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5일부터 6일까지 다녀온 강원도 남부 태백시, 삼척시, 동해시 여행인 석탄의 길은 환상적으로 재미있었어요. 혼자 갔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었어요. 모든 말초신경이 너무 자극적으로 재미있었다고 난리였어요. 이렇게 재미있는 여행을 해본 게 대체 얼마만인지 몰랐어요. 이틀간 여행하면서 웅장하고 슬픈 대하 장편소설을 쭉 읽은 기분이었어요. 대하 장편소설 '석탄의 길' 속에 빠져들어 스토리를 따라 흘러가는 신비로운 여행길이었어요. 너무나 가슴 짠하게 만드는 스토리와 엔딩에 나도 울고 하늘도 울고 바다도 울었어요.
"운탄고도1330 이거 엄청 잘 만들었는데?"
강원도 남부 영월군, 정선군, 태백시, 삼척시가 합쳐서 만든 한국의 도보 여행 코스 운탄고도1330 중 제가 걸어본 길은 오직 하나 - 8길 뿐이었어요. 운탄고도1330 8길이 준 재미와 감동은 말로 표현되지 않았어요. '삼척시'라는 지역을 완전히 다시 보게 되었어요.
운탄고도1330 8길을 걷기 전까지 삼척은 제게 그저 바닷가 동네에 불과했어요. 해변이 예쁘다고 하기는 하는데 강원도 동해안에 널린 게 예쁜 해변이에요. 저 멀리 북쪽 고성군부터 시작해서 속초시, 양양군, 강릉시, 동해시, 삼척시 모두 예쁜 해변이 있어요. 아, 속초는 잘 모르겠어요. 속초 해변 보고 예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거든요. 속초는 설악산이 예쁜 동네. '속초? 풍경이 끝내줘요'라고 하면 맞는 말이기는 한데 그게 바닷가를 보며 끝내주는 게 아니라 바닷가에서 설악산을 보며 끝내주는 풍경. 그러니까 속초는 잘 모르겠지만 양양은 낙산사 있어요. 강릉이야 뭐 경포대, 주문진, 정동진에 안목해변 있고 하여간 많아요. 동해시도 만만찮게 많아요. 단지 동해시도 망상해수욕장 있고, 아기자기하게 예쁜 해변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어요. 그러니 삼척이 해변 예쁘다고 해도 딱히 크게 끌리지는 않았어요.
강원도 삼척시에 있는 운탄고도1330 8길을 걸으며 삼척시는 제게 오십천 따라 걷는 계곡길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지역으로 바뀌었어요. 운탄고도1330 8길을 걷고 나자 삼척시가 왜 대체 이렇게 멋진 오십천 따라가는 계곡길은 홍보하지 않고 바닷가만 홍보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되었어요. 물론 강원도 동해안 지역 가보면 어디든 내놓라하는 계곡이 하나씩 있어요. 강원도 동해안 뿐만 아니라 강원도 전역이 그래요. 강원도 사람들에게 계곡이란 여름 한정 럭셔리 레스토랑 같은 존재고 유명 해수욕장은 홍대, 강남 같은 유명 클럽 같은 존재에요. 제가 만나본 강원도 사람들 반응이 하나같이 이랬어요. 그래서 강원도는 계곡 개발에 진심이에요. 지역 주민들부터 여름철에 계곡으로 피서가는 것을 매우 선호하거든요.
그렇지만 삼척시의 오십천 따라가는 계곡길은 너무 특별했어요. 한국 최고의 보물 중 하나였어요. 왜냐하면 이렇게 스케일이 크면서 하나도 안 힘들고 끝없이 비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에 없거든요. 우리나라도 아름다운 계곡 많아요. 아름다운 풍경 많아요. 문제는 가기도 힘들 뿐더러 가면 일단 등산 한 번 시작해야 해요. 그러나 삼척시 오십천 따라걷는 계곡길은 기차나 버스 타고 가서 평평한 길을 따라 쭉 걸으며 감상하면 되었어요. 이거 진짜 귀해요.
