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채권 어떻게 되었지?"
얼마 전 키움증권에서 투자한 장외채권이 만기상환되었어요. 원래는 미국 주식에 투자하려고 빼놓은 돈이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금리인상기에 증시가 힘을 못 쓰고 고꾸라지는 건 자명한 사실인데 굳이 미국 주식에 투자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놔두던 돈이었어요. 게다가 2021년에는 환율이라도 유리했지만 지금은 달러-원 환율도 많이 상승해서 환차익 쿠션 기대할 수도 없었어요.
돈이 섞이면 나중에 이도 저도 안 되기 때문에 애초에 미국 주식 투자하기로 마음먹은 돈은 따로 키움증권에 넣어놨어요. 돈을 키움증권에 가만히 놔두면 아무 것도 없어요.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형 CMA가 있기 때문에 발행어음형 CMA 계좌 하나 개설해서 거기에 넣어놓고 매일 이자 받으면 되요. 그러나 키움증권은 발행어음형 CMA는 고사하고 일반 CMA도 없어요. RP를 매수하는 방법이 있기는 한데, 키움증권은 심지어 수시형 RP도 없어요.
이 때문에 겸사겸사 증권사 계좌에 넣어놓은 돈을 가만히 놔두면 토스뱅크에 놔두는 것보다 손해고, 증권사 계좌에 돈을 넣었으니 어떻게든 은행 이자보다는 돈을 더 버는 길을 찾아야 했어요. 제일 무난한 것은 잔존기간이 얼마 안 남은 채권에 투자하는 거였어요. 금리인상기라고 해도 잔존기간이 짧으면 금리 인상되기 전까지 은행 이자보다 좋은 이자 받고 만기에 원리금 상환받아서 털어버린 후 새로운 채권이나 금리 인상 반영되어 이율이 오른 예적금에 들어가면 되거든요.
그래서 채권을 매수했던 것이 만기가 되었어요. 채권 만기가 도래했다고 알람이 왔어요. 이때는 제가 여행을 다니고 있을 때였어요. 여행 다닐 때 무슨 재수없고 정신 산만하게 증권사 일을 봐요. 여행 다닐 때는 이런 거 신경 안 쓰는 편이에요. 이런 거에 신경 안 써도 여행다닐 때 스마트폰은 배터리 닳는 것 때문에 엄청 신경 많이 쓰이는데요.
여행 돌아오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결정을 할 날이 코앞이었어요. 이번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일은 2022년 10월 12일 수요일이었어요. 10월 11일 하루만 넘어가면 금리 발표가 있을 거였어요. 수요일에는 바로 인상된 금리가 적용되지 않을 거고, 빨라야 목요일에나 반영될 거였어요.
2022년 10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5%에서 3%로 50bp 인상했어요. 그리고 다음날인 목요일이었어요.
"장외채권 가격에 금리 인상 반영되었을 건가?"
제 예상에 의하면 아직 반영 안 되었어요. 2020년부터 증권사 장외채권 상품에 투자했어요. 지금까지 보면 대체로 금리인상이 있는 주에는 장외채권 가격에 금리 인상이 반영 안 되었어요. 그 다음주 월요일이 되어서야 새로 가격을 매겨서 판매하는 식이었어요. 어지간해서는 장외채권은 월요일 판매 가격이 나오면 이자지급일 같은 아주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한 주 내내 가격이 쭈욱 오르다가 다음주 월요일이 되어서 다시 채권 가격이 매겨지는 식이었어요. 그러니 장외채권에서는 아직 2022년 10월 12일 금리 인상된 것이 반영되지 않았을 것 같았어요.
"역시나네."
키움증권 장외채권을 봤어요. 역시나였어요. 기준금리가 2.5%에서 3%로 인상되었지만 장외채권 가격은 별 변동 없었어요.
"또 토스뱅크로 이체해서 이자나 받으면서 다음주 지켜봐야 하나?"
수요일에는 키움증권에 있던 돈을 토스뱅크로 이체해서 이자를 받았어요. 목요일에 키움증권에서 토스뱅크로 보냈던 돈을 다시 키움증권 계좌로 이체시켰어요. RP 7일물 매수하면 제가 나중에 일주일 후에 직접 RP를 매도해야 해요. 이게 은근히 잘 까먹어요. 그리고 중간에 해지하면 중도해지이율을 적용받아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토스뱅크로 이체해서 매일 이자 쌓이게 하는 게 훨씬 나았어요. 토스뱅크에 있는 모으기 기능을 이용해서 따로 분리해놓고 방치하면 되었어요. 이러면 이자는 한 번에 다 합쳐서 나오기 때문에 이자는 뒤섞이지만 원금은 계속 나뉘어 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요.
