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시 삼척중앙시장 오일장을 쭉 둘러봤어요. 시장 구경하기 제일 안 좋은 타이밍이 중첩되었을 때 왔기 때문에 전에 왔을 때 봤던 매우 재미있는 삼척장 모습은 못 봤어요. 추석 연휴 지나고 첫 번째 장날이었고, 아직 과일과 생선이 완벽히 가을로 넘어간 때도 아니었으며, 결정적으로 오후 3시쯤에야 시장에 왔어요. 장날 시장 구경하기에 그다지 안 좋은 조건이 3개나 겹쳤으니 그렇게까지 크게 재미있지는 않았어요.
"이제 어디 가지?"
저는 숙소를 동해시 묵호 지역인 발한동 발한삼거리에 잡았어요. 삼척 시내 온 김에 삼척장미공원과 정라항, 나릿골 감성마을을 구경하고 돌아가도 되었어요. 그런데 삼척장미공원, 정라항, 나릿골 감성마을은 그렇게까지 가보고 싶지 않았어요. 삼척장미공원, 정라항, 나릿골 감성마을은 여러 번 가봤어요. 거기도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어요. 봄에 삼척 왔을 때 가봤고, 지금은 가봐야 봄에 왔을 때 봤던 풍경과 그렇게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 거 같았어요. 2023년 10월 7일 삼척은 이제 막 여름 더위가 한풀 죽은 듯한 기온이었어요. 외투와 셔츠 소매를 걷어부쳐서 반팔로 만들고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저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어요. 반팔 입고 다녀도 되는 기온이었어요. 그러니 삼척장미공원, 정라항, 나릿골 감성마을 가봐야 가을 분위기는 전혀 못 느낄 거였어요.
게다가 저 자신은 못 느끼고 있었지만 제 몸은 피로를 느끼고 있었어요. 전전날 밤에 출발해서 전날에 춘천시 심야시간 여행을 하고 속초시로 넘어갔어요. 속초시에서 또 쉬지 않고 고성군까지 갔다가 내려와서 돌아다녔어요. 속초 찜질방에서 잠을 자기는 했지만 많이 자지는 못했어요. 시끄럽거나 불편해서 잠을 많이 못 잔 건 아니었어요. 잠을 조금만 잔 건 속초에서 아침 첫 차 버스 타고 동해시로 내려와야 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잠을 별로 못 잤어요.
잠을 이틀간 거의 안 잤기 때문에 저 자신은 못 느끼고 있었으나 몸은 분명히 피로했어요. 아직 판단이 흐려지고 느려지는 정도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그 전 단계인 만사 재미없고 귀찮은 단계에 들어가고 있었어요. 게다가 원래 계획인 임원항 가서 구경하고 놀다가 버스 타고 올라오는 계획도 망했기 때문에 의욕도 많이 꺾였어요.
어차피 또 올 수 있잖아.
결정적으로 동해시 묵호에서 머무른다면 삼척시내 정도는 옆 동네 가는 기분으로 갈 수 있어요. 어느 수준의 기분이냐면 의정부에서 종각 놀러가는 기분이었어요. 의정부에서 홍대, 강남 놀러가는 수준보다 한참 부담이 없고 가까운 곳에 가는 기분이었어요.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의정부에서 종각 갈 때는 지하철 1호선 타고 쭉 가면 되고, 묵호에서 삼척시내 놀러가는 것도 21번 타고 쭉 가면 되거든요. 동해시 일정을 제대로 정하지 않고 왔기 때문에 아마 삼척 시내는 한 번 더 올 수도 있었어요. 나중에 동해시 또 왔을 때 그때 삼척 시내 또 와도 되구요. 그러니 간절한 마음이 완전히 없었어요.
"여기에서 밥 먹고 묵호로 다시 넘어갈까?"
숙소가 있는 묵호에서 기껏해봐야 의정부에서 종각 놀러가는 수준 밖에 안 되는 가까운 삼척 시내. 당장 다음날도 마음만 먹으면 올 수 있었어요. 발한삼거리 정류장에서 21번 버스만 타면 되고, 21번 버스는 배차시간이 괜찮은 편이거든요. 그러니 굳이 억지로 삼척 시내를 돌아다닐 이유가 없었어요. 그럴 바에는 여기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묵호로 돌아가는 게 나았어요. 가서 체크인하고 쉬든가 묵호 안에서 돌아다니며 놀면 되었어요.
'묵호 돌아가서 점심 먹으려고 하면 너무 늦지?'
묵호 돌아가서 점심 먹는다면 그건 점심이 아니라 이른 저녁 식사였어요. 아무래도 조금 늦기는 했지만 삼척중앙시장에서 점심을 먹어야 했어요.
삼척중앙시장 풍물상가로 들어갔어요.
"여기는 식당가네?"
풍물상가라고 해서 특별한 물건들 - 골동품 같은 거 파는 시장인 줄 알았어요. 이름만 보면 그렇게 생겼어요. 그렇지만 풍물상가는 골동품 같은 것을 파는 시장이 아니었어요. 식당가였어요. 풍물상가를 쭉 걸으며 구경했어요. 간식 먹으러 온 사람들도 있고, 저처럼 늦은 점심 먹으러 온 사람들도 있었어요.
