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한국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텅스텐 광산 폐광촌 폐 번화가 상동시장길, 천주교 상동교회 가톨릭 상동성당

좀좀이 2023. 6. 12.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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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서 할 거 하려고 컴퓨터를 켰어요. 노래를 들으면서 할 거 하려고 유튜브에 접속했어요.

 

"추천 영상 뭐야?"

 

유튜브에 접속하자 추천 영상으로 무슨 폐가, 폐가 많은 마을 같은 게 나왔어요. 유튜브가 무슨 생각으로 제게 이런 걸 보여주는지 미스테리였어요. 어떤 영상인지 궁금해서 한 번 봤어요.

 

"에이, 고작 이거 가지고. 별 걸로 호들갑이네."

 

유튜브 영상은 시시했어요. 깊은 시골에 가옥 열 채 정도 있는 마을에 폐가가 많다고 유난을 떨고 있었어요. 이런 건 우리나라 시골 가보면 흔해요. 그 이전에 가옥 열 채 정도 있는 곳이라면 원래 조그마한 마을이었어요. 그런 걸로 유난에 호들갑인 걸 보고 피식 웃었어요. 무슨 대단한 건 줄 알았어요.

 

유튜브 영상을 보고 뭐 저 정도로 저러고 있냐고 어이없어서 웃다가 문득 지난해 여행을 갔던 곳이 떠올랐어요. 지난해 여행을 다녀온 곳 중 아직 글을 안 쓴 것이 여러 개 있어요. 이 중에는 진짜로 우리나라의 거대한 폐가 마을도 있었어요. 고작 시골에 집 열 채 쯤 되는 곳에 빈 집 여러 개 있다고 유난떠는 수준이 아니라 정말로 어마어마한 곳이요.

 

'거기나 글 쓸까?'

 

올해 다녀온 여행 글을 쭉 쓰다고 갑자기 작년 초가을 다녀온 그곳, 바로 그곳을 글로 쓰고 싶어졌어요.

 

그곳은 바로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구래리 텅스텐 마을이었어요.

 

2022년 9월초. 도계 여행을 다녀온 후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어요. 그것은 바로 상동 텅스텐 광산이었어요. 중학교, 고등학교 때 한국지리에서 우리나라 공업지역에 대해 배울 때였어요. 태백산 공업지역을 배울 때 이쪽은 광업이 발달했다고 배웠고, 그 중 '상동 중석'이라는 것이 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중석이 뭔지 몰랐어요. 그냥 '상동 중석'이라고만 외웠어요. 나중에야 중석이 텅스텐이라는 걸 알았어요.

 

'상동 텅스텐 광산도 폐광했잖아.'

 

상동 텅스텐 광산도 폐광되었어요. 한때는 우리나라의 매우 중요한 수출품이었지만 중국산 저가 텅스텐이 수입되면서 채산성이 안 맞아서 폐광했어요.

 

'상동 한 번 다녀와볼까?'

 

상동은 어떤지 궁금했어요. 여기는 나름 상징성이 있었어요. 세계적으로 상당한 양의 텅스텐을 생산하던 지역이었으니까요. 상동을 찾기 시작했어요. 상동은 영월군이었어요. 영월군 상동읍이었어요.

 

'영월역에서 가면 될 건가?'

 

교통편을 알아봤어요.

 

"뭐야? 여기 영월 맞아?"

 

상동읍은 영월군이었지만 영월 읍내에서 가기 엄청 불편한 곳이었어요. 상동읍은 영월군에서 제일 동쪽에 있었어요. 영월 읍내에서 거리도 매우 멀었고 대중교통편도 없다고 해도 될 정도였어요. 대신 태백시에서는 가기 괜찮은 편이었어요. 아무리 봐도 상동읍은 태백 생활권이었어요.

 

"상동읍 가봐야겠다."

 

상동읍에서 어디를 가야하는지 찾아봤어요. 구래리를 가야 했어요. 목적지가 정해지자 너무 가고 싶어졌어요. 어떤 곳인지 궁금했어요. 한때 우리나라를 먹여살리던 텅스텐을 생산하던 지역이었어요. 한국지리 시간에도 중요하게 배웠던 곳이었어요. 여기는 한 번 가봐야했어요.

 

2022년 9월 6일, 의정부에서 버스를 타고 태백시로 갔어요. 이것이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태백시로 간 거였어요. 태백시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영월군 상동읍으로 넘어갔어요.

 

2022년 9월 6일 12시 40분,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구래리에 도착했어요.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구래리에 도착해서 맨 처음 마주친 것은 가상의 이 지역 광부 K씨의 이야기 동상들이었어요.

