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증시 왜 이러지?"
2023년 한국 증시 자체는 매우 강한 상승장이었어요. 그렇지만 2023년 신규 상장 주식들은 영 시원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어요. 2023년은 새해 시작부터 공모주 테마가 매우 강하게 잡혔어요. 공모주가 오랜만에 따상에 성공하고 거래대금도 빵빵 터지고 시원한 움직임을 보여서 많은 사람들이 신규상장주 매매를 즐겨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날은 아니었어요.
'삼성전자가 흡성대법 시전하나?'
한국 증시 지수가 오르는데 개별종목들이 빌빌거리면 모든 증시 자금이 삼성전자 주식으로 쏠려서 다른 소위 말하는 잡주들이 힘을 못 쓰는 일이 있어요. 이렇게 대장이 혼자 시중 자금 다 빨아들이며 상승하는 현상을 시장에서는 비유적으로 흡성대법 쓴다고 해요. 간간이 목격할 수 있는 현상이라서 이날도 지수가 오르는데 신규상장주들이 힘을 못 써서 삼성전자가 흡성대법 시전하는 날인줄 알았어요.
"샌즈랩 엄청 떨어지네?"
코스닥 411080 샌즈랩 주식 주가가 날카롭게 내리꽂고 있었어요. 샌즈랩은 2023년 2월 15일에 신규 상장한 주식이었어요. 요즘 공모주 테마를 보면 첫째날은 강하게 상승해요. 그러나 둘째날은 어떻게 될지 장담 못해요. 둘째날에 또 상승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둘째날에 시원하게 처박는 전형적인 신규상장주 패턴을 보이는 주식들도 꽤 있어요. 샌즈랩 주가 하락하는 것을 구경하던 중이었어요.
하나증권 이벤트 때문에 단타 한 번 쳤기 때문에 또 단타 매매할 생각은 별로 없었어요. 샌즈랩 주가를 보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어요.
"오늘도 신규상장주 하나 있었지!"
그제서야 생각났어요. 2023년 2월 16일은 코스닥 418550 제이오 주식이 신규상장하는 날이었어요.
"제이오 잘 갈 건가?"
코스닥 418550 제이오 주식은 공모가가 13,000원이었어요. 제이오 상장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었어요. 한국투자증권의 과거 공모주로 떠오르는 것은 코스피 361610 SK아이이테크놀로지 주식과 코스피 323410 카카오뱅크 주식, 코스피 329180 현대중공업 주식이었어요. LG에너지솔루션 청약 이전에는 한국투자증권 청약도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좋은 수익을 안겨줬었어요.
제이오는 IPO 재수생이에요. 제이오는 원래 2022년에 상장하려고 했어요. 2022년 9월 23일에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 11월 4일과 7일에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시장 반응이 좋지 않아서 11월 8일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어요. 이후 다시 IPO를 진행해서 이번에 상장하게 된 주식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신의 한 수였어요. 만약 원래 처음 일정대로 IPO를 강행했다면 그 당시에는 시장 분위기가 매우 안 좋았기 때문에 회사가 좋든 말든 일단 처박고 시작했을 거에요. 그래서 2023년 공모주 테마에 가려져서 그렇지,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식으로 2022년 4분기 망한 공모주도 다시 보자 테마도 살짝 있었어요.
코스닥 418550 제이오 주식을 검색해서 차트를 봤어요.
"와, 이걸 했었어야 했네!"
코스닥 418550 제이오 주식은 시가가 19900원으로 형성되었어요. 여기에서 19300원까지 떨어졌다가 쭉 치고 올랐다가 다시 하락했다가 또 올라갔어요. 이건 아침에 세력이 전날 꿈자리가 사나웠는지 개미들한테 적선한다고 아주 돈을 뿌려준 꼴이었어요. 진짜 강한 것은 시작하자마자 뭐 하고 자시고 없이 바로 따상 찍고 끝나버리는데 코스닥 418550 제이오 주식은 개미들 다 태우고 쭉쭉 올라갔어요. 이건 누가 잡아도 돈복사 되는 이벤트였어요.
'아, 맞다. 나 돈 없지?'