운탄고도1330에 대해 인터넷에서 검색하며 자료를 찾기 시작했어요.
운탄고도1330은 2022년 10월 1일에 강원도 영월군 모운동 벽화마을에서 개통식이 거행되었어요. 개통식 이전인 2022년 8월 15일 월요일에 tvN에서 엄홍길씨, 정보석씨, 이장우씨가 주연으로 출연한 운탄고도 마을호텔 프로그램이 방영되며 운탄고도1330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올렸어요.
운탄고도1330은 2022년 10월 1일에 개통식이 진행된 후 10월 1일부터 9일까지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 아리랑장터에서 운탄고도1330 느리게 걷기 행사를 개최했어요. 이 행사는 사전예약제로 진행되었어요. 그리고 2022년 10월 8일, 9일 양일에 걸쳐서 강원도 태백시 황지문화광장에서 운탄고도 첫걸음축제가 진행되었어요.
이거 이상하다?
너무 이상한데?
이상한 냄새가 아주 진동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이상할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러나 안으로 조사를 하면 할 수록 뭔가 이상한 점이 계속 튀어나왔어요.
제일 먼저 운탄고도1330 코스 그 자체였어요. 운탄고도1330 1길과 2길 김삿갓면사무소까지 구간은 기존에 존재하는 '외씨버선길'이라는 도보 여행 코스였어요. 이건 이상할 거 없었어요. 원래 이런 도보여행길 새로 만들 때 처음부터 끝까지 다 새로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기존에 존재하던 도보 여행 코스를 재활용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운탄고도1330 1길과 2길이 어째서 석탄산업과 관련된 테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까지는 이상할 것이 없었어요. 꼭 시작부터 테마와 일치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희안한 것은 바로 9길이었어요. 운탄고도1330 9길은 신기역에서 삼척시 소망의 탑까지 이어지는 길이었어요. 여기에서 의문이 2개 발생했어요.
첫 번째, 왜 하필 운탄고도1330은 총 아홉 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는가?
보통 이런 거 만들 때는 5나 10으로 맞추기 마련이에요. 향후 추가로 코스를 연장할 게 아니라면요. 왜냐하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10진법을 사용하기 때문이에요. 어지간하면 10 단위로 맞춰줘야 꽉 차고 완성된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운탄고도1330은 9였어요. 무슨 백화점, 마트, 동네 슈퍼에서 바겐세일 999원 홍보하는 것도 아닌데 총 코스가 9코스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두 번째, 왜 하필 끝나는 지점이 삼척 소망의 탑인가?
코스가 9개인 거야 그럴 수 있어요. 적당히 구간 자르다보니 그렇게 나와서 9길로 끝냈을 수 있어요. 진짜 의문은 바로 운탄고도1330이 끝나는 지점이었어요. 삼척 소망의 탑은 석탄산업 테마와 아무 관련없는 곳이에요. 삼척시 마평교에서 진짜 석탄이 이동하고 있는 길은 도경리역 지나서 동해시로 빠지는 길인데 운탄고도1330 9길은 석탄과 관련없는 길인 오십천 따라가는 길로 이어져요. 이때부터 석탄과 아예 무관한 길로 빠지고, 끝나는 지점은 해파랑길 32코스로 들어가서 삼척시 소망의 탑이었어요.
운탄고도1330 9길이 운탄고도1330 전체를 어우르는 주제인 '석탄'과 완전히 무관한 삼척시 소망의 탑으로 끝나는 것 자체가 이상한데 더 이상한 점이 있었어요. 대체 왜 소망의 탑에서 끝나냐는 거였어요. 삼척시 소망의 탑은 진짜 아주 애매한 위치에 있어요. 이왕 길을 끝낼 거라면 삼척항에서 끝내든가 더 걸어서 삼척해수욕장에서 끝내는 방법이 있었어요. 그런데 삼척항도 아니고 삼척해수욕장도 아니고 둘 사이에 있는 아주 어정쩡한 위치인 삼척 소망의 탑이 운탄고도1330 끝나는 지점이었어요.
