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식당, 카페

강원도 정선군 태백선 예미역 힐링 여행 마을 예미리 추천 카페 밀크티 맛집 예미길

좀좀이 2023. 5. 21. 16:13
728x90

강원도에 있는 도보 여행 코스인 운탄고도1330 4길을 가서 걸어보기로 하고 숙소도 다 알아봤어요. 운탄고도1330 4길은 수도권에서 당일치기가 안 되요. 야간산행을 할 게 아니라면 예미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출발해야 했어요. 운탄고도1330 4길을 걷기로 마음을 굳히고 숙소 예약을 잡았어요. 이제 기차표를 예매해야 했어요. 운탄고도1330 4길 시작점인 예미역은 태백선 기차역이에요. 태백선은 무궁화호 열차만 지나다니는 철도 노선이에요.

 

'이왕 가는 거 예미도 구경할까?'

 

예미역이 있는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예미리는 작년에 2번 가봤어요. 처음에는 강원도 친구가 자기가 가본 강원도 시골 마을이라고 해서 궁금해서 일부러 찾아갔고, 두 번째는 운탄고도1330 3길 걷느라 갔었어요.

 

'예미 읍내 봐볼까?'

 

시골 마을의 중심지를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읍내는 읍, 면의 중심지를 가리킬 때 보통 읍내라고 해요. 마실이라고 하자니 마실은 그냥 마을이에요. 보통 옆동네 놀러갔다 온다고 할 때 어르신들이 마실 다녀온다고 해요. 그러니 예미리의 중심지를 뭐라고 해야할 지는 모르겠어요. 당장 기억나는 건 예미 읍내인데 예미는 예미읍이 아니라 신동읍 예미리에요. 예미리에 신동읍 행정복지센터가 있으니 읍내라고 해도 되기는 할 거에요. 그런데 이러면 예미리 옆동네 조동리의 중심지는 조동리 읍내라고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예미를 두 번이나 갔는데 예미 읍내를 한 번도 안 가봤다.

 

예미리는 두 번이나 갔어요. 차로 휙 지나간 게 아니라 제 두 발로 걸어서 돌아다녔어요. 그러나 예미 읍내는 돌아다니며 구경한 일이 전혀 없었어요. 이건 예미리에 관심이 전혀 없어서가 아니었어요. 예미리가 그렇게 생긴 동네에요.

 

강원도 정선군 예미리 지도를 보면 제일 남쪽에는 산이 있어요. 예미리 제일 남쪽에 산이 있고,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예미역과 예미역 역전 마을이 있어요. 예미역 입출구 및 예미역 역전마을 바로 뒤에 태백선 철도가 지나가요. 태백선 철도가 예미리 남쪽과 북쪽을 완전히 갈라놓고 있어요. 태백선 철도 북쪽 지역에서 석항천과 의림천이 만나는 곳 근처가 예미 읍내에요.

 

예미역 입출구에서 예미 읍내로 가려면 상당히 많이 걸어야 해요. 예미리에서 태백선 철도를 넘어가는 길은 오직 하나 - 예미오거리 근처 굴다리를 지나가는 방법 뿐이에요. 예미오거리에서 예미역까지 거리는 카카오맵에서 도보 이동 경로로 검색해보면 660m에요. 실제로 걸어보면 약 700m쯤 되요. 예미역에서 예미 읍내 갔다가 다시 예미역으로 돌아오려면 예미 읍내는 고사하고 예미오거리와 예미역 왕복 거리만 1.4km쯤 되요. 제가 예미리 갔을 때는 항상 예미역으로 갔기 때문에 예미역 갔다가 다시 읍내를 돌아볼 엄두가 안 났어요. 예미역에서 예미 읍내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예미 읍내로 갔다오려면 1.4km쯤 걸어야 하니 예미리에서는 예미역 주변에서만 돌아다녔어요. 심지어 운탄고도 4길 및 함백역, 안경다리, 함백 탄광촌 등 볼 것이 있는 조동리 가는 길도 예미 읍내로 가지 않고 예미역 앞 함백로 따라서 가게 되어 있어요.

 

"이번에는 느긋하게 예미 읍내에서 하루 놀아야겠다."

 

예미역으로 일찍 가서 무려 두 번이나 갔던 예미리지만 그동안 못 본 예미리 읍내도 구경하고 여유롭고 느긋한 힐링 여행을 즐기며 하루 보낸 후 숙소 들어가서 일찍 자고 다음날 꼭두새벽에 운탄고도1330 4길을 걷기로 했어요.

