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석탄의 길 (2022)

석탄의 길 1부 12 -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 철암탄광역사촌, 철암 탄광문화장터 철암시장, 철암역

좀좀이 2023. 1. 2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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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간 있네."

 

몇 시인지 봤어요. 2022년 10월 5일 16시 13분이었어요. 동지는 12월 22일이니까 아직 한참 남았어요. 가을에 낮시간과 밤시간이 같아진다는 추분이 9월 22일이었어요. 추분 지나간지 얼마 안 되었어요. 한여름처럼 저녁 8시 즈음까지 훤하지는 않았지만 저녁 7시 즈음까지는 괜찮았어요. 의정부는 6시 넘어가면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7시가 되어야 컴컴해졌어요. 6시를 넘어가면 침침해지기 시작하고 대략 6시 반쯤 되면 그때부터 빠르게 깜깜해졌어요. 여기는 의정부 기준으로 경도상으로 유의미하게 큰 시차가 있다고 할 곳이 전혀 아니었어요.

 

만약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고 있었다면 손떨림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을 6시로 잡고 6시까지 일정을 다 끝내는 쪽으로 돌아다녀야 했어요. 그렇지만 카메라를 안 들고 왔어요. 갤럭시노트10+를 카메라로 사용하고 있었어요. 스마트폰은 야간 촬영에서 디지털 카메라보다 훨씬 좋아요. 소프트웨어로 해결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야간 사진 촬영 결과물을 보면 손떨림이 디지털 카메라보다 훨씬 덜해요. 스마트폰 카메라가 손떨림을 완전히 막아주는 것은 아니에요. 소프트웨어적 해결방법이기 때문에 주변부로 가면 이미지가 완전히 뭉개지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그래도 그렇게라도 사진 살려주는 게 어디이고, 그 정도면 만족할 만 했어요. 그래서 시간 제약은 크게 안 받고 있었어요.

 

깜깜해서 사진 못 찍을 걱정은 안 해도 되었어요. 단지 너무 깜깜할 때 구문소 가면 볼 게 아무 것도 없을 거였어요. 구문소가 얼마나 큰지 모르겠지만 구문소까지는 그렇게 너무 깜깜한 밤 같은 풍경 속에서 돌아다니지 않을 거였어요. 하지만 구문소 다음에 갈 상장동 벽화마을은 포기하든가 어둑어둑할 때 돌아다니며 구경해야 할 거였어요. 아니면 지금 바로 철암동에서 구문소로 넘어가야 했어요.

 

'구문소나 상장동 벽화마을은 딱히 중요하지 않으니까.'

 

구문소, 상장동 벽화마을 모두 태백시에서 홍보하고 있는 곳들이었어요. 구문소는 자연 환경 보는 거라서 그렇게까지 크게 관심 없었어요. 상장동 벽화마을은 탄광촌에 벽화를 그려서 벽화 마을로 조성한 곳이었어요. 궁금하기는 했지만 저는 이때 반드시 무리해서까지 갈 이유가 하나도 없었어요. 왜냐하면 탄광촌은 이미 여러 곳 봐왔고, 당장 다음날 또 거대 탄광촌인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전두리에 갈 예정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상장동 벽화마을보다는 오히려 피내골에서 철암역 버스 정류장 가는 길에 들려야 하는 바로 그 철암탄광역사촌이 더 궁금했어요. 태백시 여행 오기 전에 본 언론사 기사 때문에 여기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어요. 철암탄광역사촌까지는 반드시 가야하는 곳이었고, 그 다음 구문소와 상장동 벽화마을은 가면 좋고 못 가면 어쩔 수 없는 곳이었어요. 태백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나중에 또 올 거니 그때 와서 봐도 되었어요.

 

 

용진주유소 너머가 철암시장이 있다는 곳이었어요. 조금 더 걸어가자 철암시장이 나왔어요.

 

 

"여기 시장 맞아?"

