네."

 

오히려 잘 되었어요. 속초시에서 아주 늦은 시각에 혼자 할 만한 것이 별로 없었어요. 술을 안 마시기 때문에 밤에 할 것이 더욱 없었어요. 기껏해야 청초호 한 바퀴 도는 것 정도였어요. 다음날 일정을 고려하면 속초에서 너무 늦게까지 무리해서 돌아다니는 것은 안 좋았어요. 속초 고속버스터미널이 있는 청초호 남부는 아직 제대로 돌아다니지 못 했지만, 그거야 나중에 와서 돌아다니면 될 일이었어요.

 

속초에서 찜질방에 저녁에 들어가서 새벽에 나왔어요. 잠을 매우 잘 잤어요.

 

"시외버스터미널 빨리 가야겠다."

 

속초시에서 동해시로 가는 시외버스 첫 차는 새벽 6시 55분에 있었어요. 그런데 이때 저는 새벽 6시 35분에 있는 줄 알았어요. 숫자를 잘못 봤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찜질방에 있는 사우나에서 몸을 씻었어요. 매우 기분좋게 사우나를 즐겼어요. 사우나를 즐기는데 사우나에서 나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도 속초시에서 동해시로 가는 첫 차를 놓치면 그 다음에 있는 속초시에서 동해시 가는 버스는 8시 33분에 있었어요. 무려 2시간 후에 있었어요. 찜질방을 일찍 들어왔기 때문에 추가요금을 낼 게 아니라면 이른 아침에 할 거 없이 속초에서 방황해야 했어요. 그래서 사우나를 더 즐기고 싶었지만 나와야 했어요.

 

이른 새벽에 속초시외버스터미널을 향해 출발했어요. 속초 불가마오션스파 찜질방에서 속초시외버스터미널은 길도 쉽고 걸어갈 만한 거리였어요. 이른 새벽 공기를 마시며 길을 걸었어요. 공기가 상쾌했어요. 어선들이 들어오고 있었고, 공사 현장으로 나가는 인부들이 나오고 있었어요.

 

"어제 정말 재미있었어."

 

전날 저녁, 매우 재미있었어요. 전날 일을 떠올려봤어요. 청초호수로 걸어가서 정자에서 속초 주민이신 할머니와 잠시 잡담을 나누며 쉬었어요. 할머니께서는 설악문화제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해주셨어요. 지난해였던 2022년에는 이틀간 속초 설악로데오거리를 통제하고 설악로데오거리에서 설악문화제를 진행했대요. 그랬더니 속초시민들 전부 속초시청에 한 소리 해서 올해는 첫 날만 설악로데오 거리를 통제하고 주요 행사는 엑스포에서 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고 하셨어요.

 

작년에 속초 시민들이 설악문화제 때문에 이틀간 설악로데오 거리를 통제했다고 뿔이 날 만 했어요. 설악로데오 거리는 속초 교통에서 상당히 중요한 도로에요. 이 길이 주요 버스가 다니는 길이기도 하고, 속초시청, 장사항으로 가는 길이기도 해요. 더욱이 설악로데오는 우회로가 마땅치 않아요. 서쪽은 그 유명한 속초관광수산시장이 있어서 관광객들과 차량이 바글바글한 골목이고, 동쪽은 관광객이 돌아다니고 식당이 몰려 있는 매우 협소한 골목이에요. 그런데 설악로데오를 통제했으니 청초호 북쪽은 교통이 난리가 날 수 밖에 없었어요. 결정적으로 청초호 북쪽에 속초시에서 상당히 중요한 속초시외버스터미널이 있어요. 당장 이날만 해도 설악로데오 통제하니까 협소한 청초호 쪽 골목길은 사람들과 차량으로 아주 꽉 들어찼어요. 속초시 지리에 대해 잘 몰라도 당장 청초호수공원 정자까지 걸어오며 직접 겪었기 때문에 할머니 말씀이 크게 공감되었어요.

 

할머니와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속초시외버스터미널로 갔어요.

 

"속초시는 올해 진짜 신났네."

 

웃었어요. 속초시는 올해가 시 승격 60주년이에요. 속초시가 매우 잘 나가고 눈 부시게 발전중인데 시 승격 60주년까지 겹쳤어요. 속초시는 1963년 1월 1일에 시로 승격되었어요. 지난 번에 속초시를 방문했을 때는 속초시가 1951년에 수복된 영토였기 때문에 속초시 시 승격 60주년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충분히 이해되었어요. 그런데 무려 10월인데도 역시 계속 속초시 시 승격 60주년을 축하하는 분위기였어요. 이쯤 되면 속초시가 자기 지역이 눈부시게 성장하는 걸 기념하고 싶던 차에 시 승격 60주년이 되자 명분 생겨서 1년 내내 축하하려고 하는 거 같아 보이기도 했어요.

 

속초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어요.

 

 

"뭐야? 6시 55분이야?"

 

처음에는 발권기에서 시간이 잘못 나온 줄 알았어요. 매표소 창구 위에 있는 시간표를 봤어요. 속초시에서 동해시로 가는 버스 첫 차는 6시 55분이 맞았어요.

 

"사우나 더 하고 나올걸!"

