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탄고도1330 9길 마지막 부분이 준 충격은 여행을 돌아와서도 계속 이어졌어요.
"대체 왜 길을 그렇게 만들어놨지?"
운탄고도1330 9길 코스는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되었어요. 코스를 꼭 그렇게 짜야했는지 의문이었어요. '삼척 종합 관광 코스'라고 이해하려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삼척 종합 관광 코스로 만들려고 만든 길이라고 여기고 넘어가려고 해도 다시 생각해보면 또 다시 길을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의문이 떠올랐어요. 운탄고도1330 9길을 걸은 후 코스 하나 끝냈다는 개운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안 끝난 기분이었어요.
만약 운탄고도1330 9길이 죽서루에서 끝났다면 그래도 개운한 맛이 있었을 거였어요. 죽서루가 위치가 애매했다면 삼척항에서 끝냈어도 되었어요. 그런데 삼척항도 아니고 거기에서 바닷가 따라서 더 걸어서 소망의 탑까지 가야 했어요. 이렇게 되자 엔딩이 아주 이상해졌어요. 노래방에서 노래 한 곡 잘 부르는 거 듣고 끝난 게 아니라 노래 다 부르고 후렴 간주 부분을 콧소리 으으음하는 소리까지 듣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노래만 부르고 끝냈다면 잘 불렀다고 해줄텐데 노래 끝나고 후렴부에 으으음 콧소리와 추임새 들으며 기분 잡치는 꼴이었어요. 여기에 운탄고도1330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와 완전히 다른 내용이 엔딩이라고 덧붙여진 꼴이라서 내가 지금까지 몸을 맡기며 감상한 스토리 전체가 부정당하는 기분까지 들었어요.
'코스를 꼭 그렇게 만들어야 했나?'
운탄고도1330 9길이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이유를 찾아보기로 했어요. 운탄고도1330 사업 추진 내용 같은 것에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정말 대안이 없었는지를 찾아보기로 했어요.
'동해시가 참여 안 해서 그런 건가?'
제일 유력한 이유는 동해시가 운탄고도1330 조성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만약 동해시가 운탄고도1330 조성 사업에 참여했다면 9길부터는 길이 꽤 달라졌을 거에요. 마평교 구간까지는 동해시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똑같았겠지만 마평교부터는 길이 차이가 크게 발생했을 거였어요. 경로는 크게 두 가지가 예상되었어요. 첫 번째는 영동선 철도 따라서 동해시 묵호항까지 걸어올라가는 길이 있었을 거였고, 두 번째는 삼척 소망의 탑에서 길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망의 탑에서 동해시 묵호항까지 걸어올라가는 길이 있었을 거였어요.
만약 동해시가 운탄고도1330에 참여했다면 제 추측으로는 두 번째 길로 길이 만들어졌을 거에요. 마평교에서 영동선 철도 따라서 묵호항까지 걸어올라가는 코스가 생겼을 거고, 묵호항에서 해안선 따라서 삼척 시내로 걸어내려오는 코스가 생겼을 거에요. 만약 이렇게 코스가 생겼다면 운탄고도1330은 총 11코스나 12코스까지 생겼을 거에요. 9길이 마평교에서 동해역까지 이어졌을 거고, 10길이 동해역에서 묵호항까지 이어졌을 거고, 11길이 묵호항에서 삼척항 또는 삼척버스터미널로 끝났을 거에요. 만약 이렇게 되었다면 모두가 아주 많이 행복했을 거고, 석탄 산업과 관련된 길이라는 운탄고도1330의 주요 서사도 끝까지 일관되게 이어졌을 거에요.
혹자는 제 아이디어에 대해 10길이 너무 짧다고 지적할 거에요. 동해시는 2022년에 무려 2번이나 가봤어요. 동해시는 망상 지역과 어달 지역 제외하면 남북 길이가 상당히 짧아요. 동해시 여행 가보면 체감상 면적이 무지 작은 동네에요. 왜냐하면 동해시는 북평에서 묵호까지 해안선 일대에 시가지가 옹기종기 모여있거든요. 심지어 동해시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이자 석회동굴인 천곡황금박쥐동굴조차 천곡동 시내에서 안 멀어요. 동해시는 2명 이상 간다면 쏘카나 렌트카 쓸 필요가 전혀 없어요. 카카오택시 불러서 타고 다녀도 충분히 다 다녀요. 카카오택시 부르면 아주 빠르게 잘 달려오고 목적지까지도 아주 빠르게 잘 가요.
