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시장에서 나와서 묵호시장으로 갔어요.
"여행 하루만 더 하면 딱인데..."
친구와 여행을 하루만 더 하면 아주 완벽한 일정일 거였어요. 만약 7월 19일에 서울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일정을 하루만 더 늘려서 7월 20일에 서울로 돌아간다고 한다면 전날 왔던 곳을 계속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었어요. 바로 강릉시로 올라가서 버스를 타고 속초로 넘어가도 되었어요. 동해시를 보고 버스로 동해안 감상하며 북쪽으로 올라가서 속초 가서 놀다가 서울로 돌아가면 완벽한 여행 일정이었어요. 동해안을 너무 잘 즐기고 돌아가는 여행이었어요.
"걔 약속 취소하면 안 돼?"
"안 돼. 걔 오늘 밖에 시간 안 된대. 그리고 약속 취소하면 걔 엄청 삐져."
전날 묵호시장에 왔을 때였어요. 친구는 다른 지인한테서 전화가 왔다고 하며 전화를 받았어요. 친구의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고 했어요. 저는 그 사람을 이름만 알고 있었어요. 얼굴은 딱 한 번 봤어요. 친구 때문에 만나서 인사만 했었어요. 그래서 저와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어요. 친구는 전화를 하더니 7월 19일 저녁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어요.
친구도 그 전까지는 같이 속초 가는 것을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전화가 와서 이날 저녁 약속을 잡으면서 이날 점심에 묵호역에서 KTX 타고 서울로 돌아가는 일정으로 일정을 정했어요. 만약 일기예보만 아니었다면 그 전화가 오기 전에 친구에게 다음날 속초로 올라가자고 했을 거에요. 그러나 그때만 해도 일기예보는 계속 이날까지 비가 퍼부을 거라고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친구에게 하루 더 여행하자고 강하게 권유하지 못 하고 망설이고 있었는데 그 동안 전화가 와서 친구가 약속을 잡아버렸어요.
친구도 역시 아쉬워하고 있었어요. 만약 그 약속만 아니었다면 바로 속초로 올라가면 되었어요. 그러면 친구가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닭강정을 속초 가서 그 유명한 만석닭강정 사서 먹을 수 있었어요. 동해시에서 속초까지는 강릉에서 버스를 환승해야 해서 조금 번거로운 것 제외하면 가기 편한 편이었어요. 동해시에서 강릉 가는 버스도 많고, 강릉에서 속초 가는 버스도 많거든요. 게다가 이 길이 지루하지도 않은 것이 동해안과 태백산맥을 관람하며 가는 길이었어요. 동해안 관광버스 타고 가는 셈치고 타면 버스로 속초까지 가는 길도 매우 즐거울 거였어요.
묵호시장은 그렇게 크게 구경할 것이 없는 시장이었어요. 전날 와서 봤을 때 여기는 식당가였어요. 논골마을을 향해 가야 했기 때문에 어시장에서 길 건너서 묵호시장으로 들어왔어요. 시장을 돌아다녔어요. 사진 찍을 것도 없고, 구경할 것도 없었어요.
친구는 이날 밤에 만날 지인한테 전화가 왔다고 전화 통화를 하기 시작했어요.
'여기 뒷쪽으로 넘어가면 산제골 마을 아닌가?'
묵호항 묵호시장 뒷편에도 마을이 있었어요. 위치상 산제골 마을이었어요.
"저기도 길 있을 건가?"
친구는 전화 통화하느라 정신 없었어요.
시멘트 벽에 미장이가 무늬를 만들어놨어요. 직선 무늬와 물결 무늬가 번갈아가며 있었어요. 아주 예전에는 벽에 시멘트를 바른 후 이렇게 무늬를 만드는 것이 유행했던 모양이에요. 시멘트 바른 벽에 무늬를 만든 모습은 서울 달동네를 돌아다닐 때도 발견할 수 있어요. 서울에서 본 무늬 패턴과는 달랐어요.
'여기로 올라가봐야겠다.'
묵호시장 뒷편에 있는 좁은 골목길로 올라가보기로 했어요. 여기는 방향 잡기 쉬웠어요. 만약 길을 잘못 들어가서 잃어버릴 거 같으면 무조건 바닷가로 내려오면 되었어요. 바닷가로 내려오면 묵호항이었어요. 바닷가를 보며 방향을 잡으면 되기 때문에 지도를 보지 않아도 되었어요. 단지 이 골목길이 논골담길 넘어가는 길까지 연결되는지는 알 수 없었어요.
시장에서는 홍게 다리를 말리고 있었어요. 홍게에서 떨어져 나온 다리였어요. 이런 다리들은 국물 다시 용으로 사용해요.
천천히 골목길을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친구는 계속 전화 통화를 하면서 저를 따라왔어요.
"우리 어디 가는 거?"