 

6시에 도착했는데 6시 55분에 버스 출발이었어요. 갑자기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남았어요. 이른 새벽에 속초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서 할 만한 건 아무 것도 없었어요. 이른 시간이 아니더라도 원래 속초시외버스터미널 주변은 딱히 할 만한 게 없어요. 가깝기는 해도 수복탑까지는 나가야 구경하고 할 게 있어요. 그런데 이 심야시간이 막 끝나가는 새벽시간에 수복탑 가봐야 할 수 있는 게 있을 리 없었어요. 그렇다고 영금정 다녀오기에는 또 조금 애매한 시간이었어요.

 

"뭐하지?"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표를 발권한 후 밖으로 나왔어요. 주변을 돌아다니며 가벼운 아침 먹을 만한 곳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어요. 원래는 아침 먹을 생각이 아예 없었지만,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가볍게 아침식사나 하기로 했어요.

 

 

속초 시외버스터미널 바로 근처에 '울타리돼지한마리'라는 식당이 있었어요. 울타리돼지한마리 식당은 불이 켜져 있었어요.

 

 

입구에는 '아침식사됩니다'라고 적혀 있었어요. 식당 안은 불이 훤히 켜져 있었어요. 식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안녕하세요. 지금 식사 되나요?"

"예, 되요."

 

식사가 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메뉴를 봤어요.

 

 

아침에 식사로 먹을 수 있는 백반 메뉴로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우거지해장국, 황태해장국, 순두부찌개, 장터국밥이 있었어요. 이들 식사류 메뉴 가격은 8천원이었어요. 메뉴에 인쇄된 글자는 7000이었지만, 붉은 매직으로 선을 하나 더 그어서 8000원이었어요.

 

"된장찌개 먹고 가야지."

 

저는 밖에서 백반 사먹을 때 된장찌개를 제일 좋아해요. 전날 점심에 고성군 거진항 해동회식당에서 물회 먹고 너무 배불러서 저녁은 가볍게 먹었어요. 그리고 동해시 넘어가서 짐만 숙소에 던져놓고 삼척시로 바로 넘어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점심을 늦게 먹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아침식사이지만 된장찌개를 주문했어요.

 

조금 기다리자 제가 주문한 된장찌개가 나왔어요.

 

"우왁!"

 

 

이게 8천원이라구?

 

어마어마한 한 상이 나왔어요. 이게 고작 8천원이었어요. 이 밥상에서 저를 압도한 건 단연 생김이었어요. 생김이 산처럼 수북히 쌓여 있었어요. 진짜 많았어요. 김이 서로 붕 떠서 많은 게 아니라 정말로 양이 많았어요. 김만 주워먹어도 식사 되게 생겼어요.

 

여기에 8천원인데 생선구이 4조각이 나왔어요. 계란 후라이도 있었어요. 묵, 무생채, 김치만 합쳐도 밥 한 공기는 될 양이었어요.

 

'이거 너무 많은데?'

 

된장찌개는 된장찌개대로 양이 엄청 많았어요. 숟가락을 넣어서 건더기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봤더니 건더기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 있었어요. 이건 아침밥이 아니라 저녁밥이었어요. 엄청나게 푸짐한 밥상이었어요. 혼자 다 먹기에는 무리였어요. 이 양에 8천원이면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이었어요. 이 정도면 만원 받아도 납득이 될 거였어요. 사진이라 잘 나타나지 않는데 성인 남성 한 명이 혼자 먹기에도 매우 많은 양이었어요. 저 된장찌개 뚝배기 속에 건더기가 또 가득 들어 있었으니까요.

 

이쯤 되면 공기밥을 먹기 위해 반찬을 먹는 게 아니라 반찬을 먹기 위해 공기밥을 먹는 수준이었어요. 갑자기 아침부터 많이 먹는 먹방 찍게 생겼어요. 이건 1인분이 아니라 2인분으로 나와도 되는 양이었어요.

 

된장찌개는 꽤 짭짤했어요. 국물은 멸치가 들어 있었어요. 짭짤하면서 입에 착 붙었어요. 속에 들어 있는 건더기가 하도 많아서 건더기를 된장 국물로 삶아서 만든 요리를 먹는 기분이 들 정도였어요.

 

게다가 음식들이 하나같이 맛있었어요. 가성비 맛집이기도 하지만 그냥 와서 먹어도 좋은 식당이었어요. 음식이 나오자마자 '이걸 나 혼자 다 먹으라고?'라고 놀라고 '이게 고작 8천원이라고?'라고 놀라는 식당이었어요.

 

속초에서 설악산 대청봉까지 숙박 없이 올라갔다 올 수 있어요. 설악산 소공원에서 비선대를 거쳐서 천불동계곡, 천당폭포를 지나서 대청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어요. 이 코스로 가면 하산 시간까지 합쳐서 이른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등산해야 해요. 이쪽에서 설악산 소공원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간다면 설악산 등산할 때 최고의 식당일 거에요. 그리고 속초에서 이른 새벽에 버스 타고 서울 등 타 지역으로 떠나야하는 일정이거나 수복탑 근처에서 식사할 곳 찾는다면 좋은 선택이 될 거에요.

 

이번 속초 여행의 마지막은 울타리돼지한마리에서 심야시간의 끝 새벽의 시작에서 된장찌개 백반으로 폭식하며 끝냈어요. 새벽에 속초시외버스터미널, 수복탑 근처에서 식사할 곳 찾는다면 울타리돼지한마리 식당을 추천해요. 참고로 카카오맵에는 울타리식당으로 등록되어 있는 식당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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