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시에도 벚꽃 명소가 여러 곳 있어요.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가 바로 수도권 전철 1호선 망월사역 근처에 있는 의정부 호원 벚꽃길이에요.
"벚꽃 다 떨어진 거 아니야?"
2025년 4월 13일. 경기도 의정부시에 함박눈이 내렸어요. 함박눈이 내린 것은 맞았지만, 한겨울에 내리는 송이 송이 눈꽃 송이 하얀 꽃송이가 아니었어요. 가벼운 공기에 나풀나풀 흩날리며 떨어지는 눈송이가 아니라 무슨 돌멩이가 땅바닥으로 떨어지듯 쭉 떨어지는 눈송이였어요. 함박눈이라서 바람에 약간 하늘하늘 날리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아주 약간 그런 모습이 있었고 빗방울 떨어지듯 커다란 눈송이가 땅으로 그대로 내리꽂히고 있었어요.
"습설이잖아!"
일반적인 함박눈 눈송이가 아니라 습설이었어요. 물을 잔뜩 머금었고, 기온이 그렇게까지 엄청나게 많이 낮아진 것은 아니라서 눈송이 끄트머리가 녹아서 물이 된 함박눈 눈송이였어요. 그래서 무게를 못 이기고 그대로 떨어지고 있었어요.
"벚나무에 벚꽃이 만개했는데 무슨 함박눈이야?"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어요. 벚나무에 벚꽃이 만개했는데 함박눈이 내리는 일은 진짜 볼 수 없는 일이에요. 개나리가 핀 후에 함박눈이 내리는 건 이해해요. 철 모르고 피는 개나리가 있으니까요. 개나리야 워낙 일찍 피고, 조금만 기온이 올라가도 바로 개화해 버리기 때문에 함박눈 맞고 있는 개나리는 간간이 볼 수 있어요. 몇 년에 한 번씩은 일어나는 일이에요.
그러나 벚꽃은 달라요. 벚꽃은 완전히 봄이 와야 펴요. 사람들이 도저히 더워서 패딩을 못 입겠다고 하면서 패딩을 벗어던지고 완전히 봄옷으로 갈아입어야 벚꽃이 피어요. 벚꽃 절정이 될 때는 매우 따뜻해서 낮에 반팔 입고 벚꽃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구요. 그러니 이떄는 눈 구경은 아예 못 할 때에요. 8월의 벚꽃이나 함박눈 맞고 있는 벚꽃이나 실제로는 일어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났어요. 2025년 벚꽃은 3월말에 벚꽃이 개화하려고 꽃망울이 터지고 이른 벚꽃은 이미 피었는데 의정부시에 함박눈이 내렸어요. 이것도 매우 희안하고 보기 어려운 일인데 심지어 벚꽃이 만개한 후에 눈이 내렸어요.
함박눈은 4월 13일 새벽에만 내렸지만, 이후에도 하루 종일 눈이 내렸다가 그치기를 반복했어요. 상당히 신기한 일이었어요. 뉴스에서는 서울에서 84년 만에 벚꽃이 피었는데 눈이 내렸다고 보도하고 있었어요. 그만큼 정말 보기 어려운 기상 현상이었어요.
"벚꽃 다 떨어진 거 아니야?"
이렇게 되자 벚꽃이 다 떨어졌을 것 같았어요. 벚꽃이 과연 눈 맞고 버티고 있을지 의문이었어요.
"산책이나 하러 나가볼까?"
꽃샘추위가 또 끝났어요. 3월말에 끝났다는 꽃샘추위가 4월 중순에 다시 와서 또 끝났어요. 슬슬 산책하러 나가고 싶어졌어요.
"호원 벚꽃길 가볼까?"
벚꽃에 대한 기대는 하나도 없었지만 벚꽃을 보고 싶었어요.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매우 유명한 벚꽃 명소로는 호원동 망월사역에 있는 호원 벚꽃길이 있어요. 호원 벚꽃길은 의정부에서 벚꽃 축제를 하는 장소에요. 경기도 의정부시에 벚꽃으로 아름다운 장소는 여러 곳 있지만, 중랑천과 도봉산, 수락산이 어우러진 풍경이 보이는 호원 벚꽃길이 풍경은 가장 아름다워요.
"그쪽은 조금 추우니까 벚꽃 남아 있을 건가?"
망월사역 쪽은 의정부 도심보다는 약간 추워요. 도봉산과 수락산 자락에 있는 지역이라서 아주 약간 기온이 더 낮아요. 중랑천을 경계로 한쪽은 도봉산, 다른 한쪽은 수락산이에요. 이 지역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그때부터 꽤 따뜻해요. 망월사역 근처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한동안 아무 것도 없는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 지역이고, 북쪽으로 올라가야 의정부의 주요 거주지역인 회룡역 일대가 나오고, 거기에서 더 올라가야 의정부시 도심인 의정부역 일대가 나오거든요.
'거기라면 조금 기온이 낮으니까 벚꽃 조금 남아 있을 수도 있겠다."
망월사역 근처에 있는 호원 벚꽃길까지 산책하고 오기로 했어요. 중랑천으로 가서 호원 벚꽃길로 갔어요.