원래는 메리츠캐피탈217-1을 매수하고 싶었어요. 메리츠캐피탈217-1 채권은 잔존일수 314일짜리 매월 이자지급식 채권이에요. 이 채권을 사면 매달 이자를 지급받아요. 그래서 메리츠캐피탈217-1 채권을 매수한 후 매달 들어오는 이자와 배당금 같은 것을 모아서 미국 종합주가지수추종 ETF를 모으고 싶었어요. 그러나 이 채권은 아직 금리인상이 반영되지 않았어요. 화요일에 검색해봤을 때보다 오히려 10매당 가격이 올라가 있었어요.
증권정보포탈 세이브로에서 검색해보면 2022년 10월 13일 메리츠캐피탈217-1 채권 수익률은 5.47%, 가격은 10매에 9,941.03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키움증권에서는 이것을 수익률 4.48%, 10매에 10025원에 판매하고 있었어요. 살짝 애매하기는 하지만 기준금리 3%에 은행 예적금 이율 인상될 것을 생각해보면 애매했어요. 채권 가격이 금리 인상되었다고 그렇게 크게 안 떨어져서 그냥 저 가격에서 별 변동없이 다음주에도 계속 판매할 수도 있지만요.
키움증권 장외채권 상품을 쭉 봤어요. 한결같이 10월 12일 금리인상은 하나도 반영 안 되어 있었어요.
"잠깐만, 이거 괜찮은데?"
딱히 달라진 게 없어서 눈여겨볼 것이 전혀 없는 키움증권 장외채권 상황. 거기에서 주목받지 못하게 생겼지만 눈여겨볼 만한 종목이 보였어요.
대한항공 95-1(녹)
괄호 속 '녹' 글자의 의미는 '녹색채권'이에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별 의미없는 글자에요. 저건 채권 발행할 때 기관들 사이에서 중요한 거고, 특히 만기까지 얼마 안 남으면 별 의미없어요. 장기채라면 나름의 프리미엄이 있을 수 있지만, 정기 예금 대신 투자하는 단기 회사채라면 별 의미 없어요. 그저 수익률과 신용등급, 더 나아가 멀쩡한 회사인지 정도만 신경쓰면 되요.
대한항공은 멀쩡하잖아!
대한항공 주식은 코스피에 상장되어 있어요. 코스피 003490 대한항공 주식이 있어요. 코스피 003490 대한항공 주식은 단순히 코스피 상장 주식이 아니라 무려 KOSPI200 구성 종목 중 하나에요. 현재 시가총액 순위 42위에요. 그래서 대한항공은 회사가 멀쩡한지 확인하기 상당히 쉬운 편에 속해요. 대한항공 주식 한 번 들여다보고 네이버 종토방 쓰윽 둘러보면 되거든요. 대한항공이 위험한 상황이라면 대한항공 주식은 그 이전에 완전 먼지되어 있을 거에요. 채권 못 막으면 그게 파산이고 부도고 도산이니까요.
대한항공 채권은 개인투자자들이 매우 좋아하는 채권이에요. 왜냐하면 대한항공은 신용등급이 BBB+라서 수익률이 다른 회사채에 비해 상당히 괜찮은 편이에요. 신용등급은 BBB+이지만 대한항공은 우리나라에서 원거리 항공 수송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국적사에요. 제주항공 그 감귤항공 같은 것은 원거리 못 뛰어요. 그래서 소위 믿는 구석이 있는 회사에요. 대한항공 채권은 장내채권시장에서 거래도 상당히 활성화된 편이에요.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대한항공 채권을 매우 좋아해요.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대한항공 95-1 채권의 잔존기간 및 만기일이었어요.
대한항공 95-1 채권 잔존기간 84일
대한항공 95-1 채권 만기일 2023년 1월 6일
"이거 지금 상황에서 딱인데?"
2022년 11월 24일에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있어요. 이때 기준금리가 또 결정되요. 현재 시장에서는 이때도 50bp 인상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2022년 11월 24일 금리 결정이 올해 마지막 금리 결정인데 시장에서는 올해말에 기준금리가 3.5%가 될 거라 전망하고 있어요. 아무리 이번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50bp 인상했다고 해도 지금도 한국과 미국 금리역전 상태인데 11월에 미국이 기준금리 한 번 더 인상할 거라고 모두가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제 한달 열흘 정도 후에 기준금리가 또 인상될 예정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정기예금이나 만기가 긴 채권에 무리하게 들어가기에는 엄청나게 애매한 상황이에요. 당장 40여일 후에 또 금리가 뛰면 이때에 맞춰서 시중 예적금 및 채권 금리가 또 움직일 거니까요. 그렇다고 40일 동안 현금을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방치하기에도 뭔가 아쉽기는 해요.
