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내일은 거제도 갈까?"
친구와 경상남도 서부 해안으로 여행을 갔어요. 친구는 통영 출신이라서 통영을 가보고 싶다고 했어요. 저와 강원도 여행을 같이 다니면서 다음에는 꼭 통영을 같이 가자고 했어요.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친구와 경상남도 통영으로 왔어요. 통영에서 하루 잘 돌아다녔어요. 친구와 통영 시내를 걸어서 돌아다니며 재미있게 놀았어요. 숙소로 돌아와서 다음날 여행 코스를 결정해야 했어요.
"거제도에 뭐 있지?"
거제도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조선소. 진짜 조선소 뿐이었어요. 우리나라 조선업의 메카 거제도. 중학교 사회 시간에 졸지 않았다면 모를 수가 없어요. 사회 시간 때 남동임해공업지역 대표 도시들과 대표 산업 배울 때 '거제 조선' 반드시 외우니까요. 자매품으로 포항과 광양 제철, 여수 화학, 창원 기계 등이 있어요. 이 정도는 일반 상식으로 알고 있어야 해요. 이거 모르면 중학생들한테 무식하다고 무시당해요.
거제도라...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전국적으로 '개도 만원짜리 물고 다니는 동네' 별명이 붙었던 지역.
우리나라 사회를 관찰해보면 보면 잘 나가던 동네들은 '개도 만원짜리 물고 다니는 동네'라는 별명이 붙곤 했어요. 대호황에 고임금 일자리도 넘쳐나는 지역을 상징하는 표현이 '개도 만원짜리 물고 다니는 동네'였어요. 고임금 일자리도 넘쳐나서 전국 각지에서 돈 벌려고 몰려왔고, 이렇게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많다 보니 덩달아 유흥 관련 업종 종사자들도 많이 몰려와 낮이고 밤이고 환한 불야성이 펼쳐지던 동네들이었어요.
전국적으로 '개도 만원짜리 물고 다니는 동네' 소리 듣는 동네들은 우리나라에서 여러 곳 있었어요. 아주 옛날에는 연평도가 이런 동네였다고 했어요. 한창 조기가 많이 잡히고 조기 파시가 유명했던 시절에는 연평도에 돈이 넘쳐났다고 해요. 그 다음 1970년대 들어서는 강원도 남부 탄광지역들이 개도 만원짜리 물고 다니는 동네 소리를 들었어요. 탄광 지역에서 광부로 일하면 단기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사람들이 많이 몰려갔어요. 이 때문에 등장한 표현이 오늘날까지도 사용하고 있는 '인생 막장'이에요. 여기에서 막장은 광산 가장 깊은 곳에서 실제 지하자원을 캐는 작업이 이뤄지는 현장을 말해요. 그러니까 인생이 광산에서 일할 수준으로 나락으로 굴러떨어졌다는 표현이에요. 이런 표현이 등장한 이유는 도시에서 정착에 실패한 사람들, 농촌에서 저곡가 정책으로 인해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단기간에 큰 돈을 벌기 위해 간 곳이 강원도 남부 탄광지역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이렇게 개도 전국적으로 만원짜리 물고 다니는 동네 소리 듣는 동네들이 있었어요. 이 중 가장 마지막은 2000년대까지 거제도였어요. 조선업 대호황이던 시절에는 전국적으로 정말 거제도가 개도 만원짜리 물고 다니는 동네라고 매우 유명했어요. 과거 탄광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마지막에 마지막으로 노동으로 한탕 크게 벌자고 거제도로 가는 사람들이 진짜 많았어요. 단순 일용직 일자리도 거제도는 돈을 많이 준다고 했고, 특히 정말 할 거 없으면 용접 배워서 거제도 가라는 말이 많았어요. 말만 많은 게 아니라 이렇게 거제도로 간 사람들이 매우 많았어요.
이런 조선업 대호황은 주식 차트에도 그대로 나타나요.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해양 같은 종목 차트 보면 어마어마해요. 그러다 2008년 리먼 사태때 아주 무시무시하게 폭락해서 다시는 못 볼 고점이 되었어요.
이때 주식시장에서 조선업 관련주의 정점은 STX였어요. STX는 현재 기준으로 보면 무려 11,499,352원까지 치솟았어요. 그러나 호화여객선 타이타닉이 쾌속 질주하다가 빙산에 들이받고 한순간에 꼬로록 침수해버린 것처럼 STX도 리먼 사태 이후 대폭락에 수차례 유상증자, 감자를 거쳐서 현재 주가가 4,000원이에요. STX 주가 고점이 주식 차트에서 11,499,352원이라고 나오는 이유는 당시 진짜 1주에 천만원 넘어가서가 아니라 이후 수차례 유상증자, 감자를 거치며 과거 주가를 현재 주가 기준으로 재산정하면 천만원이 넘었다고 계산된 값이에요.