"벚꽃 잘 남아 있는데?"

벚꽃이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 벚꽃이 많이 남아 있었어요. 이 정도라면 만개에서 살짝 아래로 내려온 수준이었어요. 벚꽃이 약간 떨어지기는 했지만 벚꽃놀이하기 매우 좋은 벚꽃들이었어요.
"함박눈이 벚꽃 회춘약이었어?"
약간 웃겼어요. 벚꽃이 떨어질 때가 되었는데 기온이 낮아지고 함박눈을 맞으면서 오히려 다시 살아났어요. 원래라면 지금 완전히 다 떨어지고 있어야 할 때인데 벚꽃이 매우 싱싱하게 피어 있었어요.

"개나리가 만개했어."
개나리는 원래 벌써 저물어야 했어요. 하지만 개나리도 만개였어요.

오히려 개나리가 싱싱하고 만개인데 벚꽃이 우루루 떨어지는 기묘한 풍경이었어요. 원래 개나리부터 다 떨어지고 벚꽃이 떨어지는 것이 맞아요. 개나리가 벚꽃보다 더 일찍 피니까요. 그런데 오히려 개나리는 멀쩡하고 벚꽃이 떨어지고 있었어요.
호원 벚꽃길을 따라서 계속 걸었어요.

"여기는 진짜로 벚꽃 터널이네."
호원 벚꽃길이 의정부에서 손꼽히는 벚꽃 명소인 데에는 이유가 있었어요. 호원 벚꽃길은 벚꽃이 터널을 이루고 있었어요. 벚꽃이 예쁘게 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늘을 가리고 터널을 이루는 것이 벚꽃놀이에서 매우 중요해요. 아무리 큰 벚나무가 많은 곳이라 해도 벚꽃 터널을 이루는 것은 쉽지 않거든요. 하지만 호원 벚꽃길은 터널을 이루고 있었어요.

"여기 내년에 벚꽃 절정일 때 반드시 또 와야지!"
지금까지 벚꽃이 피었을 때 항상 중랑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벚꽃을 감상했어요. 호원 벚꽃길 안으로 들어가서 벚꽃을 감상한 적은 없었어요. 게다가 벚꽃 구경할 때 망월사역까지 가서 구경한 일은 한 번도 없었어요.
회룡역 쪽 벚꽃 예쁜 건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고, 이쪽으로 벚꽃놀이 가는 사람들도 꽤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진짜 벚꽃이 예쁜 곳은 회룡역이 아니라 회룡역에서 서울 방향 남쪽으로 수도권 전철 1호선 한 정거장 더 가서 있는 망월사역의 중랑천 근처였어요. 망월사역 중랑천 근처에 있는 호원 벚꽃길이 벚꽃이 터널을 이루고 있어서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올해는 진짜 특별한 봄, 특별한 벚꽃 시즌이다."
올해 봄은 정말 특별한 봄이었어요. 매우 신기한 봄이었구요. 함박눈이 내리는 하늘 아래에서 벚꽃을 감상하는 경험은 무려 84년만에 일어난 일이었고, 지금까지 잘 안 가고 잘 몰랐던 벚꽃 명소도 알게 되었어요. 이러니 정말로 특별한 벚꽃 시즌이었어요.