코스 만들려고 하면 뭔들 못 만들겠음?
동해시도 계곡 팔아먹고 있던데?
동해시가 남북간 거리가 망상, 어달 제외하면 상당히 짧기 때문에 10코스가 나올 수 없다고 반박할 수도 있어요. 이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그까짓 코스 만들려고 하면 왜 못 만들겠어요. 강원도 영동지역이 워낙 바다가 유명하고 바닷가에 시가지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형태라 그렇지, 영동지역도 산과 계곡이 있어요. 강원도 영동 지방 중 산이 유명한 지역이라면 속초 하나 떠올리기 마련이에요. 속초가 설악산 올라가는 곳이니까요. 지금이야 속초가 해안가 관광지로 매우 유명하지만, 고속도로 개통 이전에 속초는 설악산 등산이 바닷가보다 훨씬 더 유명했어요. 양양도 설악산 오색코스가 있어서 설악산을 올라갈 수 있기는 하지만 양양은 설악산보다 낙산사가 더 유명했구요. 그러나 영동지역도 내륙은 태백산맥이기 때문에 당연히 산이 다 있어요. 계곡도 있구요. 여름에 영동지역 놀러가서 현지인들에게 현지인들 잘 가는 좋은 곳 추천해달라고 하면 한결같이 계곡 추천해요.
이유는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강원도 영동 지역 가서 현지인들과 대화해보면 영동 지역 현지인들 사이에서 바닷가는 여름 한정 클럽 같은 이미지고 계곡은 럭셔리 레스토랑 같은 이미지에요. 여름에 강원도 가보면 바닷가에는 외지인들이 바글바글하고 계곡에는 현지인들이 바글바글해요. 물론 현지인들이라고 바닷가 안 가는 건 아니에요. 홍대 번화가를 꼭 클럽 좋아하는 사람들만 가는 게 아니라 일반인, 직장인 모두 다 번화한 곳이라 잘 놀러가는 것처럼 현지인들도 바닷가 잘 가곤 해요. 딱 그런 느낌이라 보면 되요.
그러다 보니 강원도 관광지 보면 아주 경쟁적으로 계곡을 관광지로 개발하고 홍보하고 있어요. 외지인 시선으로 보면 어떤 동네에 럭셔리 패밀리 레스토랑 생기니까 그런 거 우리 동네도 만들자고 만드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타지역 사람들 관점에서 보면 강원도는 내륙 지역이 계곡이고 해안 지역은 바다일 거 같지만 막상 영동 지역 가보면 또 그렇지도 않아요.
팔라는 묵호, 한섬해변은 안 팔아먹고 왜 무릉계곡 팔고 있는데!
동해시 가서 너무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 하나가 바로 이거였어요. 동해시 가보면 묵호등대 홍보물이 보이기는 해요. 그런데 정작 묵호, 한섬해변은 홍보 열심히 한다는 인상을 전혀 못 받았어요. 오히려 동해시 가면 묵호, 한섬해변을 홍보하는 게 아니라 무릉계곡 홍보에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아요. 그러니 무릉계곡과 삼화역 찍게 하면 길이야 만들 수 있어요. 이게 너무 힘들게 돌아가는 길이라면 7번 국도 따라서 동해시 안쪽으로 걸어올라가게 했다가 내려올 때는 해안선 따라서 내려오게 하면 되요.
'이게 안 되나?'
지도를 들여다봤어요. 삼화역은 거리가 너무 멀었어요. 동해역에서 삼화역까지 걸어서 7.2km였어요. 삼화동은 무리지만, 북삼동을 거쳐서 동해시 시가지 내륙쪽으로 가는 길은 만들려고 하면 충분히 만들 수 있었어요.
"동부사택이 있네?"
지도를 들여다보다가 '동부사택'이라는 유적을 발견했어요. 동부사택은 국가등록문화재 제456호로 지정되어 있었어요. 과거 이름은 삼척개발합숙소였어요.
"여기 가볼까?"