 

"예미에 갈 만한 곳 뭐 있지?"

 

예미에 있는 카페를 검색해봤어요. 강원도 정선군 예미역 힐링 여행 마을 예미리에는 카페가 2곳 있었어요. 한 곳은 예미오거리에 있는 카페1030이었어요. 여기는 예미오거리에 있기 때문에 두 번 봤어요. 다른 하나는 예미길 카페였어요.

 

"예미길 카페 가봐야겠다."

 

예미길 카페는 예미오거리에서 의림천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있었어요. 의림천 따라서 예미초등학교 근처까지 갔다가 아래로 내려가서 예미길 카페를 들러서 예미 읍내로 돌아와서 저녁 먹고 숙소 들어가면 느긋한 힐링 여행이 될 거였어요. 예미길 카페 리뷰를 한 번 봐봤어요. 밀크티 맛집이라는 리뷰가 많이 보였어요.

 

"밀크티 맛집?"

 

밀크티 맛집이라니 궁금해졌어요. 밀크티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밀크티 잘 하는 카페는 별로 못 봤어요. 밀크티 맛집이 예미에 있다니 더욱 궁금해졌어요.

 

"여기 가서 밀크티 마셔봐야겠다."

 

예미에 가서 읍내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다가 밀크티 맛집이라고 하는 예미길 카페 가서 밀크티를 마셔보기로 했어요.

 

예미로 갔어요. 예미 읍내를 돌아다니며 잘 놀다가 의림천 타고 올라가서 오후 2시 반 즈음에 예미길 카페로 갔어요.

 

 

"여기인가?"

 

지도상으로는 여기가 맞았어요.

 

 

건물 옆 담벼락에는 벽화가 있었어요. 일반적인 벽화가 아니라 돌을 붙여서 만든 벽화였어요. 사진으로는 잘 나오지 않았지만 돌을 붙여서 사람을 만들었기 때문에 입체감이 있는 인상적인 벽화였어요.

 

 

건물 바로 앞 풍경은 매우 예뻤어요.

 

"여기인가, 옆 건물인가?"

 

건물 두 채가 나란히 있었어요. 옆 건물로 가봤어요. 내부가 텅 비어 있었어요. 다시 처음 건물로 왔어요. 내부는 카페였어요. 카페 안으로 들어갔어요. 제가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건물 주변에 계시던 앞치마 입으신 여성분께서 안으로 따라들어왔어요. 사장님이셨어요.

 

 

예미길 카페에서는 곤드레 치즈케이크를 판매하고 있었어요.

 

밀크티를 주문했어요. 홍차잎은 얼그레이로 선택했어요.

 

"이건 따뜻한 것만 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예, 괜찮아요."

 

제가 간 2023년 5월 16일은 무지 더웠어요. 예미는 매우 뜨거웠어요. 습하지는 않았지만 너무 뜨거워서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났고, 잠깐 쉬면 그새 땀이 싹 다 마르는 건조하고 뜨거운 날이었어요. 그래도 따뜻한 밀크티를 주문했어요. 밀크티가 맛있다고 해서 궁금해서 와봤거든요.

 

사장님께서 밀크티를 준비하시는 동안 카페를 둘러봤어요. 카페 뒷편 외부에도 좌석이 있었어요.

 

 

 

"엄청 예쁜데?"

 

예미길 카페는 넓지 않은 카페였지만 매우 예쁘게 꾸며져 있었어요. 외부 공간도 너무 예뻐서 외부에서 마시고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밖에서 마실지 고민했어요.

 

'아냐, 그래도 따스한 밀크티인데 안에서 마시자.'

 

카페 뒷편 공간이 매우 예뻐서 밖에서 마시고 싶었지만 뜨거운 날에 따스한 밀크티를 시켰기 때문에 실내에서 마시기로 했어요.

 

 

 

예미길 카페는 실내 공간도 매우 예쁘게 잘 꾸며져 있었어요. 서양 로맨스 소설에 나오는 산 속 예쁜 시골 별장 느낌이었어요. 실내 테이블은 세 개 있었어요. 제일 좋은 자리이자 인기 제일 좋은 자리는 누가 봐도 창가쪽 좌석이었어요. 제가 갔을 때는 다행히 창가쪽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막 자리에서 나갔고 더 오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였지만 창가쪽 자리에 앉을 수 있었어요.

 

 

예미길 카페 정면은 이렇게 생겼어요.