 

여기는 철암시장이 맞았어요. 제가 알고 있던 재래시장과 전혀 다른 풍경이었어요. 시장이라면 상인들도 있고 좌판도 있는 곳을 떠올려요. 이건 서울, 대도시, 중소도시, 시골 모두 마찬가지였어요. 그렇지만 철암시장은 모습이 그런 전형적인 재래시장 풍경과는 거리가 엄청나게 멀었어요. 조금 먼 수준이 아니라 이게 도대체 어디를 봐서 시장이라고 하는지 이해 못 했어요.

 

그러나 여기는 분명히 철암시장이 맞았어요. 예전에는 철암시장도 다른 지역에 있는 시장과 비슷한 풍경이었다고 해요. 그러나 철암동이 급격히 쇠락하면서 기존 철암시장을 철거하고 이렇게 재정비했다고 해요. 이 앞에서 철암5일장이 열린다고 해요. 철암5일장은 매달 10일, 20일, 30일에 열려요. 통리5일장이 매달 5일, 15일, 25일에 열리구요. 통리장과 철암장을 합치면 우리가 알고 있는 5일마다 열리는 5일장에 맞게 장이 열려요. 태백시 5일장은 통리장과 철암장을 따로 볼 것이 아니라 통리-철암 5일장으로 보는 게 나아요. 통리-철암 5일장으로 보고 5일은 통동, 10일은 철암동에서 장이 열린다고 보면 되요.

 

 

철암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강원탄광과 삼표그룹에 대해 알아야 해요.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에도 한때 커다란 탄광이 있었어요.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에 있었던 탄광 이름은 강원탄광이었어요.

 

1948년 정부 수립 후 상공부 석탄과장이었던 정인욱씨는 1950년 11월에 대한석탄공사가 창립되자 생산 이사로 자리를 옮겼어요. 1년 후 정인욱씨는 자신이 탄광 경영에 직접 뛰어들었어요. 정인욱씨는 1952년에 강원도 태백시 동점-철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강원탄광의 광구를 등록했어요. 정인욱씨는 강원탄광을 매우 잘 운영했고, 철암역과 영주역 구간의 영암선이 개통되면서 강원탄광 생산량이 급증했어요.

 

1959년 12월 16일에 강원탄광은 개광 후 무연탄 생산 100만톤 달성 기념식을 가졌어요. 강원탄광의 무연탄 100만톤 생산 실적 달성은 국내 민영탄광 중 최초였어요.

 

정인욱씨는 주거래 연탄공장인 서울 서강연탄이 부도나자 연탄산업에도 뛰어들었어요. 이 당시 서울 지역에는 수동식으로 연탄을 찍어서 생산하는 연탄공장이 대다수였던 시절이었어요. 강원탄광은 연탄 수요를 예상하고 1966년 상반기에 서울 망우리, 마장동 등 연탄공장 4곳에서 하루 수백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최첨단 윤전기식 연탄제조시설을 완공했어요. 바로 이 강원탄광의 서울 연탄공장들이 삼표연탄이었어요.

 

삼표연탄은 연탄 찍는 초고속 윤전기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서울시내 연탄시장 점유율 80%에 달했어요. 1960년대 삼표연탄은 '국내에서 현금을 가장 많이 가진 기업', '조폐공장' 등의 칭호가 붙을 정도로 돈을 엄청나게 잘 버는 회사였어요. 정인욱씨는 강원탄광과 삼표연탄으로 기업 규모를 키우면서 1966년에 회사 명칭을 '강원산업'으로 변경했고, 연탄수송 자회사인 삼강운수를 세웠어요.

 

강원산업은 1971년에 삼표상사와 삼표제작소를 세웠어요. 1973년에는 중공업공장을 세워 철강사업을 시작했고, 1974년에는 삼표산업을 통해 한국양회를 인수하며 건자재 사업에도 진출했어요. 1981년과 1982년에 한국슈레다산업과 동남상운을 각각 세웠고, 1984년에는 부산파이프와 합작해 강남도시가스를 세웠어요. 1980년대 후반에는 연탄사업의 사양화에 따라 서울시내 공장 3곳을 닫고 철강산업에 주력했어요.