주식 매매 안 한다고 주식 매매 자금으로 전부 채권을 매수했어요. 채권 만기일 도래하기 전까지는 돈이 없어서 주식을 못 해요. 생활비와 비상금 끌어와서 소액으로 할 수야 있겠지만, 이건 매매는 둘째치고 까딱 잘못되면 일상생활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짓은 안 해요. 세상에 배포고 그릇이고 그런 거 없어요. 정말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하는 게 아닌 이상, 딱 자기에게 별 타격 없는 금액까지만 깡 좋게 크게 버텨요. 자기 그릇과 배포가 작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본인 그릇과 배포가 작은 게 아니라 본인이 감당 안 되는 자금으로 매매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한국투자증권 계좌에 그래도 4만원 있었어요. 코스닥 418550 제이오 주식 주가는 이미 천정부지로 오른 상황. 저점 봤어도 돈 없어서 재미 못 봤을 거고, 설령 돈이 있었다 해도 너무 늦게 떠올려서 큰 재미 못 봤을 거였어요.
"1주만 매매하자."
남들 다 돈복사하고 즐거워하는데 혼자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면 너무 소외감 느껴지니까 가볍게 1주로 깔짝 먹고 나오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살짝 찍어먹어보는 수준도 아니고 냄새나 맡고 갑니다 하기로 했어요.
2023년 2월 16일 오전 9시 39분, 코스닥 418550 제이오 주식 1주를 24300원에 매수했어요.
'이거 상한가는 못 가.'
코스닥 418550 제이오 주식은 시총이 너무 무거웠어요. 상한가 보내기 쉽지 않은 주식이었어요. 애초에 상한가 보낼 거였다면 이 시각까지 이 정도 주가에서 놀고 있지도 않았을 거였어요. 동네 방네 사람들 다 태웠는데 세력이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상한가를 왜 보내주겠어요. 크게 치솟는 급등주는 항상 처음에 개미들에게 탈 기회 자체를 안 줘요. 실컷 다 올라간 후에야 개미들에게 탈 기회를 주죠. 이런 건 주식 몇 번 해보면 바로 알게 되는 기본 상식이에요.
욕심 없이 딱 100원만 먹고 나오기로 했어요. 24400원에 매도 주문을 걸었어요. 당연히 아주 잘 체결되었어요.
2023년 2월 16일, 코스닥 418550 제이오 주식을 24300원에 1주 매수해서 24400원에 전량 매도했어요. 매매차익은 100원이었어요. 이 중 증권거래세로 48원 국가에 납부했어요. 제 손에 들어온 돈은 51원이었어요.
이 좋았던 1월, 2월장에 뭔 짓 한 건가.
한국투자증권 계좌를 보고 웃음이 나왔어요. 한국투자증권 계좌로는 단타 매매를 거의 안 쳤어요. 그래도 이건 보고서 웃음만 나왔어요. 적당히 KODEX200 1주만 매수해놨어도 저것과 비교 안 되게 성과가 좋았을 거에요. 그나마도 전날 SM C&C 주식에서 크게 얻어터져서 여태 247원 번 꼴이 되었어요. 위 스크린샷에서 서울식품과 이트론은 카카오뱅크 한국투자증권 이벤트 때문에 매일 샀다 판 기록이에요.
어째서 2023년 1월, 2월에 공모주 열풍이 다시 불었을까?
제가 봤을 때 증권사들이 정말 살아남으려고 발악한 결과물 아닌가 싶어요.
