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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마셔본 프랜차이즈 카페 커피는 커핀그루나루 스파클 아메리카노 커피에요.

 

"이러다 진짜 폐인 되겠네."

 

집에서 할 거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어요. 요즘 장마라 비는 좍좍 쏟아지고 딱히 나가야할 일도 없어서 집에서 계속 할 거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래요. 공식적으로는 '할 거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이것은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표현이고, 현실적으로는 맨날 멍때리고 있었어요. 분명히 글 쓰고 공부도 하고 할 거 하려고 하는데 정작 멍때리는 시간만 많았어요.

 

자취방은 지층이라서 습기가 계속 올라왔어요. 방바닥이 축축하니 몸이 더 쳐졌어요. 도파민 분비가 전혀 안 되는지 몸이 한없이 나른했어요. 그냥 축 쳐졌어요. 정신차리고 뭘 하려고 해도 집중이 하나도 안 되고 머리 속이 텅 비어 있는 것 같았어요. 에어컨을 제습으로 틀고 보일러도 틀어서 방바닥 습기를 싹 날리면 정신이 돌아와서 이것저것 하는데 보일러, 에어컨을 끄면 또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왔어요.

 

'이럴 때 24시간 카페를 가야 하는데...'

 

예전에는 24시간 카페를 매우 잘 갔어요. 이렇게 집중 안 되고 집에서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낼 때는 24시간 카페 가서 책도 보고 글도 쓰곤 했어요. 그러나 이게 다 몇년 전일이에요. 요즘은 24시간 카페도 잘 안 가요. 가장 큰 이유는 24시간 카페가 별로 없어요. 내가 가기 싫어서 안 가는 게 아니라 진짜로 24시간 카페가 몇 곳 없어서 갈 만한 곳 찾기 어려워요.

 

예전에는 서울 가서 밤에 조금 돌아다니다가 24시간 카페 가서 밤새도록 글을 쓰고 책을 보다가 집으로 돌아오곤 했어요. 그런데 서울은 24시간 카페가 아직도 거의 없어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서 24시간 카페들도 다시 24시간 영업을 할 거라 봤어요. 늦어도 대학교 1학기 기말고사 기간쯤 되면 24시간 카페가 다시 24시간 영업을 할 줄 알았어요. 다 틀렸어요. 서울은 여전히 24시간 영업하는 카페가 거의 없어요. 수유역에나 몇 곳 있고, 홍대 등 그 외 과거 24시간 카페가 많았던 곳들은 여전히 24시간 카페 전멸 상태에요.

 

희안하지.

어쩌다 의정부가 24시간 카페의 메카가 되었을까.

 

반면 의정부는 24시간 카페가 여러 곳 있어요. 의정부역 서부광장에 커핀그루나루가 있고, 동부광장 방향으로 쿠카쿠 의정부점이 있어요. 의정부역에는 직원이 24시간 상주하는 24시간 카페가 두 곳 있어요. 여기에 북쪽 가능역, 남쪽 회룡역과 망월사역쪽으로는 무인 24시간 카페가 몇 곳 있어요. 가능역에는 무인 카페 만월경을 비롯해서 조그만 24시간 무인 카페가 몇 곳 있어요. 회룡역과 망월사쪽도 조그만 무인 카페가 몇 곳 있어요.

 

어쩌다 의정부가 24시간 카페의 메카가 되었는지 신기해요. 저도 이유를 모르겠어요. 예전에도 의정부는 24시간 카페가 의정부역 중심으로 몇 곳 있었던 곳이기는 했어요. 그러나 당연히 서울에는 도처에 24시간 카페가 깔려 있었어요. 의정부가 그렇게 큰 도시가 아닌데 의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끝나자마자 24시간 카페가 다시 24시간 영업을 개시했어요. 지금도 24시간 영업 잘 하고 있어요. 반면 서울에 있는 24시간 카페들은 여전히 24시간 영업을 안 하고 있어요.

 

'커핀그루나루 갈까, 쿠카쿠 갈까?'

 

의정부역에 있는 24시간 카페인 커핀그루나루, 쿠카쿠 둘 다 매우 좋은 24시간 카페에요. 그러나 여기는 제가 그렇게 잘 가지 않아요. 이유는 제가 24시간 카페로 바로 가는 게 아니라 조금 돌아다니다 24시간 카페 가서 글을 쓰고 시간을 보내다 돌아오는 편인데 이쪽은 그렇게 걸을 만한 곳이 없어요. 실컷 걷다가 돌아오는 길에 카페 가야한다는 동선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잘 안 가고 있었어요.

 

"어디든 가야겠다."

 

이대로 집에 있다가는 진짜 폐인 되게 생겼어요. 가뜩이나 여행기도 하나 시작했어요. 여행기 쓰는 것도 시작했으니 이건 어떻게든 끝내야 했어요. 지금 자취방에서 쓰는 속도라면 이건 2014년 12월에 갔다가 아직도 완결짓지 못한 베트남 여행기의 재림이 될 것이 분명했어요. 그런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 싶었어요.

 

"커핀그루나루 가자."

 

커핀그루나루와 쿠카쿠 중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가 커핀그루나루를 가기로 했어요.

 

노트북 컴퓨터와 충전기를 챙겨서 커핀그루나루로 갔어요. 자리를 잡고 음료를 시키기 위해 주문대로 갔어요. 무인주문기계에서 음료를 보며 어떤 것을 주문할지 고민했어요.

 

'그래도 오래 있을 거니까 커피가 좋겠지?'