 

강원산업은 1989년에 창업주 정인욱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났어요. 이때부터 장남 정문원씨가 회장이 되어 2세 경영체제를 수립해서 1998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30대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되었어요.

 

그러나 강원산업은 1997년 외환 위기 여파로 10월부터 전 계열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갔어요. 2000년에 강원산업과 삼표제작소 등 일부 계열사가 현대그룹으로 매각되면서 그룹의 역사는 사실상 끝났지만, 정인욱 명예회장의 차남인 정도원 전 강원산업그룹 부회장이 삼표산업을 중심으로 삼표정보시스템을 세우는 등으로 독자적으로 사업군을 갖춰 2002년 워크아웃에서 벗어났고, 자기 몫으로 주어진 계열사들을 묶어 삼표그룹을 출범했어요. 2004년에는 전 계열사명을 '삼표'로 통일했고, 2013년에는 기존 삼표산업 법인을 지주회사 '(주)삼표'로 개편했어요.

 

삼표그룹은 2016년에 옛 동양그룹 계열사 동양시멘트를 인수해서 동양시멘트 상호를 삼표시멘트로 변경했어요. 삼표시멘트 본사는 강원도 삼척시 사직동 동양길 20에 위치해 있어요. 여기가 어디냐 하면 삼척시 정라항, 나릿골 감성마을에서 가까운 오십천 하류 삼척역 근처에요.

 

 

강원탄광이 가동중일 때는 철암동도 매우 번성하고 사람들 많이 몰려사는 지역이었어요. 전성기 시절에는 철암동 거주 인구가 2만명이 넘었다고 해요. 그러나 석탄합리화정책으로 인해 1993년에 강원탄광이 폐광하면서 철암동은 급속도로 쇠락했어요. 탄광 폐광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으로 손꼽힐 정도로요. 한때 45,000명에 달했던 철암동 인구는 이제 2천명 남짓 남았어요. 이 정도면 '급속도로 쇠락'이 아니라 '파멸적 몰락', '괴멸적 타격'이라고 표현해도 되요. 인구가 열 토막도 아니고 무려 20토막 났으니까요. 마이너스 95%면 원래 수준 회복하려면 무려 2000% 상승해야 해요. 2000%라고 하면 대충 보고 그저 막연히 '많이 늘어야 한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현재 인구에서 20배 증가해야 예전 인구가 된다는 말이에요.

 

철암시장이 이런 모습이 된 이유도 강원탄광 폐광 후 철암동 인구가 급격히 빠져나가며 철암동 상권이 괴멸적 수준으로 붕괴해버렸기 때문이에요. 그나마 코레일에서 관광 열차를 운영 개시하고 관광 열차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철암역이 코레일 관광열차 중 하나인 V-Train 시발역이라 관광객이 몰리며 관광지로 변화하나 싶었지만 이번에는 중국발 역병 사태가 덮쳤어요.

 

 

이제 드디어 철암천에 보존용으로 남아 있는 까치발 건물을 이용해 만든 철암탄광역사촌을 갈 차례였어요. 철암탄광역사촌 맞은편 선탄시설과 저탄장을 한 번 바라봤어요. 한때 번창했던 철암동의 과거 번영했을 당시 모습 모형을 볼 차례였어요.

 

"닫힌 곳도 있네?"

 

철암탄광역사촌은 모든 관람실이 다 열려 있지 않았어요. 어떤 곳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닫혀 있었고, 어떤 곳은 방문객 급감으로 인해 닫아버렸어요. 철암탄광역사촌에서 문이 열려 있어서 내부를 관람할 수 있는 곳만 구경했어요.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들이 입는 옷과 안전모를 이용해 만든 전시물이 있었어요.

 

 

광산 마을에서는 체력을 보충하고 작업 중 들이마신 석탄 가루를 돼지 기름이 씻어준다고 믿어서 삼겹살을 많이 먹었다고 적혀 있었어요. 탄광촌 생활문화 자료를 보면 광부의 아내들이 광부인 남편들에게 보약이자 탄가루 빼내는 약으로 삼겹살을 구워서 먹였다고 해요.