덤핑 수주 출혈 경쟁, 중국의 저가 수주 공세 등으로 한국 조선업은 2010년대에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어요. 그리고 거제도 가면 개도 만원짜리 물고 다닌다는 소리도 사라졌어요. 거제도 이후 전국적으로 개도 만원짜리 물고 다닌다는 동네 소리 듣는 곳은 아직까지 안 보이고 있어요. 자기들끼리 대호황이라고 개도 만원짜리 물고 다닌다는 동네라고 하는 곳들이 있기는 하겠지만, 전국구로 인정받는 동네는 등장하지 않았어요. 그나마 평택이 조금 유명하기는 한데 평택도 조선업 대호황 당시 거제도급에는 택도 없어요.
여기에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한국 사회에서 2020년 중반부터 시작된 주식 투자 광풍에서 제일 막차로 탑승한 세대가 40대에요. 이들이 가장 뒤늦게 상투잡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조선업의 몰락과 관련있어요. 이들이 20~30대에 주식투자 시작할 때 당시 가장 잘 나가던 우량주가 하필 조선업 관련주였어요. 차트 보면 알겠지만 이 종목들은 기본이 몇십 퍼센트가 아니라 몇 배였어요. 그게 와장창해버렸어요. 이들이 차화정과 더불어 조선업 주가 붕괴로 엄청나게 손해봤어요. 여기에 BRICs 펀드까지 더해주면 완벽해요. 이때 트라우마가 생겨서 한국 주식에 뛰어들었다가 상투 잡고, 아주 늦게 미국 주식 레버리지 ETF 열풍에 탑승했다가 또 상투잡은 사람 많아요.
그러나 이런 성지 순례하러 거제도 가기 싫었어요. 친구와 거제도 지도를 봤어요. 동쪽이 조선소가 많은 곳이고 서쪽이 조용한 동네였어요. 서쪽에는 조그마한 포구와 항구가 여러 곳 있었어요.
"우리 동쪽으로 가자."
"쏘카 빌린다?"
"그래."
쏘카로 자동차를 렌트해서 거제도 서부를 쭉 둘러보기로 했어요.
다음날이었어요. 쏘카로 자동차를 빌려서 거제도 서부로 갔어요. 거제대교를 건너서 바로 아랫쪽으로 향했어요. 거제대교를 건너자 한적한 어촌마을이 등장했어요. 처음 포구가 나왔어요. 친구가 차를 세웠어요. 잠시 돌아다니기로 했어요. 친구와 처음 차를 세운 곳은 광리항이었어요.
"여기 바다 그라데이션이다."
해변에는 조개껍데기가 많았어요. 조개껍데기가 만든 연갈색 해변은 멀리 바다로 갈 수록 파란색으로 바뀌어갔어요.
광리항은 경상남도 거제시 사등면 덕호리에 있는 어항이에요. 광리항은 2003년 2월 3일 어촌정주어항으로 지정되어서 관리되고 있어요. 시설 관리자는 거제시장이에요.
친구와 광리항을 돌아다니면서 주변 풍경을 감상했어요.
풍경은 매우 아름다웠어요. 단점이라면 조개껍데기가 모여서 만드는 냄새가 조금 심했어요. 이것도 나름 바닷가 냄새이기는 하지만 기분 좋게 만드는 냄새는 아니었어요.
"거제도도 산 꽤 있네?"
거제도도 산이 꽤 있었어요. 바닷가 섬이라 산이 별로 없을 줄 알아는데 산이 여러 개 있었어요.
"여기 한적하고 좋다."
광리항 및 그 주변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어요. 조용한고 한적한 어촌 마을이었어요.
경상남도 거제시 사등면 덕호리 광리항은 아름답고 조용하고 한적한 어촌의 조그마한 항구였어요. 일부러 대중교통 타고 갈 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거제도, 통영 같은 경상남도 남부에는 이런 조그마한 항구가 많기 때문에 일부러 무리해서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찾아갈 곳이라고 추천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자동차 타고 드라이브 여행한다면 차를 세우고 잠시 바닷바람 쐬며 산책하기 좋은 곳이었어요.
경상남도 거제도 광리항은 조개껍데기가 쌓여 있는 해변의 연갈색부터 바다의 푸른색으로 이어지는 그라데이션이 매우 아름다웠어요. 대신 조개껍데기에서 나는 냄새는 감안해야 했어요. 마스크를 휴대하고 다니는 것이 일상적인 요즘에는 마스크 쓰면 되요. 어떻게 보면 마스크 쓰고 다니는 요즘에 아주 갈 만한 곳이었어요. 예전에 마스크 휴대 안 하고 다닐 때였다면 여기 냄새를 막을 마스크가 없어서 좋은 풍경 보면서 냄새 때문에 별로라고 할 수 있었겠지만, 요즘은 마스크 휴대가 필수이니 마스크 쓰고 돌아다니면 냄새 못 느끼고 아름다운 풍경만 감상하며 돌아다닐 수 있어요. 또한 겨울이라면 냄새가 덜 해서 구경하며 걷기 매우 좋을 거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