동부사택을 보자 한 번 가보고 싶어졌어요. 동해시 여행을 2번이나 갔다 왔지만 아직도 못 가본 곳이 있었어요. 동해시 코스는 짜려고 하면 쉽게 짤 수 있었어요. 굳이 삼화동까지 기어들어가지 않아도 괜찮은 도보 여행 코스를 몇 가지 만드는 것이 가능했어요.
아직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걸어서 삼척 내륙에서 동해 내륙으로 넘어가는 길이 있습니까?
제일 중요한 문제였어요. 여행 경로를 짜야 하는데 최대 난관은 바로 삼척시 내륙 지역에서 동해시 내륙 지역으로 넘어가는 길이었어요. 차도는 있어요. 그러나 저는 걸어서 가는 게 목적이었어요. 삼척시 내륙 지역에서 동해시 내륙 지역으로 걸어서 가는 길이 있다면 그렇게 가면 되었지만, 걸어서 가는 길이 없다면 방법이 없었어요. 만약 삼척시 내륙 지역에서 동해시 내륙 지역으로 걸어서 갈 방법이 없다면 여행 코스 자체가 무산될 거였어요.
도계에서 마평교까지 가는 길은 운탄고도1330 9길과 거의 똑같았어요. 중간에 달라지는 구간이 하나 있기는 한데 달라지더라도 다시 운탄고도1330 9길과 합류하니 문제가 아니었어요. 중요한 것은 마평교부터였어요. 마평교에서 동쪽으로 가면 삼척 시내로 가는 운탄고도1330 9길이에요. 여기에서 북서쪽으로 올라가서 도경리역을 지나 동해시로 넘어갈 방법을 찾아야 했어요.
'도경리역에서 방법이 없나?'
카카오맵으로 도경리역을 잘 봤어요. 아무리 봐도 도경리역에서 동해시로 넘어가는 길이 없었어요. 도경리역 근처에서 38번 국도 타고 넘어가는 길만 존재했어요.
"아, 도경리역은 못 건너가나?"
도경리역에 갔었을 때가 떠올랐어요. 도경리역 역사 안까지는 들어갔지만 맞은편으로 갈 수 없었어요. 도경리역이 있는 도경동을 지도로 봤어요. 도경리역 입구쪽에는 마을이 있었고, 도경리역 건너편에도 마을이 있었어요. 도경동 마을회관은 철길 건너편에 있었어요. 버스 타는 곳은 도경리역 입구쪽에 있었어요. 철로가 한 마을을 완전히 두동강내었어요.
보통 철길이 마을을 완전히 두동강내면 철길 건너는 곳이 한 곳은 있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도경리역 역사로 가는 길에 철도 건널목은 단 한 곳도 못 봤어요. 지도를 다시 잘 봤어요. 길이 끊어질 때까지 철길 건널목처럼 생긴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러면 이 동네에서 철길을 건너기 위해서는 도경리역을 통해 길을 건너는 방법만 존재했어요. 하지만 도경리역은 역삭를 넘어갈 방법이 없었어요. 도경리역 가는 길은 2개 있었어요. 하나는 쌍굴다리를 지나가는 길로, 도경리역 맞은편 마을로 가는 길이에요. 다른 하나는 언덕길을 올라가는 길로, 도경리역 역사로 가는 길이었어요.
"도경리역 넘어가는 길 있는지 보고 갈까?"
도경리역을 건너가는 방법이 궁금했어요. 만약 이번에 도경리역을 또 가게 된다면 지난번에 갔던 도경리역 역사 정면으로 가는 언덕길이 아니라 쌍굴다리를 통과해서 도경리역 맞은편 마을로 가는 길로 가보기로 했어요.
석탄의 길 코스를 짜봅시다.
도계부터 걸어갈 필요는 없다.
시작점을 정해야 했어요. 운탄고도 9길부터 시작한다면 신기역부터 시작해야 했어요. 신기역에서 동해시 묵호항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었어요. 인간적으로 걸을 거리가 되려면 미로역 근처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았어요. 태백시에서 미로 버스정류장 가는 첫 차를 찾아봤어요. 아침 7시에 있었어요.
'신기로 갈까, 미로로 갈까?'