 

석탄 산업이 호황일 때는 철암동에 선술집이 매우 많아서 한 집 건너서 한 집이 선술집일 정도였다고 적혀 있었어요. 지금 철암동 가보면 그 당시 선술집이 얼마나 많았는지 전혀 그려볼 수 없어요.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에 탄광이 운영될 당시 선술집 내부를 재현해놓은 모형이 있었어요.

 

"구운 삼겹살 잘 만들었다."

 

선술집 내부를 재현해놓은 모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불판 위의 삼겹살이었어요.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삼겹살을 매우 사실적으로 잘 만들어놨어요. 한 점 집어먹어보고 싶게 만들 정도로 사실적이었어요. 반면 아직 안 구워진 삼겹살은 딱 봐도 모형 티가 좔좔 흘렀어요.

 

 

담벼락에 낙서하며 노는 아이 모형도 있었어요.

 

 

탄광촌 광산사택 부엌 모형도 있었어요. 광산 개발 초기에는 조개탄이라 부르는 괴탄이나 연탄을 이용하는 아궁이로 난방과 취사를 해결했다고 해요. 석탄을 이용한 아궁이 취사 및 난방은 연탄가스 사고를 종종 유발했다고 해요. 아궁이는 연탄 보일러로 교체되었고, 현재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요.

 

 

연탄 아궁이 체험 시설도 있었어요.

 

 

연탄 아궁이 안을 들여다봤어요.

 

 

"불 들어와 있네?"

 

불이 들어와 있었어요. 체험을 해보려면 연탄 집게와 연탄 모형이 있어야 하는데 둘 다 없었어요.

 

 

전시관 내부를 쭉 둘러봤어요.

 

 

"진짜 쥐야?"

 

지하실 계단 모형 앞에서 살짝 놀랐어요. 쥐 두 마리가 있었어요. 쥐 한 마리는 고개를 들어서 저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잘 봤어요. 쥐 모형이었어요.

 

이건 쓸 데 없이 재현 잘 해놨잖아!

 

쥐가 기어다녔다는 것은 굳이 고증 안 해도 될 건데 쥐도 같이 살았다고 잘 보여주고 있었어요. 쥐 모형을 대충 집어넣어놓은 것이 아니라 쥐의 포즈를 너무 잘 살려놨어요. 계단에 기대어 위를 쳐다보는 쥐 모습이 진짜 쥐가 계단에 기대어 위를 바라보는 모습과 똑같이 만들어놨어요. 저렇게 쥐가 살고 있으면 아주 가끔 쥐가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찍찍 소리 났을 거에요.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 가옥 특징에 대한 안내도 있었어요. 평지가 매우 적은 철암동에 강원탄광이 개광하자 일획천금의 꿈을 꾸며 모여든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주거 부족 문제가 매우 심각했다고 해요. 가뜩이나 평지가 별로 없는 철암동에 광산에서 일하겠다고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들자 기존에 있는 가옥들을 좁은 공간에 여러 세대가 살 수 있도록 증축했다고 해요.

 

실제로 탄광 광부들의 월급은 당시 다른 직업에서 버는 돈보다 많았다고 해요. 그러나 생활물가 자체가 엄청나게 비쌌고, 임금체불 및 도급제 같은 이유로 실제 삶은 매우 팍팍했다고 해요.

 

대망의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 까치발 건물 모형이 나왔어요. 현재 철암탄광역사촌 건물로 보존된 건물들을 중심으로 모형을 제작해서 전시중이었어요.

 

 

 

 

 

까치발 건물은 토지가 부족하다 보니 하천변에 기둥을 세우고 기둥 윗쪽까지 면적을 넓혀서 지은 건물을 말해요. 강원도 탄광지역에서는 1960~70년대에 전국에서 탄광에서 일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오자 주거 공간이 부족해져서 하천변에 지지대를 세우고 기둥 위로 증축하는 방식으로 까치발 건물을 세웠어요.

 

 

안전등을 머리에 쓴 광부를 모티브로 하여 만든 검은 우체통이 있었어요.

 

철암탄광역사촌을 다 보고 밖으로 나왔어요.