키움증권에서 판매하는 장외채권 중 대한항공 95-1 채권은 만기일이 2023년 1월 6일이었어요. 11월 24일에 금리 결정될 거고, 그로부터 약 한달에 며칠 후에 만기가 될 거였어요. 그러면 만기 받고 그때 상황 봐서 주식에 돈을 넣든 또 채권에 돈을 넣든 결정하면 되었어요. 11월 24일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인상할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파킹통장보다 이율이 좋고 만기도 11월 24일로부터 한달에 며칠 후니 만기상환 받으면 11월 24일 기준금리 결정이 시장에 반영된 후라 주식이든 채권이든 투자하기 좋을 때였어요.
키움증권에서 장외채권 상품으로 판매중인 대한항공95-1 채권 수익률은 연리로 4.5%였어요. 이 정도면 파킹통장보다 훨씬 좋았어요. 3개월에 연리 4.5% 주는 예적금이 어디 있어요.
"이거에 투자해야겠다."
대한항공 95-1 채권 종목코드는 KR6003491B77이에요. 채권 유형은 회사채에요.
대한항공 95-1 채권 상장일은 2021년 7월 7일이에요. 발행일도 2021년 7월 7일이에요. 만기일은 2023년 1월 6일이에요.
발행이율은 2.392%이고, 이자지급방법은 고정부이표채에요. 이자지급주기는 3개월이에요. 만기일까지 잔존일수가 84일 남았기 때문에 84일 후인 2023년 1월 6일에 이자와 원금 모두 상환 받고 끝나요.
키움증권에서 장외채권으로 판매중인 대한항공 95-1 채권을 2700매 매수했어요. 키움증권은 장외채권 매수 최소 단위가 10매에요. 액면가 1만원 단위로만 매수할 수 있어요.그래서 키움증권에 있는 돈을 싹싹 털어서 깔끔하게 다 매수하지는 못했어요.
"내년에도 장외채권 괜찮은 상품들 계속 나오겠지?"
올해는 증권사들이 장외채권 상품으로 괜찮은 상품을 잘 팔았어요. 만기가 짧아서 금리인상기에 짧게 이자 먹고 만기상환받아서 금리인상 반영된 채권이나 예금으로 갈아타는 식으로 시중 예적금보다 좋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채권이 꽤 있었어요. 월이자지급식 채권도 올해 장외채권 상품으로 등장했구요. 올해 현재까지 한국에서 자본 시장 승리자는 1등이 만기가 몇 달 안 남은 채권에만 투자한 사람들이고, 그 다음은 예적금에 들어간 사람들이에요. 한국 증시야 뭐 폭망했으니까 초단기채는 고사하고 파킹통장도 아니고 이자 0.1%나 줄까말까 한 일반 예금통장 선에서 정리되구요.
대한항공 채권 특징은 먼저 신용등급이 BBB+라서 수익률이 좋은 편이에요. 우리나라 유일한 원거리 항공 수송 가능한 국적기 회사라서 믿는 구석도 있구요. 또한 대한항공 주식은 코스피에 상장되어 있기 때문에 주가 동향 보고 주식 커뮤니티 게시판 보고 공시 보며 분위기 및 상황 파악하기 쉬워요. 대한항공 채권은 장내채권시장에서 거래가 매우 활발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다른 회사채에 비해 현금화가 쉬운 편이에요. 그래서 단기채 투자할 때는 대한항공 채권이 꽤 좋아요. 단기채 투자하다보면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느 순간 자기 계좌에 대한항공 채권이 존재하게 되어 있어요. 이건 해보면 알아요.
지금은 당장 11월 24일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인상할 것이 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만기 90일 내외로 남았고 파킹통장보다 수익률 좋은 회사채에 투자해서 내년 1월에서 2월에 만기 상환받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에요. 그때 가서 결정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증권사 장외채권 상품 볼 때 지금은 만기 90일 내외로 남았고 파킹통장보다 수익률 좋은 채권이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보는 것도 꽤 좋아요.
증권사들이 앞으로 계속 좋은 장외채권 상품을 판매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