태백시에서 신기 정류장으로 가는 버스 첫 차는 새벽 5시 50분에 있었고, 태백시에서 미로 정류장으로 가는 버스 첫 차는 아침 7시였어요. 약 한 시간 차이였어요. 한 시간 차이면 꽤 컸어요. 아침식사를 하고 간다고 가정하면 신기 정류장에서부터 걷기 시작하면 새벽 5시에 찜질방에서 나와도 빠듯했고, 미로 정류장에서부터 걷기 시작하면 새벽 5시에 나오면 아주 널널했어요.
'미로로 갈까?'
신기 정류장에서부터 걷고 싶었지만 신기 정류장에서부터 걸으면 엄청 많이 걸어야 했어요. 동해시 묵호 지역으로 가서 묵호항 하나 찍고 곱게 끝낼 것도 아니었어요. 묵호 지역 가면 묵호 지역을 또 여기저기 돌아다닐 거였어요. 거의 다 가본 곳이기는 하지만 나만의 도보 여행 코스가 가능한지 확인하려면 갔던 곳도 다시 가야 했어요.
'동해시는 찜질방 없나?'
동해시에서 숙박할 곳을 찾아볼 차례였어요. 지난 번에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잤어요. 이번에는 찜질방에서 자고 싶었어요. 동해시 찜질방을 찾아봤어요.
"여기다!"
강원도 동해시 찜질방으로는 금강산 건강랜드가 있었어요. 금강산 건강랜드는 부곡동 동해해양경찰서 근처에 있었어요. 묵호항에서 그렇게 멀지 않았어요. 걸어서 갈 만한 거리였어요.
바로 금강산 건강랜드에 전화했어요. 24시간 영업하는지 문의했어요. 24시간 영업한다고 했어요. 요금을 물어봤어요. 강원도 동해시 24시간 찜질방인 금강산 건강랜드는 저녁 8시 이후에 입장하면 요금이 비싸졌어요. 태백시 24시간 찜질방인 성지사우나와 정반대였어요. 금강산 건강랜드를 최대한 만족스럽게 이용하려면 8시 이전에 입실해야 했어요.
'묵호야 저녁 6시 넘어가면 할 거 없는 동네인데.'
금강산 건강랜드는 저녁 8시 기준으로 요금 차이가 꽤 컸어요. 만족스럽게 이용하려면 무조건 오후 8시 이전에 입실해야 했어요. 괜찮았어요. 상관없었어요. 어차피 묵호는 저녁 6시 이후 할 게 마땅히 없어요. 회 먹을 거 아니라면요. 묵호는 저녁 6시가 되면 식당들이 문을 닫기 시작해요. 카페도 일찍 닫는 편이에요. 저녁 8시가 되면 진짜로 할 게 바닷가 구경 아니면 근처에서 회 먹는 거 외에 할 게 없어요. 혼자 가니 회 먹는 건 무리였고, 천상 저녁을 먹으려면 묵호에서 6시 전에 식당 가서 밥을 먹거나 다른 동네 식당을 찾아봐야 했어요. 저녁 6시 넘어서 묵호에서 할 것도 딱히 없는데 일정 빨리 마치고 저녁을 먹은 후 느긋하게 부곡동 금강산 건강랜드로 가면 되었어요. 금강산 건강랜드 가서 사우나도 즐기고 냉찜질도 실컷 하며 피로 풀고 일찍 잠자면 다음날 일정을 매우 좋은 컨디션으로 시작할 수 있을 거였어요.
동해시 숙박은 금강산 건강랜드에서 하기로 했어요. 숙소도 결정되었어요.
코스를 정하고 카카오맵 즐겨찾기에 저장했어요.
먼저 첫날 코스는 위와 같았어요. 미로역에서 도경리역을 거쳐 동해시로 넘어가는 길이었어요. 동해시로 들어가면 동해역에서 동부사택 들린 후 동해안 따라 걸으며 묵호항까지 올라가는 길이었어요. 동부사택을 갔다가 해안가로 내려가서 해안가 따라가는 길이라 그렇게 어려울 거 없는 길이었어요. 완전히 내륙 산간지역으로 들어간다면 방향 찾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내륙으로 깊이 들어가지는 않을 거였어요.
동해시는 해안가 따라 걷는 길이고 묵호 지역 들어가면 발한동에서 게구석 마을, 산제골 마을, 논골 마을을 다 둘러보기로 했어요. 셋 다 모두 전에 다녀온 곳이지만 또 가기로 했어요.