 

 

'이건 뭐 어떻게 말하기 애매하네.'

 

철암탄광역사촌을 다 보고 나온 후 길 건너편 저탄장과 철암역두 선탄시설을 바라봤어요. 여기에 대한 소감은 어떻게 말하기 참 애매했어요. 나중에 여행기 쓸 때 뭐라고 써야할지 고민되었어요.

 

철암탄광역사촌을 꼭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강원도 태백시로 오기 전에 본 기사와 정보 때문이었어요. 강원도 태백시에서는 철암동 재정비 사업을 추진할 때 흉물로 전락한 공가들을 철거했어요. 이때 철암시장도 철거되었고, 까치발 건물도 철거했다고 해요. 아주 예전 번화하고 북적이고 건물 빽빽했던 철암동은 이 당시 정비 사업으로 사라져서 사진과 영상으로만 확인 가능해요.

 

철암동 재정비 사업을 진행할 때 원래는 철암천변에 있는 까치발 건물을 전부 철거하기로 계획을 세웠다고 해요. 태백시는 2000년대 중반에 폐광지 재개발사업인 철암시 시가지 4차로 확장공사를 위해 철암천변 까치발 건물을 전부 철거하려고 했어요. 그러나 까치발 건물을 전부 철거하면 한때 석탄 산업으로 매우 흥했던 철암동의 흔적이 싹 다 사라지기 때문에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도 꽤 있었다고 해요. 흉물로 전락한 까치발 건물 철거에 대해 의견이 상당히 갈렸고, 5년 넘게 이어진 논란은 일부는 개발하고 일부는 보전하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고 해요. 그렇게 해서 설립된 것이 바로 철암탄광역사촌이에요. 태백시는 국비 29억여원 등 사업비 41억7천만원을 투입해서 철암천변 까치발 건물 11채를 보전 및 복원했고, 2014년 3월에 이 11채를 철암탄광역사촌으로 개관했어요.

 

철암탄광역사촌 건물들은 60년이 넘는 건물이 3채이고, 가장 덜 오래된 건물이 지어진 지 35년이 넘었어요. 태백시에서 2019년 말에 까치발 건물들에 대해 정밀안전진단을 한 결과, 즉시 사용 금지(E등급) 2채, 긴급 보수 및 보강 필요(D등급) 6채, 주요 부재 보수 필요(C등급) 3채 등 우려했던 대로 상당히 심각한 결과가 나왔어요.

 

철암탄광역사촌 건물 상태를 보면 매 3~5년마다 많은 돈을 들여서 보수 공사, 보강 공사를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2020년 당시에는 5억원 넘게 소요될 거라 전망되었다는 기사가 있어요. 철암탄광역사촌 운영 예산은 2020년 기준으로 매년 1억원에 달했다고 해요. 철암동에 관광객이 많이 와서 보고 간다면 괜찮겠지만, 만약 철암동에 사람들이 별로 안 오고 건물만 계속 보존해야 한다면 돈 먹는 하마가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계속 골칫덩어리이자 고민거리라고 해요.

 

 

탄가루가 묻어서 안개 낀 검은 길 속에서 걷는 그림이 된 횡단보도 표지판을 바라보며 서 있었어요.

 

태백 석탄박물관은 왜 하필 소도동 제일 외진 곳에 지어놨을까.

 

철암동에는 철암역이 있어요. 철암역은 V-Train 시발역이에요. 국내 관광이 다시 예전 수준을 회복한다면 사람들이 또 몰려올 거에요. 서울 청량리에서 동해역까지 KTX 타고 갈 수 있다는 점도 나름 호재라고 볼 수 있어요. 태백시만 놓고 보면 동해시 KTX 노선이 별 상관 없는 일이지만, 태백-동해 여행 루트를 짠다면 동해시 KTX 노선이 접근성을 매우 크게 향상시켜주거든요. 동해시로 가서 바다 보고 태백으로 넘어와서 산 구경하고 V-Train 타고 구경하는 일정도 가능해요.

