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삼대악산 (2010)

삼대악산 - 12 치악산

좀좀이 2011. 11. 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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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국립공원 : http://chiak.knps.or.kr/


, 설악산이 우리나라 3대 악산 중 하나라던데?”


설악산 다녀와서 며칠간 다리에 힘이 없고 알이 박혀서 고생했어요. 돌아와서 학원으로 출근하는데 역에서 5~10분 걸리는 학원까지 걸어가는 길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다리가 풀리자마자 또 등산이 가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집에서 인터넷으로 검색하던 중 우리나라에서 제일 험한 산은 어디인가요?’라는 글을 보게 되었어요. 보통 3대 험한 산으로 설악산, 치악산, 월악산을 뽑고 있었어요. 특히 치악산의 사다리병창, 월악산의 정상 가는 길이 험하다고 나와 있었어요.


나머지는 어디인데?”

원주 치악산하고 충주 월악산.”

그래, 한 번 가보자.”


마침 학원에서 방학이라 수요일 이후 다음주 수요일까지 수업이 없었어요. 그래서 729, 밤을 새고 학원에 가서 수업을 한 후 수업이 끝나자마자 친구 집으로 넘어갔어요. 이번에는 학원에 수업교재를 놓고 왔어요. 지난번 설악산 갈 때와 같은 실수를 번복하지 않았어요.


내일 새벽에 원주 가자.”

치악산은 하루면 올라갔다 내려오는데다 원주 볼 것 없대.”

, 그래도 구경도 하고 그래야지. 무슨 산만 타러 원주를 가냐?”

알았어.”


친구는 계속 원주를 구경하고 싶다고 했어요. 저는 원주에 기대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냥 큰 대도시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은 데다 학원 끝나자마자 친구 집에 와서 너무 피곤했어요.


우리 밤 새고 원주 가는 거야!”


친구는 오락을 시작했고 저는 안 자려고 버티다가 잠이 들어버렸어요. 얼마나 잤는지 모르겠어요. 친구가 저를 툭툭 찼어요.


, 일어나.”

?”

일어나. 가자.”

아 피곤해. 이따 12시에 가자.”


저는 잠에 정말 약해요. 배고프고 피곤하고 다 참는데 졸린 것만큼은 못 참아요. 밤을 새는 것을 잘 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지 남들처럼 매일 4시간 자며 공부하고 그런 건 아예 못해요. 더욱이 한 번 잠들면 답이 없어요. 누가 깨우면 정신을 차리기는 하지만 몸이 말을 안 들어요. 머리를 지배하는 것은 그냥 더 자자라는 생각뿐이에요. 제가 못 일어나고 계속 잠자려고 뭉쓰는 것은 당연한 결과.


...이 자식 한 번 잠들면 절대 안 일어나지! 무슨 등산이냐? 잠이나 자자.”


등산복까지 다 갖추어 입은 친구는 기분이 크게 상했어요. 저와 몇 달 같이 살았던 친구는 제가 한 번 땅에 등을 대고 잠들면 절대 일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었어요. 깜빡 잊은 것인지 아니면 제가 학원에서 바로 와서 너무 피곤해 하길래 잠시 눈만 붙이라고 놔둔 것인지하여간 제가 못 일어나고 계속 자자 친구도 화가 나서 방의 불을 끄고 잠을 자기 시작했어요.


어휴 잘 잤다.”


일어났을 때에는 오후 4시였어요. 친구도 비슷하게 일어났어요.


이제 슬슬 갈까?”

가기는 뭘 가. 이미 늦었잖아. 산만 오르려고 비싼 돈 써가며 원주까지 가기는 싫다. 가면 맛있는 것도 먹고 이것저것 좀 보고 와야지.”


제대로 기분이 상한 친구. 하지만 이왕 온 거 친구 집에서 잠자고 잠시 후 저녁 먹고 당구 한 게임 치고 PC방 가서 놀다 그냥 집에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오토바이 여행 가자!”

오토바이 여행?”

그래. 오토바이 빌려서 조금 멀리 다녀오면 되지. 어차피 오토바이 타고 오래 가면 허리 끊어지려고 할 걸? 적당히 12일로 다녀오는 것이 최고야.”


그래서 친구와 오토바이 대여 가격을 알아보았어요. 현실은 좌절. 너무 비쌌어요. 그냥 버스 타고 등산 다녀오는 것의 몇 배 가격이 들었어요.


그럼 자전거는?”