 

 

가상의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광부 K씨는 아내와 쇼핑하러 갔대요. 아내가 새 옷을 입고 좋아하는 장면이래요.

 

 

가상의 광부 K씨가 힘든 노동을 마치고 동료와 술을 마시는 장면이래요.

 

 

이날은 비가 내린 직후라 술잔에 맹물이 가득 차 있었어요. 가상의 광부 K씨는 이날 막걸리 미즈와리를 드시는 날이었어요. 사이다 타서 마시는 게 아니라 맹물 잔뜩 타서 마시는 거니까 오래 드실 거고 다음날 숙취도 덜할 거에요.

 

 

 

알몬티대한중석 건물이 있었어요.

 

 

K씨가 동료와 막걸리 드시는 동상 맞은편에는 상동시외버스터미널이 있었어요.

 

 

 

상동시외버스터미널 앞에는 아내와 자식이 와서 기뻐하는 가상의 광부 K씨 동상이 있었어요.

 

 

 

이제부터 계곡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야 했어요.

 

 

상동치안센터와 영월농협 상동지점이 있었어요. 여기가 상동시장길이래요.

 

 

상동시장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여기 분위기 되게 이상한데?'

 

건물을 화려하게 칠해놓았어요. 얼핏 보면 매우 활기찬 관광지처럼 생겼어요. 그러나 인기척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어요. 매우 조용했어요. 가게는 전부 문이 닫혀 있었어요. 사람들이 이날 새벽에 모두 갑자기 증발해버린 것 같은 풍경이었어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사람이 있는지 계속 살펴봤어요. 사람이 있을 것처럼 꾸며놨는데 사람이 정말로 안 보였어요. 인기척조차 없는 고요한 곳이었어요. 계곡 물 흐르는 소리만 요란하게 들렸어요.

 

 

 

상동시장길을 계속 걸어갔어요. 사람이 아예 단 한 명도 없는 건 아니었어요. 앞에 있는 차량은 버려진 차량이 아니라 멀쩡한 차량이었어요. 두 명 있었어요. 놀라운 건 가게들 중 제대로 열려 있는 가게가 단 하나도 없었다는 거였어요. 단체로 노는 날도 아니었는데요.

 

'기묘한 이야기에 들어온 거 같네.'

 

일본 기묘한 이야기 속 한 장면 같은 풍경이었어요. '시간이 사라진 세계'라는 제목으로 '어느 날 갑자기 나 혼자 남았다'로 시작할 거 같은 그런 분위기였어요.

 

 

 

 

 

 

 

"여기는 진짜 어마어마한데?"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은 우리나라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읍이에요. 이 당시 상동읍은 인구 1,000명조차 붕괴될 위기였어요. 2023년 5월 기준으로는 진짜로 인구 1000명도 붕괴되어서 995명이구요. 1만명이 아니라 1천명도 붕괴되었어요.

 

하지만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이 텅스텐 광산으로 호황을 누리던 시절에는 무려 3만명이 살았던 지역이었어요. 3만명 인구가 고작 천명으로 줄어들었으니 인구가 1/30토막 났어요.

 

강원도 남부 탄광 지역을 보면 인구가 완전히 소멸해서 마을 흔적조차 사라진 곳도 여러 곳이에요. 그런데 그런 곳은 애초에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았던 곳이에요. 전성기 시절이라고 해도 인구가 그렇게까지 엄청 많지는 않았어요. 반면 상동읍은 3만명 넘는 인구가 이제 천 명도 붕괴되었으니 이보다 더 극적인 곳은 우리나라에 얼마 없을 거에요. 옛날 전성기 시절이 현재 인구의 30배였던 곳은 찾기 힘들고, 그나마 있다고 해도 3천명이었던 인구가 100명으로 줄어들었다는 수준일 거에요.

 

 

 

 

상동시장길은 겉으로 보면 매우 아름다운 여행지 같은 풍경이었어요. 매우 예쁘게 잘 꾸며져 있었어요.

 

 

그렇지만 그 뒷면에는 온통 폐가였어요. 아니, 이 상동시장길도 온통 폐가였어요. 다 폐가라고 해도 될 정도였어요. 수도권에서 재개발한다고 한 동네가 싹 다 이주해서 잠시 마을 전체가 폐가인 경우가 아니라면 이 정도는 없을 거였어요.

 

 

저 건물은 왠지 광부사택으로 지어진 건물 같았어요.

 

 

상동시장길 표지가 나왔어요. 이 근방에서 오일장도 열렸었다고 해요. 지금은 아마 오일장이 안 열릴 거에요. 상동읍 오일장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못 찾았어요.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천주교 상동교회 상동성당이 있었어요. 상동성당으로 갔어요.