 

철암역을 찾는 관광객들이 있기 때문에 석탄 박물관을 철암동에 건설하고 철암동 전체를 '태백 탄광 문화 마을'로 조성한다면 보다 더 희망적이었을 거에요. 하지만 태백 석탄 박물관은 엉뚱한 소도동 외진 곳에 들어가 있어요. 철암동 전역을 탄광 문화 테마 마을로 조성해서 관광지화시켰다면 철암역 찾는 관광객들이 있고 태백시에서 이쪽으로 대중교통 접근성도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꽤 괜찮았을 거에요.

 

태백시의 고뇌가 와닿습니다.

 

소도동은 굶어죽으란 말이냐.

 

태백시의 심각한 고뇌가 확 와닿았어요. 태백 석탄박물관이 대중교통 좋은 철암동에 있지 않고 엉뚱한 소도동 외진 곳에 들어가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소도동도 탄광 폐광으로 붕괴한 지역이기 때문이었어요. 소도동에는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 함태탄광이 있었어요. 함태탄광도 한때 우리나라에서 5대 탄광으로 손꼽히던 거대한 탄광이었어요. 이 탄광도 1993년에 폐광했어요. '1993년 폐광'이라는 시기도 엄청나게 중요해요. 철암동에 있던 강원탄광도 1993년에 폐광했거든요. 1993년에 태백시에서 거대 탄광 2곳이 폐광했어요.

 

한 곳만 우지끈 무너진 게 아니라 철암동, 소도동 두 곳이 같은 해에 기둥이 무너지며 폭삭 주저앉아버렸어요. 한 곳만 붕괴해도 수습하기 벅찬데 태백시 전역 경제가 붕괴해버렸어요. 지금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곳이라면 장성광업소가 여전히 가동중인 장성동과 태백시 중심가라 할 수 있는 황지동 정도일 거에요. 나머지는 싹 다 폐광과 함께 붕괴해버렸어요. 타지역 사람들에게 아주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도시 대부분이 망해버렸어요'. 20토막 났으면 이건 비트코인, 이더리움, 도지코인 펌핑으로도 답이 안 나와요. 철암동 인구는 진짜로 20토막났어요. 소도동도 만만찮을 거구요.

 

태백시 전역 경제 사회가 붕괴되면서 자금과 예산도 급격히 감소되어가니 이 대붕괴를 막을 방법이 없었어요. 여기 하나 틀어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었어요. 태백시 전역의 경제 사회가 무너지고 있었으니까요. 소도동도 철암동 못지 않게 폐광으로 인해 지역 사회가 붕괴해버렸으니 그쪽도 먹고 살 거 하나 주자고 태백 석탄박물관이 소도동 외진 곳에 건립되었을 거에요. 잇따른 탄광 폐광으로 인해 여기저기 다 터지고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에 한 곳만 몰아서 키워주고 살려줄 상황이 아니었던 거라 보면 이해할 만 했어요.

 

'그래도 이건 애매하네.'

 

철암탄광역사촌은 제 눈에는 매우 애매한 존재였어요.

 

태백시 철암은 박물관의 박제된 호랭이

삼척시 도계는 야생의 살아있는 호랭이

 

이 정도 큰 차이가 있었어요. 저는 삼척시 도계읍 전두리를 다녀왔어요. 강원도 태백시 통동 산너머 옆동네인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전두리를 다녀온 입장에서 철암탄광역사촌을 보면 이건 야생의 살아있는 호랑이를 보고 나서 박물관에 있는 박제된 호랑이를 보는 기분이었어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전두리는 지금도 탄광촌이에요. 단순히 탄광이 있는 마을 수준이 아니에요. 도계역 바로 뒤가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 입구에요. 도계역 뒷편에는 거대한 저탄장과 인클라인 철도가 있어요.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는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 탄광이에요. 그러니까 도계는 정말로 지금도 탄광촌이에요. 반면 철암은 저탄장이 있고 저탄장에는 여전히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에서 채탄된 석탄이 쌓여가고 있지만 동네 자체는 탄광촌이 아니에요. 예전에는 탄광촌이었지만 지금은 강원탄광이 폐광해서 '탄광이 있었던 마을'이기는 하지만 탄광촌은 아니에요.

