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탄고도1330 3길과 운탄고도1330 9길을 가고 싶어졌어요. 운탄고도1330 3길과 9길을 가려면 여행 계획을 짜야 했어요.
운탄고도1330 3길은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주문리에 있는 모운동에서 시작해요. 저는 대중교통으로 강원도 영월군을 갈 거였어요. 대중교통으로 밖에 갈 수 없었어요. 저는 합법적으로 운전대를 절대 잡아서는 안 되거든요. 자동차도 없고, 그 이전에 운전면허증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여행 가려면 무조건 대중교통으로 가야 해요.
운탄고도1330 3길을 가기 위해서는 먼저 영월역이나 영월버스터미널로 가야 했어요. 청량리역에서 무궁화 열차 타고 영월역 가면 교통비가 11400원이에요. 소요시간은 2시간 28분이에요. 시외버스 타고 간다면 2시간 걸리지만 대신 요금이 최소 15000원이 넘었어요. 시외버스 타고 가면 기차 보다 약 30분 정도 더 빨리 영월에 도착하지만 제게는 아무 소용 없었어요. 왜냐하면 영월군 가는 시외버스를 타려면 저는 무조건 동서울터미널로 가야 했어요. 동서울터미널 가는 시간과 청량리역 가는 시간을 비교하면 시외버스가 기차보다 영월까지 30분 덜 걸리는 것이 무의미해졌어요. 그러면 남는 것은 오로지 가격 차이. 당연히 무궁화 열차가 더 저렴했어요. 더욱이 청량리역은 의정부역에서 지하철 1호선 타고 쭉 가면 되요. 동서울터미널 가려면 도봉산역에서 7호선으로 환승한 후 건대입구역에서 2호선으로 또 한 번 환승해야 했구요.
이 여행의 시작은 무궁화 열차를 타고 영월군으로 가는 거였어요. 복귀는 삼척시에서 버스 타고 동서울터미널로 가든가 삼척시에서 동해시로 버스 타고 올라가서 KTX 타고 청량리역으로 가는 거였어요.
"이건 숙소가 진짜 문제네."
운탄고도1330 3길과 운탄고도1330 9길을 다녀오려고 하니 문제가 발생했어요. 바로 숙소 문제였어요.
"이건 무조건 3박짜리잖아."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건 무조건 3박 코스였어요. 어떻게 2박으로 줄일 방법이 없었어요. 운탄고도 1330 3길과 9길을 다녀오려면 강원도 남부에서 3박을 해야 했어요. 상당히 긴 일정이었어요. 운탄고도1330 3길과 운탄고도1330 9길이 그렇게 생겼어요.
먼저 운탄고도1330 3길의 시작은 강원도 영월군 모운동이에요. 서울에서 출발해서 강원도 영월군 모운동에 가기 위해서는 영월역이나 영월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해요. 이 버스가 몇 대 운행하지 않아요. 운탄고도1330 3길 시작점인 모운동부터 종점인 예미역까지 거리는 16.83km에요. 종점인 예미역에서 서울 돌아오는 것은 예미역에서 기차 타고 돌아오면 되요. 그러나 출발지인 모운동 가는 게 문제에요. 결국 운탄고도1330 3길을 걷기 위해서는 영월군에서 1박을 해야 했어요.
운탄고도1330 9길은 더욱 골치아팠어요. 운탄고도1330 9길의 총 길이는 25.15km에요. 운탄고도1330 9길의 시작은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신기역이에요. 여기는 더욱 골치아파요. 신기역 주변에는 숙소가 아예 없어요. 운탄고도1330 9길을 걷기 위해서는 가까운 곳만 놓고 본다면 도계읍에서 1박하거나 삼척시 바닷가 쪽에서 1박해야 했어요. 공식 코스 길이가 25.15km인 길을 걷기 위해서는 아침에 출발해야 하는데 도계읍에는 아침밥 먹을 곳이 없어요. 숙소도 별로 없어요. 삼척시 바닷가쪽에서 숙박하고 신기역으로 가서 길을 걷는다면 더욱 최악인데, 이유는 버스가 간 길을 거의 그대로 걸어오는 길로 뒤바뀌어버려요.