 

"헐!"

 

정말로 '헐' 소리만 나왔어요.

 

 

강원도 영월군 가톨릭 상동성당은 2021년 1월 1일에 화재로 전소되었어요.

 

원래 상동성당은 전면부 종탑에 연결한 아치 모양의 콘세트(막사) 형태의 건축물로서 유일한 성당이었다고 해요. 미군 막사를 지을 때 사용한 아연 강판 지붕, 직접 찍어낸 벽돌, 지역에서 캐서 만든 돌 8천여개를 사용해서 건축했다고 해요.

 

 

상동성당 소개문이 있었어요. 상동성당 소개문은 다음과 같았어요.

 

 

천주교 상동교회

 

천주교 원주교구에 속해 있는 황지성당이 관할하는 공소이다. 1952년 10월 28일 영월성당 관할 상동공소로 설립되었다. 신자들의 집을 돌아가며 공소예절을 보다가 점차 신자가 늘어나자 1955년 9월 현 공소 건물의 개울 건너편에 있었던 여관을 매입하여 경당으로 꾸몄다. 당시 신자수는 198명에 이르렀다.

 

1959년 2월 본당으로 승격하였고, 영월성당의 주임신부였던 이영섭(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가 초대 주임신부로 부임하였다. 같은 해 10월 21일 새 성당을 짓고 봉헌식을 올렸다.

 

성당이 자리 잡고 있는 영월군 상동읍 구래리는 일제강점기에 중석(텅스텐)광산이 개발된 후 대한중석(주) 상동광업소가 들어서며 활기를 띠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광산이 차츰 활기를 잃기 시작하고 급기야 폐광이 이르자 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성당 신자수도 줄어들게 되었다. 이에 1993년 3월 5일 다시 공소로 격하되어 태백의 황지성당으로 편입되었다.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천주교 상동교회 정면은 그래도 멀쩡해 보였어요. 다른 성당과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어요. 반원형 벽에 가운데에 종탑이 서 있었어요. 비닐하우스 정면 모습과 비슷한 모양이었어요.

 

옆면으로 가면 놀라운 모습이 나왔어요.

 

 

2021년 1월 1일에 화재로 전소된 후 복원작업이 거의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이 사진을 촬영한 날은 2022년 9월 6일. 그러니까 화재 이후 1년 8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어요. 화재로 전소된 지 1년 8개월이 지났는데도 복구 작업은 흔적도 안 보였어요. 사람들이 진입만 못하게 막아놨을 뿐이었어요. 1년 8개월 동안 재만 치워놨어요.

 

 

더 뒷쪽으로 올라가자 가톨릭 상동성당 내부를 볼 수 있었어요.

 

 

'이거 복구하기는 할 건가?'

 

복구할 계획이 있는지 의문이었어요. 화재가 발생해 전소한 그날의 모습이 1년 8개월이 지났는데도 하나도 안 변한 거 같았어요.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어요. 하루에 벽돌 1개씩 쌓아도 1년 8개월이면 608개를 쌓았어요. 벽돌 608개면 뭔가 재건하는 형태는 보일 거에요. 그러나 재건 작업 진행중인 형태가 하나도 안 보였어요.

 

심지어 반원형 뒷면 벽을 보면 유리창의 창틀이 검게 그을려 있었어요. 그러니까 화재가 발생한 이후 그 어떤 것도 바뀌지 않았어요. 미장이 떨어져나가서 드러난 벽돌과 환풍기도 검게 그을려 있었어요.

 

상동시장길이 정말로 '폐 번화가'인 것도 놀라웠지만 성당이 전소된 후 1년 8개월째 사실상 방치중이라는 사실에 상당히 놀랐어요. 가톨릭은 어떻게 보면 단일화된 강력한 종교 조직인데 그런 종교 조직에서 1년 8개월째 방치중이라는 건 이 지역이 '모두가 포기해버린 도시'로 와닿게 했어요.

 

 

상동시장길 번화가도 전부 다 폐가라 해도 될 정도였어요. 번화가가 아니라 폐 번화가였어요. 그런데 성당마저 화재로 전소되어 폐 성당이 되었어요. 보존 가치가 있다고 하는데 전소된 상태 그대로인 모습에 놀랐어요. 여기는 정말로 잊혀진 곳이었어요.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구래리 텅스텐 마을을 오기 전에 간간이 유튜브로 시골 풍경을 보곤 했어요. 그 중에는 폐가, 소멸된 마을 풍경 같은 것도 있었어요. 그런 것은 진짜 별 거 아니었어요.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구래리 텅스텐 마을은 규모부터 차원이 아예 달랐어요. 하나의 도시가 완전히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수준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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