 

커피 마신다고 잠을 못 자지는 않아요. 커피 마시고도 잠 잘 자요. 잠 자기 바로 전에 커피 마셔도 잠은 매우 잘 자요. 제가 잠을 못 자면 그건 너무 많이 자고 일어나서 도저히 졸리지 않은 상태여서 잠을 못 자는 거에요. 그래도 플라시보 효과를 누리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았어요.

 

"무슨 커피 마시지?"

 

커핀그루나루 음료와 커피는 대부분 못 마셔봤어요. 아무 거나 골라도 제가 안 마신 것이 걸릴 확률이 높았어요. 여기는 심지어 아메리카노 마시고 쓴 글도 없었어요.

 

"스파클 아메리카노?"

 

스파클 아메리카노가 있었어요.

 

'나 스파클 아메리카노 마시고 좋았던 기억이 전혀 없는데...'

 

저는 스파클 아메리카노를 꽤 싫어해요. 스파클 아메리카노 마시고 좋았던 기억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전부 나쁜 기억 뿐이에요. 정말 어지간해서는 절대 안 고르는 메뉴 중 하나가 스파클 아메리카노에요.

 

그래도 그냥 스파클 아메리카노를 고르고 싶어졌어요. 분명히 안 좋을 거 알지만, 99.99% 확률로 진짜 내 입맛 아니라고 짜증날 거 뻔했지만 그래도 고르고 싶었어요. 그래서 스파클 아메리카노를 골랐어요.

 

커핀그루나루 스파클 아메리카노 커피는 이렇게 생겼어요.

 

 

겉보기에는 그냥 커피였어요.

 

 

"커핀그루나루에서는 뭐라고 소개하고 있지?"

 

궁금해서 커핀그루나루 홈페이지에 들어가봤어요.

 

"왜 없어?"

 

커핀그루나루 홈페이지에는 스파클 아메리카노 메뉴가 아예 없었어요. 매장에는 스파클 아메리카노도 있고 자두 아메리카노도 있는데 홈페이지에는 둘 다 없었어요.

 

 

희안한 일이었어요. 예전에 홈페이지에 자두 아메리카노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매장에는 당연히 있었구요. 지금은 매장에서는 있는데 홈페이지 메뉴에서는 다 내려갔어요. 이게 커핀그루나루 의정부점에서만 계속 판매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커핀그루나루는 매장이 별로 없어서 서울 돌아다닐 때 어쩌다 한 번 지나가기도 어려운 편이거든요.

 

 

나는 원래 스파클 아메리카노 참 싫어한다.

 

그래서 만들어졌다.

 

플라시보 효과와 분노의 콜라보레이션!

 

커핀그루나루 스파클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빨아마셨어요. 순간 미간이 찌푸려졌어요. 얼굴 근육 하나하나가 다 바짝 오므라들었어요. 당연했어요. 저는 원래 스파클 아메리카노를 싫어하거든요. 좋아하는 것을 마신 게 아니라 싫어하는 것을 골라서 마셨어요. 예상하고 있던 결과였지만 막상 당하니 유쾌하지 못했어요. 스파클 아메리카노 자체를 안 좋아하는데 예외가 발생할 리 없었어요.

 

커핀그루나루 스파클 아메리카노는 신맛이 강했어요. 스파클 아메리카노를 마셔보면 이상하게 한결같이 신맛이 강해요. 커피 산미가 아니라 다른 신맛이에요. 신맛이 혓바닥을 확 덮쳤어요. 이게 아마 탄산이 나름 산성이라서 그런 것 아닐까 해요.

 

탄산도 산성이기 때문에 신맛이 있어요. 이 신맛을 다른 맛으로 덮는 것이 탄산음료 만들 때 기술이에요. 이런 기술이 특히 엄청나게 요구되는 음료가 바로 무알콜 맥주에요. 무알콜 맥주를 마셔보면 이상하게 신맛이 느껴져요. 이 신맛 때문에 무알콜 맥주와 일반 맥주는 맛에서 확 차이나요. 무알콜 맥주에서 신맛만 제대로 잡으면 일반 맥주와 맛이 상당히 비슷한데 신맛을 제대로 잡기가 꽤 어려운지 대부분의 무알콜 맥주를 마셔보면 신맛이 나요. 이걸 사람에 따라, 그리고 진짜 제품에 따라 쇠맛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어요.

 

스파클 아메리카노는 탄산 때문에 신맛이 확 났어요. 죽어있던 신맛을 탄산이 좀비로 만들어 부활시킨 것 같았어요. 커피의 신맛이 아니라 커피 신맛 죽은 시체를 좀비로 다시살려낸 맛이었어요.

 

여기에 탄산수 특유의 쓴맛도 덩달아 같이 느껴졌어요. 커피의 쓴맛과는 다른 탄산수 쓴맛도 있었어요.

 

저는 이 조합을 영 안 좋아해요.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겠지만 저는 매우 안 좋아해요. 그래서 아주 조금씩 홀짝였어요.

 

"이거 뭐야?"

 

밑바닥에는 무슨 밥풀 같은 것이 깔려 있었어요. 분명히 건더기가 있었어요. 식감은 완전 밥풀이었어요. 식혜 밥알 같았어요. 씹으면 신물이 찍찍 나왔어요. 레몬 건더기 같기도 했어요. 커피에 절여져 있었기 때문에 무슨 과일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맛과 향으로 미루어보아 레몬 아닌가 싶었어요. 커피에 레몬 비슷한 알갱이가 왜 들어가 있는지알 수 없었어요.

 

탄산은 꽤 오래 갔어요. 어떻게 보면 맥콜 비슷한 맛이기도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맛은 전혀 아니었지만 재미있는 맛이기는 했어요. 탄산수와 커피가 섞이고 여기에 산미를 증폭시키는 시트러스까지 추가된 커피가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면 한 번 드셔보는 것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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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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