 

까치발 건물 보전이 논란이 된 이유도 삼척시 도계읍 전두리를 가본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되었어요. 삼척시 도계읍 전두리 가면 까치발 건물 많아요. 지금도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건물이에요. 멀리 갈 것도 없이 도계역에서 나와서 대각선 맞은편에 있는 전두시장 건물들이 다 까치발 건물이에요. 옆동네에는 여전히 사용중인 까치발 건물이 많이 있는데 흉물에 사용도 안 하는 폐건물로 전락한 낡고 위험한 철암동 까치발 건물을 굳이 보전할 필요가 있냐는 거였어요.

 

물론 이것은 제가 지금도 탄광촌인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전두리 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에 그런 것이기는 했어요. 만약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전두리 여행을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라면 신기하고 재미있게 볼 만하기는 했어요. 문제점이라면 규모가 너무 작았어요. 주변에 탄광 문화 체험 같은 거라고는 철암역두 선탄시설과 저탄장 구경하는 것 외에 없었어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전두리를 안 가본 상태에서 철암동 여행왔다면 한 번 볼 만 하지만 만약 도계 전두리를 가본 사람이라면 별로일 곳이었어요.

 

제가 철암탄광역사촌에 가보고 싶어했던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어요. 도계 전두리에서 살아있는 까치발 건물을 봤는데 태백 철암에 있는 박제된 까치발 건물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고, 그걸 보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했어요. 그리고 태백시에서 여전히 논란이자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기사를 보고 매우 궁금해졌어요. 만약 그 기사가 아니었다면 전두리에서 살아있는 까치발 건물을 실컷 봤는데 굳이 찾아오지는 않았을 거였어요.

 

'역시 여기는 지역 전체를 탄광 문화 테마 마을로 만드는 게 좋지 않을 건가?'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전두리로 여행 가는 사람과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으로 여행 가는 사람 수를 비교해보면 당연히 태백시 철암동으로 여행 가는 사람이 더 많을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철암동 전체를 태백시에서 탄광 문화 테마 마을로 만들면 승산이 있을 거 같았어요. 그러면 동네도 살아날 거구요. 물론 옆동네 살아있는 탄광 마을 도계읍 전두리와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겠지만요.

 

물론 말은 쉽지만 현실은 상당히 어려울 거에요.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 철암탄광역사촌은 철암역에 간다면 한 번 들려볼 만한 곳이었어요.

 

 

길 건너 철암역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관광안내소에 직원 있다!"

 

관광안내소 안에 직원이 있었어요. 관광안내소 안으로 들어갔어요. 서로 인사를 했어요.

 

"혹시 태백에서 기념품 마그네틱 살 수 있는 곳 어디 있나요?"

 

제일 궁금했던 것이었던 태백시 관광 기념품으로 태백시 마그네틱 판매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부터 물어봤어요.

 

"태백시에는 그런 것 없어요."

 

직원분께서 아주 명쾌하게 대답해주셨어요. 태백시에는 관광 기념품인 태백시 마그네틱이 아예 없었어요. 혹시나 태백 석탄박물관이나 365세이프타운, 아니면 황지자유시장 구석 어디께에 있는지 살짝 기대했지만 잘못된 기대였어요. 태백시에는 태백 마그네틱이 없었어요. 황지연못, 태백산, 구문소 같은 것이 있을 것 같았지만 아니었어요.

 

관광안내소 안에는 태백시 사진엽서가 몇 종류 있었어요. 매우 진귀한 태백시 사진엽서였어요. 직원이 무료이니 가져가도 되지만 너무 많이 가져가지는 말라고 했어요. 저는 황지연못 사진엽서와 구문소 사진엽서를 골라서 몇 장 챙겼어요.

 

"여기 4번 버스랑 1번 버스는 어떻게 다른가요?"

 

태백 여행 계획 세울 때였어요. 태백 시내 순환 버스 노선은 1번 버스와 4번 버스가 있었어요. 둘 다 태백 영프라자 정류장에서 탈 수 있었어요. 두 버스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했어요.