'석탄 산업'이라는 테마에서 아예 벗어난 길을 한참 더 걷게 할 거라면 적당히 삼척항에서 끝내면 될 일이었어요. 과거 삼척항 근처에 삼척화력발전소가 있었으니 지금은 없어진 삼척선 철도 종점인 삼척역으로 끝내는 방법도 있었어요. 기차 타고 동해시 동해역 - 과거 북평역으로 올라간 석탄 중 일부는 해안가에 부설된 삼척선을 타고 삼척항에 있는 삼척화력발전소로 이동했거든요. 삼척항에서 끝내면 다 걷고 삼척항에서 회도 먹고 대게도 먹으면 될 거고, 석탄 산업이라는 테마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와요. 그러나 엔딩은 삼척항이 아니라 해파랑길 32코스 타고 더 북쪽으로 걸어가야 있는 삼척 소망의 탑이었어요.
'동해시는 왜 참가 안 했지?'
이것도 희안했어요. 과거에는 태백, 삼척에서 생산된 석탄이 묵호항으로 이동했어요. 지금도 태백, 삼척에서 생산된 석탄은 계속 동해시로 이동하고 있어요. 동해시도 나름 석탄산업과 연관이 꽤 있는 도시에요. 게다가 어차피 기존에 있는 코스에 리본만 추가로 달아주면 될 일이에요. 한 마디로 숟가락 얹기만 해도 되요.
만약 도경리역에서 동해시로 넘어가는 길이 도저히 사람 걸을 길이 아니라면 삼척 해안가 따라서 동해항까지 걸어간 후 거기에서 묵호항까지 해안가 따라 쭐쭐쭐 걷게 만들고 10코스라고 하면 될 일이었어요. 이 길이 없는 길도 아니에요. 해파랑길 33코스가 바로 이 길이에요. 해파랑길 32길 중간부터 시작해서 해파랑길 33길 종점인 묵호역까지 걷게 만들고 여기에서 조금 더 걸어서 묵호항 가라고 하면 될 일이었어요. 묵호항 여객터미널 앞에 묵호항선 철도 유적과 공터 있으니까 거기에 대충 기념물 하나 세우면 될 거구요. 이러면 예산 천만원이 뭐에요. 몇백만원이면 떡을 칠 건데요. 묵호항선 철도 유적에 방치중인 공중전화부스나 우체통 하나 떼와서 세워놓고 검은 페인트칠하면 기념물 완성이에요. 이것도 비싸서 못 하겠다면 공사장에서 벽돌 몇 장 좀 주워와서 대충 시멘트 발라서 고정시켜놓고 검은 페인트 칠하면 되요. 리본 그까짓 거 뭐 얼마나 한다구요.
운탄고도1330 전체 코스를 둘러보며 대체 왜 운탄고도1330 엔딩이 엉뚱한 삼척 소망의 탑인지 궁금해졌어요.
이상한 것은 이 뿐만이 아니었어요.
정식 개통인데 아직도 길이 완성이 다 안 되었다?
운탄고도 7길은 전구간 걷기 불가였어요. 8길은 도계역~대평리 구간이 걷기 불가 구간인데 이러면 걷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요. 9길은 신기역~미로역 구간이 걷기 불가 구간이었어요. 그러니까 운탄고도1330은 2022년 10월 1일에 정식 개통식까지 거행했지만 여전히 미완성된 길이었어요.
그런데 또 운탄고도 첫걸음축제는 강원도 태백시 황지문화광장에서 거행되었어요. 운탄고도1330 6길이 강원도 정선군 함백산 소공원에서 시작해서 강원도 태백시 순직산업전사위령탑으로 끝나요. 개통된 태백시 구간도 있어요. 그런데 태백시 구간 중 7길은 전체가 다 미개통 걷기 불가였어요.
