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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신당역 핫플레이스 신당동 싸전거리 카페 아포테케리

좀좀이 2023. 8. 2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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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동? 신당동이 왜?"

 

인터넷에 서울 중구 신당역 근처에 있는 신당동 싸전거리가 새로 뜨고 있는 핫플레이스라는 글이 꽤 많았어요. 신당동이 요즘은 매우 힙한 동네라고 힙당동이라고 부른다고 나와 있었어요. 신당동이 요즘 뜨고 있는 동네라는 인터넷 기사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거기가 힙해질 게 뭐 있나?

 

신당동은 떡볶이 하나 유명한 동네에요. 그 외에는 그다지 특징이 없는 동네에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떡볶이 먹으러 찾아가지나 않으면 굳이 일부러 갈 일이 없는 동네거든요. 지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신당동 위치가 애매해요. 신당동 주변이라고 볼 수 있는 곳에 유명한 곳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에요. 유명한 곳으로는 황학동 벼룩시장, 동묘 벼룩시장, 동대문 야시장 등이 있어요. 그런데 황학동 벼룩시장, 동묘 벼룩시장, 동대문 야시장 모두 청계천변에 있어요. 지하철역으로 보면 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과 동대문역이 있는 곳이에요. 그러니 청계천 따라서 동묘앞, 동대문을 가며 황학동 벼룩시장, 동묘 벼룩시장, 동대문 야시장을 가고 종로쪽으로 가지, 굳이 신당동으로 들어가지는 않아요.

 

신당동은 동대문 시장과 묶어서 가기에도 매우 애매한 위치고, 동묘 벼룩시장과 묶어서 가기에도 매우 애매한 위치에요. 멀지는 않지만 굳이 거기까지 가야 할 이유도 없고, 가는 길에 특별히 볼 것도 없어요. 신당역에서 남쪽에 있는 지하철역은 청구역인데, 이쪽도 별 거 없는 평범한 동네이기는 매한가지에요. 청구역 남쪽 약수역부터는 산동네구요. 약수역부터는 남산자락 동네에요.

 

인터넷 기사에 의하면 신당동이 왕십리가 재개발로 크게 발전하니까 왕십리의 영향을 받아서 뜨고 있는 지역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신당동은 왕십리에서 먼데?"

 

왕십리역에서 신당역까지는 지하철로 2정거장이에요. 도보로는 1.9km 걸어야 해요. 걸어가도 되는 거리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걷고 싶은 길은 아니에요. 걷기 쾌적한 길은 아니거든요. 1.9km니까 갈만한 거리이기는 하지만요.

 

기사를 더 봤어요. 싸전거리가 힙당동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신당동 싸전거리는 일제강점기에 공설시장이 들어서고 양곡가게가 자리하면서 형성된 미곡상점 거리에요. 전성기 시절에는 쌀가게가 무려 800곳이 넘었고, 전국의 곡물 가격을 좌지우지했다고 해요. 1960년대에는 서울에서 소비되는 쌀의 80%가 여기에서 거래되었다고 하구요. 물론 다 과거의 이야기에요.

 

기사에는 신당동 싸전거리로 카페, 식당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빈 가게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고 나와 있었어요. 여기는 기존 주민들이 이용하는 시장이어서 상인들이 잘 나가지 않는다고 나와 있었어요.

 

"힙당동? 최소 5년 뒤에야 가능한 이야기 아냐?"

 

인터넷에서 너무 침소봉대하는 거 같았어요. 아무리 신당동 싸전거리에 카페, 식당이 여러 곳 생긴다고 해도 힙당동 소리 들을 정도는 아닐 거였어요.

 

익선동, 문래동도 자리잡는 데에 몇 년이 걸렸는데.

 

2010년대 들어서 서울에서 새롭게 관광지로 뜬 곳들이 몇 곳 있어요. 이 중 을지로는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기 시작한 후 상당히 빠르게 이미지가 바뀌고 자리잡았어요. 을지로야 애초에 종로와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에 있는 곳이니까 원래부터 유동인구, 관광객이 많았던 곳이에요. 동묘 벼룩시장도 갑자기 뜬 것 같지만 동묘 벼룩시장에서 동대문 시장까지 가까워요. 그러니 을지로, 동묘 벼룩시장은 원래 관광객들 오던 곳에서 관광객들이 한 걸음 더 걸어갔다고 보면 되요.

 

물론 창신동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참 안 되는 곳도 있기는 하지만 창신동은 경사가 매우 심하고 골목길도 상당히 복잡한데다 낙산 골짜기 맞은편 이화동이 보다 더 관광지로써의 가치가 높기 때문이구요. 창신동에서 보는 서울 전망보다 이화동에서 보는 서울 전망이 훨씬 시원하고 아름다워요. 또한 이화동에는 낙산 국민주택단지가 있어서 동네 경관이 꽤 독특한 편이에요. 이화동도 경사가 조금 심하기는 하지만 돌아다닐 만한 편이고, 결정적으로 이쪽은 길이 그다지 안 어려워요. 벽화마을로 먼저 뜬 것도 있구요. 그래서 창신동은 이야기가 조금 달라요.

