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잊혀진 어머니의 돌 (2022)

잊혀진 어머니의 돌 - 06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천연기념물 95호 긴잎느티나무, 유신사택, 명랑사택

좀좀이 2022. 10. 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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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이 더 굵어졌어요. 비가 좍좍 내렸어요.

 

"우리 이제 어디 갈 거?"

 

친구가 어디로 갈 거냐고 물어봤어요.

 

"할머니께서 조금만 더 가면 탄광 나온다고 했으니까 탄광 입구 찍고 돌아가자."

 

할머니께서 LH 아파트에서 조금 더 가면 지금도 운영중인 탄광이 있다고 했어요. 도계읍은 탄광 마을이고 탄광 마을을 보러 여기에 왔어요. 탄광 마을에 왔으니 탄광 입구는 보고 가고 싶었어요. 탄광이 멀다면 망설여졌겠지만 할머니 말씀으로는 탄광이 별로 안 멀었어요. 지금은 장미사택에 살고 있는 광부들이 버스를 타고 탄광으로 가지만 예전에는 걸어다녔대요. 그 정도면 걸어서 가도 충분할 거였어요.

 

몇 시인지 봤어요. 2022년 8월 30일 11시 18분이었어요. 점심은 읍내 가서 먹을 계획이었어요. 점심 메뉴는 정해놨어요. 점심에 무조건 물닭갈비를 먹을 거였어요. 아직 여유있었어요. 식당은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장사할 준비가 끝났을 거였어요. 정오가 되면 사람들이 몰려들 거였어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점심에 물닭갈비를 먹으러 올 지 모르겠지만 사람 붐비는 시간에 같이 들어가야만 하는 이유가 없었어요. 1시쯤 가서 먹으면 되었어요.

 

 

도계중학교가 나왔어요.

 

 

도계중학교를 가로질러서 큰 길로 가기로 했어요. 도계중학교 안으로 들어갔어요. 학생들 소리는 안 들렸어요. 조용한 학교 안을 조용히 지나가는 중이었어요. 급식 냄새가 났어요. 급식 냄새는 밥, 반찬이 뒤섞인 냄새이기 때문에 음식 냄새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음식 냄새와는 묘하게 다른 특징적인 냄새가 있어요. 도계중학교 들어왔을 때 조용해서 방학중인 줄 알았는데 수업시간이라 조용했던 모양이었어요.

 

"우리 급식실 가서 밥 달라고 할까?"

"어?"

 

친구가 농담으로 급식실 가서 밥 달라고 하는 거 어떠냐고 물어봤어요.

 

"너나 나나 학원 강사 했었잖아. 밥값 대신 나는 영어 가르치고 너는 사회 가르치고 밥 달라고 할까?"

"그러다가 밥 얻어먹는 게 아니라 급식실에서 강제노동한다."

 

웃었어요. 친구는 작년초까지 학원에서 영어 강사를 했었어요. 저는 꽤 예전에 학원에서 사회 강사를 했었어요. 2015년에 학원 사회 강사 그만두었으니까 벌써 8년 전 일이었어요. 친구는 작년초에 그만두었으니 얼마 안 되었지만 저는 까마득히 먼 옛날 일이었어요. 둘 다 학원에서 중학생을 가르친 경력이 있었어요.

 

"너 잘 가르쳤잖아. 다시 할 생각 없어?"

"그걸 왜 다시 하냐?"

 

친구가 저한테 사회 강사 다시 해볼 생각 없냐고 물어봤어요. 바로 전혀 생각없다고 대답했어요. 다시 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2015년에 학원 사회 강사 완전히 그만두는 게 아니라 다른 학원으로 옮겨서 계속 사회 강사를 했을 거에요. 아예 생각이 없으니까 안 했어요.

 

친구가 처음 학원 강사 시작할 때 저한테 어떻게 하냐고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어요. 그것도 몇년 전 일이었어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2018년쯤에 친구가 학원강사를 시작했을 거에요. 2017년 겨울에는 제 의정부 자취방에 와서 꽤 오랫동안 머무르며 같이 놀았었거든요. 그러니 친구가 학원 강사를 시작한 건 2017년 이후의 일이에요. 친구는 작년초에 건강이 매우 안 좋아져서 학원을 그만두고 치료를 받기 시작했어요. 모든 게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모두 다 꽤 예전 일들이었어요.

 

도계중학교에서 나왔어요.

 

 

이번에는 다른 광부사택인 유신사택이 나왔어요.

 

 

뒤쪽 언덕 방향으로 신식 건물이 보였어요. 신식 건물은 광산근로자 복지센터였어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광산 근로자 복지센터는 유신사택 공가 일부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세운 건물이에요. 광산 근로자 복지센터에는 실내 수영장, 도서관 등이 갖춰져 있다고 해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은 국내 최대 무연탄 생산지에요. 도계읍 역시 우리나라에 있는 거대한 무연탄 매장지인 삼척탄좌에 자리잡고 있어요.

 

 

강원도 남부 도처에는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지어진 광부 숙소인 광산사택이 존재해요. 특히 도계읍에는 광산사택이 아직도 잘 보존되어 있어요.