 

"1번 버스와 4번 버스는 방향만 다르고 같은 노선을 다니는 버스에요."

 

직원분께서 매우 친절하게 알려주셨어요. 태백 시내 순환 버스 노선 1번 버스와 4번 버스의 차이점은 방향 차이였어요. 만약 통리, 철암동부터 가고 싶다면 4번 버스를 타야 하고, 상장동, 구문소부터 가고 싶다면 1번 버스를 타야 해요. 두 버스가 다니는 길은 같지만 운행 방향이 반대 방향이에요.

 

직원분께 인사를 드리고 관광안내소에서 나왔어요.

 

'철암역은 이제 기차 거의 없겠지?'

 

철암역 바로 앞까지 왔으니 온 김에 철암역도 들어가보기로 했어요. 철암역 안으로 들어갔어요.

 

 

철암역 내부는 컸어요. 사람들은 별로 없었어요.

 

이렇게 관광자원이 많은데 왜 마그네틱은 없는가.

 

관광도시 태백. 관광자원도 많아요. 철암역사 대합실 안에는 태백시 주요 관광지 사진이 붙어 있었어요. 바로 정면에 붙어 있는 태백시 관광지 사진은 철암단풍군락지, 용연동굴, 바람의 언덕, 365세이프타운이었어요. 오직 이것이 끝이 아니라 구문소, 태백산, 황지연못, 오로라파크 같은 곳도 있어요. 다른 지역은 시덥잖은 것도 엄청 멋진 곳이라고 사진 후보정 엄청 하고 무슨 동네 금강산, 해금강 과장광고하며 열심히 홍보하는데 태백시는 정말로 멋진 곳이 도처에 깔려 있는 지역이에요. 이렇게 관광자원이 많고 실제로 관광도시로 유명한 지역이기는 하나 마그네틱은 없었어요. 그래도 관광안내소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사진엽서가 있어서 좋았어요.

 

철암역 열차 시간표를 봤어요.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 철암역 열차시간표를 보니 철암역에서는 부전, 동대구, 영주 방면 기차는 하루 4대 다니고 있었고, 도계, 동해 방면 기차도 하루 4대 다니고 있었어요. 여기에 백두대간 협곡열차와 동해산타열차도 다니고 있었어요.

 

"여기 열차 꽤 다니네?"

 

제 예상보다 열차가 많이 다니고 있었어요. 철암동 와서 철암역 보며 여객열차는 간이역 수준으로 거의 안 다닐 거라 추측했지만 전혀 아니었어요. 일반 열차만 해도 하루 4대 있었어요.

 

단점이라면 서울과 직행으로 연결되는 열차는 없었어요.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태백시 철암동으로 오기 위해서는 기차나 시외버스를 이용해서 황지동으로 가서 황지동에서 태백 영프라자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거기에서 4번 버스를 타고 와야 했어요.

 

철암역에서 나왔어요. 철암동을 떠나 다음 목적지로 이동할 때가 왔어요. 버스 정류장으로 갔어요. 이번에도 역시나 4번 버스를 타고 이동할 거였어요. 4번 버스는 금방 왔어요. 2022년 10월 5일 오후 4시 49분, 4번 버스를 탔어요.

 

 

'이건 뭐 기다리느라 지루해질 틈을 안 주네.'

 

4번 버스를 타며 태백시 한 바퀴 도는 여행. 벌써 4번 버스를 3번째 타고 있었어요. 통리 갈 때 1번, 철암 갈 때 1번, 그리고 이제 구문소 가기 위해 탔어요. 4번 버스는 버스 기다리느라 지루해질 틈을 안 주었어요. 구경 마치고 버스 정류장에서 조금 쉬려고 하면 바로 와서 저를 싣고 달렸어요.

 

'이제 절반 끝냈네.'

 

어느덧 오후 5시가 코앞이었어요. 그러나 여태 돌아다닌 게 고작 하루 일정 목표의 절반 끝냈어요. 할머니와 대화 나누며 재미있게 한 시간 보낸 것 때문에 늦어진 것이기는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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