 

그 다음으로 2010년대 들어서 핫플레이스라고 알려지기 시작한 익선동, 문래동이 있어요. 익선동, 문래동은 핫플레이스로 자리잡기 위해 걸린 시간이 꽤 길었어요. 익선동이 핫플레이스 소리 듣기 시작한 게 제 기억으로는 2015년쯤이었어요. 2015년보다 더 빠를 수도 있고 살짝 늦을 수도 있지만 2010년대 중반인 건 확실해요. 문래동은 그보다 나중인 2010년대 중후반이었구요. 익선동이 핫플레이스로 완벽히 자리잡은 건 2010년대 후반이에요. 익선동 포장마차 거리도 과거 퀴어 만남의 장소에서 일반인들이 즐기는 장소로 변한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구요. 익선동 상권이 핫플레이스로 완벽히 자리잡은 마지막 변화가 익선동 포장마차 거리가 일반인들이 많이 가는 핫플레이스로 바뀐 거에요. 그 전까지는 그쪽도 이태원 못지 않은 문화적 게토였어요.

 

핫플레이스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그 동네를 대표하는 풍경이 있어야 해요. 익선동은 마당 플라워 카페 및 그 일대가 예쁘게 조성되면서 자리잡았다고 보면 되요. 인스타 맛집, 인스타 카페야 그 전에도 있었지만 '여기가 익선동이야!'라고 보여줄 대표적인 장면은 없는 곳이었어요.

 

매우 흥미로운 곳은 성수동이에요. 성수동은 성수동을 대표하는 카페가 대림창고이지만, 정작 '카페거리'에 걸맞는 풍경은 지도에서 성수동 카페거리라고 표시되어 있는 대림창고 있는 곳이 아니라 서울숲 카페거리라고 표시되어 있는 뚝섬역 중랑천 방향 서쪽이에요. 재미있는 점은 서울숲 카페거리도 엄연히 성수동이라서 여기를 성수동 카페거리라고 불러도 맞는 말이에요. 성수역도 카페가 많기는 하지만 서울 기준에서 보면 뭔가 특별한 것은 없는 그저 사람들 사는 동네고, '카페거리'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에 걸맞는 곳은 뚝섬역 서쪽 서울숲 카페거리 쪽이에요.

 

이런 현재 핫플레이스로 유명한 서울의 동네들을 떠올려보면 신당동은 아직 멀었을 거였어요. 그래도 궁금했어요. 한 번 가보기로 했어요.

 

내 이럴 줄 알았어.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제 예상 그대로였어요. 인터넷에서 괜히 호들갑이었어요. 신당동 카페거리는 딱히 특별한 것이 없었어요.

 

"왔는데 카페 가보기는 해야지."

 

그래도 일부러 신당동 싸전거리까지 왔는데 카페 한 곳 가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간 곳이 카페 아포테케리였어요.

 

 

카페 아포테케리는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카페였어요.

 

 

내부 공간은 엄청나게 넓었어요.

 

 

 

저는 간단히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어요.

 

 

물 너무 많이 들어갔다.

 

커피 자체의 맛은 산미가 약간 있고 고소한 맛이었어요. 산미를 썩 즐기지 않는 사람도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맛이었어요. 고소하기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산미를 가볍게 집어넣은 것 같은 맛이었어요.

 

하지만 물이 너무 많이 들어갔어요. 커피 맛 자체는 좋았지만 물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묽은 맛이었어요. 카페 아포테케리에 대한 소감은 카페가 참 크고 넓은 창고 개조해 만든 곳이었고, 커피는 커피 맛 자체는 좋았지만 커피에 홍수가 났는지 물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묽어지는 바람에 아쉬웠어요.

 

'신당동은 조금 더 알아보고 다시 와야겠다.'

 

신당동이 뜬다?

 

이건 조금 더 알아봐야겠어요. 신당동 싸전거리는 별 거 없었고, 어쩌면 이쪽 동네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신당역 있으니까 신당역 근처 아무 데나 다 신당동이라고 하는 것일 가능성도 있어요. 만약 진짜 신당동이 힙당동이라면 매우 높은 확률로 황학동을 신당동이라고 하고 있을 수 있었어요.

 

사실 신당동 싸전거리도 정확히는 신당동이 아니라 흥인동이거든요. 흥인동이야 딱히 유명한 게 없어서 신당동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동네 역사를 따져보면 신당동 지역이었을 거구요.

 

그렇지만 황학동은 상당히 유명한 곳이에요. 꽤 오래 전부터 황학동과 신당동은 완전히 다른 동네였어요. 둘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요. 황학동은 골동품, 중고품의 성지고 신당동은 떡볶이 먹으러 가는 곳이었어요. 황학동을 신당동이라고 하는 일도, 신당동을 황학동이라고 하는 일도 없었어요.

 

힙당동이라 부르는 신당동은 신당동이 아니라 실제로는 황학동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보였어요. 황학동은 규모가 꽤 큰 서울중앙시장, 황학동 도깨비시장이 있는 곳이거든요. 아마 힙당동 카페, 맛집 상당수가 실제로는 황학동 카페, 맛집일 거에요. 황학동이라면 동묘처럼 뜰 만한 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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