친구가 전화 통화를 마치고 제게 어디 가냐고 물어봤어요.
"응?"
"여기 뭐 있어?"
"아니, 그냥 올라가고 있는데?"
"이상한 데 가는 거 아니?"
"여기 산제골 마을이잖아. 논골마을로 이어질걸?"
친구는 전화 통화하면서 저를 계속 따라오다가 전화 통화 마친 후에야 제게 지금 우리 어디 가냐고 물어봤어요. 친구에게 별 거 없고 그냥 올라가보고 있다고 대답했어요.
"여기는 느낌이 논골마을이랑 조금 다르네?"
논골마을은 묵호항 기슭 달동네에요. 논골마을은 어느 정도 관광지화된 달동네였어요. 경상남도 통영 동피랑 마을만큼 완전히 관광지가 된 마을까지는 아니었고, 약간 관광지로 변모한 동네였어요. 논골마을에 있는 논골담길은 아름다운 풍경 보면서 걷기 좋은 길이었지만, 흔히 상상하는 기념품점, 카페 매우 많은 동네는 아니었어요. 주민들이 살고 있는 동네에 벽화 그려져 있고, 관광지 상점 몇 곳 있는 정도였어요. 꼭대기에 카페가 있었구요.
논골마을에 비해 산제골 마을은 관광지화가 전혀 되지 않은 동네였어요. 여기는 정말로 사람들 사는 동네였어요. 논골마을도 관광지화가 별로 되지 않은 마을이라 어촌 달동네 느낌이 매우 강한 곳이었지만, 여기는 정말로 어촌 달동네 그 자체였어요.
논골마을 논골담길 걸으며 보는 풍광이 산제골 마을이에요. 산제골 마을을 올라가며 보는 풍경은 논골마을 풍겨이었어요.
"여기도 같이 묶어서 관광지로 만들어도 되지 않을 건가?"
논골마을과 산제골마을은 다른 마을이에요. 둘이 바로 옆 마을 사이이지만, 연결되어 있지는 않아요. 골짜기를 경계로 한쪽은 논골마을, 한쪽은 산제골 마을이에요. 논골 마을과 산제골 마을을 연결하는 길은 두 마을의 제일 꼭대기쪽과 제일 아래쪽만 있어요. 중간에 넘어가는 길은 없어요. 중간에서 넘어가려면 결국 제일 아래로 내려가거나 제일 위로 올라가야 해요. 골짜기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없거든요.
논골마을과 산제골마을을 합쳐서 하나의 관광지로 만들면 규모가 상당한 관광지가 될 거에요. 이 정도 규모가 되면 전국 합쳐도 상당한 테마 마을이 될 거에요. 정말 하루 종일 여기에서만 놀아도 될 거에요.
'아직 논골마을도 멀었으니까.'
묵호등대 바로 아랫동네인 논골마을도 아직 완벽히 관광지가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꼭대기에 아무 것도 없는 산제골 마을까지 관광지가 되려면 아직 까마득히 멀었어요. 그 정도로 크게 관광지화되려면 관광객들이 여름이고 겨울이고 낮이고 밤이고 계속 많아야 할 거에요.
그래도 희망이 없지는 않아요. 묵호역은 KTX 정차역이에요. 서울에서 매우 편하게 올 수 있어요. 게다가 논골 마을, 산제골 마을은 묵호역에서 멀지 않아요. 동해시 자체가 매우 예쁘고 배낭여행으로 다닐 만한 지역이니까 어쩌면 5년 안에 산제골 마을까지 합쳐서 거대한 관광지가 되어 있을 수도 있어요. 하루는 망상해수욕장에서 놀고, 하루는 내려와서 묵호항에서 회와 대게도 먹고 논골마을, 산제골마을 가서 힐링 여행한다고 하면 매우 많은 관광객이 몰려올 수 있어요. 게다가 묵호항은 울릉도 가는 여객선도 뜨는 항구이니 울릉도 관광까지 묶을 수도 있구요.
논골마을을 보며 계속 윗쪽으로 올라갔어요.
옥수수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어요. 이번 여행에서 감자는 한 번도 못 봤지만 옥수수는 참 많이 봤어요. 역시 강원도는 옥수수에요.
길을 따라 계속 걸었어요. 산제골 마을 길을 따라가다 논골마을로 넘어갈 계획이었어요.
"햇볕 엄청 뜨겁네."
뜨거운 햇볕이 계속 쏟아졌어요. 매우 더웠어요. 몸은 땀범벅이 되었어요. 뜨뜻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어요. 몸에서 비타민D가 마구마구 생성되고 있었어요.
포도가 예쁘게 맺혔어요. 아직 익지는 않았어요. 조금 지나면 예쁘게 익을 거에요.
산제골 마을을 둘러보고 골짜기 쪽 도로로 내려왔어요.
이제 논골마을로 다시 들어갈 차례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