운탄고도1330 9길을 다 걸은 후도 문제였어요. 운탄고도1330 9길은 삼척 소망의 탑에서 끝나요. 여기가 위치가 진짜 애매해요. 길 다 걷고 바로 서울 돌아오기 참 애매한 곳에서 끝나요. 더욱이 걸어야하는 운탄고도1330에 나와 있는 정보에 의하면 총 걸어야하는 거리가 25.15km, 공식 소요시간이 8시간 23분이에요. 그러니 운탄고도1330 9길을 걷고 서울로 바로 돌아오는 코스는 썩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어요. 소망의 탑에서 삼척종합버스터미널까지는 하나도 안 가깝거든요.
운탄고도1330 3길과 운탄고도1330 9길을 걷기 위해서는 결국 영월에서 1박, 운탄고도1330 9길 시작할 곳에서 1박, 운탄고도1330 9길 종점인 삼척시 해안가 지역에서 1박 - 이렇게 총 3박을 해야 했어요.
그래도 이게 그나마 접근성 좋은 길들이오.
도보여행 해본 사람들이라면 무슨 도보여행 시작점과 종점을 이렇게 설정해놓냐는 말이 바로 튀어나올 거에요. 그런데 8길을 제외하면 3길과 9길이 그나마 나은 편에 속했어요. 운탄고도1330 4길 종점이자 5길 시작점인 화절령(꽃꺼끼재)은 대중교통이 아예 없어요. 여기는 대놓고 택시 타고 사북으로 내려가라고 하고 있어요. 5길은 더 골때리는데 시작점이 화절령에 종점이 만항재에요. 그나마 만항재는 만항 종점에서 고한으로 내려가는 버스 막차가 18시 50분에 있고, 그 전에 15시 45분에 있어요. 그러니까 순수한 도보여행으로 접근하면 접근 방법이 상당히 난해해요.
운탄고도1330 3길와 운탄고도1330 9길을 가기 위해서는 숙박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어요. 숙박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면 경비가 무지 많이 들 거였어요. 국내여행은 진짜 숙박비 때문에 허리 부러져요. 숙박비 조절만 잘 하면 국내여행도 괜찮은 가격에 만족스럽게 다녀올 수 있어요. 하지만 숙박비 조절 잘 하지 못하면 국내여행인데 해외여행보다 돈이 더 많이 드는 수가 있어요.
다시 한 번 코스를 잘 봤어요. 운탄고도1330 3길과 운탄고도1330 9길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는데 숙박비가 네 까짓 게 어디 감히 신성한 강원도 땅에 발을 붙이려고 하냐고 가로막고 있었어요. 강원도에 입도하고 싶으면 무슨 비자 받는 것도 아니고 비싼 숙박비를 내고 들어오라고 엄포를 놓고 있었어요. 최소 숙박비로만 1박에 4만원씩 - 총 12만원 쓸 각오 없으면 꺼지라고 하고 있었어요.
너 내가 누군지 몰라?
나 좀좀이야!
내가 없는 길 뚫지는 못해도 있는 길은 잘 가는 좀좀이입니다.
난이도가 과거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어요. 2020년 역병 사태 이전에는 저렴한 찜질방, 게스트하우스가 전국적으로 많이 있었어요. 숙박비 아낄 때는 찜질방, 게스트하우스를 섞어서 잘 이용하면 되었어요. 그런데 2020년 역병 사태로 인해 많은 찜질방, 게스트하우스가 망하고 없어졌어요. 그러니 숙박비 문제 해결하기가 과거보다 더욱 많이 어려워졌어요.
그래도 어떻게든 두드리면 열릴 거에요.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였어요. 바로 꺾이지 않는 마음이었어요. 모든 찜질방, 게스트하우스가 망한 것은 아니에요. 많이 망하기는 했지만 남아 있는 곳이 있어요. 그리고 꼭 영월과 삼척에서 1박하라는 법도 없어요.
'방법을 생각해보자.'
무조건 3박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최대한 숙박비를 아낄지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먼저 3박 일정을 정리했어요.