운탄고도 첫걸음축제 관련 기사를 봤어요. 당연히 성황리에 개최되었다고 칭찬과 호평 일색이었어요. 하지만 딱 기사 하나에서 이 행사에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다고 보도했어요. 내용에서 눈여겨봐야할 점은 바로 운탄고도 홍보를 위해 거액을 들여 축제를 개최하면서 운탄고도 걷기행사 없이 인기가수 공연 위주로 진행되었다는 비판이 존재했다는 내용이었어요.
이 내용이 꽤 중요하게 보였던 이유는 다름아닌...
운탄고도1330 홈페이지 문의하기 게시판에 벌써부터 운탄고도 3길 분노의 리뷰가 보이기 시작했다.
운탄고도1330 홈페이지 문의하기 게시판에서 무슨 걷기 여행길을 이렇게 험한 코스로 짜놨냐는 강력한 비판
태백시 운탄고도 첫걸음축제가 걷기행사 없이 인기가수 공연 위주로 진행되었다는 비판
다른 곳도 아니고 월간 산 잡지에 연재된 운탄고도1330 코스 소개
여기에 엄홍길씨가 주연으로 등장한 운탄고도 마을호텔
더 나아가 도저히 이해 안 되는 운탄고도1330 시작점과 끝나는 지점들 위치
나 이래뵈도 제주도 출신.
돌멩이에 흙에 하다못해 동네 골목길까지 다 팔아먹는 제주도 출신.
그림이 그려집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림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거 너무 흥미진진해지는데?"
멈출 수가 없었어요. 이렇게 조사 단계부터 말초적인 자극을 마구 주는 일은 많지 않아요. 강원도에서 열심히 홍보하고 있지만 운탄고도1330 계획 및 조성 과정에서 뭔가 일이 꽤 있었을 거에요. 간단히 말해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코스였어요. 딱 느낌이 왔어요.
운탄고도1330 코스 중 가장 인기 좋고 가장 유명한 코스는 바로 운탄고도1330 3길이었어요. 운탄고도1330 3길에서 운탄고도1330 느리게 걷기 행사가 진행되었어요. 운탄고도1330 느리게 걷기 행사를 검색해봤어요.
어...어...어...
머리가 아주 으질으질하다...
내가 이래뵈도 블로그 짬밥이 10년이 넘어
좀좀이의 여행 블로그 하나만 해도 10년이 넘어
내 오랜 블로그 짬밥으로 봤을 때 이건 대참사다!
운탄고도1330 3길에서 진행된 운탄고도1330 느리게 걷기 행사는 원래 강원도 영월군 모운동 운탄고도1330 3길에서 시작해서 석항역 삼거리에서 끝나기로 정해져 있었어요. 그런데 하필 폭우가 와서 수라삼거리에서부터 석항삼거리로 내려가는 길이 유실되어서 코스를 수라삼거리에서 만봉사 주차장으로 되돌아가는 코스로 변경해서 행사가 진행되었어요.
사람들이 운탄고도1330에 대해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길이 바로 수라삼거리에서부터였어요. 수라삼거리에서 태백산로 31번 국도로 내려가는 길이 말도 안 되게 험하고 위험한데 이걸 사람 보고 걸으라고 만들어 놓은 길이냐고 비판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행사 코스를 수라삼거리에서 만봉사 주차장으로 가는 길로 바꿔서 진행했으니 인터넷에 운탄고도 1330 3길 후기는 온통 쓸 데 없는 수라삼거리까지의 리뷰 뿐이었어요. 운탄고도1330 느리게 걷기 행사 리뷰만 가득했고, 정말 중요한 수라삼거리에서 태백산로 31번 국도로 내려가는 위험한 코스에 대한 글은 하나도 없었어요. 딱 하나 있었는데 진짜 너무 위험했다는 글이 있었어요. 사진을 보니 정말로 위험해보였어요.
월간 산에서 운탄고도1330 3길 리뷰 기사 올린 것을 봤어요. 운탄고도1330 3길에서 태백산로 31번 국도로 내려가는 길은 드룹산 임도라는 정보까지 찾았어요. 표현이 참 멋졌어요.