"여기에서 밥 먹고 갈까?"
삼척중앙시장 풍물상가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어요. 식당은 가기에 애매한 시각이었어요. 이게 다 임원항을 건너뛰어서 발생한 문제였어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임원항에서 물회나 회덮밥을 사먹었을 거에요. 점심을 원래 임원항에서 먹을 계획이었는데 임원항을 안 갔기 때문에 점심 먹기 상당히 애매해졌어요. 삼척중앙시장 근처 식당을 찾으러 또 돌아다니기 귀찮았어요. 적당히 여기에서 간단히 요깃거리 사먹는 걸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어요.
"뭐 먹지?"
가볍게 먹을 만한 것을 찾아봤어요.
'황실폐백'이라는 가게가 있었어요. 제사음식과 더불어서 분식도 같이 파는 가게였어요.
산적과 같은 제사음식과 함께 떡볶이, 어묵 같은 것도 같이 팔고 있었어요.
"메밀전이랑 메밀 전병 있다."
황실폐백에는 메밀전과 메밀 전병이 있었어요.
'온 김에 메밀 전병 먹을까?'
강원도의 대표적인 음식은 메밀 전병이에요. 강원도 여행 갈 때 재래시장을 종종 들리곤 해요. 강원도 재래시장 가보면 메밀전과 메밀 전병이 있어요. 그런데 막상 강원도 여행 와서 재래시장 갔을 때 메밀전과 메밀전병은 잘 안 사먹었어요. 제 기억으로는 한 번인가 사먹었을 거에요.
"메밀전은 가격 얼마에요?"
"2장에 5천원."
"메밀 전병은요?"
"3개에 5천원."
메밀전은 2장에 5천원이었고, 메밀 전병은 3개에 5천원이었어요.
"메밀 전병 주세요."
메밀 전병을 주문한 후, 산적도 주문했어요. 돈은 계좌이체로 지불했어요.
제가 주문한 메밀 전병이 나왔어요. 사장님께서 메밀 전병을 먹기 좋게 잘라주셨어요. 메밀 전병을 먹기 시작했어요.
'이거 간장 안 찍어도 괜찮은데?'
메밀 전병 속에는 김치가 들어 있었어요. 강원도 김치였어요. 김치가 그렇게 짜지 않았어요. 대신 타지역 김치보다 매운맛이 조금 더 강한 편이었어요. 강원도 여행 와서 식당 등에서 음식 먹어보면 짠맛이 타지역 음식에 비해 약하고 대신에 매운맛으로 부족한 짠맛을 보충한 집이 꽤 있어요. 여기도 마찬가지였어요.
메밀 전병은 가볍게 고소했어요. 메밀 피는 흐물거리지 않고 탄력이 있었어요. 속에 들어 있는 김치와 메밀 피가 잘 어울렸어요. 전체적인 맛은 조금 슴슴한 맛이었어요. 그렇지만 간장을 찍지 않고 먹었어요. 안에 김치가 들어 있어서 간이 타지역에서 먹는 음식보다 조금 약해도 맛이 맞았어요. 메밀 전병만 먹는다면 그냥 먹어도 괜찮은 맛이었어요. 막걸리 등 술을 곁들여서 먹는다면 조금 슴슴하기 때문에 간장을 찍어서 먹어야하겠지만, 저는 메밀 전병만 먹었기 때문에 괜찮았어요.
"이거 야채 뭐지?"
메밀 전병을 보면 파란 야채가 있었어요. 생긴 건 별 향 없게 생겼는데 향이 있었어요. 은근히 고수 비슷한 향이 났어요.
'여기에 고수 넣었을 리 없는데...'
상식적으로 메밀 전병 부칠 때 고수를 넣었을 리 없었어요. 얼핏 보면 생긴 것도 고수와 비슷했어요. 고수와 비슷하게 생겼고, 고수와 비슷한 향이 나는 우리나라 채소가 뭐가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아, 미나리!"
메밀 전병에 붙어 있는 야채는 미나리 같았어요. 미나리라면 이질적인 채소를 메밀 전병에 붙여놓은 것도 아니고, 고수와 비슷하게 생긴 모습과 향도 충분히 설명되었어요. 고수는 미나리목 미나리과 고수속 한해살이 풀이에요. 미나리 즐겨먹는 사람이 고수에 거부감이 별로 없는 것에는 생물학적으로 이유가 있어요. 미나리와 고수는 매우 가까운 식물이니까요. 아무리 중국 음식이 접하기 매우 쉬워졌다고 해도 재래시장에서 파는 메밀 전병에 고수를 붙여놓는 퓨전 메밀 전병을 만들었을 리는 없었어요. 고수는 절대 아닐 건데 고수와 많이 비슷한 식물...미나리였어요.
"미나리 들어간 메밀 전병은 처음이네."
강원도 여행하면서 메밀 전병을 많이 봤지만, 미나리를 메밀 피에 붙여서 만든 메밀 전병은 처음이었어요. 미나리가 메밀 전병과 꽤 잘 어울렸어요. 독특한 맛이었어요.
여행 가서 삼척중앙시장으로 놀러간다면 메밀 총떡 사먹고 오는 것도 꽤 좋아요. 그리고 삼척중앙시장은 풍물상가에 먹거리 파는 가게들이 몰려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