첫 번째 숙박 - 영월군
두 번째 숙박 - 운탄고도1330 9길 시작할 곳
세 번째 숙박 - 삼척시
두 번째 숙박은 해결 방법이 있었어요. 태백시 황지동에는 24시간 찜질방이 있어요. 태백시 황지동에 있는 24시간 찜질방에서 1박하면 되었어요. 운탄고도1330 3길을 걷고 예미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태백역으로 가서 태백시에서 밥도 먹고 시간을 조금 보내다가 저녁 8시 넘어서 태백시 24시간 찜질방 가면 1박이 해결되었어요. 어차피 예미역에는 별 거 없기 때문에 천상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했고, 운탄고도1330 9길 시작점인 신기역도 마찬가지로 아무 것도 없는 곳이기 때문에 좋든 싫든 운탄고도1330 9길을 걸으려면 천상 태백역 근처에서 1박해야 했어요.
남은 문제는 영월군에서의 1박과 삼척시에서의 1박이었어요.
"지도 좀 검색해봐야겠다."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맵으로 숙소를 찾기 시작했어요.
"네이버 지도 왜 이래?"
위 스크린샷은 네이버 지도에요.
위 스크린샷은 카카오맵이에요.
카카오맵에서는 숙소 종류 구분 없이 숙소 전체로 검색할 수 있었어요. 반면 네이버 지도는 전체 숙소로는 검색할 수 없고 숙소 종류를 반드시 선택해야 했어요.
"네이버가 왜 이러지?"
예전부터 네이버는 분류를 잘 하고 다음은 분류를 영 이상하게 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지금도 서비스 전체를 놓고 보면 분류는 네이버가 카카오보다 더 잘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지도는 정반대였어요. 지도에서는 카카오가 훨씬 분류를 잘 해놨어요. 숙소를 검색할 때는 숙소 종류도 중요하지만 숙소 전체 상황과 숙소 가격도 매우 중요해요. 같은 가격이라면 다홍치마라고 동일한 가격이라면 더 좋은 숙소 가겠지만, 그 이전에 숙소 고를 때는 숙소 가격대가 상당히 중요하거든요. 또한 숙소 밀집지역 자체도 중요하구요. 그런데 네이버는 숙소 전체를 볼 방법이 없었어요. 숙소 검색만 놓고 보면 카카오맵에서 먼저 찾은 후 네이버 지도에서 다시 가격대 및 예약을 봐야 했어요.
"영월부터 해결하자."
강원도 삼척시 숙소는 만약 정 안 되면 엄청나게 무리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동해시로 넘어가서 동해시 발한동에 있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에서 1박하는 방법이 있었어요. 운탄고도1330 9길에 아무리 길어도 아침 일찍 시작하면 날 저물기 전에는 끝낼 거였어요. 이쪽은 일정 다 끝난 뒤이기 때문에 정말 답이 안 나온다면 삼척에서 버스 타고 서울로 돌아와버리는 방법도 있었어요.
강원도 영월군 숙소는 정 안 되면 제천에서 1박하고 새벽에 영월로 넘어가는 방법까지 고려해야 했어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랬어요. 영월읍내에서 운탄고도1330 3길이 시작된다면 모르겠지만 운탄고도1330 3길 시작점은 영월읍내가 아니라 모운동이었어요. 만약 시간이 잘 안 맞으면 최악의 경우 영월 읍내에서 모운동까지 택시 타고 가야 할 수도 있었어요.
강원도 영월군의 저렴한 숙소를 검색해봤어요. 그래도 3~4만원 잡아야 했어요.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해봤어요. 게스트하우스가 영월 읍내에 한 곳 있기는 했어요. 대신 여기는 여성 전용 게스트하우스였어요. 남성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주최하는 행사가 있을 때에 한해서만 그때만 이용할 수 있었어요.
"영월이 진짜 골때리네?"
아, 떠올랐다.
영월은 이상하게 나랑 사대가 안 맞는 곳이야.
저는 지금까지 강원도 영월군을 세 번 가봤어요. 아주 오래 전에 한 번, 그리고 지난 여름에 강원도 남부 탄전지대 여행할 때 마지막으로 갔던 곳이 영월이었어요. 남들은 다 좋아하고 많이 놀러가는 강원도 영월군. 하지만 저와는 이상하게 사대 안 맞는 곳이 영월이었어요. 영월에 세 번 갔지만 두 번 모두 제 인생에서 가장 독보적으로 재미없는 여행이었어요. 오죽하면 첫 번째 영월 간 여행은 제 블로그에 흔적도 없어요.