이번 목표 중 하나 - 꼭 황태 덕장 사진 찍고 오기
지지난 번에 동해시 여행 갔을 때는 황태 덕장 지나가는데 그게 황태 덕장인 줄 모르고 대형 공사장인 줄 알았어요. 황태 없는 황태 덕장은 아시바 구조물만 잔뜩 있어서 얼핏 보면 공사장처럼 생겼어요. 공사장 사진은 굳이 찍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사진을 안 찍고 왔는데 알고 보니 그게 황태 덕장이었어요. 지난번에 갔을 때는 산제골 마을 꼭대기에 있는 황태 덕장을 안 갔어요.
동해시 황태인 묵호태 만드는 작업은 겨울에 진행되요. 그러니 가봐야 또 공사장처럼 생긴 아시바 구조물만 많은 풍경을 보고 올 거였어요. 그래도 사진을 찍고 오기로 했어요. 동해시 묵호 황태 덕장을 가고 논골마을도 갈 거라면 산제골 마을에서 꼭대기로 올라간 후 산제골 마을에서 묵호동 행정복지센터를 통과해서 묵호등대와 논골마을로 내려가야 했어요.
참고로 묵호동 행정복지센터를 지나가는 게 아니라 통과해서 간다고 한 이유는 이쪽 길이 진짜 그렇게 되어 있어요.
묵호등대에서 묵호항 가는 길은 굳이 지도로 저장 안 해도 되었어요. 여기야 길이 무지 쉽고 그 이전에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내려가는 건데 묵호등대에서 묵호항이 보여요. 그래도 추가해놨어요.
묵호항에서 금강산 건강랜드 가는 길을 저장했어요. 매우 중요한 지도였어요. 여기 길도 묵호항역까지는 가본 길이라 대충 알고 있었어요. 이 길에서 주의할 점이라면 묵호항역에서 동해해양경찰서로 나가는 길을 찾는 거 정도였어요. 쉽게 가려면 묵호역으로 간 후 큰 길 따라 가면 되었지만 묵호항역도 다시 가고 싶었어요.
이튿날 코스는 아래와 같았어요.
이 지도대로 완벽히 갈 건 아니었어요. 나릿골 감성마을로 가는 오르막길을 올라간 후 나릿골 감성마을로 내려가서 삼척항을 갈 거였어요.
이 길의 종점은 삼척 버스터미널이었어요.
삼척 버스 터미널이 종점이어도 의미가 매우 크다.
운탄고도1330 8길과 9길에 있는 간이역인 고사리역, 하고사리역, 마차리역, 상정역, 미로역이 폐역이 된 이유는 바로 제대로 된 큰 차도가 건설되고 버스가 다니며 기차 타는 사람이 급감했기 때문이에요. 지역 주민 자체가 크게 줄어든 것도 있지만 자동차와 버스 때문이기도 해요. 그러니 삼척 버스 터미널을 석탄의 길 종점으로 정해도 상당히 의미있고 서사가 망가지기는 커녕 오히려 완벽해졌어요.
삼척시 미로면에서 출발해서 마평교에서 도경리역을 지나 동해시 묵호등대까지 갔다가 묵호등대에서 삼척항을 거쳐 삼척 터미널로 가는 석탄의 길.
진짜 석탄의 길이었어요. 실제 태백, 삼척 등에서 채탄된 석탄은 기차 타고 동해역으로 가서 동해역에서 대부분 묵호항으로 이동했고, 남부 삼척역쪽으로 간 석탄도 있어요. 여기에 석탄산업 호황이었던 시절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던 기차역들이 왜 폐역이 되었는지 이유가 버스 때문이었다고 알려주고 여행 종점이자 원래 출발한 지역으로 돌아가기 좋은 위치인 삼척 시내 삼척 버스 터미널이 종점이었어요.
'서사는 이것만으로도 너무 완벽한데?'
코스를 보며 매우 흐뭇했어요. 서사만큼은 완벽했어요. 운탄고도1330 정식 코스의 이상하게 끝나는 엔딩이 아니라 정말로 한 편의 완벽한 소설로 끝나는 엔딩이었어요. 만약 운탄고도 1길부터 걷기 시작해서 9길 마평교 구간에서 석탄의 길 코스로 걸어서 삼척 버스 터미널에서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다면 강원도 남부 지역의 모든 것을 다 보는 도보 여행길이 될 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