무릎이 시큰거릴 정도
여기선 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월간 산은 등산 잡지에요. 이런 잡지 볼 때는 수준이 일반인 수준보다 조금 더 높다는 것을 감안하고 봐야 해요. 그런데 그런 월간 산에서 무릎이 시큰거릴 정도라고 하고 스틱 사용하는 게 좋다고 했으면 이건 진짜 무지 힘든 길이에요. 일반인이 아무 준비 없이 갔다가는 그냥 욕도 아니고 쌍욕이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쏟아져나올 코스라고 보면 되요.
그렇기 때문에 특히 수라삼거리에서 석항삼거리로 내려가는 길에 대한 정보가 중요한데 폭우로 길이 유실되었다는 이유로 수라삼거리에서 만봉사 주차장으로 코스를 변경해서 행사를 진행했어요. 그 결과 진짜 중요한 수라삼거리에서 석항삼거리로 내려가는 길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고 전혀 쓸모없는 모운동에서 수라삼거리 가는 길 정보만 인터넷에 득시글했어요.
운탄고도1330 느리게 걷기 행사 참여 후 블로그와 SNS에 후기를 쓴 사람들 잘못은 아니에요. 그 사람들은 행사 진행되는대로 갔다 와서 갔다온 것을 글로 썼을 뿐이니까요. 문제는 당연히 이런 행사 진행하면 인터넷에 후기가 많이 올라가고, 운탄고도1330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그 후기 보고 준비하고 갈 거 뻔한데 행사 코스를 변경한 주최측 잘못이에요. 요즘은 무슨 행사 하면 행사 참여한 사람들이 블로그와 SNS에 후기를 남기고 그 후기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판단하기 때문에 행사 코스 같은 거 변경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해요. 이거 잘못하면 진짜 머리 어질어질해지는 결과 발생해요. 더 나아가 나중에 제대로 다녀온 사람들이 그렇게 분노하도록 코스를 짠 코스 계획자들 잘못이구요. 분명히 중간에 뭔가 있었을 거에요. 엄홍길씨가 등산 좋아하는 동네 아저씨가 아니잖아요. 그분은 매우 험한 히말라야 같은 곳 다니시는 전문 산악인, 프로 등산가에요.
이건 정말 대참사였어요. 바로 이것 때문에 운탄고도 3길 다녀온 사람들이 운탄고도1330에 대해 욕을 바가지로 퍼붓고 있었어요. 적당히 동네 뒷산 약수터 가는 길 정도로 생각하고 왔는데 갑자기 절벽 같은 험한 길 쭉 내려가라고 해봐요. 고운 말 나오겠어요. 쌍욕 나오죠. 이러면 제 아무리 등산이 취미인 사람이라 해도 쌍욕 퍼붓기 마련이에요. 등산이 취미인 사람이라고 해서 동네 뒷산 약수터 갈 때 등산 장비 다 챙겨서 가지는 않으니까요.
"얼마나 험하길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욕하고 있지?"
궁금해졌어요. 아무리 뒷통수 맞은 느낌 들어서 분노했다고 해도 도대체 수라삼거리에서 석항삼거리로 내려가는 길이 얼마나 험하길래 사람들이 저렇게 다 화가 나 있는지 직접 가서 걸어보고 싶어졌어요.
한편으로는 '폭우로 유실'이라는 부분이 눈에 엄청나게 크게 들어왔어요.
"이거 무한반복 아냐?"
산을 보면 물은 항상 흐르는 곳으로 흘러요. 그러니까 폭우로 유실되었던 험한 하산로는 다음해에 또 비가 많이 내리면 또 유실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소리였어요.
이러니 더욱 가고 싶어졌습니다.
운탄고도1330 3길과 운탄고도1330 9길이 너무 궁금해졌어요. 대체 어떤 일들이 있었길래 이렇게 되었는지 직접 가서 보고 싶어졌어요. 강원도 남부 지역을 넘어서 강원도 도 차원에서 밀고 있는 운탄고도1330인데 뭔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졌고, 저런 일이 발생한 이유를 찾아가며 직접 걷고 싶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