 

 

"오리 귀여워!"

 

아주 작은 오리 인형이 일곱 마리 있었어요. 일곱 마리니까 각각 월화수목금토일이었어요.

 

사장님께서 제가 주문한 밀크티를 제 자리로 가져다 주셨어요.

 

 

'여기 장난 아닌데?'

 

지금까지 여러 카페 가서 많은 밀크티를 마셔봤지만 이렇게 밀크티를 우아하고 품위있게 내어주는 카페는 처음이었어요. 밀크티 맛을 떠나서 밀크티가 이렇게 나오는 것만으로 벌써 제대로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어요. 찻주전자 아래 향로에는 조그마한 양초가 들어 있었어요. 왠지 영국 귀족들이 밀크티 타임 가질 때나 나올 법한 장면이 제 앞에 있었어요.

 

밀크티 맛을 보기 전에 고급스럽고 귀족적인 밀크티 티 테이블에 제대로 힐링되었어요. 밀크티 맛은 시작도 안 했는데 이미 서양 귀족이 되어서 아름다운 산골 마을 별장에 놀러온 느낌이었어요.

 

 

밀크티를 잔에 잘 따랐어요. 하나 하나 매우 예뻤어요.

 

 

밀크티를 홀짝이며 사장님과 대화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여기는 금요일이 휴일이네요?"

 

예미길 카페에서 매우 흥미로웠던 점 중 하나인 휴일에 대해 여쭈어봤어요. 보통 카페는 토, 일, 월 중에 쉬어요. 예전에는 주말이라고 토요일, 일요일에 쉬는 카페가 많았어요. 그러나 요즘은 토요일에 나와서 노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토요일에 쉬는 카페는 별로 없고, 일요일 역시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놀고 카페를 가기 때문에 일요일에 쉬는 카페도 많이 줄어들었어요. 대신에 카페는 주로 월요일에 많이 쉬어요. 특히 서울은 월요일 데이트는 최악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월요일에 휴무인 카페가 엄청나게 많아요. 그런데 예미길 카페는 토, 일, 월이 아니라 금요일이 휴무였어요.

 

예미길 카페 영업 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 것은 이 지역이 시골이기 때문에 이상할 건 없었어요. 그러나 금요일 휴무인 점은 매우 신기했어요.

 

"이곳은 금요일이 사람이 제일 없어요. 여기 계시는 분들이 금요일에 다른 지역으로 나가시거든요."

"아, 그래요?"

"여기는 월, 화, 수가 사람 제일 많아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럴 거 같았어요. 예미리로 여행 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예미리는 MTB 자전거 타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지역이에요. 그래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예미로 잘 온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운탄고도 걷는 사람들도 오구요. 산불조심 입산통제기간에는 운탄고도를 못 가지만 그 외 기간에는 사람들이 운탄고도 걸으러 와요. 운탄고도1330 중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길이 3길과 4길인데 3길 종점이자 4길 시작점이 예미역이거든요.

 

금요일에는 여기 사는 현지인들 중 타지역 나갈 사람들은 나갈 거에요. 하지만 아직 관광객이 올 요일은 아니에요. 온다면 금요일이 아니라 토요일에 올 거고, 금요일에 온다고 해도 매우 늦은 시각에 도착할 거에요. 서울 기준으로 보면 청량리역에서 예미역 가는 마지막 기차가 저녁 7시 10분에 있고, 이 기차가 예미역에 밤 9시 50분에 도착하기 때문이에요.

 

 

밀크티를 홀짝이며 사장님과 강원도 남부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었어요.

 

"창문 열어드릴까요?"

"아뇨, 괜찮아요. 이 모습이 더 좋아서요."

 

밀크티와 창문, 창밖의 풍경과 카페 내부 공간은 다른 세계로 넘어가 왕족이 된다는 판타지가 현실이 된 거 아닌가 착각이 들게 만들었어요. 이러한 공간과 장면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밀크티 가격 6천원은 충분했어요. 이런 풍경과 공간을 즐기는 비용으로 6천원 지불하니까 밀크티가 서비스로 나왔다고 해도 될 정도였어요.

 

그래도 제일 중요한 것은 밀크티 맛이었어요. 아무리 뷰 맛집이라 해도 근본은 카페이고, 저는 밀크티 맛집이라고 해서 왔거든요.

 

사장님께서 밀크티에 진심이시다!