여행을 가보면 뭔가 잘 풀리는 기분이 드는 여행지가 있고 이상하게 잘 안 풀리는 기분이 드는 여행지가 있어요. 특별히 나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정은 정상적으로 잘 진행되지만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고 뭔가 꽉 막힌 느낌이 드는 곳이 있어요. 이런 곳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다음에 갈 때는 이렇게 가면 되겠다고 딱 떠오르는 길 같은 게 안 떠올라요. 여행 잘 하고 일정도 매우 잘 진행되었는데 막상 여행 마치고 돌아오면 여전히 짙은 안개 속을 헤메다 온 기분이 드는 지역. 제게 그런 곳이 바로 영월이었어요. 영월은 세 번 갔지만 세 번 모두 일정을 잘 진행하고 왔어도 개운한 맛이 있는 게 아니라 뿌연 안개 속에서 텁텁한 맛이 느껴진 곳이었어요.
강원도 영월군에 있는 찜질방을 찾아봤어요.
"있다!"
영월군에 24시간 찜질방이 한 곳 있었어요. 24시간 찜질방은 영월역에서 별로 멀지 않았어요. 모운동 가기 위해 타야 하는 17번 버스 정류장까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위치에 있었어요.
영월 읍내 주변에 있는 24시간 찜질방을 찾자 영월군이 드디어 열렸어요. 미리 영월로 내려가서 영월에서 24시간 찜질방에서 1박하고 새벽에 나와서 17번 버스 첫 차 타고 모운동으로 넘어가면 되었어요. 운탄고도1330 3길을 다 걸으면 예미역에 도착할 거고, 예미역에서 무궁화호 열차 타고 태백시로 넘어가서 태백역 근처 24시간 찜질방에서 1박을 해요. 그러면 숙박비가 상당히 크게 줄어들었어요.
남은 것은 삼척시였어요. 삼척시도 24시간 찜질방이 있는지 검색해봤어요. 삼척은 24시간 찜질방이 없었어요. 삼척시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해봤어요.
"있다!"
강원도 삼척시에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가 있었어요. 삼척해수욕장에 있었어요. 운탄고도1330 9길 종점 삼척 소망의 탑에서 삼척해수욕장까지 거리는 걸어서 약 3.3km였어요. 그런데 이건 상관없었어요. 아주 괜찮았어요. 왜냐하면 삼척 소망의 탑 주변에는 절망적일 정도로 아무 것도 없어요. 삼척 소망의 탑을 간 후 삼척해수욕장으로 가든가 삼척항으로 돌아가야 했어요. 삼척 소망의 탑에서 삼척항까지 거리는 2.5km였어요. 어차피 삼척 소망의 탑 갔다가 그 다음에는 최소 3km는 걸어야 숙소를 가든 터미널을 가든 할 수 있었어요.
숙소 문제는 해결되었어요. 하룻밤은 영월 찜질방에서 자고, 하룻밤은 태백 찜질방에서 자고, 마지막 밤은 삼척 게스트하우스에서 자면 숙박비를 아주 크게 절약할 수 있었어요. 이러면 국내 여행 다녀올 만 해요.
"언제 가지?"
이제 대충 출발일을 정해야 했어요.
"삼척 가면 삼척 오일장 보고 올까?"
강원도 삼척시 삼척중앙시장에서는 오일장이 열려요. 삼척 중앙시장 오일장은 매 2일과 7일에 열려요. 태백시 여행 갈 때 5일, 15일, 25일에 맞춰서 가면 통리 오일장을 구경할 수 있는 것처럼 삼척시도 2일과 7일에 맞춰서 가면 삼척 오일장을 보고 올 수 있어요.
'10월 22일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잡을까? 그러면 삼척 오일장도 보고 올 수 있는데.'
만약 10월 22일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간다면 마지막 돌아오기 직전에 삼척 오일장도 구경할 수 있었어요. 2022년 10월 22일에 돌아오는 일정이라면 10월 19일에 의정부에서 출발해야 했어요.
"갈까?"
가보고 싶기는 한데 망설여졌어요. 3박 4일 일정이면 국내여행 치고는 꽤 긴 일정이었어요.
가는 쪽으로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습니다.
일단 가는 방향으로 생각하기로 했지만 안 갈 수도 있었어요. 긍정적으로 검토해본다고 했지, 반드시 간다고는 안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