역시나 좌절. 오토바이나 자전거나 큰 차이가 없었어요. 결국 선택지는 두 개. 등산을 다녀오든가 친구 집에서 친구 오락기로 시간이나 죽이다 당구 한 게임 치고 PC방 가서 놀다가 친구 집에 돌아와 잠 좀 자고 다음날 제 집으로 돌아가거나. 후자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았어요. 어떻게 어떻게 운 좋게 생긴 이번 여름 마지막 연휴. 연휴를 그렇게 허무하게 날리고 싶지 않았어요. 어차피 친구 집에서 친구 오락기 가지고 놀다가 당구 한 게임 치고 PC방 가서 노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매주 주말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자주 주말에 친구 집에 놀러가서 그렇게 놀다 왔구요.


그냥 등산 가자. 이번 여름에 3대 악산은 끝내야지. 그래야 어디 가서 나 등산 좀 했어요라고 하지 않겠어? 어차피 한라산은 꼭대기까지 다녀왔으니까 이번에 3대악산 다 끝내고 다음 여름에 지리산 끝내면 되잖아.”


설악산을 갈 때에는 여비 문제 및 지리산 당일치기 코스를 가는 방법을 잘 몰라서 지리산을 선택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지금은 이미 3대 악산 중 가장 힘들다는 설악산을 끝낸 상태. 그리고 인터넷에서 치악산, 월악산 관련 정보를 충분히 읽었어요. 모두 하루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산이었어요.


원주는 볼 거 없으니까 치악산만 올라가고, 바로 충주 가서 월악산 올라가고 놀다 오자. 충주는 볼 것이 좀 있거든. 놀기도 좋구.”


충주는 지금까지 딱 2번 가 보았어요. 그리고 충주에서 본 거라고는 충주호의 아주 작은 일부분과 탄금대가 전부였어요. 그래도 지금까지 얻은 정보에 의하면 충주는 그래도 구경할 것이 있는데 원주는 없음. 강호와 무협을 좋아하는 친구를 데리고 충주호, 탄금대 구경하고 만약 기회가 된다면 충주댐도 한 번 보고 오면 되요. 이렇게 세 개만 가도 꼬박 하루가 예상되었어요. 충주는 볼 것도 있고 놀기도 좋은 동네라고 친구를 계속 설득했어요. 그리고 친구를 설득하면서 머리 속에서 동선을 짜 보았어요. 충주에서 등산을 하고 원주로 가서 치악산을 올라가는 것보다는 원주 치악산부터 간 후 충주 월악산을 가는 것이 좋을 거 같았어요. 등산 다음날 자고 일어나서 다리가 아픈 것을 느끼는 점과 버스 이동시간을 고려했을 때 일단 등산만 하고 떠날 원주부터 끝내고 다리가 너무 아프면 충주 관광부터 하고 다음날 등산을 하는 일정이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월악산 등산부터 했는데 다음날 다리가 너무 아프면 다음날 관광을 하고 저녁에 원주로 넘어가야 하는데 원주로 넘어가지 않고 서울로 돌아가고 싶어질 것 같았어요. 친구는 등산과 관광의 비중을 똑같이 놓고 있었지만 저는 무조건 등산이 우선이었어요. 등산을 다 하는 게 우선이고 관광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았어요. 그래서 원주-충주 순으로 가는 일정으로 가기로 결심했어요.


겨우 친구를 설득해 등산을 가기로 했어요. 역시나 용산에 가서 등산 준비를 했어요. 일단 등산 준비는 설악산 등산 준비를 기준으로 했어요. 먹고 마시고 남은 것을 가지고 충주 가서 다시 채워 넣기로 했어요.


집에 돌아와서 적당히 놀며 시간을 때웠어요. 중요한 것은 무조건 원주행 첫 차를 타야 한다는 것. 첫 차의 부담은 없었어요. 원주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도 갈 수 있거든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7호선 고속터미널 역에서 내리면 되요. 숭실대 입구에서 얼마 걸리지도 않아요. 새벽 5시쯤 나가면 되요.


드디어 새벽 5. 친구 집에서 나와 숭실대입구 역으로 갔어요. 별 문제 없이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가서 원주행 버스에 올라탔어요.


밤을 샜더니 슬슬 잠이 밀려왔어요. 그래서 버스에 타자마자 잠들었어요. 잠깐 잠들었다가 깨어나 창 밖을 보았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어요.


어쩌지? 비 내리는 것에 대한 준비는 하나도 안 했는데...’


그래도 그냥 잤어요. 비 오면 우비 사서 등산해야지. 어차피 친구 성격상 비가 와서 등산을 안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어요. 정말 폭우가 내리지나 않는 한 우비 입고 강행군은 확정. 다시 눈을 붙였어요. 서울에서 원주까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문 연 식당을 찾아 아침밥을 먹고 원주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구룡사 가는 버스를 찾았어요. 그러나 구룡사 가는 버스는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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