 

극찬에 극찬에 극찬을 해도 모자랄 정도였어요. 사장님께서 밀크티 맛에 진심인 카페였어요. 서울의 밀크티 유명하다는 카페들의 밀크티보다 여기가 훨씬 더 맛있고 훌륭했어요. 밀크티에 진정성 가득 담긴 진심이라는 말 외에 떠오르는 표현이 없을 정도였어요.

 

밀크티를 처음 받아서 잔에 따라서 마셨어요. 이때 밀크티 맛은 하늘하늘하고 수줍어하면서 호기심에 고개 빼꼼 내놓고 보는 가벼운 봄날 자연의 맛이었어요. 봄날의 부드러운 파스텔톤 같은 맛과 향이었어요.

 

첫 잔을 20분 동안 천천히 마시다가 다 마셔서 두 번째 잔을 채웠어요. 밀크티가 담겨 있는 찻주전자 아래에 있는 향로는 조그마한 초가 들어 있었고, 촛불이 찻주전자를 따뜻하게 데워줬어요. 20분 정도 지나서 다시 한 잔 따라서 마시자 이번에는 열정의 진한 여름 자연의 맛이었어요. 여름철 뜨겁게 타오르며 짙은 색을 뿜어내는 자연 같은 맛과 향이었어요. 맛과 향이 매우 진해졌어요.

 

그렇게 또 한 잔을 천천히 홀짝이다가 한 잔을 다 마시고 마지막 잔을 채웠어요. 마지막 잔은 반 컵 나왔어요. 마지막 잔의 밀크티는 맛과 향이 더욱 진해졌어요. 시뻘겋고 샛노랗게 강렬하고 화려한 단풍이 든 만추의 풍경 같은 맛과 향이었어요.

 

예미길 카페의 밀크티는 카페 컵 기준으로 두 잔 반 나왔고, 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즐기기 좋았어요. 부드럽고 순한 맛에서부터 강하고 진한 맛까지 한 시간에 걸쳐 마실 수 있었어요. 제가 시킨 밀크티는 하나였지만, 제가 맛본 밀크티 맛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농도 차이로 인해 세 가지 맛이었어요. 향로 아래에 있는 양초가 찻주전자 하나에 들어 있는 밀크티 맛과 향을 갈 수록 진하게 만들어주면서 앞에 마신 밀크티와 다른 밀크티를 마시게 해주었어요.

 

제공된 설탕의 양도 두 잔 반에 걸쳐서 마시는 밀크티 양에 맞춰서 나왔어요. 조그마한 유리 종지에 나온 설탕을 대충 5등분해서 한 컵에 2/5, 다음 컵에 2/5, 마지막 반 컵에 1/5를 넣으면 맛이 딱 맞았어요.

 

카페에서 앉아서 즐기는 공간도 귀족이 된 기분이 들게 했지만 한 시간에 걸쳐 따스한 온도로 진해져가는 밀크티 맛을 보며 여유를 즐기는 것도 고귀한 귀족이 된 기분이 들게 했어요. 한 시간 동안 카페에서 6천원 내고 밀크티를 즐기면서 한 시간 동안 잠시 고귀한 귀족이 되어 1년을 보내는 것 같았어요.

 

마지막 잔이 가을인데 왜 1년이라는 거죠?

겨울=하얀 눈=흰색=깔끔하다

 

진한 가을 단풍 빛깔 같은 가장 진한 마지막 반 잔을 마시고 나서 기분 좋게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깔끔했어요. 제대로 힐링되고 마음이 새하얗게 깨끗해진 기분이었어요. 새하얀 눈처럼 순백의 마음으로 기분 좋게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밀크티를 한 시간 즐기고 기분좋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겨울의 맛과 향이에요. 겨울에는 원래 식물 이파리가 없으니까요.

 

사장님께 인사드리고 카페 밖으로 나왔어요. 한 시간 동안 밀크티로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어요. 6천원 내고 밀크티를 마셨는데 6천원 내고 한 시간 동안 다른 세상으로 가서 고귀한 귀족이 되어 산 속 별장에서 우아하게 1년의 시간을 보내고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었어요.

 

예미길 카페 밀크티는 정말 맛있었어요. 사장님께서 밀크티에 진심인 카페였어요. 1시간에 걸쳐서 천천히 밀크티를 즐기면 아름다운 환상 동화 같은 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맛이었어요. 여기는 전국적으로도 손꼽히게 훌륭한 밀크티 맛집 카페였어요. 예미 간다면 예미길 카페 가서 1시간 동안 밀크티를 즐겨보는 것을 추천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