 

 

일제강점기 시절 사택은 일본인 직원 사택과 한국인 광부 사택으로 건설되었어요. 광부 사택은 주로 갱 근처 경사지에 조성되었고, 형태는 막사 형태였다고 해요. 광부사택은 방 한 칸과 부엌이 있는 구조로 건설되었어요. 수도는 공동 우물을 사용했고, 화장실도 공동 화장실을 사용했다고 해요.

 

 

해방 후에도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사택이 그대로 사용되었다고 해요. 그러다 1960년대 들어서 도계읍에 새로 건립되기 시작한 초기 사택들은 주로 목구조 사택으로 건설되었어요. 경사지 지형에 따라 단층 일자형 연립 형태의 목구조 사택은 방 한 칸과 부억, 공동 화장실을 사용했어요. 이때 지어진 사택으로는 상사택, 하사택, 구동사택 등이 있었다고 해요. 이때 지어진 사택들은 현재 남아 있지 않아요.

 

 

현재 도계읍에 남아 있는 광산사택들은 1970년대 이후 건설된 사택들이에요.

 

 

1970년대의 석유 파동 이후 석탄 증설 정책으로 도계읍에 유입 인구가 급증했어요. 인구가 갑자기 급증하자 대량 입주를 목적으로 연립 병렬형 탄광사택이 건설되었어요. 광산사택은 대부분 경사지에 형성되었어요.

 

 

탄광사택은 한 동이 5가구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시멘트 벽돌을 쌓아 만든 조적조 건물이었고, 지붕은 슬레이트 맛배지붕이었어요.

 

 

 

사택 내부 공간은 초기 형태와 달리 온돌방 2개, 상부 다락, 하부 부엌, 현관으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화장실은 여전히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되어 있었어요.

 

유신사택은 삼척시 도계읍 도계느티로 13-7 일대로, 총 7개동으로 형성되었어요. 기본 주거 형태는 장미사택과 동일하지만, 유신사택은 소장 및 관리직 직원들이 거주하는 사택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다른 사택과 달리 동간 거리가 넓어서 담장도 있고, 텃밭을 가지고 있는 형태에요.

 

현재 유신사택 중 1개동은 도계지역아동센터로 사용하고 있어요.

 

 

유신사택을 다 보고 나오자 커다란 느티나무가 나왔어요.

 

 

천연기념물 제95호 삼척 도계리 긴잎느티나무였어요.

 

 

 

천연기념물 제95호 삼척 도계리 긴잎느티나무 앞에는 표지판이 있었어요. 표지판에 적혀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았어요.

 

이 나무는 높이 약 22m, 가슴 높이의 줄기 둘레가 8.9m, 밑동 둘레가 11.1m에 달하는 큰 나무로, 가지는 동서로 32m, 남북으로 23m 정도 퍼졌으며, 나무의 나이는 약 1,0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일제 강점기에는 이 나무의 높이가 약 27m에 이르렀다고 한다.

 

1988년 태풍으로 큰 가지가 부러지기도 하였으나, 지금도 웅대한 형세를 유지하고 있다.

 

마을의 서낭당 나무로 고려말에는 많은 선비들이 이 곳으로 피난한 적이 있다고 전해진다.

 

한때 이 나무가 도계여자중학교 운동장에 있었기 때문에 마을의 서낭당 나무로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다른 나무로 바꾸려고 하자, 천둥과 번개가 쳐서 바꾸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신령스러운 나무이다.

 

매년 음력 2월 15일에 이 나무 아래에서 마을의 재해 예방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고 있으며, 휴식처로서 이용되고 있다.

 

긴잎느티나무는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느티나무의 변종으로, 좁고 긴 잎을 갖는 점이 느티나무와 다르다. 나무의 모양이 아름답기 때문에 정자목이나 치목으로 좋은 나무이다.

 

 

"나무 큰데?"

 

천연기념물 제95호 삼척 도계리 긴잎느티나무는 매우 컸어요. 1000년 넘은 나무답게 상당히 큰 나무였어요. 나무를 잘 구경했어요. 비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잠시 쉬려고 나무 근처에 있었어요. 나무 아래에 있으면서 계속 나무를 구경했어요.

 

 

천연기념물 제95호 삼척 도계리 긴잎느티나무 맞은편에는 도계여자중학교가 있었어요.

 

 

"가자."

 

다시 걷기 시작했어요.

 

이번에는 명랑사택이 나왔어요.

 

 

맞은편을 봤어요. 맞은편에는 1980년대부터 건설되기 시작한 아파트 형태의 탄광사옥이 있었어요. 파란 지붕을 가진 아파트는 협동아파트였어요. 저 협동아파트 근처에는 1970년대에 건설된 협동사택이 있을 거였어요.

 

 

"진짜 옛날에 저기에서 살던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이 엄청 부러워했겠다."

 

협동아파트 앞에도 탄광사택으로 추정되는 건물들이 있었어요. 1970년대에 지어진 광부사택에서 살던 사람들은 1980년대에 지어진 광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매우 부러워했을 거에요.

 

 

 

이제 오십천 건너편으로 가기 위해 장원교를 건너야 했어요.

 

 

 

날씨는 계속 여행을 방해하고 있었어요. 지긋지긋한 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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