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

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 - 황금 까마귀

좀좀이 2012. 11. 2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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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우즈벡 사람들은 놀라면 옷 칼라를 부여잡았다 합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나면 그 기적이 나쁜 의미의 기적이 되지 않기를 신에게 비는 문화가 있습니다. 진지하게 모스크 가서 빌고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주문 외우듯 가볍게 신에게 부탁하는 것이죠.




옛날 옛적에 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공터에 있는 나무 그루터기를 뽑아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나무 그루터기를 뽑는 일은 쉽지 않아서 3일째 그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아침을 먹은 후 할아버지는 나무 그루터기를 뽑아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할멈, 또 그루터기 뽑아내러 가오."


할아버지는 도끼를 들고 또 공터로 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흘러 할아버지는 헐레벌떡 집으로 달려오셨습니다. 할머니는 깜짝 놀라 집으로 달려오시는 할아버지를 보며 물었습니다.


"영감, 무슨 일 있수? 왜 그렇게 빨리 돌아오시오? 매일 밤 늦게서야 돌아오지 않았잖수."

"기적이야, 할멈. 기적! 응, 기적이 일어났어! 내가 나무 그루터기에 도끼질을 한 번 딱 했는데, 그때 나무 그루터기 아래에서부터 노란 까마귀 한 마리가 까악 까악 울며 황급히 날아가버리는 거야. 이거 봐, 할멈. 샛노란 까마귀 이야기 들어본 적 있는가?"


할아버지께서 황금 까마귀를 본 증거로 조그만 황금 부스러기를 보여주자 할머니는 깜짝 놀라 옷깃을 부여잡았습니다.


"에구구, 영감. 되었어요. 그곳에 가지 마슈. 신이시여, 우리 영감이 본 노란 까마귀가 악령이 되지 말기를!"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호들갑에 되었다고 손사래를 치고는 도끼를 담 모퉁이 던져놓았습니다. 그리고 옷자락에 묻은 흙을 떨어내며 평상에 가서 앉았습니다.


할머니는 그때 잽싸게 이웃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흥분을 가라앉히지도 않고 이웃집 안주인에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한 마리라고 하면 재미없겠지?'


그래서 할머니는 한 마리 더 붙여서 이웃집 안주인에게 '우리 영감이 나무 그루터기를 뽑아내는데, 그 아래에서 황금 까마귀 두 마리가 까악까악 울며 날아갔대'라고 말했습니다.


그날, 이웃 동네에 시집 온 여자 집에 놀러간 이웃 여성은 모여든 사람들에게 '어머나, 세상에...'로 말을 시작하며 할머니께 들은 황금 까마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들은 것은 황금 까마귀 두 마리가 날아간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황금 까마귀 세 마리가 날아간 이야기였습니다. 이 아주머니도 더 재미있게 이야기하려고 한 마리를 더 붙여서 이야기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소문은 잽싸게 퍼져서 그날 정오 즈음에는 국가 재상의 귀에까지 황금 까마귀 이야기가 들어갔습니다.


"굉장해요! 어느 마을에 한 할아버지가 있거든요. 그 남자가 파내고 있는 나무 그루터기 아래에서 39마리의 노란 까마귀가 파닥파닥 날아갔다고 해요!"


국가 재상의 귀에 들어간 내용은 황금 까마귀 39마리가 나무 그루터기 아래에서 날아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재상은 당연히 아연실색하며 "세상에!"라고 외치고는 왕 앞으로 후다닥 달려가 이 신기한 이야기에 대해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재상은 39마리라고 하지 않고, 1마리 더 늘려서 나무 그루터기 아래에서 노란 까마귀 40마리가 날아갔다고 흥분하고 몸을 부르르 떨며 왕께 이야기해드렸습니다.


재상의 보고를 들은 왕은 처음에는 시큰둥했으나 재상의 말을 다 듣자 깜짝 놀랐습니다.


"당장 황금 까마귀에 대해 조사하도록 해라!"


왕의 부하들은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황금 까마귀를 보았다는 노인을 찾아 나섰고, 곧 노인을 데리고 궁전으로 왔습니다.


"내가 오늘 황금 까마귀 40마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게 정말 사실이더냐?"

"아닙니다, 폐하. 제가 본 것은 진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40마리가 아니라 한 마리였습니다."


왕은 재상을 바라보았습니다.


"황금 까마귀가 40마리 맞느냐?"

"맞습니다, 폐하."

"그렇다면 이 노인의 말은 무엇이더냐?"


왕이 계속 재상을 추궁하자 재상은 그제서야 사실을 실토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폐하. 원래 제가 듣기로는 39마리였는데 조금 더 놀라게 해드리기 위해 한 마리 더 붙였습니다."


왕은 재상을 일단 감옥에 가두라고 명한 후, 노란 까마귀가 대체 왜 39마리까지 늘어났는지 당장 알아보라고 명령했습니다. 호위병들은 이야기의 근원을 쫓아가기 시작했고, 곧 할아버지의 아내인 할머니에게까지 다다랐습니다. 할머니 역시 원래 할아버지가 한 마리라고 이야기했는데 자기가 조금 더 재미있게 이야기하려고 한 마리 더 붙여서 이야기한 것이라 벌벌 떨며 진실을 말했습니다.


자신에게 죄가 없음이 밝혀진 할아버지는 왕에게 간청을 했습니다.


"왕이시여, 당신의 심복 부하 두 명을 제게 붙여주소서. 제가 그들과 함께 바로 그 나무 그루터기로 가서 그들에게 노란 까마귀와 관련된 진실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왕은 할아버지의 간청을 허락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왕의 심복 부하들과 나무 그루터기로 간 후, 왕의 부하들 중 하나에게 나무 그루터기에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커다란 흙더미를 들어올리라고 했습니다. 부하가 흙더미를 들어올리자 그 아래에 샛노란 황금으로 가득 찬 작은 단지가 하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깜짝 놀란 부하들을 웃으며 바라보면서 황금이 가득 들은 조그만 단지를 꺼내 부하들과 함께 왕궁으로 향했습니다.


황금 단지를 보고 왕은 깜짝 놀랐습니다. 깜짝 놀란 왕 앞에서 할아버지는 태연히 말했습니다.


"폐하, 노란 까마귀는 그 단지 안에 들어있는 황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황금이 가득찬 단지가 오직 하나 뿐이었음을 당신의 심복 부하들 역시 같이 보았습니다."


심복 부하들은 할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단지가 오직 한 개였다고 동의했습니다.


"만약 이것을 제가 황금 까마귀 한 마리라고 하지 않고 황금 단지 한 개라고 말했다면, 누군가 황금 단지 40개를 찾았다는 말이 되어 당신의 귀에 다다랐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었다면 당신은 제 말을 믿지 않고 황금이 담긴 나머지 단지 39개는 어디에 숨겼냐고 제게 부당하게 화를 내셨을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이런 방법을 통해 이야기한 것입니다. 자, 당신 앞에 바로 제가 말한 그 한 마리의 황금 까마귀가 있습니다. 왕이시여!"


왕은 신중하고 현명한 생각을 한 할아버지께 잘 판단하고 행동했다고 칭찬하고 큰 상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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