먼저 증권사가 현재 실적 낼 만한 것이 없어요. 아쉽게도 정말 없어요. 2022년에는 채권 팔아서 살아남았어요. 하지만 2022년말에 금투세 논란이 있었어요. 희대의 악법 금투세는 결국 폐지가 아니라 2년 유예로 결론났어요. 이는 채권 투자에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만약 금투세가 그대로 2025년부터 실시된다면 2025년부터는 채권을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한 경우 만기 보유해서 액면가대로 원금을 상환받을 때조차 이를 매매차익으로 보고 양도세 부과 대상이에요. 과거에는 채권 매매차익은 비과세였고, 해외주식 수익에 대해 25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만 양도세를 매겼어요. 그런데 금투세에서는 채권이고 해외주식이고 싹 다 합쳐서 250만원 이상 수익이 나면 250만원 초과분에 대해 양도세를 매긴다고 되어 있어요. 문제는 채권이에요. 채권은 빚문서라서 시중 금리 및 기업 신용도에 따라 가격이 바뀌어요. 빌린 돈과 이율은 문서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 빚문서의 가치는 금리 상승 및 기업 신용도 하락이 발생하면 하락하게 되요. 이때 액면가 아래로 떨어지는 일도 매우 흔해요. 그런데 여기에서 세금을 걷겠다고 하니 개인투자자들이 만기가 2025년 너머인 채권은 투자를 조심할 수 밖에 없어요. 잘못하면 완전 세금폭탄덩어리로 돌변하니까요.
결국 증권사가 2023년 상반기에 먹고 살려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심리를 조금은 살려줘야 해요. 하지만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2021년 하반기부터 쪽박에 깡통 찼고, 20% 물려 있으면 어디 가서 물려 있다고 아픈 소리도 못 내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러니 공모주를 통해 개인들의 주식 투자 관심을 끌어내려고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두 번째로 2023년 신규 상장주를 보면 딱 시장 주도 테마와 맞아떨어지는 종목들이에요. 꿈비는 예외였지만, 나머지들 보면 전기차, 2차전지, 반도체, 문화산업 등이었어요. 원래 기존에 상장되어 있던 주식이라도 테마 타고 올라갈 장이었는데 신규 상장주라서 더 불붙기 좋았던 것도 있어요.
그래서 증권사가 기를 쓰고 공모주 흥행을 시키려고 하는 게 좀 있는 것 같아요. 딱 엄선해서 따상, 최소한 수십 퍼센트 수익 낼 만한 것들만 골라서 상장시키며 사람들이 다시 증시에 관심 갖게 하려고 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곤 해요. 일례로 현재 시장 주도 테마에서 벗어나 있고 구주 매출 물량 꽤 있는 오아시스는 마지막까지 도전하다가 IPO 철회했어요. 컬리야 말할 것도 없구요.
네이버 증시 코스닥 418550 제이오 주식 페이지에 나와 있는 제이오 기업 개요는 다음과 같아요.
- 동사는 1994년 11월 28일에 설립되어 이차전지, 전자재료, 항공우주 등에 필요한 소재생산설비와 EPC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랜트엔지니어링 사업을 영위하고 있음.
- 국내 특허와 미국, 유럽의 국제규격의 인증을 모두 획득하여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고 경영선진화를 이루었으며, 다수의 산업체, 대학교, 연구기관과 협력하여 관련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음.
- 2023년 2월 16일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함.
2023년 2월 6일에 올라온 투자설명서에 나와 있는 제이오의 사업 부문은 크게 플랜트 엔지니어링 부문과 전자소재(탄소나노튜브)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제이오의 플랜트 엔지니어링 사업 부문은 이차전지, 전자재료 등에 필요한 소재 생산설비 및 식품, 석유화학, 에너지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정설계, 기본 및 상세설계, 사업관리, 시운전등 EPC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에요.
제이오는 자사의 플랜트 사업부가 이차전지 소재 생산 설비, 전자재료 생산 설비, 특수금속용기제작, 항공우주 설비, 석유화학 생산고도화 서비스, 수소생산 및 정제설비(수소스테이션 포함), 5G 를 이용한 스마트 팩토리 진단 및 관리 서비스,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산 설비, 미세먼지 저감장치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어요. 주요 고객사로는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 계열사, GS칼텍스, CJ 계열사 등이 있다고 해요.
제이오의 이차전지 소재 (탄소나노튜브) 사업 부문은 이차전지 도전재용 탄소나노튜브 개발 및 생산, 탄소나노튜브 섬유 및 시트 개발 및 생산 사업이에요. 제이오는 국내외 주요 2차전지 제조사들에 탄소나노튜브를 공급하고 있어요.
코스닥 418550 제이오 주식으로 52원 벌었어요. 이거라도 번 게 어디에요. 전날 깨진 거 떠올리면 천지차이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